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업무 최적화는 교원의 이야기를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윤희정 충남 송남초등학교 교장이 지난 2월 22일 개최된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원 역량강화 연수'에서 학교업무 최적화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충청남도교육청은 지난 2월 22일 충남 공주시 충청남도교육연수원 대강당에서 ‘유·초·중·고·특수학교 교(원)장 역량강화 연수’를 개최하였다.

도내 789명의 교장이 참석한 이 연수에서는 학교 내의 학교업무 최적화, 민주적인 협의문화 개선, 학교 내 협업 사례, 교수·학습 중심의 학교문화 조성을 통해 학생이 존중받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교직원의 노력을 공유하였다.

본지는 이 연수에서 송남초등학교 윤희정 교장이 발표한 ‘학교업무 최적화 및 학교문화 개선 사례’를 소개한다

. 윤희정 송남초등학교 교장

Ⅰ. 들어가며

교사가 하는 일의 본질은 수업과 생활지도입니다. 하지만 많은 교사는 교무 및 행정업무에 치여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심지어는 업무에 치여 짬을 내서 수업했다며 자조 섞인 말을 할 정도입니다.

이에 ‘선생님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교육과정 중심으로 학교가 운영되어야 한다’라며 업무를 경감하는 방안도 많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학교현장에서는 체감하기가 어렵습니다.

선생님들은 업무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고, 아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도 부족합니다. 이에 학교의 현실을 다 함께 고민하여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문화를 조성하고 학생중심 교육을 실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Ⅱ. 송남초등학교는?

]충남 아산에 위치한 송남초등학교는 2014학년도부터 예술꽃씨앗학교, 2015학년도부터 행복나눔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성화된 교육과정 운영으로 기존 6학급에서 2017학년도에는 12학급으로 느는 등 학생 수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2016학년도를 기준으로 초등 남교사 6명, 여교사 8명이 근무하며, 평균연령은 41세 정도입니다. 교사들은 교육에 열정을 갖고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애쓰고 있으며, 학부모는 마을의 아이를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학교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간혹 극성맞은 학부모들과 별난 선생님들이 모여서 교육을 하는 집단이라는 오해를 받을 정도입니다 .

Ⅲ. 교장으로서 걱정되었던 점

2015년 9월 저는 송남초로 발령받았습니다. 송남초의 교감, 교무, 행정실장이 학교교육과정과 학교요람, 그동안 작성한 회의록 등을 가지고 제가 근무하던 학교로 와서 송남초에 관해 설명해주었습니다.

교육과정을 살펴보니 특색 있고 꾸밈없이 작성되어 있어 기대가 되었지만 낯선 업무분장표를 살펴보고는 다음과 같은 걱정이 들었습니다.

첫째, 전담팀의 업무 편중화로 인한 갈등과 업무 기피 현상은 없을까?

둘째, 업무가 없다고 해서 담임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을까?

셋째, 2~3인이 업무의 90% 이상을 하는 과정에서 업무를 허술하게 처리하는 것은 아닐까?

넷째, 해가 바뀌어 새로운 교사가 업무전담팀을 맡게 되면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학교 전체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아닐까?

다섯째, 전체 직원이 참여하는 토론중심협의회를 한다면 시간 낭비, 에너지 소진으로 인해 피로감만 쌓이고 비효율적이진 않을까?

Ⅳ.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를 위한 학교업무 최적화(정상화) 노력

전체 교원들과 함께 매일 오는 공문 처리 및 각종 관행, 전시행사의 과다로 학생 교육에 전념하기 어려운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어떻게 하면 송남초등학교에 적합한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였습니다.

담임교사의 역할을 재확인하고, 없앨 것, 축소할 것, 교육과정에 반영할 것, 존속할 것 등을 정한 후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를 만들기 위한 학교업무 최적화(정상화) 노력을 다음과 같이 하였습니다.

2. 민주적인 업무 배정을 위한 집중토론

12월 2주와 3주에는 전체 교원이 한데 모여 각자의 이해를 서로 상충해가는 토론을 했습니다. 모두가 갖고 있는 생각을 가감 없이 말하다 보면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으나, 업무가 결정된 후에 통보를 받는 충격보다는 덜하기에 토론을 통해 업무를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겨울방학 이전에 인사와 업무 배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3. 업무 재조직화

가. 학교행사 시 자율좌석제를 도입하는 등 학교업무 최적화(정상화)를 가로막는 각종 관행을 없앴습니다.

나. 연 1회 진행하던 학예회나 방과 후 발표회 등을 교육과정 중 수시 발표로 전환하고, 졸업생 대상 대외상의 정중한 거절, 학생 조회 대신 학생 다모임 운영, 틀에 박힌 지도안 수정, 불필요한 공문 없애기 등 전시용 행사나 불필요한 업무를 없애거나 바꾸었습니다.

다. 교육지원청 및 대외 또는 학교 자체 대회를 폐지하였습니다. (단, 희망자에게는 기회 제공)

라. 인성, 진로, 학교폭력, 자치활동, 독서, 안전교육 등의 수업은 학년교육과정에 포함하여 진행하였습니다.

4. 학부모에게 학교 교육의 참여 기회 제공

도서관 지원단, 생태 지원단, 놀이 지원단, 교육과정 지원단, 아버지회 등 학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일들을 찾아 학부모와 함께 논의하다 보니 학부모에게 학교 교육 참여의 기회를 제공되고 교원의 업무도 경감하게 되었습니다.

Ⅴ. 지금은...

모든 사안을 전체 교직원이 토론을 통해 해결해나가니 처음에 제가 걱정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교직원 전체의 만족도와 학부모 및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2년 동안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가되기 위해 노력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있었습니다.

1. 전담팀은 담임 선생님들이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업무전담팀으로써 보람을 느끼고 더욱 업무에 몰두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2. 전담팀 운영 2년간은 같은 교사가 맡았으나 2017학년도엔 바꾸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통도 있었으나 오랜 논의 끝에 학교 상황에 맞게 조율이 되었고, 겨울방학 동안 업무인계인수를 위해 함께 노력하였습니다.

3. 담임교사들은 업무전담팀이 업무를 처리해주고 때때로 교육활동에도 헌신적으로 지원을 해주니 교육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사들은 수시로 교육활동을 공개하거나 협의하면서 학년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람과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4. 학년 배정을 위한 협의 시 상충하는 부분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였지만, 협의를 통해 결정하니 불만이 줄어들었습니다. 교사들은 겨울방학 동안 학년 교육과정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요즈음은 자발적으로 같은 학년 전입교사에게 교육과정 및 학교문화를 안내하는 등 전입 교사가 적응을 잘할 수 있도록 멘토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5.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를 통해 학교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나가고 그 과정에서 교직원 간 소통과 협력의 분위기가 확산되어 주인 의식을 갖게 되었습니다.

6. 학부모 다모임을 통한 의견수렴 및 학부모의 교육지원으로 교사들의 업무도 경감되고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아졌습니다.

7. 학교행사 및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한 토의 과정에 전체 교사가 참여하면서 교육활동에 대한 이해가 높아 진행 속도가 빨라졌으며, 재구성된 조직이 빠르게 정착되고 안정화되었습니다.

Ⅵ. 노력할 점 또는 바라는 점

위와 같이 학교업무 최적화(정상화)를 위해 지난 2년간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아래와 같이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1. 학교업무 최적화(정상화)는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며 소통할 때 잘 운영될 수 있으므로 워크숍이나 교직원 동아리 활동 등 소통의 기회를 많이 가져야 합니다.

2. 오랜 시간 토론하다 보면 피로가 쌓여 비효율적인 면도 생기므로, 협의회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교직원들이 협의회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3. 협의회가 민주적인 협의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협의회 진행 과정에서 관리자도 협의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4. 업무전담팀을 이끌어가는 교감이 절대적인 역할을 해야 하므로 교감의 의식 개선과 협조가 필요합니다.

5. 학교는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학교업무 최적화에 대한 방안도 학교의 사정에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6. 교무행정사나 실무원 등 교육공무직들 또한 많은 업무로 인해 갈등을 겪을 수 있으니, 관리자는 세심하게 배려하고, 교육지원청 차원에서도 교육공무직들이 사명감을 갖고 근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이 필요합니다.

7. 교사의 본질은 학생 교육에 있으므로 전담팀 운영보다는 업무에 전념하는 교무행정사의 증원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