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고 전경>

1953년 한국 최초의 예술 고등학교로 시작한 서울예술고는 지난 64년 간 뛰어난 예능 인재들을 배출해냄으로써 한국 예술계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1기 졸업생부터 명문대에 줄줄이 합격시켰고, 2017년 현재 한국의 내로라하는 명문 외고, 과학고를 제치고 서울대학교에 가장 많이 입학시키며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명문예고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전쟁 속에 꽃핀 예술 학교

한국전쟁 막바지인 1953년 3월 21일, 이화여고 교장이었던 신봉조 이사장(서울예고 초대 교장)과 임원식(서울예고 2대 교장, 전 국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교장은 피난지인 부산 영도에 서울예술고를 만든다.

임원식 교장은 당시 한국음악계에 저명한 지휘자였다. 신봉조 이사장과 임원식 교장은 예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피난시절 아무도 생각지 않았던 예술고를 생각했다.

전쟁 더미 위에 설립된 서울예술고는 당초 피난지 부산에 있던 이화여고의 임시교사 내에 천막으로 지어졌다. 그래서 학교 이름도 ‘이화예술고등학교’로 불리었다.

초창기 교사들은 당시 예술 분야의 선각자들이었다. 음악 분야는 한국 음악계의 거목들이 된 임원식, 이호섭, 오현명 등이 음악교사로 있었다. 당시 미술교사들은 후에 한국 화단의 거장들이 되었다.

훌륭한 예술가들이 학교의 창립 멤버들이었고, 이들로부터 예술교육의 노하우가 지금껏 그대로 전수되고 있다.

서울예고는 우리나라 예술영재들을 조기에 발굴해 교육시킨 한국 최초의 예술학교이다. 우리나라 예술학교의 기초를 닦고, 선두 역할을 해 왔다. 학교는 1957년, 당시 어느 대학에도 없었던 무용과를 만들기도 했다.

무용계도 당시 가장 선두적인 무용가들이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학교는 이미 대학에 준하는 교육을 그 때부터 실시하고 있었고, 뛰어난 예술 영재들을 많이 배출해냈다.

기독교 정신이 녹아든 예술교육

서울예술고는 ‘자유, 사랑, 평화’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인성을 고루 갖춘 창의적인 예술인을 배출해내는 것이 학교의 목표다.

1965년부터 전교생이 참여하는 예배를 통해 학생들에게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일깨워 주고 있다. 기독교 정신을 기초로 전문적인 조기교육을 통해 예술계 영재를 배출하고 있다.

서울예고의 음악부는 학교에 재학하는 3년 동안 영재교육프로그램에 의해 관리되고 교육받으며 전문 연주자가 되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 받는다.

우수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실기강사들에게 지도를 받고, 교내 콩쿠르, 관·현악정기 연주회, 테마별 피아노 기획 연주회, 작곡 발표회, 성악 오페라 갈라콘서트, 글로벌 연주 스타들에게 배우는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해 훈련을 하고 있다. 또 해외연수와 국내외 유명 음악제 참가활동, 교환연주회 등을 가진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국내외 주요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있으며 해외유학 또는 국내 대학 진학 후에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미술부는 기초과정에서 ‘전공실기’를 통하여 한국화, 서양화, 조소, 디자인의 4개 영역을 순환하며, ‘구상과 표현’을 통하여 다른 예술영역과의 융합과 새로운 접근방법을 모색한다. 심화전공과정은 공통실기인 ‘드로잉’, ‘미술이론’, ‘전공(한국화, 서양화, 조소, 디자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과정마다 특징 있는 전시 기회도 마련된다.

무용부는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의 세 전공분야로 나뉜다. 학생들은 기초에서부터 고도의 테크닉을 습득한다.

전공별 실기는 물론, 부전공을 통해 이론과 실기를 동시에 터득하는 전문가양성 교육을 받는다. 전공과목 특성에 맞는 발표회와 각종 콩쿠르, 해외순회공연을 하고, 해외 연수 기회도 가진다.

명문대 최다 배출 학교

서울예술고의 2017년 서울대 합격생은 82명으로 전국 1등이다. 과거에도 늘 서울대 진학률 상위권을 항상 유지하고 있으며, 서울대 외에 이화여대에도 매년 많은 수의 학생들을 진학시키고 있다(2016년 110명, 2017년 102명). 연세대, 홍익대 등 명문대학도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서울예고 졸업생들은 문화예술계에서 이름을 떨치며, 한국 예술계의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다.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이경숙·신수정,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백주영, 지휘자이자 서울예술고 교장인 금난새, 지휘자 김대진 등 서울예고 출신들의 명성은 자자하다.

음악계뿐만 아니라 화가, 무용가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인재들도 많이 배출됐다. 전 서울시립무용단 단장 문일지,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윤성주, 전 국립발레단 단장 박인자 등 서울예고 출신들은 각 분야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서울예고 무용부 초기 동문들은 무용예술계의 원로의 위치에 있다. 한국발레의 대부 임성남(林聖男) 선생과 한국무용의 권위자 최헌(崔憲), 한국무용의 대모 유학자 교수, 진수인 L발레 단장, 김명숙 이화여대 교수 겸 늘휘 무용단 예술 감독, 서영님 전 서울예고 교장 등이 서울예고 동문이다.

미술부 또한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대표적 화가인 고 최욱경, 서양화가 이두식, 동양화가 오용길, 그리고 석란희, 김경인, 임충섭 등의 유명 화가들과 교수 등을 배출했다. 서울예술고 졸업생들은 이렇듯 뛰어난 실력으로 각 분야의 교수와 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높은 수준의 학생 연주회

서울예고는 1963년에 서울 명동 국립극장에서 제1회 연주회를 연 이후, 매년 예술의 전당에서 정기연주회를 연다. 2학년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3학년 전공 학생들이 협연을 펼친다.

서울예고 학생들은 기성인들 못지않은 실력을 가지고 있어 연주회의 수준이 높기로 유명하다.

정기연주회 외에 런던 로얄컬리지 등 해외 유수 대학의 교수마스터클래스, 팀마스터클래스가 있으며, 미국 콜번음대(Colburn school) 연주회 등 해외 대학 교류연주, 성악 갈라 콘서트, 소나타 전곡 음악회, 관악심포니밴드 연주, 영아티스트 콘서트, 작곡발표회, 패널티 콘서트, 실내악 콩쿠르 등 크고 작은 연주회를 개최한다.

이 밖에도 학교는 학생들이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한다. 종로 구민들을 위한 음악회,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연주회 등 지역의 행사는 물론 자매군부대 위문공연과 불우 이웃 봉사 단체를 위한 재능 기부 공연도 가진다.

음악부에는 1, 2, 3학년 오케스트라가 각각 따로 있으며, 1학기 발표 대회와 2학기 정기 연주회가 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오케스트라 연주 등 교내외 연주회를 관람하는 기회를 가진다. 정기연주회 외에 성악 분야의 오페라, 피아노 분야의 전곡 연주회도 있다.

교내에는 여러 개의 실내악 팀들이 있다. 바이올린, 첼로, 관악 등 학생들이 스스로 팀을 짜서 발표 연주회를 한다. 수업시간에도 개인 발표회와 연주회를 가진다.

한국무용, 발레, 현대무용 등을 발표하는 무용 공연은 해마다 1,200석 규모의 관객석이 꽉 찰 정도로 인기다. 또한 학년별 무용 발표회, 무용경연대회, 창작 무용제와 각과의 특성이 반영된 외부 발표회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종로구민을 위한 무용발표회와 음악 공연, 미술전시회는 지역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미술부는 1년 내내 학생들의 작품을 교내에 전시하고 있다. 경복궁에서 열리는 1학년들의 메트로 전시회는 대표적인 미전으로 손꼽힌다.

<금난새 교장이 서울예술고 챔버오케스트라를 지도하고 있다.>

지휘자 교장 선생님과 최고의 교사

서울예술고의 역대 교장들은 모두 예술인이다. 특히, 설립자 임원식 교장과 현재의 금난새 교장은 모두 지휘자다. 1964년 개교 이래 연주회 때마다 교장이 직접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교사가 합창을 지휘했다.

이러한 교사들과 학생들의 노력으로 정기 음악제의 수준은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또한 미술, 무용 등도 우수한 교수진의 가르침과 학생들의 활약으로 성인 무대 수준을 능가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금난새 교장은 특히 학생들에게 오케스트라나 연주회에서의 태도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음악, 미술, 무용부가 서로 융합해 함께 무대를 꾸미게 하는 등 학생들에게 열린 사고를 가지도록 교육한다.

서울예고는 학교 설립 때부터 우수한 교사의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음악 분야는 전임 교사 외에 강사 500명이 학생들에게 1대1 교습을 하고 있고, 무용부와 미술부 또한 우수한 교사와 강사진이 포진되어 있다.

강사진은 대학에 출강하는 교수진들로, 학교는 최고 연주자 과정을 거친 교수를 뽑는다.

미래를 보는 창의적인 예술인

“예술가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전공만 잘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의 품성이나 덕성을 기본으로 갖추고 예술을 해야 합니다.”

최범철 교감은 학생들이 사려 깊고,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창의적인 예술인이 되길 바란다. 오로지 예술만 하는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고, 스스로 넓은 세계를 이해하고, 그것을 예술에 담는 학생들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한국 예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수한 재원들은 많지만 재정적 지원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