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수 수원대 석좌교수

[에듀인뉴스=서혜정 기자]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이 있다. 교육 당사자라고 불리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달이다. 이들 교육 당사자는 각기 다른 권리를 갖고 있다. 학생은 교육을 받을 권리, 학부모는 자녀를 교육할 권리, 교사는 학생을 교육할 권리를 주장한다. 서로 다른 이들의 권리 충돌로 인한 갈등이 점차 깊어질수록 이땅의 교육은 퇴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권리의 충돌 속에서 학생의 학습권과 부모의 교육권, 교사의 교육권 관계를 어떻게 조정해 교육발전을 도모해야 할지 강인수 수원대학교 석좌교수의 입장을 싣는다.

1. 교육권의 개념

가. 공교육체제의 법리

학생과 국민을 위한 교육을 국가가 계획하고 관리하는 공교육체제가 성립하기 이전의 사교육체제에서는 자녀교육은 부모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가정의 권리(Domestic rights)로 인식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교육체제에서도 부유층은 사학을 설치 운영하여 자녀를 교육하였으나 가난한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놀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공장에 나가 노동을 하느라 교육을 받을기회가 없었다. 가난한 계층의 자녀들은 지식·직업 교육을 받지 못해 장래를 준비할 수 없는 교육의 불평등이 지속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랑스 혁명운동가들은 가난한 집 어린이들의 공장노동으로의 취로가 성장발달을 저해하는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며 국가에 아동노동금지법제정을 요구하였다.

프랑스에서는 『아동노동해방법』, 이탈리아와 독일에서는 『공장법』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의 취로를 금지하게 되었다. 12세 미만의 어린이에게 취로를 금지한 오늘의 『근로기준법』과 같은 것이었다.

이 법은 가난한 부모들이나 공장주들이 모두 반대했지만 꽁도르세의 공교육론이 대두하면서 국가의 의무교육 체제가 수립되어 모든 부모에게 자녀를 국가가 설치하는 학교에 취학시킬 의무를 부과하는 등 공교육법 체제가 시작되었다.

이처럼 모든 계층의 어린이들에게 교육을 받게 하여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인간다운 삶을 준비하게 하려는 공교육제도에서 국가는 어린이 교육을 위해서 부모의 지위를 대신한다는 부모대위권(In loco parentis)을 가지고 어린이에 대한 보호자로서(Parens patriae) 교육을 포함한 국민의 복지에 대하여 법을 제정하는 복지권능(Police power)을 행사하게 되었다.

나. 교육권의 개념과 각 당사자 교육권의 내용

1) 교육권의 개념

교육권이란 교육에 관한 일정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법이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에 부여한 힘이다. 어떠한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각 주체들(학생, 부모, 교원, 설치경영자, 국가)이 가지는 발언권과 참여권이다.

즉 교육에 직접 관계하는 주체들의 교육에 대한 권리와 의무 및 책임과 권한의 총체를 말하며, 그 내용은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제도의 결정, 실시, 평가 등 모든측면을 포함한다.

2) 교육권의 구분과 각 주체의 교육권의 내용

이러한 교육권은 교육을 받을 권리의 주체로 어린이(학생)의 교육권과 교육을 할 권리의 당사자로 부모, 교원, 학교설치경영자(지방자치단체, 학교법인 등), 국가 등의 교육권으로 구분한다.

가) 어린이와 학생의 교육을 받을 권리

모든 교육 주체의 교육권의 중심에위치하며, 교육에 관한 모든 권리는 근원적으로 교육을 받을 권리에서 시작한다. 이는 어린이의 타고난 기본권이고, 성장발달권 또는 전면발달요구권을 충족하기 위한 기본권으로 자연법 사상으로나 헌법, 교육법 등 실정법에서 모두 인정한다.

학생의 교육권으로는 헌법에 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로서 학교선택권, 교육내용 선택권(보편적 가치를 담은 중립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 의무교육에서의 무상교육권, 법령과 교칙에 정한 기본적 인권을 보장받을 권리 등이며 이들 권리에 상응하는 의무가 있다.

나) 부모의 교육할 권리

자녀교육에 대한 의무를 1차적으로 이행할 의무이행의 우선적 권리로서 혈연의 자연적 관계에서 발생하고 자연법상으로는 자녀를 양육·교육할 의무에서, 헌법, 교육법, 민법 등 실정법 상으로는 감호·교육할 의무를 이행할 권리이다.

부모의 교육권으로서는 자녀교육권과 자녀교육에 대한 1차적 대리인으로서 학교 선택과 교육과정 선택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지고 법령과 교칙에서 정한 학교 교육 참여권 등이 있다.

다) 교원의 교육할 권리

자연법상으로는 부모의 신탁에 의한 것이고, 실정법상으로는 공교육의 책임이 있는 국가가 학생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위임한 것이며 이는 자격증 제도나 채용 등으로 인정된다.

교육의 전문적 사항에 대해서는 교원에게 선택과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학생의 올바른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교원의 교육권으로서는 법령에 정한 학생교육 지도권, 교육내용 선택권, 교육방법 결정·선택권과 이에 상응하는 의무와 공무원으로서의 법령에 정한 의무가 있다.

라) 학교설립·경영자의 교육할 권리

국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 학교법인 등은 학생과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교육조건을 정비·관리 책무로서의 실정법으로 정한 교육관리권을 갖는다. 이는 인적, 물적 시설 정비․관리권을 가질 뿐 그 활동이 교육활동에까지 미친다고 할 수 없다.

마) 국가의 교육권

학생(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교육제도의 기본을 계획하고, 공공 단체, 사적 단체가 제공하는 교육의 양과 질이 학생과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적절한 것인가를 감독, 통제할 실정법상의 권리이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국민의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교육제도 수립권, 교육시설설비의 기준설정권, 교육수준 유지를 위한 지도, 조언, 권고권, 재정지원권, 교육분쟁에 대한 재판권 등이다.

2. 교육당사자의 교육권 관계 구조

가. 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협력 구조

각 권리주체의 교육권 간의 관계는 오늘날 공교육체제 하에서는 대립관계를 지양하고 어린이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중심으로 하여 보호자인 부모와 교사 등은 이 권리를 충족시킬 의무가있고, 국가·사회는 편익을 제공할 의무를 지는 협력관계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권 개념이 바르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결과 각 당사자 간의 갈등과 대립하는 현상이 쟁점이 되고 있다.

나. 헌법재판소 결정에 제시된 교육당사자 간의 관계구조

헌법재판소에서는 교육권 당사자 간의 권리, 의무의 관계구조 즉 교육 주체 상호 우열관계를 다음과 같이 결정하고 있다.

1) 부모는 자녀교육에 대한 1차적 주체이므로 원칙적으로 교원과 국가에 우선한다.

2) 학교 교육에서는 국가가 독자적이고 광범위한 교육권을 갖는다. 국가의 교육권은 국민의 교육권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부모와 국가 간의 교육권이 충돌할 경우, 개별사건마다 법익형량에 따른다.

3) 교원의 교육권은 국가의 위임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의 교육권이 교원의 교육권에 우선한다.

4) 부모와 교원의 관계에서는 부모의 교육권이 우선한다. 그러나 교원의 교육권이 국가의 위임에 의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학교 교육에서 교원과 부모 사이도 원칙적으로 대등하며, 따라서 양자의 교육권 충돌의 경우, 개별적인 경우마다 법익형량에 의해 판단한다(헌재가 직접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헌재 판례에서 추론한 것이다).

5) 즉, 부모와 국가 사이는 대등하고, 부모와 교원 사이 역시 대등하며, 교원과 국가 사이는 국가가 우선한다.

그러나 헌법재판소 판시의 기본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첫째, 부모의 교육권이 국가, 교원 보다 우선한다는 원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가교육권과 부모교육권이 대립하는 경우, 법익 형량에 따른다고 하고 있으나, 학교 교육에서 국가교육권을 우선하고 있다.

둘째, 위의 입장에 관한 헌법적 근거로 『헌법』 제31조 제6항 교육제도 법률주의를 들고 있으나, 이 조항은 교육 주체 상호 간의 우열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다. 교육제도를 법률로 정하고,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교육제도 법률주의 조항은 기본권 조항에 우선하는 것이 아니다.

셋째 교육권의 내용에 관하여 특히 ‘교육의 자유’ 측면이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부모, 교원, 단위학교의 교육 자유를 확대하는 해석이 필요하다.

3. 맺음

『헌법』에서 정한 어린이(학생), 국민 교육권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하여 교육헌법적 성격을 가진 『교육기본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서 교육당사자들의 교육권 개념을 규정하였다.

이러한 『교육기본법』상의 교육당사자들의 교육권 개념 규정을 구현하기 위해 하위법령인 『학교교육법』, 『고등교육법』, 『사립학교법』 등에서 교육당사자의 권리와 의무, 그리고 협력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하여 권리와 의무가 균형된 교육과 개인의 권리보장과 학교 교육 목적 달성과의 조화를 이루어 나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