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정책이 바뀌어야 학교가 변한다 5

교육 분야에서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명제가 있다. 교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육정책에서 교원정책 분야는 가장 논란이 뜨거운 분야다.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측면도 있지만, 교원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 명확하지 못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에듀인뉴스는 교원정책을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전문가에게 질문을 던지고 의견을 구하기도 하고, 좌담과 토론도 진행한다. 교원정책 담론을 형성하는 데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편집자 주> 

정수현 서울교육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교원은 학생의 학습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서 교원의 전문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에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교원의 의무(교육기본법 제14조 2항), 지속적인 연구와 수양에 힘써야 할 교육공무원의 의무(교육공무원법 제38조 1항) 등 전문성 향상의 의무가 교원에게 부과되고 있다.

연수와 훈련은 전문성 향상을 위한 주요한 기제이지만, 교원을 대상으로 훈련이라는 표현은 잘 쓰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 글에서 훈련 제도는 별도로 다루지 않기로 한다.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서 현직교육, 승진제도, 전직과 전보, 교원능력개발평가, 수석교사제 등의 교육인사행정제도와 장학이 강조되고 있으나(윤정일 외, 2008; 신현석·안선회 외, 2011: 321-337), 여기에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기제인 교원의 연수와 장학에 대해 주로 기술하고자 한다.

Ⅰ 교원연수와 장학의 현황과 문제점
아래에서는 교원연수와 장학의 현황을 간략히 기술하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1. 교원연수 및 장학의 현황과 문제
교원연수는 현직교원의 전문적 자질 향상을 위하여 실시되는 교육활동 또는 교원 자신의 자기연수활동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교원연수의 종류와 내용은 [그림 1]과 같다.

기관중심의 현직연수는 중앙단위연수원, 시·도교육연수원, 교육행정연수원, 종합교육연수원, 대학부설 교육연수원 등의 다양한 연수기관에서 기관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각종 연수를 말하며, 자격연수, 직무연수, 특별연수 등으로 구분된다(신현석·오찬숙, 2013: 435).

자격연수는 1·2급 정교사, 교(원)장, 교(원)감, 수석교사 등 교원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연수이다.

직무연수는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 직무수행능력 향상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직무연수와 교육의 이론·방법 연구 및 직무수행에 필요한 능력 배양을 위한 직무연수로 구분된다.

또한 국내·외 교육·연구기관에서의 특별연수에는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 학위취득을 위한 연수파견, 해외 유학, 해외 장·단기체험연수 등이 있다.

학교중심 연수는 단위학교 내에서 학교의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직원들의 필요와 요구에 맞춰 자체의 연수계획에 따라 이루어지는 제반 연수 활동을 가리킨다.

그 대표적인 예는 교내자율장학이며 여기에는 임상장학, 약식장학, 동료장학, 자기장학, 자체연수 등이 포함된다.

다만 컨설팅 장학은 현재 단위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이 주관하고 있다. 개인중심 현직연수는 교원 스스로가 자신의 발전과 전문적 지식의 습득을 위해 실시하는 연수이며(신현석·오찬숙, 2013: 435), 교육부는 이를 능력개발이라고 규정하고 학위 취득과 교과교육연구회, 학회, 개인별 연구 등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는 연수를 ‘연구’와 ‘수양’이 합쳐진 넓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넓은 의미의 연수에는 장학도 포함된다.

장학은 교수 기술 향상, 교육과정 개발, 학습 환경의 개선에 관한 지식과 기술, 정보 및 지원을 제공하여 교수·학습이나 수업의 질을 개선함으로써 학생의 학업성취를 높이고자 하는 전문적인 지원·조력 활동을 가리킨다(정수현 외, 2007: 11).

장학의 개념은 통제 중심의 장학으로부터 교사의 더 많은 권한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장학으로 변해왔다(남정걸, 1999: 45-58).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학의 관행이나 장학에 대한 인식은 통제 위주의 장학, 교사에 대한 감시․감독 기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강영삼, 2005).

장학의 부정적 요소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컨설팅 장학이 제안되었고(진동섭·김도기, 2005), 이는 2010년 9월 이후 교육지원청의 주요 기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컨설팅 장학은 전문성을 갖춘 장학요원들이 교원의 의뢰에 따라 그가 직무 수행상 필요로 하는 문제와 능력에 관해 진단하고, 그것의 해결과 계발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며, 대안을 실행하는 과정을 지원·조언하는 활동으로서, 교원들의 자발적·적극적 참여, 장학 담당자의 전문성, 장학 담당자와 교원 간의 평등한 관계 등을 특징으로 한다(진동섭·김도기, 2005).

컨설팅 장학의 도입 이후 ‘주어지는 장학’에서 ‘함께하는 장학’으로, ‘역할로서의 장학’에서 ‘협동적 조언으로서의 장학’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나(이윤식·유양승, 2016), 아직도 관료제적 구조 속에서 장학이 교원의 전문성 향상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정수현, 2013; 박지현·홍창남, 2015).

최근 교원 집단의 전문성 향상이나 학습공동체를 지향하는 장학이 대두하고 있기도 하다(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2015; 이윤식, 2015).

2. 연수 및 장학의 문제점

연수나 장학이 전문성 향상에 효율적으로 기여하기 위해서는 교원의 직무와 역량이 분명히 설정되고, 이에 비추어 현재의 전문성 수준을 진단하여 더 향상이 필요한 부분을 찾아낸 후 그에 적합한 연수나 조언·조력을 제공하는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그러한 체제가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교원의 전문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교원의 직무와 그 직무의 수행을 위해 필요한 전문성의 종류와 수준, 현직 교육에서 함양해야 할 전문성 및 그 수준에 대한 명확한 합의나 규정이 없어 진단 기준의 마련이 어렵다.

이에 어떤 측면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 향상할 것인가는 사실상 교원 개인의 자율과 의지에 맡겨져 있다. 둘째, 교원의 전문성 수준에 대한 진단 기제가 불충분하다.

그러한 진단기제로서 교원능력개발평가가 실시되고 있으나 교원들은 그 목적을 점수가 낮은 교원을 선별하여 일종의 벌로서의 직무연수를 실시하기 위한 것으로 인식하여 본인의 약점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교원능력개발 평가와 인사를 연계하자는 일부의 꾸준한 주장이 그러한 오해와 불신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가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장학에서는 현재 제대로 된 진단에 근거하여 지도·조언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많은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장학지도가 행정적, 관료적 지도 점검이었다는 지적이 한 예이다(김현희, 2016: 47).

셋째, 연수나 장학은 교원 및 학교의 요구와 필요를 충실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아 도움이 되지 않는 연수 프로그램, 전통적인 강의 전달식 등 연수 방법의 적절성 미흡, 다양한 연수 프로그램 부족, 기관중심연수에의 과도한 의존, 교원의 생애 단계에 따라 요구되는 연수과정 부족 등의 지적이 이를 보여준다(신현석·전상훈, 2008).

장학의 경우에도 자발성을 강조하는 컨설팅 장학은 지역교육청의 주관 하에 관료주의의 틀 속에서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컨설팅 장학이 강조되면서 약식 장학, 임상 장학, 동료 장학, 자기 장학 등을 교원의 필요에 적합하게 활용할 여지가 줄어들고 있다.

한편, 집단의 필요를 반영하여 집단 전문성 향상을 추구하는 연수나 장학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예컨대, 학교자체연수는 교원들 간의 공유와 대화를 통한 조직학습이나 조직적 발달의 기회가 되지 못하고 있다(김혜주, 2007).

넷째, 연수나 장학의 결과가 전문성 향상을 위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연수 실적, 개인 연구, 학위 취득의 결과는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상의 교육성적이나 연구 실적, 가산점 등에 반영됨으로써 승진 후보자 결정에 활용된다.

이에 교원들은 전문성 향상 노력의 초점을 점수 취득에 맞춤으로써 본래 취지에 맞는 전문성 향상을 도모하지 못하고 있다.

Ⅱ 교원연수 및 장학의 발전 방향과 과제

이제까지 연수와 장학의 현황과 문제에 관해 기술하였다. 연수와 장학의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바탕으로 연수와 장학의 발전 방향을 몇 가지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원의 직무 기준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이를 활용한 체계적 진단 기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단위 학교 차원에서 평가, 장학, 연수 등을 교원의 직무 기준에 대해 협의하고 이를 구체화하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는 어느 정도 합의된 교원의 직무 기준을 토대로 전문성 수준에 대한 진단평가의 평가자, 내용, 절차, 피드백 방식 등을 협의하여 설계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교원능력개발평가를 본래 취지에 맞게 개편하여 운영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교원전문성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기제들 간의 연계를 도모해야 한다. 즉, 평가와 연수, 장학 등을 포괄하는 자기주도적 문제해결 학습을 통해 개인 및 집단 전문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학교나 교원(들)이 당면한 문제를 발굴하기 위한 진단평가 실시, 진단 결과 도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탐구, 해결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연수 및 조언 등을 통해 평가, 연수, 장학이 종합적으로 연계 된 문제해결학습이 학교에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학교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학교 차원의 교원능력개발 과제를 확정하고 이를 학교자체연수나 장학에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원의 개성 및 자발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연수나 장학을 운영해야 한다. 교원 전문성의 핵심은 ‘반성적 실천’에 있으며 실천의 맥락은 교원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교원의 직무수행은 개성과 다양성을 특징으로 한다(정수현, 2008: 412).

이에 교원의 전문성 향상 노력은 교원의 개성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 이루어져야 한다. 가령, 장학은 교사 나름의 교육적 신념을 확인하고 수업이 그러한 신념에 잘 부합되는지, 부합되더라도 그것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판단한 후 약점의 원인을 찾아내어 조언, 조력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연수에서도 교원의 필요와 요구를 적절히 반영하여 연수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내실화를 기하는 것은 물론 연수 내용·자료·매체·방법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추구하여야 한다(신현석·전상훈, 2008).

또한 교사의 발달 단계를 고려하여 현직연수 과정의 체계화가 요망된다(진동섭·이윤식·김재웅, 2011: 200-202).

한편, 연수나 장학의 담당자는 ‘지시’에 의존하기보다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발하는 일종의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교내자율 장학에서 컨설팅 장학을 강조하되 이를 요청하지 않는 교사에 대해서는 기존의 임상 장학, 동료 장학, 약식 장학, 자기 장학 등을 교사 특성에 맞게 선택적으로 운영해야 할 것이다.

넷째, 학습자를 중심에 놓는 연수와 장학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연수나 장학은 교사의 교수행동을 개선하면 학생의 학습은 당연히 일어날 것이라고 전제하였다.

그러나 교육은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교사의 교수 행동 못지않게 학생의 학습행동에 초점을 맞추어 교육활동을 관찰, 분석하는 노력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연수의 경우에도 교사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습자의 요구나 필요를 반영한 연수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하다.

다섯째, 연수나 장학은 교원 집단과 학교공동체의 전문성 향상도 추구해야 한다. 교원 간 연계나 협력이 교사의 전문성 향상에서 중요하며(정수현, 2008: 412), 제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교원 간 협업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에 연수와 장학은 교원 간의 공유와 협력을 통해 개인·팀·조직 차원의 학습이 모두 이루어지는 전문적 학습공동체(professional learning community)를 추구하여야 한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사명·비전·가치의 공유, 집단적 탐구, 협력적인 팀, 행위 지향 및 실험, 지속적 개선, 결과 지향 등을 특징으로 한다(DuFour & Eaker, 1998; Eaker, DuFour & DuFour, 2002).

이에 팀 단위의 연수나 장학, 교원 간 협동작업, 공동연구, ‘반성적 실천’을 위한 실행연구(action research), 지속적 학습을 위해 협력과 공유의 대상을 계속 확장하고 다양하게 연결하는 네트워킹, 교육적 효과에 근거한 프로그램의 평가 및 피드백 등을 연수나 장학에서 강조해야 한다.

Ⅲ 맺는말

이제까지 교원의 연수와 장학을 중심으로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노력의 현황과 문제, 방향과 과제를 살펴보았다.

장학에 관한 권한이 중앙으로부터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앞에서 제시한 발전 방향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이미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연수와 장학에서의 권한이 점차 교육청으로부터 단위학교로, 단위학교에서는 학교경영자로부터 교원으로 위임 혹은 이양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연수와 장학에서의 자율화와 분권화가 학교조직에서의 개인주의와 현실 안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앞으로의 연수와 장학은 교원 개개인의 협력과 상호헌신에 바탕을 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추구해야 한다.

이때의 공동체는 획일성 대신 교원 개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 교원 간 협력과 공유가 일어나는 ‘다름의 공동체(community of difference)’가 되어야 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 간의 협력과 공유가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서로의 교육적 관점을 존중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로서의 ‘대화(dialogue)’이며, 연수와 장학은 그러한 대화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연수와 장학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화를 위한 여건 조성을 위한 노력, 이를테면 업무경감 등 대화를 위한 물리적·심리적 여유 확보, 학교의 관료적 구조 및 문화의 개혁과 같은 정책적·제도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