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원 숭실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우리나라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는 사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우리 사학은 국권을 빼앗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인재양성의 산실로서 그 역할을 담당해 왔다. 또한 해방이후 국가발전을 이루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1974년 고교평준화 정책이 시행되고 정부 간섭이 시작되면서 사학의 자율성이 많이 위축돼 왔고, 일부 비리 사학은 사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에듀인뉴스가 사학 정책, 이대로 괜찮은지 점검해보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편집자 주> 

법정부담금 못 낸다고 학교법인을 비난하는 것이 정당한가?

“법정부담금도 못 낸다”라는 말은 학교법인을 비난하기 위하여 빈번하게 사용되는 말이다. 그 다음에 따라오는 것이 “법정부담금도 못 내면서 주인행세를 하다니?”라는 조롱이나, “법정부담금을 내도록 학교법인에 대해 제재를 해야 한다”는 처방이다.   

정확한 조롱이나 처방일까? 혹시 축구선수에게 “노래를 못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닌지? 그러면서 “노래도 못하면서 국가대표가 되다니”라고 조롱하거나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 노래를 못하는 선수는 국가대표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처방을 내리는 것은 아닌지? 용어의 표면적 의미만을 본다면 법정부담금을 못 내는 학교법인을 비난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법정부담금이라는 것은 학교법인이 부담하도록 법으로 정한 의무이고, 학교법인이 이것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정부담금과 관련된 법조문만 보더라도 과연 법정부담금이 진정으로 학교법인이 부담하도록 한 의무인지 의문이 든다.

「사립교원연금법」 제47조 1항은 ‘법인부담금은 학교경영기관이 부담한다. 다만, 학교경영기관이 그 학교에 필요한 법인부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담할 수 없을 때는 그 부족액을 학교에서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담금을 학교법인이 부담하지 못하면, 이에 대해 제재를 해야지, 왜 학교에서 부담하도록 규제하고 있는가? 이런 이상한 현상을 이해하는 네 개의 키워드로 ‘사학의 자유’, ‘학교법인의 본질’, ‘법인회계와 교비회계의 분리’, ‘눈 가리고 아웅’이 있다.

사학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

명문의 규정은 없지만, 우리나라 헌법에서 사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판례이다. 사학의 자유는 그 자체로 중요한 권리이면서, 민주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민주사회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시민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모든 교육을 국·공립학교에서 담당하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시민을 길러낼 수 없다.

그 당시의 집권자가 추구하는 가치관이 획일적으로 주입된 시민을 길러낼 뿐이다. 사학의 자유는, 사학의 경영자만이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모든 국민이 그 주체이다.

사학의 경영자에게는,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교육하는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한 교육내용을 가르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공교육의 책임을 국가가 부담하는 근대국가에서, 사립학교가 공교육에 동원된다고 해서, 사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

공교육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공교육에 동원된 사립학교(즉 정규학교)의 교육내용과 교원의 자격이나 시설 등에서는 적절한 규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공교육 목적달성과 관련 없는 사학법인의 운영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학생과 학부모가 사학의 자유를 향유하도록 하기 위해 원하는 교육을 하는 사립학교를 선택하여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 이러한 권리행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대부분의 국가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의 한 가지 방법(혹은 이것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방법)을 선택한다.

그 하나는 사립학교의 학비를 규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사립학교의 운영을 위한 재원을 학비로 조달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국가는 사립학교의 운영을 위한 금액과 등록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의 차액을 지원한다.

또 하나는 사립학교가 운영을 위한 재원을 학비로 조달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하면서, 과도한 등록금으로 인해 원하는 사립학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자를 위하여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다. 지원의 형태도 다양하다.

국·공립학교와 사립학교 등록금의 차액을 직접 지원하거나, 그 금액을 세액공제하거나, 혹은 저소득층 학생에 대해서는 국·공립학교 수준의 학비를 받도록 하면서 그 차액을 사립학교에 지원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 이와 같이 공교육에 동원된 사립학교에 대한 국가의 직·간접적 지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학교법인의 본질 

사립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자 하는 자는 개인 재산을 어느 정도 투자해야 하는가? 과도한 재정적 부담을 지도록 하면 사학 경영자의 사학의 자유는 무의미하게 된다. 이에 대한 답은 학교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학을 경영하는 학교법인을 영조물 법인이라고 한다. 즉, 교육에 필요한 적절한 시설만 갖추면 되고, 그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교육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이 지불하는 등록금으로 조달하는 법인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 “학생의 등록금으로 운영되면서 학교법인이 주인 행세를 하다니”라거나, “(등록금을 정부가 통제하여 발생한 부족액에 대한)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 주인 행세를 하다니”라고 학교법인을 비난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이러한 본질을 오해한 비난이다.

만약 학교법인이 학교 운영비까지 전부 부담하도록 하면, 어떠한 결과가 될까? 학교 시설비 외에 매년 50억~100억 정도의 운영비를 출연할 수 있는 자산가만이 사립학교를 운영할 수 있게 되고, 이것은 다양한 인재를 길러낸다는 사학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된다.

사학법인의 이러한 본질은 정규 교육기관의 설립기준에 관한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1997년 제정)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학교법인이 확보해야 할 수익용 기본재산의 액수는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 총액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가액’이다.

그리고 이 규정의제정 이전에 설립된 학교의 수익용 기본재산의 액수는 학급당 110만 원~140만 원 수준이다. 이 정도 금액의 수익용 재산으로는 학교 운영 비용을 충당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사립학교의 운영비용은 교육시설을 이용하여 교육을 받는 자에게서 조달하도록 하는 것이다. 교직원의 연금과 건강보험료인 법정부담금을 학교법인의 수익용 재산의 수익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이러한 학교법인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다.

그리고 법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여 설립된 학교라도 법에서 요구하는 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모순을 만들어 내는 제도이다.

여기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회사와 같은 영리법인은 물론이고 박물관을 운영하는 비영리 공익법인도 매출금(혹은 운영수익금)에서 직원의 급료와 4대 보험료를 지급한다.

그런데, 왜 학교법인만 학교를 운영하면서 받는 수익금(학생의 학비)이 아닌 학교법인이 학교의 직원인 교직원의 건강보험료과 사학연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가?

그러면서 (학교법인의 본질상 일부 자산가가 운영하는 학교를 제외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학교법인이 지급하지 못하면, 학교를 운영하면서 받은 수익금에서 지급하도록 하는가? 그 비밀은 ‘법인회계와 교비회계의 분리’와 ‘눈 가리고 아웅’식 정책에 있다.

법인회계와 교비회계의 분리 

우리나라에서는 학교법인에 대해, 법인의 자산과 부채 그리고 수익을 기록하는 법인회계와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학교의 수익을 기록하는 교비회계를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교비회계에 있는 수익금을 법인회계로 전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회사에 비유하면, 회사의 회계와 회사에서 설립하여 운영하는 각 공장의 회계를 분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A 공장에서 발생한 수익금으로 다른 B 공장의 직원 임금이나 시설투자에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사장이나 이사들의 급료를 줄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 리고 A 공장의 직원 급료와 운영비로만 사용하도록 하고, A 공장의 시설 개선에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상한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학교법인에만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한 배경에 대해 그 당시 신문은 다음과 같이 보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 법인의 거의 전부가 재산 수익이 없는 불건실한 것이 었고 이에 따라 사실상 학교 운영이 학생 공납금(등록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학교시설조차도 학생들이 내놓은 기성회비나 시설비로 충당하는 사례까지 빚어냈다. 이러한 악폐를 근절하기 위해 수익사업에 관한 회계와 학교경영에 관한 회계를 구분하여 별도 회계로 경리하도록 했다’(1963년 6월 6일자 경향신문) 

이 신문의 기사는 사학의 자유와 학교법인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립학교 법인의 거의 전부가 재산 수익이 없는 불건실한 것’이라는 언급은 부자만이 사립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학교 운영 비용을 자신이 조달할 수 있는 재산가가 아니면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교육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불건실하다는 위험한 발상이다.

‘학교 운영이 학생 공납금(등록금)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고, 학교시설조차도 학생들이 내놓은 기성회비나 시설비로 충당하는 사례’를 악폐라고 하는 것은 학교법인의 본질과 사학의 자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평가이다.

그 운영수익으로 운영비용과 시설 개선 및 시설 확장 비용을 조달하는 것이 법인의 정상적인 운영방법이다. 그리고 부자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주입하는 교육기관만 있는 것은 국가에 의한 획일적인 교육기관이 있는 것만큼 사학의 자유에 대한 위협이다.

이러한 이유로 학교법인을 제외한 다른 법인에서는 물론이고 학교법인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어느 나라에서도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를 분리하지 않는다. 

눈 가리고 아웅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를 분리시키면서, 법인이 아닌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직원 인건비의 일부인 교직원의 건강보험료와 연금 부담금을 법인회계에서 지출하도록 하는 것은 더 이상한 제도이다.

회사회계와 공장회계를 분리시켰으면, 최소한 그 공장 직원의 임금은 공장의 수익금으로 지출해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법인회계에서 지출할 수 없으면, 교비회계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정치권과 행정 관료의 ‘눈 가리고 아웅’식 정책의 결과이다.

건강보험제도와 사학연금제도가 시행되던 시기에, 법인회계와 교비회계가 이미 분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립 중·고등학교의 등록금을 공립학교 수준으로 통제하고 있던 시기였다.

중·고등학교를 평준화시켜 학생을 사립학교에도 강제 배정하고는, 공립학교보다 비싼 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것에 대한 비판 때문에 사립학교의 등록금을 공립학교와 동일하게 받도록 했다.

이러한 등록금의 통제 때문에, 등록금만으로는 사립학교를 운영할 수 없게 되었고, 그 부족액을 국가가 재정결손보조금이라는 또 하나의 치욕적인 명칭을 붙여 지원하던 시기였다.

정부가 등록금을 통제하여 발생한 불가치한 운영자금 부족인데, 이것을 ‘학교법인이 잘못하여 결손이 발생하여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한다’라는 치욕적인 명칭을 사용한 것이다. 재정결손보조금의 문제는 다음 기회에 검토하고, 건강보험료와 사학연금 부담금의 문제로 돌아가자.

사립학교 교직원도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하므로, 그 비용을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 교직원 인건비의 일부이므로, 법인회계가 교비회계와 분리된 상황에서는, 교비회계에서 이것을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교비회계는 이미 등록금의 통제 때문에 적자이어서 정부에서 지원을 받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교비회계에서 이것을 부담하게 하면,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정부의 지원을 늘려야 한다. 모두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는 방안이다.

따라서 법인회계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국민을 속인 것이다. 수익용 재산에 대한 법정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대부분의 학교법인이 그 수익으로 이러한 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을 정치권이나 행정 관료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법인회계에서 부담할 수 없으면 교비회계에서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모순되는 내용을 동일한 조문에 담게 되었다.

그리고 교비회계로도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없으므로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그렇지 않은 것처럼 눈 가리고 아웅한 것이다. 학교법인에는 법에서 요구하는 의무도 다하지 못한다는 억울한 오명만 남긴 채.

맺으며

법인회계와 교비회계의 분리라는 이상한 제도, 학교의 인건비를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이상한 제도, 국가에서 지원하면서 그렇지 않은 것처럼 속이려는 국민기만책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결과가 ‘법정부담금 못내는 학교법인’이라는 억울한 누명이다.

사학경영자는 사재를 출자하여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억울한 비난을 받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의욕적으로 사재를 출자하여 교육에 몰두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일부 지방의회에서는 법정부담금을 내지 못하는 학교에는 지원금을 줄이겠다고 한다. 지원금을 줄이면 그 피해자는 사립학교에 강제로 배정받은 학생과 그 학부모이다.

배정된 사립학교에서도 공립과 같은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지원금을, 달성할 수 없도록 설계된 기준에 달성하지 못했다는 제재수단으로 사용하여 무고한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무의미한 전선에서의 공방으로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 학교법인이 교육을 잘 하도록 격려하고 채찍질해야지, 달성할 수 없는 기준을 설정하고는 이것을 달성하도록 채찍질하는 헛수고는 이제 그만하자.

그 방법은 법인회계와 교비회계를 일원화하고, 법정부담금 불이행이나 재정결손 보조금의 본질을 정확하게 알리면서 이러한 모욕적인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