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덕 수명고 교사

 

교사 순환근무제의 문제점들

우리나라의 공립학교 교사근무와 관련한 제도 중에서 눈에 띄는 제도 중의 하나가 순환근무제도이다. 순환근무제란 어느 학교에서 일정한 기간 근무하면 다른 학교로 전보시키는 제도이다.

서울은 4년 또는 5년마다 이러한 순환근무원칙에 따라 학교를 옮겨야 한다. 물론 다른 공무원 인사제도에도 근무 부서나 지역을 바꾸는 이와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교사의 순환근무제는 전국의 공립학교에서 시행되는 인사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제도이다. 우선 교사순환근무제에 대하여 알아보자.

교사의 전보제도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한 학교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교사를 대상으로 다른 학교로 정기전보내신을 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해당되는 모든 교사를 전보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경우에는 예외조항을 두어 전보 유예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2012 학년도 전보대상자 중 보유예 비율은 13.5% 정도이며 그 사유로는 업무나 특기자 지도 등의 여러 가지 사유가 있다.

순환근무제는 근대교육이 시작된 이후 일제강점기에 한 학교에 오래 근무한 교사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민족 교육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교사를 단지 상부의 지시만을 따르는 하수인으로 부리기 위하여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일제강점기의 낡은 유산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광복 이후에도 유지되던 순환근무제가 더욱 강화된 것은 1970년대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부터이다.

도시화 및 산업화에 따라 농촌의 인구가 줄면서 농촌인구가 감소하고 도시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어촌의 학교는 폐교되고 도시에는 신설학교가 많이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도시의 학교에 근무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지방에서는 도시-농어촌 순환근무제가 강화되게 되었고, 8학군 선호가 나타난 서울에서는 8학군과 기타학군사이의 순환근무제가 나타나게 되었다.

결국 순환근무제는 도시와 농어촌 벽지,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의 교사를 교류함으로써 교사의 희망이나 능력에 의한 지역 간의 교육격차를 줄이는 장치로 쓰이게 되었다.

여기에 국가에 의한 교육의 중앙집권적 통제를 용이하게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오히려 강화되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나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 특히 교육자치의 전통이 강한 나라에서는 교사 순환근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잘 운영되는 교육자치 때문에 교사의 임면권이 지역사회에 있기 때문이다. 학교 운영위원회나 지역의 교육위원회에 의하여 교사가 임명되므로 다른 지역과의 순환근무가 애당초 불가능하다.

다른 학교로 가려면 근무하던 학교를 사직하고 해당 학교에 다시 임용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 된다. 

우리나라도 지금 형식적으로는 광역 교육자치제가 시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교사의 임명권을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나 교육위원회에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학교 운영위원회가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교육의 대부분을 국가가 통제하고 중앙정부가 교원을 임명하고 있으며, 전국단위의 표준화 시험을 실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대학입시가 치러지는 통일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중앙집권적인 제도 아래에서는 교사의 임용권을 중앙정부가 계속 통제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현재 교사의 수평적 전보과정은 교육청에서 하고 있지만 임용이나 퇴직, 직급변경, 승진 등의 인사는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로 인한 교육부와 민선 교육감 사이의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의 학교 운영위원회는 의안을 만들어 상정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기구가 아니라 학교장에 의하여 제안된 안건을 심의하는 단순한 역할만을 하고 있으므로 교사의 임면권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순환근무제가 교육에 끼치는 영향

우선 큰 틀에서 교육의 평준화에 일부나마 기여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광역 자치잔체 안에서는 농어촌 벽지와 도시,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 사이의 교사 교류를 통하여 우수한 교사가 농어촌 벽지에도 근무할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으며 일부 선호 지역에 교사가 몰리는 현상도 완화시키는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

이에 따라 광역 자치단체에 속한 지역은 어느 곳이든지 교사의 질과 수준이 고른 편이며 지역 간 교육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하여 오기도 하였다.

또 학교에 부적응한 교사를 다른 학교로 보내는 임시방편으로의 인사조치도 수월하게 이루어지므로 교사의 직업 안정성을 담보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점이 공립학교 교사의 신분안 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단위학교나 지역 교육청에서 교사를 해고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다른 학교로 전출하는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한 지역사회에서 불의로 지탄받는 교사가 있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전출하면 되기 때문에 부적격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걸러지지 않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단위 학교에서 교사 임용이 된다면 이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학교로 전출이 어려운 사립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인사 잡음, 정규 교사보다 임시 강사를 채용하는 경향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러 통계에 의하면 교사들의 인사에 대한 불만은 순환근무제도가 여러 가지 사유로 잘 지켜지지 않을 때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순환근무제로 인하여 나타나는 폐단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우선 근무하는 학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자리 잡기 전에 다른 학교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4~5년이라는 시간은 학생이 입학해서 졸업하기까지 3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짧은 시간이다. 교사가 3개 학년 재학과정을 모두 지켜볼 수 있는 학생들은 겨우 3개 학년도 졸업생들뿐이다.

이들 학생들 이 졸업 3년 후에 학교를 찾았을 때 자신의 은사들 중 소수만이 그 학교에 재직하고 있을 것이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5년 후에는 다른 학교로 가야 하므로 학교 부근에 집을 사서 안착하기도 어렵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멀리서 출퇴근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교통비용도 상당한 몫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 공립학교 교사들에게 근무하는 학교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을 요구하고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어렵게 된다.

설사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근무하더라도 결국은 그 학교를 떠나 다른 학교에 가면 잠시 동안 이방인이 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되며 익숙해 지면 다시 떠나는 일이 퇴직 때까지 반복되게 된다.

결국 한 학교에서 평균 1/5 정도의 교사는 매년 다른 학교로 가고 같은 수의 교사가 다른 학교에서 오게 된다. 학교에서는 매 학년도 초에 교사가 맡을 학년과 과목과 학생이 정해지고 이를 대비한 여러 가지 업무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사의 20% 정도가 이동하기 때문에 새 학기 준비를 모두가 충실하게 하기는 어렵다. 다음 학년도에 맡을 업무나 학년이나 수업과목이 2월 중준에나 정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모든 공립학교에서 3월 초는 매우 분주한 일이 계속 이어진다. 이와는 달리 순환근무가 없는 사립학교에서는 연말에서 2월에 걸쳐서 이러한 일이 이루어지고 3월에는 계획된 업무가 착착 진행되므로 공립학교와는 달리 체계적으로 일이 진행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2학년 업무를 맡아 당해년도 4월 초에 학생들이 교육 여행을 가도록 준비하면 아주 바쁜 3월을 보낸 기억이 있다.

수업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분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3월 한달은 공립학교 교사에게는 아주 바쁜 달임이 분명하다.

이런 환경에서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충실하게 근무하기는 매우 어렵다. 근무 초기에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어렵고 어느 정도 적응이 이루어진 4년 차 이후에는 곧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애착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 결과 역사가 짧은 상당수의 공립 학교는 학교의 전통을 세우거나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다. 학교에 부임한 교장이나 교사에 따라 계속 교육방침이나 학교 분위기가 변하기 때문이다.

일부 오래된 학교만이 선후배 관계로 이어지는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을 뿐, 교사에 의한 학교의 특징이나 전통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학교의 전통을 살리는 주체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되어야 하겠지만 이를 연결해주는 고리의 역할은 교사가 하여야 한다.

이러한 연결고리가 공립학교에서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학교를 옮겨 다니면서 업무의 연속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같은 업무나 과목을 오래 맡아서 전문성을 키울 기회도 적고 제자들이 학교에 찾아오는기쁨을 누리기도 어렵다. 학생들이 졸업 후에 학교를 잘 찾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희망하지 않는 학교에 전보된 경우 교사의 경우는 불만족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학생지도에 차질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교사가 전보되기를 원하는 일부 특정 선호 지역으로 우수한 교사가 편중 지원하는 현상이 나타나 경쟁이 심해지는 현상도 일어난다.

특히 지방에서는 벽지학교 근무를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채우기 위한 방편으로 삼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어 우수한 교사의 벽지 근무의 의미를 상쇄시키고 있기도 하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다면평가에 의한 교원 평가도 바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의 평정 점수와 연공에 의한 승진제도가 얽혀서 교직 사회의 전문성 신장과 구조 개선을 더디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벽지나 도서 지역 근무를 승진 점수를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교장선출 보직제 ’등이 논의될 수 있는 교원승진제도의 보완에서도 현재의 학교순환근무제는 교사의 장 선출에 대한 정보습득과 평가를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정한 잣대로 선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교육적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 행정 편의와 교사의 직업 안정성을 우선할 것인가?

교원순환근무제도는 일제에 의하여 시작되어 현재까지 점점 강화되어 왔으나 이제는 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평가하여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교육기회의 균등한 확대를 통하여 고도성장기에 모두에게 공정한 교육을 할 수 있다는 명분 아래 실질적으로는 모든 교사에게 다양한 교육경험 기회를 제공하고 교사의 만족도 향상을 위하여 이 제도가 운용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교육의 본질적인 면을 들여다보고 교사와 학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도를 찾을 때가 되었다. 지역사회 학교의 전통이나 교육력을 꾸준하게 유지하면서도 교사의 만족도나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제도는 무엇일까?

여러 관점에서 볼 때 교사순환근무제를 한순간에 없애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된다. 교사순환근무제는 학생의 보편적인 평등한 교육, 교사의 생활 및 주거 안정과 교육과정에 대한 만족도, 학교 간 교육여건의 균등화 등의 세 가지 논리가 적용되며 이를 꾸준하게 주장하는 분들도 아주 많다.

그러나 위에서 제시한 교육의 연속성, 학교의 전통수립, 교원승진제도의 문제점 등을 종합해볼 때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제도이기도 하다.

지역자치제도와 교육자치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강제로 인적교류를 시행하는 교사순 환근무제는 적합하지 않다.

교육문제를 지역자치단체에서 일부나마 주관해서 시행하려면 교사에 대한 인사권 역시 필요하며 지역사회와 교육의 연계성을 생각해볼 때도 지역 근무 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결국 지역의 교육문제는 그 지역의 교육자원을 활용하고 부족한 경우에는 다른 지역에서 초빙 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순환근무제가 유지되더라도 현재의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순환근무보다는 소규모 지역 자치단체 안에서의 순환근무가 되어야 하며 지역사회에 적응하고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근무 기간도 최소 10년 이상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교사가 원하거나 교육기관의 요청이 있으면 그 이상도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런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었을 때 나타날 문제점을 예상해보면 교사의 지역적 선호도에 따라 지역적 교사 자원의 불균형이 심해질 우려가 있지만, 임용과정이나 급여 등에서 비선호 지역 근무 교사에게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를 주느냐에 따라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외국의 사례에서 보면 보수, 근무조건 등이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원순환근무제는 일종의 계륵과 같은 존재이다. 없애자니 그 부작용이 두렵고 그대로 유지하자니 학교 현장에서 교사의 책임감이나 교육의 연속성을 무디게 한다.

그러나 일본이나 우리나라 정도만이 이런 제도를 운영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그다지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므로 필자의 의견으로는 순환근무 지역의 크기를 줄이고 근무 기간을 늘이면서 점차적으로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