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정책이 바뀌어야 학교가 변한다 ④

교육 분야에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가 있다. 교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육정책에서 교원정책 분야는 가장 논란이 뜨거운 분야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측면도 있지만, 교원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 명확하지 못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에듀인뉴스는 교원정책을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좌담과 토론도 진행한다. 교원정책 담론을 형성하는 데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편집자 주> 

김갑성 한국교원대학교 교육학과 조교수

교원의 전보는 교원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여 교원 개개인의 능력을 극대화함과 동시에 단 위학교의 교육력을 제고함으로써 교육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동반 상승시킬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제이다(김갑성 외, 2009).

사립학교 교원을 제외한 모든 국· 공립학교 교원은 3~5년 주기로 학교를 이동하는 전보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교원전보제도는 제도 본연의 목적과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교원의 거주지를 비롯한 개인적 선호를 기준으로 한 근거리 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김갑성 외, 2009).

이로 인해 유능한 교원의 특정 학교 편중 현상이 발생하고 지역에 따른 교원의 경력 분포 불균형이 심화되는 등의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교원의 사기 저하, 우수 교원의 학교 또는 지역 편중에 따른 학생·학부모의 공교육 불만 가중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강세정, 2003; 이윤식 외, 2007; 조동섭·안병천, 2008).

이에 본고에서는 이상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 방안을 개념과 원칙에 입각하여 제안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교원전보제도의 개념, 목적 및 원칙을 다시 살펴보고, 교원 전보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 및 관련 선행연구 등의 개괄적 탐색을 시도하고자 한다.

교원전보제도의 개념, 목적 및 원칙

전보는 전직과 수평적 이동이라는 점은 같으나, 직렬과 직급이 모두 그대로인 채 직위만 바꾸거나 근무지를 이동한다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같은 직렬과 직급에서 단순히 근무지의 이동 내지 보직의 변경을 가하는 임용 행위를 말한다.

교원의 경우 근무 학교를 이동하거나 교육전문직이 기관 간 이동을 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이윤식 외, 2007).

「교육공무원법」은 전보를 ‘교육공무원을 같은 직위 및 자격에서 근무기관이나 부서를 달리하여 임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제2조 3항의⑨).

이는 교육공무원으로 임명된 이후의 인사이동 중 동일직 계열 안에서 현 직위를 유지하면서 그 근무지만을 변경하는 수평적 이동을 의미하며 관례적으로 전근, 전출, 전임 이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교원전보제도의 목적을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중등학교 교원 및 교육전 문직 인사관리원칙」(이하 ‘인사관리원칙’)에서 구체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서울특별시교육청, 2014).

인사관리원 칙 제1장 총칙, 제1조(목적)에서 전보의 목적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 관리를 함으로써, 중등학교 교원 및 교육전 문직의 직무 수행 능률을 높이고 사기를 진작하여 학교 교육의 성과를 높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인사관리원칙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원전보제도는 학교 교육의 성과 향상을 대전제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인사 실시, 교원의 직무 수행 능률 향상, 교원의 사기 진작 등 다양한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교원의 전보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교육공무원법」 제21조, 「교육 공무원임용령」 제13조의 2와 3, 「교육 공무원 인사관리규정」 제5장 등 교육 관계법규에 드러나 있는 전보의 원칙을 재해석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강세정, 2003; 김갑성 외, 2010; 성준 우·허병기, 2015 등의 주장을 연구자가 재해석함).

첫째, 단기전보 금지의 원칙이다. 이는 빈번한 전보로 인한 업무 능력의 저하 및 단절을 방지하여 교원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직무수행과 능력 개발을 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둘째, 장기전보 실시의 원칙이다. 이는 동일 구역 내 학교 간의 전보는 일정 기간(예: 5년) 내의 범위에서 교육감 또는 교육장이 정하는 기간 동안 동일 직 위에 근속한 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전보를 실시하여야 한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단기정보 금지의 원칙과도 부합된다.

셋째, 생활 안정의 원칙이다. 전보시에는 교원들의 생활 안정 및 특수한 상황이나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본인의 희망, 생활근거지, 부부 교원, 다자녀 등 개인적인 사정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으나 이것이 조직의 공적인 목적과 조화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넷째, 인사구역 설정의 원칙이다. 지역 단위로 거리, 교통 등 지리적 요건과 문화시설의 기반 등을 감안하여 인사 구역을 설정하고 인사구역에 따라 근무 기간 등의 전보기준을 차별적으로 정하여 전보를 실시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다만, 인사구역의 설정은 단순히 근무지의 지리적 요건 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간의 다양한 차이가 발생함에 따른 교원 간의 선호나 이해관계에서의 공정성이 감안되어 직무 동기 유발이나 사기 진작 도모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다섯째, 비경합지역에서의 장기근속 허용 원칙이다. 전보 희망자가 적은 지역에 근무하는 교원으로서 근무 성적이 양호하고, 지역사회 발전을 위하여 계속 근무할 필요가 인정될 때에는 본 인의 희망에 따라 장기근무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 사례 검토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교원의 전보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일본 도쿄도의 사례를 통해 일본의 교원전보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일본 도쿄도의 교원전보 방향과 목적은 다음과 같다. 도쿄도 교육위원회에서는 2003년 9월에 교원의 정기이동 실시요강을 개정하여 일반적인 교원 전보를 실시하고 있다(東京都教育庁, 2006).

특히, 공립학교는 도민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학교의 교육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여 특색 있는 학교를 추진해야 한다는 순환전보제도의 기본 목적을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도쿄도 교육위원회는 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바람직한 교원 구성을 확보하는 조치를 통해 교육 활동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동시에 교원에게도 다양한 경험을 축적하게 하는 등 교원의 능력 향상과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교원전보의 목적으로 첫째, 교원 인재 육성과 교원의 능력 개발 관점에서 학교경영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교장의 인사 구상에 따라 탄력적인 이동을 실시한다. 둘째, 교원의 다양한 경험의 축적을 위해 지역 간 이동을 포함한 전역적인 인사 교류를 촉진한다.

셋째, 도서벽지 교원 조직의 충실을 꾀한다. 일본 도쿄도의 교원전보 기준은 기본적으로 우리와 유사하다. 즉, 동일교에서의 근무 기간(기본적으로 3년이며 최대 6년)에 따라 정기적인 전보가 이루어진다.

현임교에서 계속해서 3년 이상 근무한 자, 혹은 현임교에서 계속 근무 연수가 6년이 된 자, 과원 해소를 위해 전보를 필요로 하는 자가 교원전보의 대상이지만, 학교장의 특별 신청이 도쿄도교육위원회에서 인정된 경우에는 동일교 근무 기간이 3년 미만인 교원의 경우에도 전보가 될 수 있으며 6년이 지난 교원의 경우라도 도쿄도교육위원회(중학교의 경우 시정촌교육 위원회)의 인정을 받으면 전보되지 않는다(東京都教育庁, 2006).

선행연구 고찰을 통한 교원전보제도의 문제점

교원전보제도에 관한 연구물은 그리 많지 않다. 선행연구물에서 지적하고 있는 교원전보제도의 주요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강세정, 2003; 김갑성 외, 2010; 김갑성·주현준, 2013; 이윤식 외, 1993; 조동섭·안병천, 2008; 조영진. 2015; 주현성, 2015). 

첫째, 교원전보의 구역과 기간의 문제이다. 비교적 양호한 여건에 있는 지역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교원들 간의 경합이 심하다.

그리고 근무여건의 지역적인 격차는 교원 개인의 생활 안정에도하고 있는데, 각 시·도별 전보 원칙에 의하면 1~2년 이내에도 전보가 가능하다. 이러한 근무 기간과 관련하여 근무 지역에 따라 교원 간에 선호 정도의 차이가 있다.

둘째, 교원전보 기준의 문제이다. 전보기준이 근무연한과 교직경력에 큰 비중을 두고 설정되어 있기 때문에 교원들의 연령에 따라 근무 지역이 분포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그리고 전보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점수화되고 있고 기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도시지역으로의 전입을 위하여 교원들 간의 경쟁이 심한 시․도일수록 전보기준은 더욱 세분화되어 있으며 복잡하다.

셋째, 교원전보 특례조항의 문제이다. 교원전보의 특례조항에는 학교의 교육활동과 관련되는 조항과 교원의 생활 안정에 관련되는 조항이 있다.

교육활동과 관련이 있는 조항은 특기자 우대, 표창 및 포상, 연구·시범학교에 관한 조항이 있으며, 생활 안정에 관련 되는 조항은 순직 공무원, 국가보훈대상자, 노부모 부양자, 부부 교원 등의 조항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례조항 대상자 선정에 있어 공정성과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넷째, 교육여건의 지역 간 격차 문제이다. 앞에서 지적한 교원전보제도의 문제 중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지역 간 격차로부터 발생한다.

학교 교육의 지역 간 격차로 인하여 교원들이 지방과 농어촌 지역 근무를 기피하고 있고, 지 역사회의 문화적 격차 또한 농어촌 지역의 근무를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교원들은 지리적인 여건의 격차로 인하여 농어촌 지역의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개선 방안

지금까지 교원전보제도에 대한 개념 및 원칙, 교원전보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 교원전보관련 국내 선행연구 등을 살펴보았다.

검토 내용을 바탕으로 교원전보제도의 개선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원전보의 목적을 보다 단순화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우리나라 교원전보는 학교 교육 성과 향상 및 공정한 교원 인사 행정 확립, 교원의 직무 수행 능률 향상, 교원의 사기 진작 등 다양하면서도 추상적인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제도의 다양한 목적은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만족 시킬 수는 있으나 이로 인한 갈등의 소지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고, 추상적인 목적은 목적 달성 정도를 파악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근무 기간은 대체로 4~5년을 기준으로 어려움을 주어 목적 달성 방향감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교원 전보는 교원의 적재적소 배치를 통한 바람직한 교원 구성을 확보, 교원에게 다양한 경험 제공을 통한 교원의 능력 향상 도모 등 비교적 단순하면서 구체적인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 명료한 교원전보제도의 목적 정립을 통해 교원전보제도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원전보 기준 변화를 통해 교원들에게 의도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교원전보 제도가 교원의 다양한 경험 축적 및 전문성 신장에 제도 운용 기준을 두기보 다는 교원의 편의나 희망 위주로 제도 운용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물론, 교원 전보제도의 원칙 가운데 교원의 생활 안정의 원칙도 포함되지만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학교 교육의 질 제고를 염두에 둔다면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조장할 수 있는 교원전보기준이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지역 간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교원전보제도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중학교 교원의 경우, 소속 교육청 위주로 전보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교육청에 교원 결원 이 집중 발생하고 있다.

고등학교 교원의 경우에도 비교적 근무여건이 좋은 학교로의 전보가 선호되고 있는 실정으로 학교 간 교육 격차가 유발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우수 교원이 근무 여건이 좋은 학교에만 몰리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무여건이 객관적 으로 좋지 않은 지역으로 교원을 유인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 다.

예를 들어 중학교의 경우, 소속 교육청 위주의 교원전보에서 전보 구역을 몇 개의 교육청과 연계하는 ‘전보 구역의 광역화’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단위학교의 교원 불균형 분포에 따른 학교 간 격차 감소를 위해 ‘신규교원 할당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규교원할당제는 단위학교의 교원 연령분포 또는 경력분포를 미리 교육청에서 파악하여 신규교원이 필요한 학교에 우선 배치한 후 기존 교원들의 전보를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기존 비경합 학교로의 신규교원 다수 배치로 인해 단위학교 내에 교원이 경력 별로 균등하게 배치되지 않고 특정 연령대로 몰리게 함으로써 경합지의 효율적인 학교 운영의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단위학교에 교원들의 연령분포나 경력분포가 고루되면,  신규교원들에게 경력교원들의 교수학습의 노하우가 전달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력교원들에게도 신규교원들의 새로운 교육학적 지식이 공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호 간 교육 경험과 지식 공유를 통해 학교 교육 능력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고, 상호 전문성 신장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섯째, 교원전보의 만기이전전보(또는 비정기전보) 내신 가능 사유 중 그 내용이 지극히 개인적이고, 교육적 요구와 부합하지 않으며, 학교장의 권한으로 위임할 수 있는 사유는 가급적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앞서 교원전보제도의 원칙에서 단기전보 금지의 원칙과 장기전보 실시의 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빈번한 교원 이동으로 인한 교원의 업무 능력 저하를 막고 안정적인 직무수행을 위한 것임과 동시에 단위학교 업무 불연속성을 방지 하고 학교 내 협력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단위학교 내 교원의 이동을 최소화함으로써 학교 운영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교사학습공동체를 형성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교원전보제도는 단순히 교원을 한 학교에서 다른 학교로 이동시키는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교원전보제도를 통해 교원은 다양한 학교 및 학생교육에 대한 의도적 경험을 쌓도록 노력해 야 하고, 단위학교는 다양한 교원의 전보를 통해 학교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