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배 한국교원대 초빙교수

교육발전에 대한 중등사학의 기여

해방 이후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학의 역할과 기여는 대단히 지대했다. 해방과 더불어 공교육 제도를 구축하고 그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의 뒷받침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의 국가재정력에 비추어 보았을 때 그것이 그리 여의치 않았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편으로 확보된 재원의 대부분도 의무 교육 완성을 위한 투자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면서 지출했다. 그러다 보니 의무교육 이후 단계의 교육을 위한 투자는 당연히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때 정부 교육재정력의 한계를 보전한 것이 민간·독지가를 중심으로 하여 설립된 사학이었다. 당시에 증가하는 교육수요의 상당 부분을 사학이 담당하면서 교육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할과 기여는 사학이 담당했던 교육의 비중에서도 시사 받을 수 있다. 중등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했던 학생 수 비중을 살펴보면, 1965년 46.7%(중학교 44.4%, 고등학교 50.7%)로 나타나고 있다. 중등교육의 거의 절반을 사학이 담당하고 있던 셈이다.

물론 이러한 비중은 반세기가 지난 2015년 현재 31.0%(중학교 17.5%, 고등학교 43.1%)로 축소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사학 자체의 비중이 감소했다기보다는 증대하는 중등교육 수요의 대부분을 공립학교가 신·증설을 통해 수용해 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반세기 동안의 학생 수 증가가 사립의 1.9배 증가에 비해 공립은 3.7배로 나타나듯이 공립의 학생 수 증가가 2배 이상 빠르게 이루어져 왔음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사학교육의 특성 상실

상기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교육발전 과정에서 중등사학이 큰 기여를 해왔다 할지라도 그 내용 면에서 보면 사학다운 발전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사학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60∼70년대 증대되는 교육수요의 많은 부분을 사학이 해소시킨 측면은 긍정적이나, 사학이 공립과 다를 바 없는 특성을 상실한 교육을 해 왔다는 지적이 많다.

1963년도 사립학교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사학설립도 개방화·자율화를 지향해 왔으나, 동법의 제정 이후에는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전제로 중등사학 사학의 자주성, 다양성이 통제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국·공립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제도적 틀 속에서 규제를 받아왔기 때문에 공·사립학교 간에 차별화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간에도 학교 간의 특성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사학은 자율성, 특수성은 상실된 채 공공성만 강조되는 상황을 겪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학이 제대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공립과는 상호보완적으로 존재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며, 사학의 존재의의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사학은 공립보다 자유와 사회적인 다양성의 실현을 주요 기능으로 해야 한다.

사학은 공립에 비해 다양한 교육이념과 목표를 추구할 수 있고, 민주사회에서 교육가치의 다양성을 보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이념과 다양한 가치가 사학의 건학이념으로 구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사학은 공립학교와는 달리 교육혁신의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공립학교는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평등과 사회적인 통합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개혁이나 혁신을 시도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학은 이러한 특징을 신장·발전시키면서 나아가는데 비교우위에 설 수 있다.

우리나라 사학은 60∼70년대 주로 교육의 양적 팽창 시기에 증가하는 학생을 수용토록 하는 조치와 함께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교육의 기회균등 실현’이라는 중등교육 사조에 대한 세계적인 파고와 함께 우리나라의 교육도 중학교 무시험입학제도(1968)와 고등학교 입시제도 개선 및 고등학교 평준화를 위한 제시책(1974)이 시행되었다.

그 일환으로 사학에 대한 학생 선발권은 폐지되고 추첨 배정 방식이 도입되었다. 이와 함께 교육 정상화를 촉진시킨다는 전제하에 학생 이외에도 교원, 시설, 재정 등의 평준화를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말하자면, 교육의 투입 측면에서 교육 여건의 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공·사립 구분 없이 모든 학생에게 최저 수준의 적정한 자원을 제공하여 균등한 교육기회를 보장하려는 정책이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 공·사립학 교간 차이가 없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을 구현하기 위하여 사학에 재정을 지원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지원은 납입금 수준을 정부가 통제함에 따른 교육비의 부족분을 보전해 주는 성격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사학정책 기조는 계속되고 있다.

사학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

우선, 중등교육에서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축소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30% 이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명한 논리의 하나는 사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강화되지 않는다면 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중등교육의 발전도 기약할 수 없다. 따라서 사학발전을 통해 중등교육의 발전을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한층 강화될 필요가 있다.

둘째, 중학교 의무교육 실시 및 고등학교 평준화는 교육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으로 공·사립 간 교육여건 격차 해소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동일 규모의 학교라 할지라도 교직원 수, 교육 시설·설비 수준은 물론 교원 1인당 학생 수 등의 교육여건 지표에 있어서 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에도 많은 격차가 상존하고 있다.

이는 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이 교육의 질을 결정한다는 전제에서 본다면 사립학교 학생일수록 학교 선택 여부와 관계없이 질 낮은 교육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이는 보다 광맥락에서 본다면 교육의 평등 실현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재정적 의미에서 교육평등의 실현은 부족한 재정으로도 모든 학생에게 재정을 지원하는 데 있어서 차등을 두지 않는 상태가 정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사립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교육받을 권리가 동등하다는 원칙을 재정적으로 보장하고 실현시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사립 차별 없이 교육목표 달성에 필요한 최저 수준의 교육비, 즉 표준교육비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당성을 확인해 나가야 한다. 이것은 현대 교육재정에서 추구하는 가치의 하나이기도 하다.

셋째, 사학정책의 방향은 통제형에서 벗어나 방임형을 지향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학정책의 유형은 필자(1994)가 사학에 대한 규제와 조성(지원)을 축으로 하여 규제가 강하면서 조성의 많고 적음에 따른 공영형과 통제형, 규제가 약하면서 조성이 많고 적음에 따른 육성형과 방임형으로 분류한 것을 토대로 하였다.

앞으로의 사학정책은 재단이 부실한 사학의 경우는 현행과 같은 공영형(준공립형)을 유지·강화해 나가고, 보다 건실한 재단을 운영하는 경우는 규제와 조성을 모두 축소하는 방향으로의 방임형을 지향해 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

환언하면, 이는 독립사학을 지향하는 모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자율형사학의 운영모형을 보다 확대 적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현행의 자율형 사학은 교육과정 운영과 납입금 책정 과정에서 제한된 범주 내에서의 자율이 부여되고 있으나, 이 자율을 보다 확대 적용하는 방향을 견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사학재정정책의 개선방향

그동안 사학의 재정력을 보강하기 위하여 백가쟁명식의 수많은 방안들이 제시되어 왔다. 어떠한 정책이든 그 개선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의 최종 표출수단인 법 내지는 제도의 제·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사학재정정책도 예외 일 수 없다.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제시되었던 수많은 방안들이 있었음에도 재정 정책은 크게 개선된 바 없다. 사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은 꾸준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그것이 늘 부족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재정정책의 개선이 어렵듯이 사학재정정책의 개선도 그리 용이하지 않다. 여기서 전술한 범주에 해당할지 모르나 사학재정 확립을 위한 한두 가지 방안을 첨언해 본다.

무엇보다도 차제에 사학법인이 부담하는 법정부담금 제도에 대한 주도면밀한 종합 분석과 함께 그 실효성 여부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학법인은 보유하고 있는 기본재산 운용수익으로 법인 운영비와 소속 교직원의 급여에 따른 법정부담금을 충당토록 하고 있다.

여기서 법정부담금이란 교직원의 연금부담금, 재해보상부담금, 건강보험부담금 등을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학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이 수익이 저조한 임야와 토지 등의 비율이 높아 실제로 법정부담금의 충족률이 대단히 낮은 실정이라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5년 결산 기준으로 초·중·고등학교를 유지·경영하는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은 3,122억 원이나 실제로 부담금액은 644억 원으로 20.7%의 부담률 수준을 보인다.

더욱이 이러한 실제 부담률은 최근으로 올수록 매년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부담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시·도교육청에서는 법정부담금 부담비율을 높이기 위해 법인운영비 사용액 제한, 재정결함보조금 차등지원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영세한 재산에서 기인하는 한계를 타파할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이는 실효성을 담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정책이다. 따라서 법정부담 비율을 대폭 낮추든가 아니면 보다 전향적으로 교비회계에서 부담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으리라고 본다.

공립의 경우 학교회계(교특)에서 부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학의 경우도 교비회계에서 부담토록 한다. 기존의 법인부담금은 자구노력의 정도로 간주하고 이를 사학의 재정결함보조금과 연계하는 적극적인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학교 의무교육 법정부담금 문제 해결을 위한 보완 노력은 보다 시급을 요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방향으로의 검토가 이루어진다면 사학의 재정결함 보조금 산정 시에도 법정부담금의 고려는 배제해야 할 것이다.

사학재정결함보조금은 사학정책의 공영화를 추진하면서 납입금 동결 등에서 오는 손실분을 보전하기 위한 재원이다. 즉, 납입금 인상을 통해서 충당해야 할 교육비인데, 그 인상이 억제됨으로 인해 나타난 손실분을 정부가 보전하기 시작한 재원이다.

공립과 동일한 재정수요를 산정하고 그를 가능한 세입(납입금 등) 등으로 우선 충족시키고 부족한 부분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재원이다. 따라서 재정결함보조금 산정 시 기준재정수입으로 법정부담금은 제외하도록 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학정책의 운용과 관련하여 늘 지적되는 것이 일부 사학의 비리 문제이다. 비리 사학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학에 대한 사학재원의 확충노력에도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사학발전 전체에 대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학 전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만연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리 근절 문제는 사학 경영인들이 스스로 자정노력을 경주하면서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