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미성년자에게 관심이 먼저 집중된다. 왜냐하면 아직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성장 중이기 때문이다. 물론 19세 이상의 성인, 즉 대학생에게도 교육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교육적이라기보다는 기업적이고 신분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 인격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교육의 본령은 어디까지나 미성인에게 있다. 나이가 어릴수록 가소성이 크다. 그만큼 가르치는 자의 의도가 배어들기 쉽다. 자기의 뜻이 누군가의 영혼 속에 파고들 수 있다는 것만큼 놀라운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예전에 어른들은 세 살짜리에게 천자문을 외우도록 했고 어린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보고 들은 것을 머리 속에 담았다.

이처럼 어린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주목하고 개입하는 주체 중에 대표적인 것이 학부모이고 교사이고 국가와 사회이다. 그런데 이처럼 미성숙한 어린아이들의 삶에 개입하는 학부모와 교사와 국가와 사회는 과연 순수할까.

다시 말해 학부모는 내 아이가 잘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잘 되기를 바라는 게 아닐까. 또 교사는 동료 교사보다 나은 성적을 기대하고 자기가 맡은 아이들을 다그치지는 않을까.

필자는 학부모나 교사가 심한 경쟁 속에 놓여 자기도 모르게 채찍을 드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어떤 경쟁의 틀 속에 갇히게 된다면 그 속에서 생존의 길을 도모하는 것을 어찌 탓할 수 있을까요. 따라서 그런 틀을 벗겨주지 못하면서 학부모나 교사의 이기심을 탓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학부모나 교사를 비난하고 싶다가도 주춤해지는 이유이다.

그런데 국가나 사회를 두고 말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들이 어린아이들에게 무슨 의도로 얼마만큼 개입했느냐가 그 사회의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적어도 오늘의 국가와 사회의 모습은 한 세대 전의 국가와 사회를 이끌던 자들의 머릿속에 있던 것들이다.

교육은 긴 회임 기간을 갖지만 반드시 현현된다는 것이 입증된 지는 오래되었다. 문제는 학부모나 교사보다 국가와 사회가 어린아이들에게 보다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나 교사의 책임은 종종 지적되면서 그들의 책임은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날 영·유·초·중등교육을 조직하고 관리하고 그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는 국가와 사회이고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국가 또한 다른 국가와 경쟁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앞에서처럼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와 사회는 어린아이들에게 순수한 입장에서 교육에 임하고 있는가. 그래서 아이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뿌듯한 자부심을 안고 사회로 나오는가.

적어도 우리나라의 경우 필자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살아가는 모습이 부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가 어린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문제 삼는 경우는 드물다. 국가와 사회는 언제나 선인 것처럼, 그러나 질그릇처럼 어떤 모양이 될지 모르는 어린아이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그지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무엇을 배우고 얼마만큼 배우고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미주알고주알 챙기는 게 국가와 사회가 아닐까. 교육여건과 환경은 충실하게 제공하되 교육내용은 배우는 자 중심으로 전환하면 안 될까. 다시 말해 가르치는 자 중심에서 배우는 자 중심으로 일대 전환을 하면 안 될까.

자유주의 교육은 그런 꿈을 가진 교육이다. 모든 것을 가변적인 세계에 두고 자라나는 어린이가 선택하고 경험해보고 좌절을 겪고 다시 도전해보면서 서서히 성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그런 교육이다.

그에 비해 오늘의 국가주의 교육은 일정 수준에 도달하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진도와 과정을 세밀하게 점검하면서 그 지표를 객관화한다. 그 속의 아이들은 비유하자면 대형농장 속의 영계 같기만 하다. 혹시 이런 비유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의 하루 일정을 한 번만 따라가 보면 된다. 아마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붕어빵 교육'이란 말이 회자한 지는 오래되었다. 국가나 사회가 순수하다는 것은 하나의 선동일 뿐이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진 국가와 사회가 자기 목적을 외면하고 피교육자의 입장에 서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린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 필자는 학부모보다 교사보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가와 사회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와 사회가 영·유·초·중등교육에 관한 한 자유주의 교육철학에 따라서 아이들을 키웠으면 한다.

그것은 의무적인 교육과정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교육적 문제를 배우는 자 입장에 서서 보고 생각하며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최고의 경쟁력 있는 인간이란 어린 시절에 국가와 사회로부터 충분히 배려를 받으면서도 자기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라는 자유와 책임에 대한 철학적 인식을 지니고 성장한 자들이 아닐까 한다.

마침 새로운 정부가 출현해 개혁과 혁신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이때 이런 자유주의 교육이 우리 어린이들에게 미치면 얼마나 좋을까. 학부모와 교사들은 그런 교육의 충실한 실천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필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