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대안] 수학, 왜 가르쳐야 하나?
[이슈&대안] 수학, 왜 가르쳐야 하나?
  • 서혜정 기자
  • 승인 2017.01.03 14: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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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에서 ‘사색’으로

민경찬 연세대학교 교수

1. 들어가는 말

수학은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교육 정상화에 마치 부담이 되는 과목처럼 회자되기도 한다. 수학은 문제풀이와 점수 그리고 대입준비용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문과, 예체능 분야 등에서 영역에 따라서는 안 배워도 될 것 같은데, 왜 필수처럼 배워야 하느냐는 불만도 나온다. 평생 미분, 적분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을 텐데 고통만 준다는 것이다.

매년 수능시험 후 난이도에 따라 대입에서의 영향력의 폭이 진동하고, 사교육과 연계시키는 목소리가 달라지면서 수학 과목에 대한 ‘감정’이 달라진다.

이 과정에 ‘쉬운’ 수학, ‘당연히 어려운’ 수학, ‘불필요한’ 수학 등의 이야기가 뒤섞이고, 수능에서도 절대평가, 자격시험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수학은 한 사람과 사회 및 국가의 역량을 키우는 그 영향력이 중요한데, 주로 ‘학습부담’, ‘사교육’이라는 ‘학습 과정’에서의 문제점만 부각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는 ‘생산적’이지 못하다.

수학교육에 대한 철학과 원칙, 그리고 목적, 목표, 방법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봐야 할 때다. 제4차 산업혁명 등의 미래에 수학은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일상에서의 수학의 가치, 수학 교육의 의미, 그리고 수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방안에 대한 생각들을 나누고자 한다. 

2. 지금, 수학은 어디에 있나?

우리나라 우수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국제수학올림피 아드(IMO)에서 최근 매년 1위~3위를 차지한다. 최근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 대부분이 이 대회의 메달리스트들이라는 점에서 우리 학생들에게 큰 기대를 갖게 한다.

만 15세 학생 대상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도 우리나라 국가별 순위는 주로 1위를 달려왔다. 그런데 요즈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의 PISA에서 2012년 대비 성취도가 하락하였고, 하위 수준 비율은 9.1%에서 15.4%로 증가했다. 학업 성취도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또 다른 문제는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학력이나 소득 수준에 따라 성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자료에 의하면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의 비율이 초등학교 4~5학년의 25%, 중학교 2학년의 50%, 고등학교 2학년의 70%에 달한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 많은 학생들이 포기한다는 보고도 있다. 수학을 왜 배우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자신감이 없고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수학에 관심이 없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게 된다. 수학은 한번 진도를 놓치면 다음 단계에서 새로운 개념, 문제 푸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며, 수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희망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학습방식을 바꾸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10년 4월부터 시범 운영되었던 <고등학교 수학 교육력 제고 사업>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사업은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생이 능력·적성·흥미를 고려하여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기초· 심화 과정의 개설 및 운영을 지원하는 과제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학생 수준에 맞는 맞춤형, 개인별 학습으로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초반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3년간 지속되는 가운데, 성적은 최하위층이 없이 모두 5등급 내외로 향상되었으며, 학업 성취도에서 일반 비교집단보다 높아졌다.

최하위권이었던 학생들의 자신감, 학습 습관이 크게 좋아지고, ‘모르는 것에 대해 서슴지 않고 질문 하는’ 학습 의지와 적극성을 보여주기까지 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교육과정과 평가에 관하여 교사에게 전적인 권한을 주면, 학교 교육만으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학 내용을 흥미롭게 구성하며, ‘한 학생’ 개인에 대한 선생님의 격려와 도움이 가장 중요하게 작동한다고 한다.

사실 교육 과정에서 개인별 차이는 인정하지 않는 획일화된 시스템에서, 교사가 미리 정해진 학습 진도를 맞추는 데 매달리면 수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사례는 수학 교육에서 학생들을 문제풀이에 바로 들어가게 하기보다는 새로운 내용에 대한 역사적인 배경과 이에 기반을 둔 개념을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다.

필자가 대학 1학년에게 개설한 ‘세상을 바꾸는 수학’은 수학이 인류 문명발전에 어떻게 기여해왔는지를 논하는 과목인데, 역사적인 배경과 사례를 통한 개념 설명에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예를 들어 ‘미분’을 소개한다.

17세기 과학자들의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순간속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하느냐였다. 미분의 정의는 바로 이 ‘순간속도’의 이해를 통해 만들어졌으며, 그리고 ‘극한’의 의미는 ‘무한 과정을 연속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는 설명에 학생들은 흥미를 가지고 어렵지 않게 이해하였다.

소위 수포자라고 생각하는 여러 학생들도 수학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으며, 더 나아가 흥미와 친근함을 가지기도 하였다. 여러 학생들이 ‘왜 일찍부터 수학을 이렇게 가르쳐주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을 전하기도 하였다.

그동안의 획일화된 틀을 다양성, 맞춤형으로 교육의 형태를 바꾸라는 것이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학생 개개인의 마음을 읽어주며 맞춤형으로 극복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입전형이다.

3. 수학, 왜 배워야 하나?

제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나오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코딩 교육은 2018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의무화된다.

그런데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 석학인 MIT 토마소 포조 교수는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점차 소프트웨어(SW) 교육이 강조되면서 의무교육이 되는 것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SW는 엔지니어들의 언어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변한다”며 “프로그래밍 자체에 너무 빠져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으며, 그 대신 그는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조 교수는 “수학은 과학과 컴퓨터 사이언스에서 모두 통용되는 보편적인 언어”라며 “SW를 만드는 근간이 되는 수학 분야의 교육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는 수학이 모든 영역에서 ‘보편적인 언어’로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역사적으로 수학은 모든 영역에 기본이 되어왔다. 수학의 체계성에 대한 바탕은 그리스 시대에 형성된다.

그리스 시대의 피타고라스와 플라톤 학파는 물리적 세계의 근본이 수학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스 시대에 형성된 연역법적 사고 모형은 유클리드 ‘원론’이 나오면서 자리 잡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 발전 흐름의 바탕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고 모형은 이 공계는 물론 문학, 정치, 경제, 윤리, 법 등의 사회과학과 미술, 음악, 영상 등의 예술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또한 이제 초입에 들어선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빅데이터 기법은 산업 전반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이는 귀납법적인 접근으로,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빠르게 쌓여가는 다양한 자료들과 컴퓨터의 엄청난 계산능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특성들을 찾아 새로운 가치들을 만들어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도 사실 수학이 열어갈 수 있게 한 것이다.

17세기 라이프니츠의 원대한 ‘보편문자’의 꿈에서 출발하여, 튜링의 ‘보편 기계’에 이르기까지 300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여러 수학자들이 단계 단계들을 엮어주며 컴퓨터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수학은 기본적으로 몇 가지 원리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로서 다른 학문 발전의 모델이 되는 ‘수학적 정신’, 기호로 표현하며 이를 체계화하고 분석하는 ‘언어적 기능’, 그리고 실질적인 수학적 문제 해결을 통해 수학 및 다른 학문 발전에 활용하는 ‘수학이론’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에서 공통적인 특성은 추상성, 체계성, 객관성, 엄밀성, 효율성 등으로 수학의 존재가치를 나타낸다. 사실 미래의 힘은 ‘사람’이다. 즉, 사고의 힘, 생각의 힘, 상상력의 힘인 것이다. 페스탈로찌는 “세는 일, 계산하는 일은 두뇌의 모든 질서의 근원이다”라고 하였다.

수학은 기본적으로 논리적 사고를 키우며 또한 합리적인 사고, 질서의식을 함양시키기 때문에, 수학적인 역량과 더불어 사회적인 역량도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수학에 자신감이 있어야 과학을 이해하게 되고, 이 단계를 넘어서야 사고의 폭을 크게 넓혀가며 실질적인 ‘융합’적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수학은 국민 모두에게 해당되는 교육과목이 되어야 한다. 만약 모든 사람이 수학을 배우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면, 논리성 기반의 학문발전과 합리성 기반의 사회 질서는 어떻게 될 것인가?

4. 학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

요즈음 학생들은 직접 해보고 느껴보기를 좋아한다. 개개인에게 실제로 느낌을 주며 재미가 있어야 하고 편안해야 한다. 교실 안은 물론 교실 밖에 서의 개별적 체험을 중시해야 한다. 수학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가르쳐야 할 내용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호기심,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질 수 있는 능력, ‘감탄’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사실 학생들은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그 배경과 의미, 풀이 과정 등이 왜 그런지, 어디에 활용이 되는 것인지 등을 진정으로 알고 싶어 한다. 현재 학교 교육은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충분히 터치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 문제다.

기본적으로 한 개인의 발달 단계별 ‘차이’를 중요하게 인정해줘야 한다. 그리고 이 차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중·고교를 이어가는 과정에 수학 교과는 학습영역에 따라 어려워지는 정도가 크게 차이가 나기도 하며, 수학은 문제 풀이 하나라도 한 단계 한 단계가 매우 논리적으로 예민해야 하는 과목이다.

그런데 한 교실에서 정해진 진도를 맞춰 모든 학생들에게 획일적으로 가르치고 이끌어가는 것은 문제가 많다.

수학에 대해 ‘좌절’, ‘혐오’, ‘포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결과로서의 점수도 중요하지만, 발전하는 정도를 소중히 읽어주고 인정해주어야 한다. 개개인이 매우 다른 사람들 아닌가? 문제는 이러한 다양성을 우리 교육에서 어떻게 수용해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시간과 재정 투자가 많이 필요한 부분이다. <고등학교 수학 교육력 제고 사업>과 같은 정책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대학들은 대입정책에서도 ‘다양성’, ‘맞춤형’을 품는 일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는 초· 중·고교에서 수학 교육이 개인별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5. 나가는 말: ‘점수’에서 ‘사색’으로

톨스토이 《인생독본》에서 ‘현명한 사람들은 항상 세 가지 사고방식으로 생각해 왔다. 첫째는 자기 인생의 의의를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것, 즉 철학이나 종교이다. 둘째는 실험적 또는 관찰에서 연역되는 것, 즉 자연과학이며, 공학, 화학, 생리학, 물리학이다.

셋째는 수학적인 사고인데 자기 사색의 위치에서 추리하는 것, 즉 수학이다. 이 세 가지 학문 보편적이며 사람들을 통일시 키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수학은 우리 삶에 기본 틀의 하나가 된다는 것이다.  20세기 말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Goal 2000 : Educate America’ 캠페인에서 국가교육목표 8가지 중의 하나로 ‘미국 학생들의 수학과 과학의 성취를 세계 제일이 되게 한다’라고 하였다.

빌 게이츠는 10년 전부터 수학, 과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주요 IT 대기업 CEO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게 되어, 2013년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서 이민법을 바꿔 수학, 과학 전공자들 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러할 정도로 선진국들은 수학을 전략적으로도 이해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정부와 사회도 수학 교육의 중요성을 모든 개인과 국가 미래 경쟁력으로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문과, 이과 구분이 없어져야 한다.

대학들은 ‘개념’ 중심으로 학생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초·중·고교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입전형 구조를 대전환시켜야 한다.

요즈음 1세, 2세용 문제지가 등장했다. 초·중·고교와 학부모들은 지식, 점수, 답 맞추기 중심의 선행학 습으로 우리 자녀들로부터 호기심, 흥미, 성취감을 빼앗아서는 안된다.

이러한 환경이 되어야 수학교육이 본래의 목적에 따라 ‘수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개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수학적 역량을 키우는 것과 더불어, 사회적 합의가 어려운 우리 사회에 합리적 사고의 역량을 키우게 하여 미래 경쟁력 있는 선진국이 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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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정 기자  hjkara@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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