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사회복지법인 사랑의 힘 산하에 꿈이룸학교의 사무국이 영등포 당산동에 개국했다. 사랑의 힘은 사회적인 안전망 밖에 놓여있는 친구들이 꿈을 발견하고 실현하는 데 든든한 동반자가 되기 위하여 2007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이다.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영등포에 자리를 잡은 사랑의 힘은 세월호 참사 이후 청소년들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시민들과 함께 꿈이룸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그들은 오랜 고민과 논의 끝에 청소년들이 스스로 꿈을 그려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청소년들을 위한 예술학교’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청소년, 시민, 전문가가 함께 만든 뮤지컬 <레미제라블 인 코리아> 공연’, ‘꿈이룸워크숍’, ‘청소년 예술-메이킹 교육프로그램’, ‘영등포구 마을배움터’, ‘학교 3D 프린팅 교육프로그램’, ‘청소년동아리 활동지원프로그램’, ‘Tech in Art PROJECT 2016’ 등 청소년을 위한 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꿈이룸학교를 설립했다.

취재 지성배 기자

꿈이룸학교, 무엇을 할 것인가?

꿈이룸학교의 양광조 교육국장은 지난 2년간의 시간과 경험을 통해 “우리가 어떤 청소년을 만나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었다”고 한다.

꿈이룸학교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다. 본인의 선택으로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경제적인 문제, 친구나 선생님과의 갈등, 학교에의 불만 등으로 방황한 아이들이다.

양 국장은 이러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왜 학업보다 세상을 먼저 선택하게 되었는지, 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아이들은 일반 학생들보다 조금 더 섬세하고, 예민하고, 감정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들의 감수성을 채워주기 위해선 문화예술교육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또 다른 고민은 이런 교육과정을 진로와 연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문화예술교육을 진로와 연계할 수 있도록 IT와 뉴미디어 그리고 기술을 접목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뉴미디어와 예술이라는 새로운 영역과의 만남을 통해 ‘배우는 행위’에 흥미를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로와 직업 세계를 알아가길 바랍니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IT 기술을 결합한 교육과정

꿈이룸학교는 2년간 총 6학기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학년은 3학기로 한 학기당 3개월 과정이다. 모든 학기동안 놀이와 체험을 중심으로 문화예술분야를 공부하게 된다.

1학기에는 여행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학교 구성원들 간에 의사소통과 문제해결 방법을 익힌다. 또한 여행에 필요한 램프와 스피커, 드론 등을 직접 제작하고, 드론 등을 이용해 방문한 여행지를 촬영한다. 촬영물은 여행이 끝나고 나만의 3D 여행지도 제작에 활용한다.

2학기에는 농작물 재배와 판매를 직접 해보고, 자연의 소리를 채집해 음악으로 만든다. 학생들은 농작 계획, 준비, 관리, 수확 판매의 전 과정을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돌봄과 교감에 익숙해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수확한 작물을 가공하고 판매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하며, 실물 경제를 체험함으로써 개인의 노력에 대한 성취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는 직접 재배하는 식물의 소리를 채집한다. 식물끼리 부딪히는 소리,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를 채집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직접 음악으로 만든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연과 IT의 창의적인 조화를 배우게 된다.

3학기는 카메라를 이용한 시각 예술과 IT 기술의 융합과정에 움직임의 요소를 접목했다. 시각의 원리와 역할 및 착시에 대해 알아보고, 빛의 성질과 카메라의 원리를 이해한다. 또한, 직접 웨어러블 디바이스(신체에 착용하는 전자장치)를 제작하여몸의 움직임과 접목하고, 고속촬영 기법을 활용해 이것을 이미지로 기록하고 기록된 자료를 모아 연말에 전시회를 갖게 된다.

4학기는 3D 프린팅 기술과 사진 예술의 융합과정이다. 3D 펜과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3D 조형물을 제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들은 3학기에 배운 사진 기술을 이용하여 촬영한다.촬영된 작품과 사진은 전시회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5학기는 아두이노와 프로세싱이 결합한 IT 기술과 음악 예술의 융합과정이다. 아두이노란 전자기판으로 기판에 각종 센서나 스위치 등을 부착하고 회로를 연결하여 기기를 제어하는 도구이다. 아이들은 이를 이용하여 사운드를 출력하고 제어할 수 있는 하드웨어 장치를 직접 제작한다.

또한, 음악 프로세싱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소리 정보를 시각 정보로 변환하고 디제잉을 통해 사운드와 영상을 조화롭게 제어하는 기술을 배운다. 이러한 기술을 습득하면 아이들끼리 모여 공연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능력을 배양하게 된다.

6학기는 미술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학생들은 크로키와 캐리커처 작업을 통해 드로잉을 연습하고 거울에 비친 나를 그려본다. 또한 나의 연령별 인생 그래프를 제작하고 의미있는 사건을 선별하여 표기한다. 표기한 내용에 맞는 나의 모습과 각종 캐릭터, 배경을 그린다. 컴퓨터 코딩을 학습하고 만든 작품들로 나의 인생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여 상영한다.

학생 스스로 만들어가는 비교과 활동

“3명 이상의 학생이 모여서 프로젝트 계획서를 제출하면, 학교는 그에 맞는 지원을 시작합니다.”

양 국장은 정규 교과 외에 꿈이룸프로젝트, 동아리, 꿈이룸워크숍 등 다양한 비교과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비교과 활동의 특징은 학생들의 관심과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 중 꿈이룸프로젝트는 학생주도형 프로그램으로 정규교과과정의 학습 내용을 응용하고 심화, 발전시키는 활동이다.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실행, 마무리까지의 전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수행한다.

수업을 듣고 상상만 하고 있던 물건을 직접 만들어보아도 되고, 해결되지 않은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유명인을 만나러 가도 된다. 수업과 관련된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도 좋다. 프로젝트별로 최소 3인 이상 모이고, 교과과정과 연계된 활동이라면 무엇을 해도 상관이 없다. 학생들이 계획서를 학교에 제출하면 학교는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자원들을 지원해준다.

물론 학생이 직접 필요한 것들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렇게 시작된 프로젝트가 종료되면 학생들은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겪었던 일들과 느낀 점 등을 함께 공유하고 상호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을 모아 연말에 자료집으로 제작해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꿈이룸프로젝트가 교과를 연계한 심화 과정이라면 동아리 활동은 교과와 상관없는 자유 활동이다. 매 학기 시작 1개월 전부터 학생들로부터 신청을 받으며 2인 이상만 되면 어떤 성격을 가진 활동이든 할 수 있다.

한 학기 최대 5개의 동아리를 개설할 수 있으며, 함께 참여하는 학생명단과 동아리 운영계획서를 학교에 제출하면 된다. 이렇게 개설된 동아리의 운영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공유회, 미니워크숍,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는 자리를 갖는다.

학력 인정 검정고시도 함께 준비

꿈이룸학교는 정식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가 아니다. 당연히 학교를 졸업하여도 대학 진학 및 사회생활에 필요한 정식 졸업장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학교는 검정고시반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력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입학하는 학생들에게 검정고시 준비 계획에 대한 설문을 하여 학생들을 파악하고 학교의 정규교과과정과 비교과과정과의 일정을 고려하여 전체적인 학습지원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이때 관내 영등포교육복지센터와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센터, 검정고시지원협회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을 통하여 검정고시를 좀 더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다가오는 시대에는 두 가지 이상의 영역을 융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틀을 깨는 무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꿈이룸학교는 학생들에게 풍부한 상상력을 길러주는 것이 큰 목표라고 한다. 그래서 교육과정도 문화와 예술, IT와 뉴미디어, 기술의 영역들을 융합하고 이를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활동 중심으로 구성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