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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남의 교육 초점] 자사고, 특목고 폐지로는 일반고를 살릴수 없다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살리는 길을 모색해야
지성배 기자 | 승인 2017.03.29 10:13

요즈음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공약 발표를 보고 우려하는 교육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 대표적인 교육공약이 자사고와 특목고를 폐지하고 일반고로 전환하여 일반고의 황폐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일반고를 살리자는 과제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교육문제이다. 일반고 재학생 절반 이상이 학교수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학습에 흥미를 잃고 있는 현실은 매우 심각하다.

사실 이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국가 수준의 표준화된 교육과정을 제시하고 고교평준화가 시행된 이래 수십 년간 지속한 문제이다. 개별화된 학습이 불가능해진 학교 교육에서 개인의 학습역량은 배제됨에 따라 발생하는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가 있다.

학교 교육에서 한번 뒤처진 학생은 만회할 과정이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아무리 흥미가 있고 더 심화된 학습을 하고 싶어도 정해진 시간만 학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년이 지날수록 학습 부진은 점차 누진되어 해결되기 어려워지고, 심화학습을 필요로 한 학생은 학교교육에 흥미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오로지 같은 연령(학년)에는 같은 학습수준과 학습속도만을 요구하는 현행 체제가 일으킨 비극이다.

그런데 이런 일반고의 근본적인 문제가 마치 특목고와 자사고 때문이고, 이들을 폐지하여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해결되거나 완화되는 문제라고 여긴다면 잘못이다. 과연 특목고와 자사고가 없던 시절의 일반고는 앞에서 말한 문제가 없거나 적었던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우리는 교실붕괴, 학교 교육의 부실을 걱정하던 일이 벌써 수십 년간 이어져 왔음을 기억하고 있다. 그동안 집권하는 정부마다 구호만 달리하여 공교육 살리기, 일반고 전성시대, 일반고 육성대책 등 비슷한 정책들을 내세웠고, 학생들의 학습 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도 실행해 왔지만, 일반고의 황폐화는 지속되거나 오히려 심화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실정이다.

그러므로 일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근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학생들의 학습능력과 학습속도에 따른 학교 교육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학생들의 적성과 희망에 따른 학습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일반고 교육정책을 혁신해야 한다. 교육청 중심의 획일적인 정책에서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대폭 보장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학교가 소재하고 있는 지역별 특성에 따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하고,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에 따라 유연한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방교육자치제가 시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은 시도교육청의 권한이 무소불위로 행사되면서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그나마 정파적 색채에 따라 교원단체와 협약이 최우선시되는 주객전도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얼핏 살펴봐도 야간 자율학습 폐지, 석식 미실시 권장, 창체시간 교육내용 지정, 교과서 채택 간섭, 방과후학교 간섭, 교복 공동구매 강제, 직영급식 강제, 모의고사 실시 제한, 배치고사 금지,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의 강요, 법정 이외의 수십 개의 각종 위원회 설치운영 권장 등등 수많은 제한, 금지, 지정, 권장하는 지침과 정책들이 단위학교에 강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적어도 이런 간섭과 통제들은 단위학교의 자율성이나 교육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질적으로 학생 교육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도 의문이다. 그렇기에 이제는 시도교육청의 이런 폐단을 조속히 바로잡고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더불어 대선후보들의 교육공약도 이런 방향으로 제시하는 것이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바른 방향이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면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우선 학부모, 학생의 요구가 잘 반영되는 학교경영을 하게 될 것이다. 학교장은 자율성이 주어지면 책임도 반드시 뒤따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좋은 학교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학부모와 학생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학생을 위하는 교육, 학부모가 원하는 교육활동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노력이 주변의 다른 학교와 생산적 협력과 경쟁적 비교 속에 이뤄진다는 것도 잘 알게 될 것이다.

다음은 교원들의 자율성도 높아지고 책무성이 강화될 수 있다. 단위학교의 자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교육전문가로서의 교원들의 위상을 인정한다는 말이 된다. 교육청이나 교장의 지시 감독에 의해 교육활동을 하는 것이 아닌 오직 전문적 식견과 판단에 따른 교육활동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교원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신장하여 교육활동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나아가 이에 비례하여 책무성도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학교구성원 간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해진다. 단위학교에 높은 수준의 자율성이 보장되면 학교 교육활동에 대한 제안, 선택, 기획, 조정, 실행, 평가 등의 일이 오롯이 학교구성원들의 몫이 된다.

따라서 이런 일들을 원만히 잘할 수 있으려면 구성원 간의 활발한 소통과 협력은 필수이고, 피드백을 통한 경험의 누적도 공유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율성 속에서 창의성이 발휘되고 다양성이 확보되며, 더불어 민주적 소양이 길러지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일반고에서 실현된다면 일반고 황폐화니 교실붕괴니 하는 목소리는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당연히 학교에 대한 학부모·학생들의 신뢰도와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고,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보람되고 즐겁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황영남 성균관대 겸임교수>

글 황영남 성균관대 겸임교수

지성배 기자  edupaper@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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