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입정책은 유독 수명이 짧다. 이번에 시행되는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어김없이 대입정책의 변경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아마도 유력 대선후보마다 대입정책을 바꾸겠다고 하니 또 바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누구를 위해서 대입정책을 이렇게도 자주 바꾸는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하다.

세상일이 그렇듯이 마냥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제도가 있을 수는 없다. 교육정책도 마찬가지이고 특히나 대입은 더 민감한 이해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다. 그래서 현 대입제도를 놓고 이러니저러니 의견이 분분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대입정책을 바꾸는 것이 능사여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보여준 너무 잦은 대입정책의 변화 때문에 오히려 학부모는 사교육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학교의 경쟁력은 갈수록 저하되는 측면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학교 교육만으로 대입을 준비할 수 있게 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걱정을 덜어준다고 내세운 대입정책들이 주장한 대로의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도 아마 마찬가지 현상이 되풀이되리라 생각한다.

특히 수시를 몇% 줄인다든지, 수능을 자격 고사로 한다든지, 논술을 없애야 한다든지 등의 대입정책 변경에 대한 공약이 과연 학부모와 학생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것일지 의문이다. 여전히 사교육비는 서민들의 살림을 힘들게 할 것이고, 교육의 양극화는 심화할 우려가 높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깊어지지 않을까 여겨진다.

수시를 줄이면 정시에 유리한 학교와 학생들이 좋아할 것이고, 수시를 늘리면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 준비에 유리한 학생들이 좋아할 것이다. 수능을 자격고사화한다면 고졸자격인지 대입자격인지를 정해야 하고, 자격에 미달한 학생들을 어떻게 할 것이며, 대입정원에도 부족한 학생 수 감소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논술을 없애자는 주장은 논술이 고교교육과정을 벗어나 출제되고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문제를 근거로 하고 있는데 이는 대부분 해소된 문제들이다. 오히려 고교교육과정 3년 동안 내신과 학생부종합전형 관리가 부족했던 학생들에게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정상적인 고교생활을 이수하고 학교에서 준비할 수 있는 수준의 논술이라면 장려해도 좋은 방안이다.

누구나 만족하는 대입정책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차기 정부는 잦은 대입정책 변경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의 교육정책 신뢰도를 약화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학교 교육을 제대로 하고, 대학은 자율적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며, 학생과 학부모는 학습권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교육공약의 중심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제쯤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에서도 대입정책을 바꾸겠다고 하는 공약보다는 학교 교육을 바로 세우고 공교육의 신뢰성과 책무성을 높이겠다는 교육공약이 중심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

<황영남 성균관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