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교의 교육체제, 그 변화를 모색한다 ③

국가의 교육목표를 실현하려는 제도적 장치이자 교육의 설계도라 할 수 있는 학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정치권을 중심으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해 학제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학제가 무엇인지, 바람직한 학제개편은 어떤 방향에서 논의되어야 하는지 등에 관해 에듀인뉴스가 연속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학제개편 담론 형성에 도움이 되길 기대해 본다.<편집자 주> 

이정욱 덕성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생애 초기 학습과 복지 측면에서 조기역량 강화가 유아기 이후의 삶에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는 연구결과들에 근거하여 OECD 선진국들은 유아교육을 하나의 학제로 구분하고 만 3~5세 유아를 위한 무상 공교육화를 추진해 오고 있다(OECD, 2012).

그러나 우리나라는 100년이 넘는 유아교육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유아교육의 공교육 체제를 확립하지 못하고 있고 기간 학제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성을 강조하고 누리과정 정책을 시행하면서 공교육 체제 확립에 한 걸음 다가서기는 하였다.

그러나 공교육 체제 확립을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 할 여정이 남아있는 실정이다. 이 글에서는 유아 공교육화를 위해 지금까지 걸어왔던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고, 만 3~5세 유아 학교 체제로 개편하여 기간학제에 포함시킴으로써 공교육 체제를 확립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유아 공교육 정책 추진 경과

우리나라 유아교육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이원화 체제로 시행되어 왔고, 유아 공교육 정책은 교육부의 관리 아래에 있는 유치원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에 따라 유아 공교육 실현은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게 하였다. 교육개혁위원회(1997)에 따르면 공교육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교육으로, 국가나 공공단체가 관리·운영· 지원하고 국민 모두에게 개방하여 보편적인 교육을 하는 교육을 말한다.

이러한 공교육은 교육의 기회 균등을 위해 무상성과 의무성을 추구하고, 교육 내용의 중립성과 보편성을 추구하며, 국가가 교육의 질을 관리·감독하는 학교제도 중심의 교육을 그 원리로 한다.’

이와 같은 공교육 개념에 따르면 1949년에 제정된 교육법은 유치원 교육의 목적, 교육내용, 교원의 자격 규정에 대한 조항을 포함함으로써 유치원을 학교 체제에 포함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1962년에 공표된 유치원 시설 기준령은 유치원의 교육환경 질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가 되었고, 1969년에는 유치원 교육과 정령이 공표되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마련하게 되었다.

1969년 제1차 유치원 교육과정의 제정 이후로 7차에 걸친 유치원 교육과정 개정과 2013년 3~5세 연령별 누리과정의 제정까지 국가 수준 유치원 교육과정을 통해 교육내용의 중립성과 보편성이란 공교육의 요건을 갖추게 되었다.

1976년에는 처음으로 국가가 설치하여 관리·운영하는 공립유치원을 설립하였는데 초등학교 내 병설 유치원으로 서울에 4곳, 부산에 1곳을 설치하였다.

공립유치원의 설립은 공교육화의 시도로 볼 수 있으나 38년이 경과한 2014년에도 국공립 유치원에 재원하고 있는 유아의 비율은 유치원 총 취원아의 22.7%에 그치고 있고, 나머지 77.3%의 유아는 사립유치원에 재원하고 있다(최은영· 이진화· 김승진, 2015). 

1980년대 정부는 유아교육을 국가의 주요시책으로 삼고 1982년에 유아교육 진흥법을 제정·공표함으로써 처음으로 유아교육 관련 독립법안을 마련하였다.

또한, 문교부 내에 ‘유아교육 담당관실’을 신설하여 유아교육행정 전담부서를 설립하였고, 시·도교육위원 회에 유아교육 담당 장학사를 배치하여 교육의 질 관리를 시작하였다.

그러나 유아교육 공교육화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것은 1997년에 시행된 유아 공교육화를 위한 체제 개선 논의라고 할 수 있다.

교육개혁위원회의 제4차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에 유아 교육의 공교육 체제 확립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고 취학 전 1년 무상유아교육의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1999년 2학기부터 만 5세 무상유아교육이 농어촌 지역에서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2004년에 유아교육법이 제정되면서 제2조 제2항에 의거하여 유치원은 학교로 규정되었고, 만 3~5세 유아들이 공사립 유치원에서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되어(이 원영, 2006) 유아교육의 공교육 기반이 마련되었다.

유아교육법의 제정으로 유아무상교육이 실현되고 공교육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재정상의 이유로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가정의 유아만이 무상교육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유아교육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이원화된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유치원은 만 3~5세 유아들 중 일부만을 수용했기에 보편교육이란 면에서 공교육 체제 안에 포함되기 어려웠다.

2. 누리과정과 유아 공교육화

유아교육의 보편성 문제는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누리과정 정책에 의해 해결되었다. 누리과정은 유치원과 어린이집 어느 곳을 이용하더라도 모든 만 3~5세 유아가 공통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의해 1일 5시간의 보편교육을 받고, 월 22만 원의 학비/보육비를 지원받는 제도이다.

2012년 취학 직전의 만 5세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되었고, 2013년에는 만 3~4세 유아로 확대되었다.

누리과정은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하고자 교육재정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유아학비/보육비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교육이며, 관리·운영·지원하 는 교육이라는 공교육 개념(교육개혁 위원회, 1997)에 부합한다.

또한 모든 만 3~5세 유아가 공통의 교육과정으로 교육받는다는 점에서 공교육의 원리인 보편성을 지닌다. 더불어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국가가 비용 일부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공교육의 원리인 무상성을 부분 만족시킨다고 할 수 있다.

공교육의 원리인 의무성은 유아교육에서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국민의 의무보다는 모든 국민이 교육을 받을 권리로 접근하여 국가의 책무성으로 간주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므로(신은 수·박은혜·김재춘, 2010), 누리과정은 국가 책무성의 실현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누리과정에 의해 사실상 공교육의 기본 요건을 갖추었음에도 유아교육의 공교육화가 실현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완전무상교육이 아니고 수요자 부담비용이 여전히 높은 현실에서 교육기회의 균등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14년 기준으로 월 22만 원의 정부 지원금 외에 학부모 부담액은 월평균 국공립 유치원 1만 1천4백 원, 사립유치원 24만2천4백 원, 국공립어린이집 5만1천1백원, 민간어린이집 11만9천1백 원에 이르고 있다(이정욱, 2016).

우리나라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국공립보다는 사립(민간)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기관의 설립주체에 따라 학부모 비용 부담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은 공교육 실현과는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더불어 누리과정 소요재원 부담 주체를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계속 갈등을 빚고 있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유아 공교육화의 실현에 장애가 되고 있다.

유아 교육에 드는 비용을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가 전적으로 책임져서 무상교육을 하고 유아교육을 기간학제에 포함할 때 비로소 유아 공교육 체제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다.

3. 만 3~5세 유아학교의 기간학제화

우리나라 기간학제의 골격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의 6-3-3-4제이다. 유아교육은 2004년 유아교육법 제정으로 유치원 이 학교로 규정되어 기간학제에 포함될 법적 근거를 지니고 있지만 교육과 보육의 이원화 체제에 의해 학교교육 제도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교육선진국에서 유아교육은 학교체제를 갖춘 보편적 교육기관으로서 기본학제 속에 포함되어 다른 교육기관과의 연계성을 가지면서 독자적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이화도, 2009).

유아교육계는 오랫동안 기회 균등의 이념에 의한 보편성으로서의 유아교육을 실현하고자 노력해왔고 누리과정이라는 나름의 결실을 가져왔다.

누리과정 시행 이후 2014년 기준(최은영,  이진화, 김승진, 2015)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공통교육과정인 누리과정에 의해 교육을 받는 유아는 만 3세 89.3%, 만 4세 90.6%, 만 5세 90.5%에 달한다.

전체 만 3~5세 유아들 중 90.1%가 누리 과정에 의한 보편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유아교육이 첫 번째 교육의 장으로서 독립된 교육기관의 위치를 점유하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기초교육단계로서 기간학제 속에 포함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만 3~5세 대상의 유아교육을 기간학제에 포함하는 것은 교육과 보육으로 이원화되어 온 유아교육체제를 교육부 소관의 유아학교 체제로 일원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유보통합)과 직결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 되어 온 유보통합에 대한 논의에 따르면, 미래인적자원의 육성이란 틀에 의해 교육부를 소관부처로 하여 통합하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며 영유아의 전인적 발달을 지원하는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교육부가 영유아교육·보육을 총괄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이정욱, 2016).

유보통합은 만 0~5세 영유아 모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교육부 소관으로 일원화할 때  영아와 유아의 발달적 차이를 고려하여 만 0~2세 영아를 위한 ‘영아 학교’와 만 3~5세 유아를 위한 ‘유아학교’로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최민수, 2013). 그리고 만 3~5세 유아학교는 기간학제에 포함하도록 한다.

이는 2011년 UNESCO의 국제표준 교육분류(ISCED)가 ISCED 0단계인 취 학전 교육을 출생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0~2세 대상의 유아발달 (early childhood development)과 3세에서 초등취학 전까지의 유아교육(early childhood education)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ISCED 0단계를 기초교육(basic education)에 포함하고 만 3세 미만의 영아를 위한 교육제도 구축을 권고하 고 있는 것(신은수, 박은혜, 2012)에도 부합한다.

만 3~5세 유아학교의 기간학제화는 완전 무상교육을 수반해야 한다. 즉, 국가수준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1일 5시간은 완전 무상으로 제공함으로써 유아 공교육화를 실현해야 한다.

정규교육과정 이후 시간에도 돌봄이 필요한 유아들은 부모 부담으로 하되 소득에 따라 비용 부담을 차등화하고 스웨덴이나 노르웨이같이 원비 상한제를 적용하여 부모의 비용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이정욱, 2015).

만 3~5세 유아학교를 기간학제에 포함하는 것은 그다음 단계인 초등교육과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다. 학습자의 지속적인 성장발달을 위해서는 학습경험의 연속성이 요구되므로 유아교육 과 초등학교 교육과의 연계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2011년 ‘5세 누리과정 정책’ 발표 시에 초등학교 교육과의 연계 강화를 기본 방침으로 발표하였고, 교육부는 2014년 9월에 ‘2015 문·이과 통합형교육과정’ 개정을 발표하면서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으로 유-초 연계 강화를 제시하였다.

그러나 유-초 교육과정 연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온 문제점은 유아교육이 기간학제에 포함되지 않고 의무교육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유아교육이 기간학제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초등교육을 학교교육의 출발점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고, 보편적인 누리과정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과거처럼 초등과정을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이환기, 2014).

그러므로 3~5세 유아학교를 기간학제에 포함하고 특히 만 5세는 의무교육으로 하는 것은 초등교육과의 연계성을 보다 용이하게 할 것이다.

이는 2012년 만 5세 누리과정을 도입할 때 정부가 사실상 의무교육이 10년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발표하였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진정한 의미의 유아 공교육화는 무상교육만이 아니라 유아학교가 기초 학습단계로서 우리나라 교육의 기본 학제 속에 포함될 때 실현된다(이화도, 2009).

저 출산에 따른 학령인구의 감소 시대에 만 3~5세 유아학교의 기간 학제화는 유아기부터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여 건강하고 유능한 미래인적자 원을 육성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또한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는 사회에서 모든 유아에게 출발점의 평등을 보장하는 양질의 동등한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불평등을 해소하여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