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Ⅰ-황영남 영훈고 교장

 

황영남 영훈고 교장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대입제도는 국민적인 관심사이면서 정권의 변화에 따라 부침을 겪어왔다. 에듀인뉴스는 바람직한 대학입시 제도의 구상을 위해 현행 대입제도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포럼을 열었다. 이에 포럼 발제문과 토론문을 요약해 게재한다.<편집자 주>  

1. 전제

발제와 제안에서 드러난 현 대입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저 역시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제도가 고교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떠한지 검토를 해보고 과연 이 시대와 대학이 원하는 인재 선발을 위한 제도는 무엇인지 고민할 시기가 왔다고 여러 학자가 인식하고 있기에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행 대입제도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까요? 제 나름대로 방안을 마련해 보았습니다.

2. 현행 대입제도의 문제점

우선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을 통한 대입제도는 학생 개인이 가진 요인보다는 학교, 교사(담임, 교과), 학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 대입에 끼친 학부모의 요인은 ‘과외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혹은 없는지’ 정도였는데, 이제는 학교 내의 생활은 물론이고 학교 밖의 생활까지도 학부모의 영향권이 되어 입시의 유불리가 나누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담임선생님을 잘 만나냐, 못 만나냐’의 영향력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담임 선생님이 얼마나 학생부에 성의껏 기재를 하느냐’가 큰 영향을 끼쳐 담임 선생님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보다 교원의 기득권을 더욱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 평준화의 영향으로 개인의 의도와 달리 ‘학교를 잘 배정받느냐’, 아니면 ‘특목고와 같은 학교를 잘 선택하느냐’에 따라 입시가 달라지는 현상이 더욱 강화됐습니다.

두 번째는 학교선택별로 인한 진로의 구분이 명확해졌습니다. 특히, 특목고에 진학했으면 특목고 계열로 진학해야 한다는 논리가 교육학적으로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학교선택 별로 진로를 칸막이 치는 것인데, 과연 인간의 진로를 칸막이 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이러한 제도를 만든 교수들은 과연 학창시절의 꿈을 얼마나 실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법대 지망생이었지만, 사범대를 진학해서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국어 교사로 15년 정도 살았고, 교감과 교장으로 15년 정도를 살아왔습니다.

저 역시도 애초 저의 꿈과 관련된 진학을 하지 못했으며, 진학 이후의 사회생활도 전공과 연계된 국어 교사와 관계없는 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본다면, 과연 학창시절의 흥미와 특기를 기반으로 한 진로교육이 얼마나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외고 나왔으니까, 불어 전공했으니까 전공과 관련 있는 진로를 선택해라’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고문인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현 대입제도는 시대에 맞는 인재양성과 거리가 멉니다. 정보화 시대를 맞이했으면 그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고 선발할 수 있도록 대입제도 역시 변경되어야 하는데 우리의 제도는 변화가 없습니다.

산업사회에 맞춰진 대입제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을 만들기 위해 똑같은 교육을 일정 수준까지 습득하게 하고, 대량으로 사회에 내보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제도를 어떻게 하면 현시대에 맞게 변경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합니다. 네 번째는 대입제도가 학생을 너무 오랫동안 괴롭힙니다.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대입 준비를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한 번만 잘못 치루거나 수시로 진행하는 평가를 한 번만 잘못 봐도 진로가 달라집니다.

흔히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고 하는 내신, 수능, 논술 등 교육학자들이 만들어낸 제도가 학생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는 수능의 기능이 상실되었습니다. EBS 교재가 연계된 수능으로 인해 학생들은 고1부터 EBS 교재를 반복해서 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교육은 EBS 교재를 반복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지만, 현장에선 이렇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교육일까요?

이는 정답을 찾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창의성 마저 파괴하고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반고에 있습니다.

일반고의 경우 대학 진학을 위해 수능이 필요한 학생은 10% 안팎입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학생들은 수능을 왜 보는 것일 까요?

현실적으로 상위 10~20%의 학생들의 등급 유지를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러한 수능은 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여섯 번째는 사회적 불평등의 재생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이것은 공정성의 문제와 관계있습니다. 현장의 학부모와 교사들이 가진 물음표가 있습니다. ‘대학교수의 자녀 중에 과연 대학을 잘 못 간 학생들이 있을까?’, ‘학종을 실패한 학생들이 있을까?’, ‘권력자 자녀들이 학종에 실패한 사례가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한 예로 제가 아는 사회지도층 인사의 자녀가 외고를 나왔는데 객관적으로 내신과 수능으로 SKY 대학을 진학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입학사정관 제도를 통해 SKY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오로지 입학사정관의 양심에 맡겨야 하는 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 심사나 평가에 참여시에는 입학사정관 제도에 대해 ‘공정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를 꼭 물어봅니다.

대학은 건강보험공단에 나와 있는 자료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답변합니다. 개인정보라 서 훑어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오로지 입학사정관의 양심에 맡겨져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학교 현장의 선생님들은 대학 진학의 공정성에 대해 물음표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일곱 번째로 대학에 자율권이 너무 없습니다. 왜 대학의 자율권이 점차 없어지는 것일까요? 결국, 돈 문제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재정을 지원하는 관청의 대학 지원사업으로 인해 대학의 자율권이 점차 축소되고 있습니다.

대학역량강 화라는 명분을 앞세운 지나친 규제로 인해 고등교육이 비효율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교수의 창의성도 부족해지는 등 그 폐해는 대입제도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대학의 발전을 지원하는 대학지원사업에 대한 구상을 초기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3. 개선 방안

학생들의 고교 내신성적을 반영하되 필수 교과 혹은 선택 교과 등 특정 교과를 최소한만 반영하도록 조정해야 합니다.

수능은 EBS 연계를 철회하고,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합니다. 만약, 수능을 개선한다면 Ⅰ과 Ⅱ로 구분해서 Ⅰ은 각 과목의 기초기능을 주목적으로 하는 도구 교과를, Ⅱ는 학생의 능력이나 필요에 따른 선택 교과 혹은 희망 전공과 관계된 1~2개의 과목을 중점적으로 준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화학과를 가고 싶은 학생들은 화학 시험을 보고, 독문과를 가고 싶은 학생들은 독어 시험을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준비하는 범위가 좁아지면 학생들과 선생님이 함께 대입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대학 진학을 위해 고등학교를 다닙니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 준비를 못 해주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고등학교에서 대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입시제도와 정책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고등학교의 획일적 교육과정은 반드시 폐지해야 합니다. 홍후조 제안자가 진로별 교육과정의 필요성에 대해 말한 것처럼 학생들 나이가 같다고 해서 반드시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수준으로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학생 수준에 맞게 수준별 수업을 해야 합니다. 이때 학교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 스스로 진로별 학급 편성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 있으면 학교 스스로 대학 진학반을 편성해 관리하고, 그렇지 않은 학생에겐 고등학교 기간에 예체능 위주 수업을 진행해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이때, 평가 방법은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해 학생들을 줄 세워놓고 자르는 형식을 벗어나야 합니다. 개인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 줄 세우는 평가가 아닌 개인을 파악하고 돌아볼 수 있는 평가를 통해 나 자신을 더욱 잘 알게 하는 고등학교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은 교사 문제입니다. 저는 교사의 역할은 교과 활동뿐만 아니라 비교과 활동 지도를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교육과정에 비교과 활동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국어 교사이지만 야구를 좋아하면 야구를 지도할 수도 있고, 연극을 좋아하면 연극을 지도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비교과 활동을 방과후학교 시간에 많이 진행합니다만, 방과후학교 정책을 수익자 부담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만입니다.

교사가 본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가르친 내용의 보완·심화 학습을 왜 방과후학교 시간을 이용해 돈을 받고 가르쳐 줍니까?

이것은 후진국 혹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교원들이 있었던 시대에나 가능한 일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는 이러한 방과후학교의 폐해를 방지하고, 일반고라는 특성을 살리기 위해 선생님들과 함께 2017학년도 수업 구성에 대해 의논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본 수업시간에는 EBS 교재 수업 대신 학종과 수시 준비를 하고, 방과후학교 시간에 EBS 교재를 이용한 수능 준비를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 과정 구성의 취지에는 다들 공감하긴 하지만 두렵고 걱정이 앞섭니다. 본 수업시간에 EBS 교재로 수능준비를 안 할 경우 학부모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걱정으로 아직 확정을 못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