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렬 공주대학교 교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대통령 선거가 5월에 치러진다. 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각 대선 주자들은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당선 이후에는 교육이 소홀히 다루어지는 경향이 반복됐다. 그동안 당선을 위해 공약을 무리하게 약속한 경우도 있고, 현실적이지 못한 공약을 제시한 사례도 많다. 이에, 에듀인뉴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긴급기획으로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진단해봤다. 다음은 최준렬 공주대학교 교수가 본지에 보내온 글이다. 독자들의 대선 공약 점검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편집자 주>  

대선 주자들의 공약은 앞으로 집권할 동안 교육의 방향을 설정하는 바탕이 되므로 대단히 중요하다. 대선 주자들의 교육 공약이 교육적으로 가치 있고, 모든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며, 학생과 학부모들의 부담과 불안을 줄이고, 국가발전의 초석이 될 때 공약은 환영을 받을 것이다.

대선 주자들의 교육 공약을 살펴보면 문재인은 서울대·지방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시행, 대학 서열화 폐지, 특목고 폐지를, 남경필은 사교육 폐지, 특목고·자율형사립고 폐지, 수시 대신 정시 비율 확대,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을 공약으로 제안하였다.

유승민은 자사고·외고 폐지, 일반고 공교육 정상화를, 안철수는 5-5-2제의 학제 개편과 교육부 폐지를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주자들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재인은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가 대학 서열화 때문에 발생한다고 진단하고 대학의 서열화를 없애는 공약을 제안하였다.

대학의 서열화를 없애기 위해 국·공립의 경우는 서울대와 지방대에 공동입학·공동학위제를 도입하여 강의를 교류하고 동등한 학위를 취득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국·공립의 경우는 서울대, 지방대와 같은 구분 대신에 모두 서울대로 하고 서울1대학은 인문대학, 서울2대학은 자연대학, 서울3대학은 공과대학과 같이 전문분야별로 대학체제를 개편하고, 사립대학은 공영형 사립대학을 적용하여 대학 간의 서열 격차를 없애야 하며, 명문 대학 진학을 위한 특목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공약하고 있다.

남경필은 사교육을 대한민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로 생각하고 사교육 폐지를 교육 공약의 핵심으로 제안하였다. 남경필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교육은 마약과도 같다. 몸에도 안 좋고, 돈도 많이 들고, 효과도 없는데 옆집이 하니 다 따라 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사교육 금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하였다. 이와 더불어 사교육의 중심이 되는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를 폐지하겠다고 하였다.

유승민은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안철수는 국회토론회에서 ‘교육 혁명을 위한 10대 개혁 방안’을 제안하며 서울대 폐지, 수능 폐지, 교육부 폐지 등을 주장하였으며, 교육부의 억압이 지나치기 때문에 ‘교육통제부’를 ‘국가 교육위원회’로 대체하고, 현행 6-3-3-4 제의 학제를 5-5-2-4제로 개편해야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진단하면 첫째, 4명 대선 주자의 공약 용어가 혁명, 파격, 폐지 등의 과격하고 부정적인 용어들이 많다.

우리 교육의 문제를 도려내어 지금까지의 문제를 확실히 개선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라고 생각하지만, 교육적 차원에서 보면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그동안 교육개혁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1985년부터 시작하여 교육개혁심의회의, 교육 개혁위원회, 교육혁신위원회 등 교육에 관한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하기 위해 30년 이상을 지속해서 노력했으나 아직 문제가 그대로 남아있다.

대통령의 임기 동안에 교육의 문제를 혁명이나 파격, 폐지 등의 방법으로 개선되거나 치유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들 난제들을 파격적인 방법으로 개선하기 에는 많은 한계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하고 용어의 선택도 적절하게 해야 한다.

둘째, 대선 주자들의 공통적인 공약이 입시 개편, 사교육 폐지, 특목고·자율형사립고 폐지이다. 3가지 주제가 서로 연관되어 있고 학생과 학부모, 국민 모두의 관심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처 방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그렇게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는지가 궁금하다.

대학 서열화를 폐지할 수 있는지, 사교육을 폐지할 수 있는지, 특목고·자율형사립고를 폐지할 수 있는지, 폐지하는 것만이 해결책인지 묻고 싶다.

대학의 서열화, 사교육, 특목고·자율형사립고의 문제가 제도 때문에 발생하였는가, 사회 때문에 발생하였는가, 학생과 학부모의 이기심 때문에 발생하였는가의 원인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만든 공약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대학입시만 하더라도 예비고사에서 수능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이 제도를 변경하였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저에는 학부모의 이기심이 자리 잡고 있다.

아무리 학교의 교육을 정상화해도, 좋은 교육을 하여도, 내 자식이 1등하지 않는 교육은 나쁜 교육이고, 사교육이 필요한 교육이 되고 있으므로 서열화 폐지, 사교육 폐지에 한계가 있다.

단지 제도의 폐지나 변경에 집착하지 말고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여 대처하여야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안철수 주자의 학제개편 공약은 필요하나 추진하기 쉽지 않은 공약이라 여겨진다. 초등학교를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것은 학생들의 발달이 빨라지고 있는 점을 볼 때 필요한 정책이나 초등학교 교원, 시설 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는 실현하기 어렵다.

아울러 중학교 5년 과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발달과정상 중학교 과정이 질풍노도와 제2의 탄생 과정을 겪는 시기이기 때문에 5년으로 길게 연장하기보다 2년으로 짧게 하여 이 시기를 줄이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우리의 입시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 전문 능력을 배양하는 과정으로 생각한다면 고등학교 과정을 4년으로 늘려 진로와 취업을 할 수 있는 과정으로 개편하는 것이 국가 발전이나 개인의 능력 발전에 부합할 것으로 여겨진다.

안철수 후보자가 제시한 초등학교 5년과 중학교 5년을 합친 10년이 모든 학생이 배워야 하는 국민기본공통과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학교 단계는 중학교, 고등학교로 나누어지지만 10년의 과정은 공통으로 이수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교육부를 과도한 권력 집중 때문에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안하고 있는데 교육부의 기능을 조정하여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도 있다.

교육부의 초·중등교육은 교육감에게, 대학교육은 대학에 이 관하고 교육부는 최소한의 정책입안과 지역 간의 조정역할을 하도록 하는 기능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대선 주자들의 공약을 보면서 아쉬운 점은 긍정적 공약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증요법에 집착하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치중하고 있는데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비하여 긍정적으로 어떤 교육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 제시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점이 아쉽다.

안철수 주자의 학제 개편이 4차 산업혁명 시 대에 대비한 건국 이래 가장 강력한 교육혁신안이라 하는데 학제의 기간을 변경하고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2년제를 도입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여러 문헌을 보면서 1990년대에 미국 의회가 제시하였던 2000년대 국가교육목표(National Educational Goals 2000)나, 2001년에 일본 문부과학성이 시도한 21세기 신생플랜(Rainbow Plan), Bush 대통령의 낙오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오바마 대통령의 학생성취법(The Student Success Act)과 같이 우리 교육이 나가야 할 비전과 방향을 긍정적이고 희망있게 제시하는 공약을 하지 못하는가의 아쉬움을 갖는다.

대통령은 작은 현안의 대증요법보다 국가 발전에 필요한 비전과 공약 개발에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우리 교육이 당면한 시급한 문제는 대학의 자율화와 교육예산 확보이다. 대학의 생명은 자유롭고 다양하게 사고하고 표현하는 학문의 자유이고, 경영의 자율이다.

학교의 특성과 여건에 맞게 다양한 이념을 추구하고, 경영을 자유롭게 하여 대학의 특성과 전통을 살려 나가는 것이 대학의 사명이다.

이런 전통이 확립되어야 MIT 대학 같은 공과대학이, 하이델베르크 대학 같은 인문대학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 원사업에,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눌려 대학의 생명인 자율을 확대하고 누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이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질 높은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재원 확보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5~6년 동안 교육예산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학생 수 감소 때문에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논리 때문에 교육예산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여건에 있다.

<표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 예산의 20%였던 교육예산이 2011년부터 17%, 15%대로 줄어들고 있다.

교육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질을 개선하여 국가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육예산을 정부의 일정 비율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