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우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뉴질랜드는 남태평양에 위치하고 있으며 크게 북섬과 남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뉴질랜드 해안선 주위에 그리고 북쪽에 살고 있다. 수도는 웰링턴이며, 가장 큰 도시는 오클랜드이고 전체 인구는 약 440만 명이다.

뉴질랜드 교육시스템은 세계 수준이며, 현대적이고, 열정적이다. 21세기를 준비하는 리더와 시민들을 양성하기 위해 전통적 원리를 혁신, 창의성 그리고 신선한 사고와 결합한 교육시스템이다. 뉴질랜드 교육은 학생 중심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학생들로 하여금 문제 해결, 정보 처리, 타인과 협력, 창조, 혁신을 하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뉴질랜드 학생들은 13년간 초·중등학교를 다니게 된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2년, 고등학교 5년 등 총 13년간 교육을 이수하게 되는 셈이다. 대략 6세부터 16세(11학년)까지는 의무교육이지만 대부분 학생은 13년간 학교에 다니게 된다.

초등교육(Primary Education)은 1학년부터 8학년까지이며, 1학년~6학년 과정을 마치고 7학년~8학년은 중학교(Intermediate)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초등교육은 특히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과 산술 능력 같은 기초학습에 초점을 두고 있다.

중등교육(Secondary Education)은 9학년부터 13학년까지이다. 공립 중등학교는 중등학교, 고등학교 또는 칼리지로 알려져 있다. 중등학교에서는 교과와 관련된 시간표가 제공되며, 비록 학생들이 광범위하고 균형 잡힌 교육과정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더라도, 학생들은 전문적인 직업 정보 및 안내를 제공받는다.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처럼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을 지향하고 있다. 이 교육과정은 뉴질랜드 각급 학교에서의 교수, 학습, 평가를 위한 공식적인 국가교육과정이다. 이를 통해 뉴질랜드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교실 수업 프로그램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는 국가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지역 및 학교의 필요, 교육과정 운영에서 중요도 및 우선적 사항 등을 고려하여 학교교육과정을 입안하고 편성·운영하게 된다.

필수학습 영역은 영어(English), 예술(The Arts), 건강과 체육(Health and Physical Education), 외국어(Learning Languages), 수학과 (Mathematics and Statistics), 과학(Science), 사회 과학(Social Science), 기술(Technology) 등이다.

뉴질랜드는 의무 교육 기간 동안 1년에 4학기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체적으로 2월 1일 전후로 개학해서 1학기에 2달 정도 수업하고 약 2주를 방학하는 방식으로 12월 중순에 4개 학기가 완료된다.

다만 4학기가 끝나고 시작되는 여름 방학은 약 6주로 다른 학기 방학보다 긴 편이다. 방학 중에는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들이 해당 교육청 단위에서 수익자 부담으로 제공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 개발을 교육과정의 주요 지향점으로

뉴질랜드는 핵심역량 개발을 교육과정의 주요 지향점으로 두고 있다. 뉴질랜드는 급격한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단순히 지식을 획득하거나 기술을 숙련하는 교육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2007년에 발표한 국가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 개발을 주요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OECD의 DeSeCo 연구에서 제시된 핵심역량을 국가교육과정에 수용하여 뉴질랜드의 맥락에 맞게 수정하여 교육과정의 주요 구성요소로 핵심역량을 설정하였다.

뉴질랜드 교육과정에 제시된 핵심역량은 ‘사고하기(Thinking)’, ‘언어, 상징, 텍스트 사용(Using language, symbols, and texts)’, ‘자기관리(Managing self)’, ‘대인관계(Relating to others)’, ‘참여 및 공헌(Participating and contributing)’ 등 다섯 가지다.

이러한 핵심역량은 일상적 삶과 평생 학습을위해 갖추어야 할 능력으로서 학교 교육에서 교과 지식과 핵심역량 개발이 통합적으로 연계된 학습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핵심역량 개발을 강조함으로써 단편적 지식 습득을 넘어 미래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초능력의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경우, 국가교육과정과 학교교육과정과의 관계성을 중요시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뉴질랜드 국가교육과정에서는 전체적인 교수·학습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으며, 이 교육과정은 세부적인 계획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기본 틀(Framework)에 해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학교는 국가교육과정의 의도에 맞게 학교교육과정을 명료하게 설정해야 하며, 학교교육과정의 세부 사항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융통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교육과정 설계에 있어서 다양한 아이디어, 자원, 모형 등을 구안할 수 있는 셈이다.

예컨대, 케임브리지 초등학교의 경우, 학교교육과정에서 핵심역량으로 사고하기(Thinking), 시민의식(Citizenship), 의사소통(Communication), 탐구 및 모험하기(Exploring and Adventuring), 자기정체성(Self-Identity) 등 5가지를 설정하여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가교육과정에 제시된 핵심역량과는 다소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뉴질랜드는 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 교사의 자율성과 학생의 참여가 강조되고 있다. 초·중등학교 교육에서 교과서의 중요성이 그리 높지 않다. 교과서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고등학교의 경우 과목별로 교과서가 있는 것도 있다. 따라서 교과서보다는 국가교육과정 기준에 근거하여 교사 스스로, 그리고 학교 구성원간 협력하여 해당 교육과정을 구상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뉴질랜드의 교실 수업은 매우 역동적이다. 교사의 설명이나 지시보다는 학생들의 참여가 중시된다. 학생들은 수업장면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또한 팀 활동에 있어서 교사의 지시보다는 학생들의 팀웍을 중시하며, 단기간의 결과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학생들의 결과가 나오는 과정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 교육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답답하고 느리게 보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뉴질랜드 교육의 장점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문제해결능력을 학교 교육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해결능력은 미래사회에 요구되는 핵심역량이라는 점에서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초·중학교의 일정은 비교적 여유 있게 운영된다. 다음은 뉴질랜드 로토투나 초등학교1)의 사례이다. 모든 학교가 동일한 일정을 소화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적으로 오전 9시 전후에 수업을 시작해서 오후 3시 전후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1) Rototuna 초등학교는 뉴질랜드의 해밀턴에 소재하고 있는 공립 초등학교이다. 이 학교는 31학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5년에 ERO(Education Review Office)에서 성공적인 학교로 분류되었다. 학교는 학생들이 자기관리자(Self Managers), 사고하는 사람(Thinkers), 모험가(Risk Takers), 의사소통가(Comminicators), 연구자(Researchers), 협력자(Team Players)가 되는 것을 학교의 비전으로 삼고 있다.

위 표에 나타난 것처럼, 뉴질랜드 학교의 하루 일과는 우리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교수·학습시간에 있어서 교시별로 초등학교 40분, 중학교 45분, 고등학교 50분으로 구성된 우리나라에 비해 어찌 보면, 긴 시간으로 보일 수 있지만, 교수·학습 활동 시간이 교사에 의해 융통적으로 운영되며, 교사가 일방적으로 수업을 이끌어 가기보다 학생이 학습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점심을 10분 만에 먹고, 점심 휴식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자발적으로 한다. 점심 도시락은 집에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지만, 학생에 따라 점심을 학교에 신청하기도 한다.

특히 점심 휴식 시간에는 학교의 상황에 맞게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점심시간 활동으로 체조, 무용, 우쿨렐레 등에 관한 재능 기부 활동을 하기도 한다. 위 표에서 주목할 학교 시간은 평가 시간이다. ‘Reflection Time’이라고 하는 시간인데, 이 시간은 우리와 비교해보면 일종의 종례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의 종례시간은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면 사뭇 다르다. 주어진 10분 동안 학생들이 그간 수행해온 프로젝트나 유의미한 경험(가족 여행, 대회 참가 등)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이 10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학생이 손을 들어 자신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발표해야 할 학생이 많은 경우, 교사는 매일 발표할 순서를 미리 정해서 발표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는 10분 중 마지막에 학생들에게 당부해야 할 사항(앞으로의 일정, 준비사항 등)을 간단하게 안내·점검하고 하루 일과를 마치게 된다. 방과 후에는 학생에 따라 수익자 부담으로 방과 후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며, 그 비용은 매우 저렴하다

뉴질랜드 학교-가정의 협력과 파트너십

학생의 성취에 관해 ‘학부모-교사 토의(Parent Teacher Discussions)’가 활성화되어 있다. 학생들은 국가교육과정기준(National Standards)에 근거한 평가를 받게 된다.

예컨대, 로토투나 초등학교의 경우 2010년부터 학생들은 국가 기준에 근거한 평가를 받고 있다. 평가 결과는 1년에 2개 학기가 끝나는 상반기에 한 번, 그리고 나머지 2개 학기가 끝나는 하반기에 각각 한 번씩 학부모와 교사, 학생이 함께 공유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비록 10~15분 정도에 걸쳐 이루어지는 만남이지만 교사는 평가 결과에 근거하여 학생이 어떤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약점을 보이는지, 이를 위해 가정에서 학부모가 어떤 부분에서 학생을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학생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부모 교사 토의에는 학생이 직접 학부모와 교사 앞에서 본인이 그간 수행해왔던 프로젝트 결과를 설명하고, 교사는 질문하고 학생은 답을 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학생 성취에 관하여 학부모가 원하면 언제든지 교사에게 물어볼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운영에 있어서 학교-가정과의 협력과 파트너십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학교는 매주 수요일 뉴스레터를 가정에 제공한다. 이것은 학교와 가정 간을 매개하는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작용한다. 모든 교사들은 학부모의 도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학부모들은 교사와 함께 주 단위로 학생들의 철자, 수학 등을 체크하는 데 도움을 제공한다.

또한, 학생 캠프, 학생체육활동, 야외 체험학습 등에 있어서 학부모의 자원봉사를 활용하고 있다. 학교는 행사하기 전에 행사에 관한 세부적인 안내 사항을 통신문을 통해 가정에 보내고 학부모의 자원 여부를 확인한다.

특히 학생 야영(캠프)의 경우 지원자가 많은데, 이 경우 학교가 기준에 의해서 지원자를 선정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혹은 다른 학생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 학교는 학생의 문제와 관련하여 부모와 상담해야 할 적절한 시점(Think & Reflection Time)을 정해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기도 한다.

모든 경우에 있어서 가정-학교 간의 파트너십은 학생의 학습 성공에 매우 중요하며, 부모의 지원은 매우 높이 평가 되고 있다. 이러한 학교와부모의 파트너십은 학생 학습의 질을 제고하는 데 있다. 학생의 현재 진보와 성취에 관한 누가 기록(Summative report)은 학부모, 학생, 교사를 연결하는 시발점(Conversation starter)으로 작용한다.

교사와 학부모는 이러한 기록을 다양한 시간에 걸쳐 공유한다. 예컨대, 하루 일과 중 수업하기 전(8:30~ 9:00), 수업 종료 전후(14:50 ~ 15:00 & 15:00 ~ 15:20), 2학기와 4학기 종료 후의 교사와 학부모의 인터뷰 시간 등 언제든지 교사와 논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모든 담임 교사들은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3시 20분까지 교실에서 학생과 함께 하고 있다. 교사와의 미팅이 필요한 경우, 사전에 약속을 정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미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위와 같이 뉴질랜드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의 몇몇 특징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특징들은 우리의 학교 교육과 사뭇 다르며, 여느 교육 선진국에서 지향하는 교육의 경향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뉴질랜드 학교 교육 역시 우리의 학교 교육에 비추어 보면 얼핏 동경이 대상이 될 수는 있겠지만, 혹자에 따라서는 그것이 완벽한 학교 교육 시스템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뉴질랜드 국민 역시 여느 나라 못지않게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다. 방과 후에 사교육을 시키거나 초등학교부터 좋은 학군에 자녀들을 입학 시키려는 욕구도 높은 편이다.

또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많지 않고 너무 느슨하고 느리게 진행된다는 우리나라 교민들의 인식과 학생들이 초중학교보다 고등학교 수업을 너무 힘들게 느낀다고 하는 고등학교 교사 출신 현지인의 자조 섞인 말을 통해서도 뉴질랜드 학교 교육의 이면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