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춘 경기 창곡중학교 수석교사/건국대 겸임교수

2017 정유년은 수석교사제의 법제화 6년째이고, 시범운영을 합하면 10년째이다. 10년이면 어느 제도든 정착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바라보는 수석교사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도입 초기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2012년 도입 당시에는 2019년까지 전국 초·중·고 12,000여 개 중 소규모 학교를 제외하고 약 8,500개교에 수석교사를 배치하고자 목표로 했지만 2017년 1월 현재 전국의 유초중고 수석교사 수는 약 1,70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2012년 법제화에 의해 선발된 1,122명의 수석교사 수는 2013년 527명, 2014년 248명, 2015년 98 명, 2016년 32명으로 줄어들었으며, 2017년 임용되기 위해 선발된 전국의 수석교사 인원은 겨우 44명에 불과하다.

이처럼 수석교사제가 학교 현장에 안착되지 못하거나 최초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앞으로 이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어떤 길로 가야 하는가?

필자는 시범 운영 첫해인 2008년부터 지금까지 수석교사로 9년을 보내고 10년째 수석교사로서 학교 현장에서 행복과 자부심 그리고 헌신과 열정은 물론 실망과 자괴감, 후회 등이 함께하였던 수석교사 시절을 되돌아보면서 가야 할 길과 가기 위한 길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수석교사들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현재 수석교사들은 학교에서 어떤 위치이며 어떤 일들을 할까? 수석교사제의 입법 초기 교육부에서 발표한 수석교사의 위상과(수석교사제의 입법 취지, 20111. 6. 29) 초·중등교육법에 명시된 직무는 다음과 같다.

이에 따라서 수석교사들은 교무 행정에서 벗어나 수업과 관련된 역할 수행을 위한 학교 내 위상이 자연스레 정착되기를 바랐으나 단위 학교 내에서의 조직 구조상 교사-부장교사-교감-교장이라는 단선 구조에 익숙해져 있는 학교에서 수석교사의 위치를 쉽게 설정하지 못하였고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도 수석교사의 위치를 승진이 아니라는 해석으로 어느 위치에 놓아야 할 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단위학교는 모든 것이 공문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행정체계에서 공문으로 제시되지 않는 수석교사의 위치를 스스로 알아서 설정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항상 수석교사는 조직에서 겉돌거나 교감 아래로 설정되거나 심지어는 어느 부서의 부장이 하는 일에 소속되기도 하는 참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본래 취지대로 교감과 같은 위상이거나 교감보다 높은 위상을 갖고 학교교육과정 운영에서 교수 학습영역의 전문성을 발휘하는 학교도 있다.

정상적인 수석교사의 위상이 확립되었을 때 교수직 영역에서 일반적으로 수석교사가 수행하는 역할은 각 시도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다음과 같은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시범운영 포함하여 지금까지 10년 동안의 위와 같은 다양한 수석교사 역할을 통한 사회적인 인식은 초·중·고등학교 교육활동에서 수석교사는 수업의 전문가로서 교육 실천가이며 교육 이론가로 자리 잡고 있다.

각종 학회에서 수업 컨설팅, 멘토링, 코칭 등에 대한 실천 사례 연구 발표, 교육 관련 도서 출판, 실천연구결과 보고서 출간, 각종 교육활동 강사 활동 등에 있어서 탁월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석교사 개개인이 단위학교에서의 전문적인 교육활동 지원은 물론 그룹 또는 단체로서의 활동 (2015 개정교육과정 정착을 위한 교수 학습 방법 연구 및 자료 개발 보급, 자유학기제 관련 자료 개발 및 적용 등)이 전국적인 교육 방법 개선의 선도역할로 이어져서 결국 공교육의 질적인 발전에 커다란 효과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수석교사제도 정착의 어려움은 왜 있는 것일까?

2. 수석교사제도는 왜 이렇게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가?

수석교사는 학교 교육에서 특히 수업의 전문성이 우수한 교사를 부르는 말이다. 수업을 탁월하게 잘하는 교사에게 교장, 교감 등 관리직으로 진출하는 대신 ‘수석교사’ 타이틀을 얻게 함으로써 동료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연수, 수업 컨설팅, 학생 생활교육 등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수석교사제도가 도입된 근본적인 배경은 교원 자격 체계를 행정관리 전문가(교장·교감)와 수업의 전문가(수석교사)로 이원화하여, 그동안 행정적 관리 중심으로 정착해 온 교단문화를 가르침 중심의 학교 문화로 개선하기 위해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키우기 위함이고, 결국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데 그 취지가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입 적용된 지 10년 지났음에도 여전히 현장에서 겉돌고 있는 이유는 다양한 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으나 특히 중앙 정부의 무관심과 시·도 교육청의 자의적 운영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13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학교마다 수석교사를 두도록 한 조항이 삭제되고, 운영 권한마저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되면서 교육청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시·도마다 학교에 배치하는 기준도 다르다. 일부 시도에서는 수석교사를 교사 정원으로 잡아놓고 초등 수석교사는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 TO의 정원 외로 배치하고, 중등에는 교사 TO의 정원내로 배치하는 등의 불균형적인 배치로 인해 수석교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부 시도는 초·중등 수석교사 전체를 교사 TO 정원 외로 배치하여 수석교사제도의 근본적인 취지를 십분 활용하고 있으며 발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도마다 다른 교원 배치라는 불비한 제도로 인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교장과 교감이 수업과는 별도로 1명씩 정원으로 배치되어 있듯이 수석교사도 교사의 TO가 아니라 별도로 1명씩 정원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즉 수업하는 교사 TO에 포함하여 정원 외로, 정원 내로 배치하는 등이 아니라 별도로 학교 교원 TO에 수석교사 정원을 학교별로 1명씩 확보하여 수석교사가 수업을 직접 하면서 본래 취지대로 타 교사의 수업과 교육 활동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법제화에 의한 수석교사제도 시행 6년이 되도록 교원의 정원관리에서 수석교사를 별도의 정원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법률로 정한 사항을 위임받은 행정부의 위법으로 볼 수 있다.

「교육공무원법」 제3장 교원의 자격은 교사, 수석교사, 교감, 교장으로 분화된 만큼 수석교사, 교감 및 교장은 교사와 구분된 별도 정원으로 관리하는 것이 적법한 것이다.

즉 직위와 직급이 엄연히 구분(나이스 행정의 교원 직위 직급에 수석교사로 구분)되고 있으므로 분명한 교수직 경로의 승진으로 명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에 따른 시행령에서 그 미비점이 하루빨리 보완되고 수정되어야 불만과 고충이 해결되고 현장에 정착될 것이다.

3. 어떻게 가야 할까?

현재 시행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의 시행령을 개정하거나, 좀 더 수석교사제도의 강력한 발전과 정착을 위해서 ‘선임교사제도’를 법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찾거나, 교수직과 관리직의 교류를 고려하는 방안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선임교사란 관리직에서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듯이 교수직에서 선임교사를 거쳐 수석교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미 선진국(영국, 싱가포르 등 여러나라)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정착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제안으로 특히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와 헌법재판소의 판결문 그리고 수석교사회 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임교사제 도입 방안을 제시해 본다.

 

4. 정리

학교 현장에서 수석교사의 애매한 위상과 실질적인 우대 효과 미흡, 월 40만 원의 연구 활동비도 수당이 아닌 정산을 통해 지급되는 등 교수직에 대한 우대책이 매우 미약하기 때문에 교수직으로의 진출보다 관리직으로의 진출을 더욱 선호하는 기존의 승진체제가 개선되지 않고, 수석교사의 수와 역할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수석교사가 가야할 길이 막히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우대책은 물론 확실한 위상을 재정립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즉 한국 교사들의 교직 생애가 관리직 트랙과 교수직 트랙의 이원화 체제로 확고하게 정착되도록 다시금 점검과 당국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금까지 관리직으로 치우쳐서 발전해온 불균형적인 학교 현장이 교수직 트랙을 살리고 발전시켜서 두 가지 트랙의 각각 영역을 최고의 전문성으로 발전시키고 융합하여야 학교 교육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상호 전문성을 인정하면서 공존하고 파트너십을 발휘하는 리더십이 협력적일 때 꿈 의 학교가 만들어지고 공교육의 교육력 제고와 최대의 교육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의 수석교사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