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심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

1. 교과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의 필요성

학교 인성교육을 위한 노력 중에서 가장 체계적이고 가장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방안은 바로 학교의 교과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인성교육을 통합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하여, 학교의 일상에서 주된 부분을 차지하는 교육과정 편성·운영이 인성교육의 관점에서 이루어진다면 그 자체로 인성교육의 실현이 어느 정도 담보된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 인성교육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한 인성교육은 물론이고, 학교에서 일상을 이루고 있는 교과 수업에서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에서는 교과별 특성을 살리되 인성교육에서 추구하는 핵심 가치·덕목들이 교과 수업을 통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학습될 수 있도록 교과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해야 한다. 학교 인성교육에서 교육과정운영과의 통합·연계 지도는 핵심적인 관건이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의 본령인 교육과정에서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반영하여 운영함으로써 인성교육이 일시적인 이벤트나 행사 위주의 실천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방향은 교육부의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교육부, 2016, pp. 13~17)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인성교육과 교육과정과의 통합·연계 방식은 크게 보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차원에서 고려될 수 있다.

2. 교과교육의 본질주의적 관점에서 본 인성교육

첫째, 인성교육의 개념을 넓게 보아 학교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바가 전체적으로 인성교육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사실, 2015 개정 국가교육과정 문서(교육부a, 2015)에서 제시하는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이나 이러한 인간상을 구현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통해 중점적으로 가르치고자 하는 핵심역량은 대부분 그 자체로 이미 인성교육이 추구하는 바와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이 관점에 의하면, 학교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바를 제대로 실현하면 그 자체로 이미 인성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특히, 교과교육의 입장에서는 각 교과의 특성을 살려 제대로 교육하면 그 자체로 인성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교과교육에 대한 본질주의적 관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보면, 교과 수업의 ‘본질’ 구현 혹은 ‘좋은 수업’은 그 자체로 학생들의 인격 함양과 어떤 관계를 갖는 것인가? 김명숙은 ‘콜링우드(R. G. Collingwood)의 지식이론에 비추어 본 교과교육의 성격’이라는 글에서 교과교육은 바로 학생의 마음을 발달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조난심, 2013에서 재인용).

“교육은 학습자로 하여금 거울(교과) 속에 비친 모든 세부사항들을 보되, 그것이 자신의 마음임을 깨닫도록 하는 일이며, 이 점에서 교육은 단편적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더 잘 알도록 하는 일’ 곧 ‘자기 지식의 발달’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Hughes, 1996: 217-36, 김명숙, 2005: 100에서 재인용).”

그는 교과의 지식을 마음과 분리된 것으로 가르치면, 학생의 마음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그것을 자기지식에 이르는 발판으로 가르치게 되면, 교과교육에 의해서 학생 자신의 마음이 달라지고, 동시에 달라진 마음에 의해서 학생이 보는 세계 또한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된다는 것이다(김명숙,2005: 101).

이는 교과교육을 주로 학생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인식했을 때와 교과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인식했을 때의 차이를 말한 것이다. 교과교육을 학생들의 마음변화와 세계를 보는 관점의 변화로 인식할 때에 교과교육과 인성교육의 접합점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지식교육의 목적이 마음의 발달에 있다면, 이 교육이 가져다주는 인간상은 단순히 지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면, 정서적인 면에서도 ‘종합적으로’ 향상된 자아의 모습이라고 해야 옳다. 요컨대 지식에 의해서 개인의 마음이 발달하며, 이렇게 해서 발달된 마음이 빚어내는 개인의 삶과 행위는 인격적으로도 향상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김명숙, 2005: 101).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모든 교과는 각기 그 특성을 살리면서 본질에 충실하게 지도하면 그 교과가 본래 추구하는바, 인간 마음의 발달을 돕게 되고 그 자체로 인성교육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실제로 교과교육이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보면, 대부분 이상에 그칠 뿐이다. 일반적으로 학생들은 학교의 교과교육의 과정을 통해 지식 습득 과정의 열정이나 태도와 같은 정서적 측면뿐만 아니라 교과가 포함하고 있는 가치나 세계관 등도 함께 습득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습득된 정서적 태도나 가치관, 관련된 판단 등은 바로 학생들의 인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입시교육 등이 부각되는 학교 교육의 현실에서 교과교육은 이러한 측면을 도외시하고, 단순 지식만을 전달하고 평가하려는 편협한 교과교육관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현실에서 보면 학교 교육의 지향점으로 설정된 인격 함양과 거리가 먼 교육 현실을 낳게 함과 동시에 교육정책 담당자들이 ‘인성교육’을 위해 교과교육 외에 별도의 부가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정책적 노력을 경주하게 만든다.

3. 인성교육을 위한 교과 설정 및 교과 목표, 내용에 인성 요소 명시

둘째, 기존의 자유교육에서 추구해 온 교과교육관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면서, 인성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과정에 인성 요소를 ‘명시적으로’, ‘직접적으로’ 부각시키고 이를 의도적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학교 교과교육의 현실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고, 기존의 ‘안목 형성’을 위한 교과교육이 일상생활에서 실천까지를 추구하는 인성교육의 요구에 충분히 부응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다시 말하여, 이러한 주장에는 교과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세상을 보는 안목을 형성하고, 마음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은 지나치게 고원(高遠)하여 당장의 삶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이 길러야 할 바람직한 인성 요소들을 교과교육과정에서 명시적으로,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지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최근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우리나라나 미국 등에서 받아들여지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과정의 편제에서 인성교육을 위한 별도의 교과를 설정하는 방안이 고려될 수 있다. 이는 인성교육을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 기준을 마련하여 제시하는 것이다.

“그(Stiff-Williams)에 의하면, 켄터키 주의 경우에는 ‘실생활(Practical Living)’이라는 별도의 교과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교과를 통해 갈등의 원인 분석-예를 들어, 폭력, 괴롭힘, 돈 문제, 건강 문제, 억압적 환경, 인종차별이 이루어지고 동료 중재, 대결 회피와 같은 가치갈등 해결 전략을 가르침으로써 가정, 학교, 지역사회의 갈등에 평화로운 결말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양정실 외, 2013, pp.22~23에서 재인용).”

이처럼 인성교육을 위한 별도의 교과교육과정을 구성하자는 방안이 우리나라에서도 간혹 제안되곤 하지만, 이미 도덕과가 설정되어 있고, 또 과중한 학습 내용에 시달리는 교사나 학생들에게 인성교육을 위한 별도의 교과수업은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 외에도 교과교육과정에 인성교육을 통합시키는 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성교육을 위한 별도의 교과를 설정하여 지도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교과교육과정을 구성할 때부터 교과별로 인성교육 요소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교과교육과정 자체에 인성교육의 요소를 포함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2012년도에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부분 수정 고시하였고, 2018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각 교과별로 미래 핵심 역량을 반영하려고 하였다.

앞에서 밝혔듯이, 미래 핵심 역량 자체가 인성교육의 핵심 역량과 중첩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교육과정을 적용하게 되면 단위학교의 교과교육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강화된다고 할 수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총론 및 각 교과별로 핵심역량을 설정하여 지도하도록 되어 있다. 국어과의 경우를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상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교과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 교과교육과정의 목표 및 내용에 핵심역량이나 인성 요소들을 명시적으로,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경향은 이제 학교의 교과교육이 전통적인 자유교육의 관점에서 주장하는 본질주의적 접근을 넘어서 직접적으로 교과교육을 통해 인성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필요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교과교육과정 편성·운영에 인성교육 통합·연계

셋째, 교과교육과정의 편성·운영 및 수업의 과정에서 인성교육을 통합·연계하는 방안이다. 이는 가장 많이 시도되고 있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고, 학교나 교사 수준에서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하거나 수업의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성교육을 접목시키는 방식이라고 하겠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각 교과교육 내용에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와 역량을 연계시키고 구체화 한다. 교내 동 교과 모임을 통해 각 교과별로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덕목과 핵심 역량을 연계시키고 구체화한다.

◯ 각 교과교육과정의 내용 요소와 인성교육의 핵심가치·덕목 및 역량과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이를 체계화하여 제시한다. 각 교과를 통해 인성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교과 수업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인성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지도 내용과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역량을 연계시키는 일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곧 교과별로 단원 및 주제 내용 지도 계획을 세울 때 가장 연관성이 깊은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역량을 연관시키고, 부각시켜 지도한다면 교과를 통한 인성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교사들은 각 교과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의 지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도덕과와 같이 국가수준 교과교육과정에 이미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가 제시되어 있는 교과의 경우에는 이를 기반으로 필요한 사항만을 보완한다. 예컨대, 도덕과 교육과정(교육부b, 2015)에는 내용 영역별로 지향하는 핵심 가치, 길러지기를 기대하는 기능들이 이미 제시되어 있다.

따라서 지도 교사는 인성중심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에 이러한 교육과정의 내용 체계표를 중심으로 하되, 학교 수준이나 교사 수준에서 필요한 사항을 재구성하거나 보완하여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교과교육에서 인성교육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은 필요한 조처로서 ‘인격교육운동(Character education movement)’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다음 표에서 보듯이, 교과 수업에 인성교육을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위의 표에 제시된 내용은 미국의 각 주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교과 수업을 운영할 때에 인성교육의 요소들을 통합시키는 방안들을 보여주고 있다.

◯ 각 교과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역량이 현행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반영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교과 내용과 인성교육의 핵심가치·덕목 및 핵심 역량을 연계시켜 지도하는 방안을 모색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고 있는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역량을 새롭게 추가하거나, 기존의 교과서 내용을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와 역량의 관점에서 구체화하도록 한다.

2) 교과교육을 통한 인성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시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한다.

◯ 각 교과별로 교육과정 내용과 연관된 인성교육 지도를 위한 연간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각 교과교육과정 편성·운영 방안을 마련할 때에 각 교과의 교육과정 내용과 인성교육 핵심가치·덕목 및 핵심 역량과의 연관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각 교과교육을 통한 인성교육 연간지도계획을 수립하여 편성·운영하도록 한다.

◯ 가능하면 학교 인성교육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도덕, 윤리과 시간을 감축하지 않고, 충실하게 운영하도록 한다.

◯ 학생들의 심미적·감성 역량 등의 발달을 위해 예술교과의 수업 운영을 내실 있게 해나가야 한다. 최근 학생들의 주된 인성문제로 ‘감정 조절’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음악과와 미술과 같은 정서계발 교과의 인성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효과적인 인성교육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교과 간 융합수업, 창의적 체험 활동 등의 교과 외 활동과의 연계 교육 활동을 편성·운영한다.

각 교과에서는 교과별 수업에서 인성교육 활성화를 도모함과 동시에 다양한 연계 지도 방안을 모색하도록 한다. 인성교육에서 추구하는 핵심가치·역량은 어느 특정한 교과를 통해서만 길러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교육 활동이 긴밀하게 연계되어 운영될 때에 좀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배려’라는 핵심 가치를 지도한다고 할 때에 각 교과 수업에서 이를 고려하여 지도함과 동시에, 배려를 주제로 교과 간 융합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등과 연계하여 운영한다면 학생들은 좀 더 깊이 있는 학습 경험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 시에 다음과 같은 점들을 고려하도록 한다. 우선,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역량을 중심으로 연관되는 교과 간에 융합 수업을 계획하여 운영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학교 현장에서 가장 많이 시도 되고 있는 것은 바로 교과와 창의적 체험 활동 혹은 동아리 활동 등과의 연계 교육일 것이다. 교과 수업에서 지도한 내용을 이러한 교과 외 교육 활동과 연계시킴으로써 학습 경험의 깊이를 제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어과에서 인성교육의 핵심 가치들을 지도할 수 있는 연극 대본을 지도한다고 할 때에 제한된 수업 시간에 한정시키지 않고, 연극 동아리 활동과 연계할 수도 있고 연극 관람과 같은 체험활동과 연계하여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도덕과에서 ‘봉사’의 의미와 가치를 학습하고, 학생들이 계획을 세워 봉사활동을 실천하는 경험을 갖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음악과와미술과에서는 제한된 시간에 할 수 없는 합창, 합주, 협동화 그리기 등 다양한 표현활동들을 창의적 체험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서 지도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학교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할 때에는 교과 수업별 계획과 함께 인성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연계 지도 방안을 함께 구상하여 계획을 수립하도록 한다.

3) 인성교육 중심 교과교육과정의 효율적인 운영 방안을 모색한다.

이상과 같이 인성교육 중심 교과교육과정을 편성하였다면,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모색한다. 각 교과별로 ‘학생 참여적이고, 협력적인’ 다양한 수업 방법을 모색하여 교과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인성 핵심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인성중심 교과 수업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자료와 프로그램을 교사들에게 제공하도록 한다. 특히, 수업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수행평가 활성화 등을 통해 인성교육에서 추구하는 핵심 가치 역량의 학습 정도가 평가될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