기고자 : 나민주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은 식민지배와 전쟁으로 최빈국이었던 한국에서 경이로운 경제성장과 국가 발전을 이끈 원동력이었다. 교육을 최우선으로 존중한 가족구조, 교육투자를 게을리하지 않는 정부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불과 반세기 만에 우리나라 교육은 급격히 성장, 발전하였다.

객관적인 산출지표에서도 세계 초일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PISA(2012) 순위는 읽기 1∼2위, 수학 1위, 과학 2∼4위로 탁월하다. 핀란드,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그 어떤 나라도 수십 년간 이렇게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사례는 없다([그림 1] 참조).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교육 강국으로서 입지를 굳히지 못하고 있다. 투입과 여건 지표가 문제다.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는 IMD 세계 경쟁력 연감(2016)에 의하면, 한국의 교육경쟁력 순위는 33위로 국가경쟁력 29위보다 약간 낮다.

초등학교 및 중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 순위가 각각 43위와 48위다. 또한, 학습 동기, 행복감, 스트레스와 같은 정의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계층과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김병주, 이길재, 2016). 지난 몇 년간 학생 수 감소에 따른 대책 수립이 교육정책, 특히 교육재정의 현안으로 부 각되어왔다.

예컨대 2015년 기획재정부에서는 국가재정전략회의의 주요안건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기준에서 학생 수 비중 확대(교육수요가 큰 지역에 더 많은 재원 배분), 소규모 학교 통폐합 유도, 교원 증원 축소 등을 포함시켰다.

감사원에서도 학교 및 교육지원청 통폐합 등을 통해 교육재정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방교육재정 효율화를 요구하여 왔다.

앞으로도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재정 삭감 요구는 재정통합을 통한 교육재정의 효율화, 일반자치와 교육 자치의 통합 추진과 더불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 교육재정도 줄여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여러 측면에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교육재정운용 측면에서 보면, 학교에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기본단위는 학생이 아니라 학급, 학교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비용 축소로 이어질 수는 없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학급당 비용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당 비용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시·도교육청에서도 단위학교로의 재정 배분시 학교당, 학급당 비용을 중시하고 있고, 여기에 학생당 경비를 추가하여 학교별 재정 지원금을 산정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교육과정을 고시하고 학교와 교실에서 국가교육과정을 기준으로 학생을 교육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은 그러한 교육과정을 지원하기 위한 경비이기 때문에 학생당 금액보다는 교·급당 경비가 중요하다.

국가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를 표준교육비라고 하는데,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산정한 학교단위 표준교육비에 비해 교육재정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더구나 지방교육재정에는 경상경비 이외에 장기간, 매년 상환해야 할 막대한 규모의 부채도 있다.

지방채와 BTL을 합치면 2015년 현재 17조 원, 지방 교육재정 세입결산액 대비 27.9%에 달한다. 지방교육재정이 부족할 때 학교 신설, 교원명퇴금 등을 위해 미리 사용하고 갚아나가는 비용이다. 연도별로 채무금액과 세입액 대비 그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고, 상환금액도 매년 수조 원에 이른다.

또한 전국 단위에서 학생 총수는 감소하더라도 지역별, 학교별로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신도시 건설, 도심 공동화 등에 따라 학교신설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도시지역에서는 과밀학급 해소,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 여전히 현안문제다.

학교급별 학생 수 감소라는 전국단위정보를 바탕으로 교육 재정을 대폭 감축하려는 것은 무모한 시도다. 최근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한 보고서에서 학생 수 변화에 따른 교육재 정수요액 변화를 추정한 결과, 일부 연도를 제외하면 2040년까지 교육재정 수요 증감률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안종석 외, 2016).

우리나라는 ‘더이상 교육비 투자를 증대시킬 필요가 없는 단계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 전망치는 현 상태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이고 고교 무상 교육, 교육 환경개선, 유아교육 등 정책적 변화가 있다면 교육비 수요는 더 증가할 수 있다.

그래도 교육재정을 줄여야 할까?

교육여건과 국가경쟁력 측면에서 보면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우리나라의 교육투자지표들이 최근 들어서는 하락 혹은 정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부예산 대비 교육예산 비율은 1990년대 중반 24.0%를 고점으로 하락하여 2010년부터는 10%대에 머물고 있다.

초·중등교육에서 GDP 대비 공교육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최근 들어 감소하고 있고 정부부담 공교육비 비율은 여전히 OECD 국가 평균보다 낮은 상태에 있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되던 교육여건지표 역시 최근에는 주춤하고 있는 상태다([그림 2] 참조).

국민의 교육수요 측면에서도 신규 재정투자소요가 급증하고 있다. 누리, 돌봄, 자유학기, 스마트, 특수, 영재, 다문화, 교과교실, 무상급식, 고교 무상 등과 같이 기존의 균일한 교육으로 만족시키실 수 없는 다양한 국민적 교육 요구와 이로 인한 추가적인 교육재정수요가 크게 증가하여 왔다.

이러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재정규모는 개별 사업당 최소 몇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이른다.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사교육비 총액은 17조 8천억 원으로 시·도교육청 교육비특별회계예산(54조 3천억 원) 대비 33%에 이른다.

학교급별로 사교육비 규모를 보면 초등학교 7조 5천억 원, 중 학교 5조 2천억 원, 고등학교 5조 1천억 원으로 학부모들은 학교 밖에서 자녀 교육에 추가로 교육비를 지불하고 있다.

GDP 대비 1.14%에 이르는 이러한 막대한 교육수요·요구를 어떻게든 제도교육으로 내부화, 내재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학생 수 감소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국민적 교육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교육투자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였어야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2000년대 들어서 교육투자 확대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와 범정부적 공동 노력이 급격하게 와해되어 왔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교육투자의 지속적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반 국민이 공감할 뿐만 아니라 교육부 이외 정부부처, 특히 국가재정주무 부처에서도 커다란 이의 제기가 없었다.

GNP/GDP 대비 5%, 6%, 때로는 7% 수준으로까지 교육투자를 확대하여 교육발전과 국가 발전을 도모하려는 방안이 핵심 정책 어젠다로 다루어지곤 하였다.

그러나 몇 차례 국가경제위기 속에서 국가 재정에서 교육투자의 우선순위는 점점 하락하고 급기야 교육 재정을 축소하고 일반재정과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미 교육부에서는 급격한 학생 수 감소에 대응해서 적정규모의 교육지원청과 학교 육성을 통해 지방교육의 효율화를 도모하고 있다.

올해 6월에 도 ‘소규모 교육지원청 조직 효율화 추진계획’을 통해 기존 일반자치단체와 동일하게 인구(학생) 기준으로 적용하던 교육지원청 통폐합 기준을 학생 수 대비 공무원 수, 교원 수, 학교 수 등과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지방교육행정수요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였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은 시·도별 지방교육재정배분에서 학생 수 반영비율을 더욱 높이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물론 소규모 교육지원청 감축을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 수 감소가 국가 교육정책에서 본격적으로 관심 대상이 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이제 10여 년 이상 ‘학생 수 감소 프레임’에 갇혀 머뭇거리며 현재에 안주하려던 자세를 버리고 교육투자 확대를 적정 수준까지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또 총량규모 적정 수준 확보와 더불어 세부적인 투자 부문별 효율성과 형평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동안 학급당 학생 수, 교사당 학생 수, 학생당 교육비 등에서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였고 일부 지표에서는 평균을 상회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초·중등 교육투자에서는 도시와 농촌과 같은 지역적 특수성, 학교급별 상황을 고려하여 교사당 학생 수, 학급당 학생 수 정책목표치를 서로 다르게 설정하고 학생 특성별, 학교급별로 교육적 필요를 반영하여 학생당 교육비를 차등화하는 등 적정규모 교육투자를 통해 교육기회균등과 교육재정배분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학생 수는 얼마까지 감소할까? 2035년까지 학생 수를 예측한 연구(이광현, 2015)에 의하면 학교 급별로 차이는 있으나 4~5년 후인 2020년부터는 학생 수 감소 추세는 급격히 완화되어 어느 정도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그림 3] 참고).

미래 세계에 적합한 인재를 기르기 위한 비용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같은 학생 수라 하더라도 1990년대와 지금의 학생은 전혀 다르다.

예전에 비해서 학생당 비용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두 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라도 초등학생만 둔 경우와 대학생을 둔 경우에 필요한 교육비 총규모와 지출 용도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국가 장래와 개인의 행복을 위한 교육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되어야 한다.

초·중등 학생 수는 감소 추세이나 학생 맞춤형 차별화된 교육수요와 교육복지 서비스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국민적 교육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초·중등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이제 막 선진적 교육 환경을 조성하기 시작한 우리나라가 ‘학생 수 감소 프레임’과 현실에 안주하면서 모처럼 얻은 기회를 잃어서는 안된다.

맛있는 라면을 먹기 위해서는 물을 팔팔 충분히 끌어야 한다. 적당히 온도가 올랐다고 미지근한 물에 면을 성급히 넣으면 안 된다. 교육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 투자에서 임계치(critical point)를 훌쩍 넘어서야 한다([그림 4] 참조).

사태의 심각성과 사안의 중요성을 정부와 국회가 충분히 인식하여 교육투자 확대를 통해 교육 선진국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지속적인 국가 발전과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유· 초·중등교육은 지방사무이자 국가사무다.

교육에 대한 범중앙부처와 국민, 일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계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의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