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주자들이 교육공약을 쏟아내고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 거의가 실현불가능해 보인다. 예컨대 국립대학네트워크, 서울대학교폐지, 반값등록금, 사교육폐지, 학제개편 등 쏟아져 나오는 교육공약들이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교육의 문제점들에 대해 많이 고민한 것처럼 보이지도 않고, 참모들의 교육개혁에 대한 성찰도 많이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교육의 현 문제점들은 어제 오늘 생긴 문제들이 아니고 해방후 정부수립때 교육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들이다. 그런 과오의 폐해가 누적되었기 때문에 양산된  것이 아닐까 한다.

그 정체성이란 국가교육권과 국민(시민)교육권의 개념정립과 조화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교육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하는 그 한계에 대한 성찰이다. 그리고 국민(시민)의 교육에 대한 권리와 의무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일본식 교육제도에 의해 근대교육이 이루어지고 그 위에 미국식 자유주의교육이 덧씌워졌다. 몸은 일본식이고 그 위에 미국식 옷을 입은 셈이다.

일본식 교육은 국가교육이 과도하게 행사되고 있고, 미국식 교육은 국민(시민)교육이 꽃을 피우고 있다. 우리는 어느 것을 선택한 나라인가.

우리는 이런 부조화를 해결할려는 노력이 태부족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굳이 변명하자면 해방후 신생국으로서 그리고 전후 복구에 급급한 나머지 그런 문제를 검토할 여유가 없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도 나라가 안정되고 경제가 나아지던 지난 1970년대에 이르면 달라진다.

필자는 서울대학교가 동숭동시절을 마감하고 관악산 기슭으로 보금자리를 틀던 시절이 우리나라 교육의 정체성을 확립할 호기였는데 아무도 그것을 문제삼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1974년에 박정희 군사정부는 서울대학교를 신림동으로 이전하면서 전폭적으로 지원했는데 이는 국가교육권에 대한 자의적 행사이고, 교육폭력 이상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요즘의 정경유착처럼 정치권력과 교육권력의 유착일 뿐이다.

당시에 군사정부에 가장 위협적인 세력은 대학이었고, 그 중에서도 서울 여기저기에 산재한 서울대 단과대학들이었다. 따라서 서울대의 집중과 이전은 외형은 국가교육권 행사지만 실은 정교유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가 오늘날 어느 대학도 넘볼 수 없는 구름 위에 솟은 대학이 되고 국가학벌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과 중앙정부와 우리사회 상류 기득권층이 삼각의 학벌카르텔을 형성해 학벌공화국을 만들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일찍이 예언한 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일으킨 사건이 해방정국의 국립서울대학설립 파동이다. 소위 국대안 파동인데 당시에 국립서울대학교 설립을 반대한 중요 명분 중 하나가 과거의 경성제국대학처럼 될 지 모른다는 우려였다. 그리고 그들의 예언은 서울대학교가 관악산으로 이전하면서 적중하였다.

오늘날 국립서울대학교는 과거의 성균관 이상으로 교육권력을 행사하는 패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무시하고 그저 수많은 대학들 중의 하나라고 여긴다면 우리교육의 근본적 문제점을 보지 못한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자 한다.

우리는 고등교육을 국가가 관여하지 않게 할 수는 없는가. 다시 말해 국가교육권 행사를 초중등교육에 한정하고 고등교육은 시민들에게 돌려 줄 수 없는가.

그리하여 고등교육이 시민속에서 시민과 함께 시민을 위하여 존재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인가.

대선을 앞두고 주자들은 무엇보다도 초중등교육에 국가교육권을 확립해 교육복지를 실현하고 한편으로 고등교육은 국민(시민)교육권을 인정하고 자유와 창의가 마음껏 발휘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국가교육권과 국민(시민)교육권의 확립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백년대계를 위해 절실하다는 게 필자의 소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