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삼성고등학교는 2014년 삼성그룹에서 미래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학교이다. 학교 설립 당시 그 중심에는 박하식 교장이 있었다. 박 교장은 그간 민사고를 국내 최다 아이비리그 진학 학교로 성장시켰고, 용인외고 재직 시에는 국제반의 첫 졸업생 전부를 해외 유명 대학에 진학시키기도 했다. 명지외고 교장으로 부임해서는 국내 고교 최초로 IBDP(세계표준의 고교교육과정)를 도입하는 등 발 딛는 학교마다 혁신의 바람이 일었다. 최고의 재정 지원 기업의 든든한 지원 아래 최고의 교육 혁신을 이루어가는 그 교육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취재 지성배 기자

 

박하식 교장, 그는 누구인가?

서울현대고등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 용인외고(현 외대부고), 명지외고(현 경기외고)··· 학교 이름만 들먹여도 뭔가 대단해 보인다. 명문 고등학교로 자리 잡은 이 학교들이 가진 공통점은 바로 충남삼성고 박하식 교장이 재직했던 학교다.

박 교장은 민사고에서 글로벌 교육에 매진한 결과 국내 최다 아이비리그 진학 학교로 만들었고, 이후 용인외고 개교준비 책임교감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첫 졸업생 215명 중 213명을 국내외 유수 대학에 진학시켰다. 국제반의 경우 하버드대학 2명을 비롯한 전원이 해외 유명 대학에 진학했다. 그야말로 최고의 외고 탄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명지외고 역시 부임 후 경기외고로 교명을 바꾸고 국내 고교최초로 IBDP(세계표준의 고교교육과정)를 도입하는 등 명문고로 발돋움하는 초석을 다져주었다.

박 교장이 부임할 당시 대부분의 학교는 각종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박 교장은 ‘앞서나가는 교육 혁신으로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신념을 잃지 않고, 학교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런 박 교장이 충남삼성학원과 손을 잡고 충남삼성고등학교를 설립했다. 첫 졸업생을 배출한 올해, 2016년 말 기준으로 수시로만 서울대 9명을 비롯해 연대·고대·성대에 38명의 학생이 진학하는 등 서울권 대학에 150여 명, 외국계 대학에 10여 명이 진학하는 성과를 냈다.

충남삼성인의 시작··· 66일간의 MSMP (Miracle of Sixty Six day Melting Pot)

충남삼성고등학교는 자율이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기에 학생들은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한다. 학교는 신입생의 바른 생각, 좋은 습관 형성을 위해 입학 일주일 전부터 학교와 기숙사에
서만 생활하는 66일간의 MSMP 과정을 운영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이 몸에 밴 나쁜 습관들을 고치고 인성교육의 기초를 다져 진정한 충남삼성고 학생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선 올바른 인성부터 갖춰야 합니다. 학교는 타인과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충남삼성고의 MSMP는 입학 일주일 전부터 시작된다. 이 기간에는 인터넷, 핸드폰 사용이 금지되며 사교육도 받을 수 없다. 대신 모든 수업 시간을 인성교육의 장으로 규정하여 교사와 학
생이 서로 예의를 갖추고 존중할 수 있도록 5대 학습윤리(시간 엄수, 수업 참여, 과제 윤리, 역할 수행, 언어 품격)를 제정해 엄격히 지키도록 한다. 이런 학습윤리를 통해 농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고, 과제의 성실 수행을 위해 표절을 철저히 금지한다.

또한, 조별 학습에서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일정한 역할을 부여하며, 모든 활동에서는 바른 언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 나간다. 이와 함께 자기주도적 학습인이 되기 위한 9대 습관(건강 습관, 식사 습관, 시간 준수, 인사 잘하기, 바른말 쓰기, 규칙 지키기, 바른 수업 태도, 학습 계획 수립, 자기 주도 학습)을 정해 학습 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상호 배려 능력과 자기 절제 능력을 기르도록 유도한다. 자율이수 교육과정에 대비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박 교장은 MSMP에 대해 “진리에 대한 겸허함,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 친구들에 대한 배려심, 그리고 학습에 대한 진지함 등을 배워야 한다”며, “MSMP는 충남삼성고 인성교육의 완성이 아
니라 고등학교 3년 동안의 생활을 의미있고 풍요롭게 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설명한다.

무학년제·자율이수 교육과정

박하식 교장은 고등학교 체제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다.

“고등학교는 중학교와 대학교의 중간에 있습니다. 당연히 앞으로 진학하게 될 대학의 체제를 따라가야 미래지향적인 교육을 구현할 수 있음에도, 우리나라는 고등학교와 중학교가 같은 체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박 교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남삼성고에 무학년제·자율이수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디플로마 제도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 무학년제·자율이수 교육과정이란 학교에서 개설한 공통과목, 계열선택, 과정선택, 자유선택으로 구분된 과목을 이수 단위에 맞게 학생이 선택해서 수강하는 것이다. 대학의 수강신청과 같은 시스템이다.

자신이 전공하게 될 계열은 자연공학계열, 인문사회계열, 예술체육계열 등 3개로 운영되며, 그 하위에 8개의 세부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자신의 적성이나 진학 희망에 따라 계열과 하위 과정을 선택하는 수강신청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표를 만든다.

학교는 학생들이 다양한 적성에 따라 수강신청을 할 수 있도록 200개가 넘는 선택과목을 개설해놓았다. 학생들은 적성에 맞춰 스스로 선택한 수업을 수강하니 학습 집중도가 높고, 선생님은 강의를 먼저 개설해놓고 준비를 함으로써 수업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진다.

더군다나 모든 과목을 5단위(주당 5시간)로 개설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과목 선생님을 만나게 된다. 또한, 학기당 5회의 100분짜리 블록수업 시간을 마련해 실험,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도 충분히 확보했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지만, 학생의 변화과정과 학습 숙달 정도를 매일 점검할 수 있어서 교육적인 효과가 아주 높다고 한다. 학생들은 선택과목 선생님을 매일 마주하기 때문에 정신적·육체적 교감이 많아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높고, 상시적으로 학습에 대한 점검을 받을 수 있어 자기 스스로 부족한 것을 찾아 공부하는 데 좋다고 한다.

학교는 이를 더욱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10명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 《2016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14.5명인 것을 보면 상당히 적다. 이는 선생님이 맡은 학생을 더욱 세세하게 관찰할 수 있고, 학생의 변화를 충분히 인지하게 되는 등 수업 외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CNSA 디플로마 제도

학생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모두 이수하게 되면 습득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의 관심 분야에 대한 프로젝트 및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논문이나 창작물 등의 산출물을 학교에 제출하면 졸업장 외에 디플로마를 추가로 취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본인 선택 과정에 대한 CNSA 디플로마가 수여되나, 다른 과목을 15단위 이상 추가로 이수할 경우에는 융합 디플로마(Dual Diploma)를, 수학, 과학 등의 과목 중 심화 과정을 이수해 학업우수성이 높은 학생에겐 고급 디플로마(Honor Diploma)를, 외국어로 진행하는 교과목을 이수하여 외국어 강의 수강능력이 있는 학생에겐 이중언어 디플로마(Bilingual Diploma)를 추가로 제공한다.

이러한 디플로마 제도는 박 교장이 개교준비를 하면서 교육과정에 대한 많은 고민 끝에 만들어낸 충남삼성고만의 제도다. 학교는 이러한 제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서울 유수 대학의입학사정관을 초청해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대학교를 직접 찾아가 홍보하기도 한다.

이렇게 발로 뛰는 노력 때문인지 학교는 201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9명의 학생을 서울대에 합격시키는 성과를 냈다. 1회 졸업생부터 다수를 명문대에 진학시키면서 충남권에 있는 수많은 명문 고등학교를 제치고 지역의 대표 학교로 우뚝 서게 됐다.

“이런 성과를 이루는 데는 디플로마 제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 성과는 더욱 두드러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에 대해 일부에서는 삼성 임원의 우수한 자녀들이 입학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대기업이 관여한 학교라서 일반 사람들은 귀족학교라고 오해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장은 “이러한 오해는 2016학년도 전국 자사고의 평균경쟁률을 비교해보면 바로 풀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실제로 2016학년도 충남삼성고 임직원자녀 전형의 경쟁률은 1.2대 1로 나타났지만, 서울권과 전국단위 자사고의 평균경쟁률은 각각 1.9대 1과 2.66대 1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충남삼성고에는 다른 자사고에 비해 평범한 학생들이 입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전국 최고의 학생 맞춤형 시설

최적의 동선부터 개인별 시설까지

박 교장은 학교 건물의 설계 과정에도 참여했다. 건축 설계 과정에서 공사 담당자와 설계 전문가, 교사, 학생과의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건물의 도면을 바꾸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그 결과 구성원 모두가 만족하는 동선을 찾아냈다.

이동수업이 많은 자율이수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해선 학생과 교사의 동선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 건물 가장자리에는 강의실과 교사 연구실을 배치해 교실 간의 이동 경로를 최소화했고, 중앙에는 학생들의 물품 보관함과 도서관이 있어 수업과 수업 사이에 언제든 들를 수 있다.

시설은 더욱 빛이 난다. 행정동 중앙에 위치한 도서관은 3개 층에 걸친 복층형으로 경제, 교육, 사회, 정치 등의 전문지부터 문학, 예술 등의 교양지까지 비치해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6개의 세미나실을 갖춰 심층적 연구 및 토론도 할 수 있다.

이동수업을 위해 교사별로 전용 강의실을 따로 갖추고 있어 교사가 수업 준비 및 진행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1,2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체육관에서는 농구·배구 등의 실내경기가 가능하며, 헬스기구가 비치된 체력 단련실을 따로 마련했다. 음향 시설을 완비해 방송 댄스 등의 활동도 할 수 있다. 또한, 전교생이 1인 1 악기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악기를 보유한 음악실이 있으며, 개별 연습실도 갖추고있다.

학교는 이러한 노력으로 2014년 충남 아산교육지원청에서 교육과정연계, 안전, 환경친화성을 평가해 선정한 ‘대한민국 우수시설 학교’에 대상을 받았다.

창의적 이공계 인재 양성을 위한 최첨단 설비

충남삼성고는 창의성과 잠재력이 최대한 계발된 우수한 과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최첨단 실험 기자재를 충분히 갖춰 학생들이 개인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의 상상력을 현실화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이디어 공작소(FAB LAB)’에는 고가의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팅기를 완비해 학생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했고, ‘Learning by Doing 공작실’에서는 나무를 직접 잘라 작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했다.

과학 실험실에는 대학 수준의 연구와 분석을 할 수 있는 첨단 과학 분석실이 설치되어 있으며, 형광현미경, 액체크로마토그래피 등 각종 연구에 필요한 기자재를 완비하고 있다. 국가의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정책에 맞춰 컴퓨터 프로그램 코딩 교육을 위한 컴퓨터 공학실도 갖춰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나갈 학생들을 양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 시스템

교실은 최신 스마트 기기를 배치해 최고의 스마트 환경을 구현하고 있다. ‘화면 미러링’ 시스템으로 교사의 화면이 학생의 태블릿 PC에 그대로 전달된다. 이러한 교사와 학생의 쌍방향 수업을 통해 수업 중 실시간 평가와 피드백을 할 수 있다.

자체 통신망인 CNSA Net을 통해 수업 자료는 학생 전체에 공유가 가능하고, 개인 시간표 확인, 수강신청, 학습·진로진학 컨설팅, 학습플래너 등의 기능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실현한다.

또한, 학교중앙통제관리시스템이 학생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매일 제공하는 학사 보드와 학생 출결 통합 관리, 전 교실 보안 및 냉난방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안전을 위해선 캠퍼스 전체에 첨단 CCTV 시설을 갖추었고,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방문자에게는 ID 카드를 발급하여 출입관리를 하는 등 모든 시설을 첨단자동관리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세계화에 걸맞은 인재 양성

“세계화에 걸맞은 학생을 배출하려면 세계화에 부합하는 학교를 만들어야 하고, 그 학교를 운영하려면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과정을 개발해 학교에 적용해야 합니다.”

박 교장은 수년간 세계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학교의 역할은 학생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세계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충남삼성고는 다양한 교육과정을 도입·개발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능력 있는 선생님을 영입하는 등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 충남삼성고의 교육 시스템을 벤치마킹해가는 그 날까지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박 교장은 충남삼성고가 그려갈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