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교육 비결
네덜란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교육 비결
  • 지성배 기자
  • 승인 2017.05.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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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전 총장

 

I. 들어가며

2013년 유니세프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의 부유한 30개국 아이 중에서 네덜란드 아이들이 가장 행복하다. 영국은 16위, 미국은 26위로 나타났다. 유니세프 행복지수는 ‘물질적 행복’, ‘보건과 안전’, ‘교육’, ‘가족과 친구관계’, ‘행동과 생활양식’, ‘주관적 행복’ 등 여섯 가지 영역으로 구성된다.

우리나라는 비교 대상 연구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같은 지표를 가지고 OECD 26개국 데이터를 추출하여 비교 연구를 하였다. 그 결과 2014년 기준 우리나라는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서는 모두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유일하게 주관적 행복지수에서는 현저한 꼴찌(우리나라 74.0, 최상위국 117.68)를 기록했다(염유식 외 3인, 2014: 36).1)

1) 학교급별로는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87.2%, 중학생의 78.8%, 고등학생의 73.1%가 ‘행복하다’고 응답함으로써 연령과 교급이 높아질수록 주관적인 행복 수준이 낮아짐을 알 수 있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학생의 78.8%, 여학생의 78.6%가 ‘행복하다’고 응답해 성별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적 수준별 ‘행복하다’의 응답률에서는 상위집단 85.8%, 중간집단 81.5%, 하위집단 71.4%로 나타남으로써 성적과 주관적 행복감이 일정 정도 비례하는 결과를 보여준다(염유식 외 3인, 2014: 79). 주관적 행복도 평균이 79쪽에서는 78.7이고 36쪽에서는 74.0으로 차이를 보인다.

비교 대상에서 빠져 있는 일본도 자체 비교 연구를 하였는데 그 결과 일본을 포함한 31개국 중에서 종합 6위로 나타났다(교도통신사, 2013).

우리 학생들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행복도가 높아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과 부모들이 네덜란드 사람들처럼 행복해지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의 행복도가 가장 높은 네덜란드를 들여다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글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책을 통해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2.)

2) 이 책이 아직 출판되지 않아 이 글에서는 이 책에 대한 리뷰 《네덜란드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 그 비밀은?》을 토대로 분석하였다.

우선 네덜란드의 상황을 간략히 살펴보자. 네덜란드의 면적은 남한의 40%, 인구는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내 6위의 경제 대국이다.

척박한 천연자원, 협소한 국토, 적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그리고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위치, 무역 규모 1조 달러(약 1,118조 원)가 넘는 무역 대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높은 비율(50~60%) 등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아 보인다(김정윤, 2015).

그러나 그들의 근세 역사와 현재의 국민 1인당 소득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다른 상황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민 1인당 소득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27만 633 달러(28위)이고 네덜란드는 45만 210 달러(13위)에 달한다(IMF, 2016). 일일 근로시간을 추정해보면 우리나라는 8.7시간이지만, 네덜란드는 5.5시간에 불과하다(박상돈, 2014).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1.6배로 더 많이 하지만 국민 1인당 소득은 네덜란드가 우리의 16.배나 된다.

네덜란드는 17세기에 무역을 통해 엄청난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식민지 쟁탈전을 벌여 많은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영국과 프랑스에 상권을 빼앗기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네덜란드령 동인도를 비롯한 식민지를 거느리며 국부를 축적해왔다.

네덜란드는 아직도 식민지(舊 네덜란드령 안틸레스와 아루바)를 거느리고 있는 나라이다(나무위키, 네덜란드역사).3)

3) 네덜란드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이 왕과 귀족의 호화스런 왕궁을 만드는 데 쓰이는 대신 중소상인들을 위한 주택을 만드는 데 쓰였다고 한다. https://goo.gl/XpDsWV

식민지였던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상황에 있었던 나라였다.

II. 학생 행복의 뿌리

1. 부담 없는 학교생활과 더불어 지내는 방과 후 삶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나라인 네덜란드에서 자녀를 기르고 있는 두 여성이 쓴 책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 스트레스 없는 양육 – 네덜란드의 길》이 2017년 여름에 출판될 예정이라고 한다.4)

4) https://goo.gl/vvqgqI

이 책의 명칭은 어맨다 리플리(Amanda Ripley)가 2013년에 출판한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 Thesmartest kids in the world》이라는 책의 명칭과 대비된다.5)

5) 리플리의 책은 우리나라, 핀란드, 그리고 폴란드 3개 국가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는 이유를 미국 아이들이 공부를 못하는 이유와 비교하면서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http://ngpark60.blog.me/140205370648 참고.

집필자 중 한 명인 리나 아코스타(Rina Mae Acosta)는 샌프란시스코 해변 지역에 살던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네덜란드인과 결혼하여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다. 다른 한 명인 미셸 허치슨(Michele Hutchison)은 영국 중부지방 출신으로 네덜란드 남편을 만나 임신 후 암스테르담으로 이주하여 자녀를 기르고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대로 네덜란드 학생들은 숙제가 없고, 시험을 위해 힘들게 공부하지도 않는다. 네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여섯 살이 될 때까지는 체계적인 학습을 하지는 않는다. 만일 학생이 어떤 과목에 관심을 가지면 스스로 탐구하도록 자료를 제공해준다. 그래서 학생들은 학교에 가기를 좋아하고 친구들과도 즐겁게 지낸다.

아이들은 방과 후에 친구 집에 놀러 가고, 비가 오더라도 비를 맞으며 친구들과 함께 밖에서 즐겁게 논다. 50대 이후 세대가 어렸을 때 놀던 모습 그대로이다.

조사결과 11세에서 15세 아이의 85%가 집에서 부모들과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함께 하는 아침 식사가 학생들의 행복도와 건강 증진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하여 아이들이 버릇없는 것은 아니다. 자녀 훈육의 초점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받아들여 몸에 익숙하게 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 ‘자녀교육이란 말로 가르친 것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다’라는 말 속에 네덜란드 부모의 역할이 잘 드러나 있다.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단호하게 저지하고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함을 부모들은 잘 실천하고 있다. 가사 업무와 관련하여 아이들에게도 동등한 역할을 준다. 어려서부터 자기에게 주어진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자급자족하도록 자녀를 가르치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한 대로 모든 부모가 그리하지는 않겠지만 자녀교육의 큰 흐름을 짐작할 수는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교육청도 유럽의 행복도가 높은 나라6)의 학교처럼 숙제를 없애고, 학교 시험도 없애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6) 주관적 행복도가 높은 나라는 스페인 117.7, 네덜란드 114.7, 그리스 111.7, 이탈리아 107.4, 스위스 106.1, 오스트리아, 105.6 등이다. 우리나라는 74.0으로 두드러진 꼴찌이다(염유식 외 3인, 2014: 37).

가령 서울시는 초등학교 1~2학년을 위해 ‘안성(안정과 성장)맞춤’ 교육과정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2017학년도부터는 수학 익힘책 풀고 채점해오기, 독후감과 일기 쓰기 등 모든 숙제를 없애고, 숙제해온 학생들에게만 스티커를 주는 것과 같은 제도도 없애기로 했다.

그리고 받아쓰기, 알림장 쓰기 등 학생이 부담을 느끼는 부분도 과감히 없애고 중간놀이시간도 20~30분 확보하게 했다(김미향, 2016). 정책 흐름이 네덜란드학교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면 우리나라 학생들도 시험과 숙제에서 해방되고 행복도도 높아지게 될까? 우리의 정책들이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오려면 사회 여건이 유사해야 한다.

아코스타와 허치슨(2017)은 검소하고 욕심이 없으며 어울려 사는 삶, 낮은 소득 격차와 사회보장제도,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환경 등이 네덜란드 학생과 학부모 행복의 뿌리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2017년 현재 대한민국과 너무 다른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생활 부담만 줄이면 행복도가 조금 높아질지는 모르지만, 또 다른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2. 행복의 뿌리

가. 낮은 기대와 어울려 사는 검소한 삶

1) 낮은 기대

아코스타와 허치슨에 따르면 우리 부모들과 달리 네덜란드 부모들은 자녀가 뛰어난 아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살기를 기대한다. 부모들도 편안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주당 29시간 일을 하고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는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신을 위한 시간도 마련한다.

치맛바람(Mompetition)이나 자녀를 열심히 뒷바라지 못 한 것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도 없다. 자녀를 이렇게 길러도 되는 이유는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공부 잘하는 사람이 대우받는 실력주의 사회에 대한 반대 정서가 사회문화의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실력주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학교가 시험을 없애고, 숙제도 내주지 않으면 불안을 느끼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더욱 거세지게 될 것이다.

실력을 쌓도록 돕지 않으면 졸업한 후에 어찌 될 것인가에 대해 부모들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학기제 도입이나 야간자율학습을 없앤 결과 사교육이 더 증가한 것처럼 극한의 실력주의 사회에서는 학교가 공부를 적게 시키면 사교육은 더욱 성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교육에 무관심한 가정의 아이들은 기본학력은커녕 기초학력도 갖추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하는 비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광주의 경우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데 대부분이 저소득층 자녀들이다.

이처럼 즐겁게 공부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부모의 배경이 자녀의 실력형성에 미치는 영향만 더욱 키워 부의 대물림 강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강화될 것이다.

따라서 네덜란드처럼 학생들이 행복하게 하려면 부담 없는 학교생활을 만들어주는 것 이전에 실력주의의 그림자를 옅게 해야 한다. 이 시도가 우선되지 않은 속에서 학교 공부 부담을 줄여주면 이는 오히려 학생들의 사교육 고통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2) 검소한 삶

네덜란드인들은 검소하게 산다. 가족들은 간단하고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여가활동을 택해서 친척,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에게는 주로 중고 장난감을 주고, 아이들 생일파티도 가족과 함께 축하하는 데 의미를 둘 뿐 비싼 선물은 사주지 않는다. 네덜란드인들은 돈이나 비싼 물건보다는 시간을 선택한다.

부모들의 이러한 삶의 자세와 모습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 또한 그러한 삶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굳이 지위에 연연하지 않는 성인으로 성장한다. 과소비 사회의 구성원은 소비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고, 그 결과 정신적 육체적 피로가 쌓여 더 불행해진다.

행복감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검소하고 소박한 삶에 뿌리를 두고 있을 때 그 푸르름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네덜란드 사람들로부터 배울 수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있다. 단순한 개인 의지만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풍토와 경제적 기반이 함께 갖추어져 있어야 이러한 삶이 지속한다는 점이다.

학생을 포함한 우리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려면 개인들이 검소한 삶을 살도록 유도하면서 동시에 다음과 같은 사회문화적·경제적 기반을 갖추어가야 한다.

나. 낮은 빈부 격차와 사회보장제도

네덜란드 부모들은 돈보다는 시간을 택하고 자녀들에게도 편하게 살기를 기대하는데 우리 부모들은 왜 그리 못할까? 아코스타와 허치슨이 네덜란드인 행복의 뿌리로 들고 있는 또 하나는 낮은 빈부 격차이다.

그 바탕에는 잘 만들어진 사회보장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불평등도가 낮은 나라의 국민 행복도가 더 높은데 네덜란드도 여기에 속한다. 1990년 이후 편모가정의 아동 빈곤율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조세를 통해 소득 불평등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정홍원, 2012: 101).

가난하게 살던 시절에는 대부분 배는 고팠지만, 배가 아프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모두 호화롭게 생활하는 것처럼 보일 때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빈부 격차가 큰 나라에서는 검소하게 살려고 작정했던 사람들마저 결국 소비의 덫에 걸리게 된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올라온 글과 사진을 보면 자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호화롭게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추석이나 설 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사상 최대의 인파가 해외로 나갔다는 뉴스가 나오면 떠나지 못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해 더욱 불행해한다.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행복해 보이는 비싼 아파트를 사고 호화로운 삶을 살기 위해 빚을 진다. 빚이란 따지고 보면 미래 시간을 저당 잡힌 대가이다. 신분이 노예인 사람만이 아니라 미래 시간을 모두 팔아서 더는 자기 시간과 삶의 주인이 아닌 사람도 노예이다.

자기도 모르게 미래 30년 이상의 시간을 팔아버린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네덜란드 사회가 주는 메시지는 사회구성원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회의 빈부 격차를 줄이고, 누구나 행복추구권을 보장받는 사회보장제도를 마련하는 데에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가 OECD 국가 중에서 2위이고, 사회보장제도는 취약하다. 국가와 국민은 빈부 격차 완화 및 사회보장제도 확립을 위한 20년 목표의 중장기계획을 수립하여 빈부 격차를 점차 줄여간다면 학생과 학부모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의 행복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다.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환경

아코스타와 허치슨이 언급하는 학생 행복의 또 다른 요소는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환경이다. 개개인이 검소한 삶을 추구하고 있지만 사회가 전반적으로 이러한 생활환경을 갖추고 있으므로 국민 전체의 행복감이 유지되는 것이다.

여기서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일을 많이 하지 않아도 검소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돈을 벌 수 있고, 일을 못 해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제도가 갖추어져 있기에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며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소득으로는 네덜란드와 같은 사회를 만들 수 없는 것일까? 구매력 등을 비교해보면 사회구성원들이 동의할 경우 그리고 검소한 삶을 살 각오를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동안 과소비에 노출된 사람들이 검소하게 살도록 하루아침에 변화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빈부 격차 완화를 위한 중장기 발전 계획과 함께 저성장시대에 걸맞은 검소한 삶을 유도하는 중장기계획도 수립한다면 못 이룰 것도 없다. 네덜란드는 국민적 합의를 통해 사회보장제도를 지속해서 개혁하고 이에 필요한 세제도 보완해가고 있다(정홍원, 2012).7)

III. 행복 뿌리를 키우는 거름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의 행복 뿌리가 행복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거름이 필요하다. 그 거름은 무엇일까? 만일 일을 적게 하면 수입이 너무 적어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거나 사회보장제도가 발달하여 있지 않다면 아무리 검소하게 사는 네덜란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시간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면 삶의 여유가 줄어들고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이 커져 행복도는 저하될 것이다. 이는 일부 잘사는 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 사람들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속한다.

그렇다면 일부 나라들은 어떻게 해서 짧은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경제 체제를 갖게 되었고, 나아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노동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의 질도 보장하는 나라가 된 것일까?

이것이 바로 행복의 뿌리를 키우는 마법의 거름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내 역량 밖이지만 한두 가지 해석을 시도해보겠다.

1. 높은 노동생산성

네덜란드인들은 돈보다는 시간을 택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우리보다 훨씬 적은 데 반해 국민 1인당 소득은 우리의 1.6배나 된다. OECD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로시간은 연 2,163시간(OECD 평균의 1.3배)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2위를 차지했다.

근로시간이 가장적은 네덜란드(1,380시간)에 비해 우리나라 근로자는 1.6배 일을 더 한다. 일일 근로시간을 추정해보면 우리나라는 8.7시간이지만 네덜란드는 5.5시간에 불과하다(박상돈, 2014). 일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1.6배로 더 많이 하지만 국민 1인당 소득은 네덜란드가 우리의 1.6배나 되는 것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생산 가능 인구나 취업자 비율이 낮으면 취업자들이 돈을 많이 벌더라도 국민 1인당 소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노동생산성의 차이이다.

2013년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을 비교해보면 네덜란드는 7만 4,341 달러로 세계 10위, 우리나라는 6만 2,093 달러로 세계 22위이다(차상미, 2015 : 27).

우리의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를 이해하려면 먼저 노동생산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노동생산성이란 쉽게 설명하면 노동자들이 1년 동안 번 돈(부가가치)을 총 근로자 수(또는 근로시간)로 나눈 것(노동생산성 부가가치/노동시간 또는 취업자 수)이다.8)

8) 부가가치는 명목 부가가치와 실질 부가가치가 있는데 실질 부가가치를 사용한다. 명목 부가가치는 해당 국가의 통화로 표시된 액수이고 실질 부가가치는 구매력평가지수를 적용하여 주로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액수이다(차상미, 2015). 구매력평가지수(PPP: Purchasing Power Parity)란 특정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기준 국가 화폐 1단위로 살 수 있는 것과 같은 양을 살 수 있는 비교 국가의 화폐단위를 의미한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려면 분자인 부가가치 즉 임금(소득)이 오르거나 아니면 분모인 근로시간이 줄어야 한다. 임금은 무작정 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생산성이 향상되어야 가능하다.

이 논리에 따르면 우리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는 생산성이 낮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거나 아니면 노동력의 질이 낮기 때문이다. 이 경우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발전시켜야 하고, 교육을 통해 노동력의 질을 높여야 한다.

2. 노동생산성을 결정하는 또 다른 요인: 국력

노동인력의 질과 국가 간 임금 수준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노동생산성은 ‘개인 노동생산성’에 ‘국력(국가 노동생산성)’이 더해진 것(노동생산성 = 개인 노동생산성 + 국가 노동생산성)이기 때문이다.9)

9) ‘국가 노동생산성’이라는 용어는 내가 만든 것이다.

국가 노동생산성이란 개인의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국가의 다양한 여건을 포함한 국력을 의미한다.

가령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국의 노동생산성은 우리의 1.6배나 된다(차상미, 2015 : 28). 이는 미국 노동자의 질이 우리보다 1.6배나 높아서 그리된 것이 아니라 국가 노동생산성이 더해진 결과이다.

미국의 우체국이나 대형 마켓 계산대 앞에줄을 서서 그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일을 하면서도 월급을 받나 싶을 정도로 계산하는 속도가 늦고, 일에 대한 집중도도 낮다.

자동차 정비공, 집 수리공, 도로공사 노무자 등 각종 근로자의 역량과 노동의 질 또한 절대 높지 않다. 전문직종인 의사, 은행 직원, 관공서 직원, 대학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아도 우리나라보다 속도가 아주 느리고 일하는 시간도 짧다.

그런데도 그들 모두 다른 나라 동일 직종 종사자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는다. 노동생산성이 높아서 임금이 높은 것이 아니라 임금이 높아서 노동생산성이 높게 나온 것일 뿐이다.

일례로 노동생산성이 아주 낮은 중국의 막노동자가 미국에서 같은 노동을 하면 높은 임금을 받게 되므로 그 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은 몇 배로 높아진다. 북한 노동자가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순간 갑자기 노동생산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미국 단순 노무자가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노동하고자 한다면 노동의 질이나 집중도가 너무 낮아 해당 직종에서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요약하자면 어떤 나라의 노동생산성은 노동자 개인의 역량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국가사회의 역량이 더해진 것이다.

‘국가 노동생산성’의 차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설명 방식은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이다. 이는 부가가치가 높고 임금이 높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로 인해 그 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소득까지 덩달아 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 교역을 통해 혹은 과학기술 및 첨단 고부가 가치산업을 발전시켜 쌓은 국가의 경제적 기반이 그 토대가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도 있다. 역사상 세계 최강의 나라는 대부분 전쟁을 통해 다른 나라가 이룬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근세에는 식민지 수탈을 통해, 현대에는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불합리한 교역조건이나 직간접적 규제를 통해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키워왔다.

미국은 1971년 달러를 금으로 바꾸어주는 금태환 중지를 선언하였다. 달러화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1973년 사우디아라비아 파이살 국왕에게 석유대금은 미국 달러만 받고, 잉여 수익을 미국 국채나 정부 수표에 투자하게 하였다. 1975년에는 석유수출국협력기구(OPEC)가 석유를 미국 달러만 받고 팔기로 합의하였다.

이 ‘석유 달러’ 제도로 인해 미국은 엄청난 이익을 보았다(Katusa, 2014). 미국민의 노동생산성이 세계 1위가 되는 데 석유 달러가 기여하였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와 직결된 예로는 무기 수입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한 해에만 9조 1,300억 원어치의 무기를 산 세계 1위 무기 수입국이다. 그 무기의 90%는 미국에서 샀다(유용원, 2015). 미국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무기개발에 대해 제약을 가하면서 대신 자기들 것을 비싸게 사도록 한다.

이는 작은 예에 불과하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강대국 국민의 노동생산성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처럼 다른 나라를 착취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나라에 살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 동안 쉬어가며 일을 해도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역으로 그렇지 않은 나라 국민은 국가의 생산 기반도 취약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일한 것의 일부를 강대국에 빼앗기기 때문에 더 열심히 더 많은 시간 동안 일을 해도 더 낮은 임금을 받게 된다.

우리는 착취하는 국가가 아니라 착취를 당하던 국가였다. 국가가 쌓아놓은 것도 없다 보니 국가 경제가 늘 위태로운 상태에 놓여 있다. 물론 국가 경제 발전을 통해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다른 개도국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 된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상에서 살핀 것처럼 한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토대가 한 국가 내 근로자들의 노동생산성에 영향을 미친다. 힘이 있거나 잘사는 나라의 국민이어서 개인의 역량보다 더 높은 노동생산성이 보장되고, 사회보장제도도 발달하였으며, 빈부 격차도 크지 않을 때는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검소하게 살고,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것이 쉽다.

물론 미국처럼 노동생산성이 세계 1위라고 하더라도 빈부 격차 또한 세계 1위일 경우에는 행복도가 높기 어렵다(30개국 중에서 26위).

하지만 이러한 여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나라 사람들이 근로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여유를 맛보며 살아가고자 한다면 둘 중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러한 삶을 포기하고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아니면 수도승들처럼 더욱 불편하고 힘든 열악한 삶 속에서 행복을 찾기 위해 지속해서 마음공부를 하는 것이다.

IV. 나오며: 행복한 아이들이 되게 하는 비결

네덜란드 사례를 통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을 만드는 비결을 찾아보았다. 생각만큼 명쾌한 답을 얻기는 어려웠지만 몇 가지 시사점은 찾을수 있다.

첫째는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학교 모습을 흉내 낸다고 하여 그것만 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 필요가 없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국가의 경제적 여건이 이를 뒷받침해주기 때문에 그 안에서 학생과 학부모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따라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려면 정치·경제·사회 토대 차원에서는 실력주의 그림자 옅게 하기, 빈부격차 줄이기, 사회복지제도 갖추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경제적 토대 만들기,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국력 키우기를 시도해야 한다.

아울러 고민해야 할 것은 공정한 기회 제공이다. 앳킨슨(Atkinson, 2016)은 기회의 불평등이 해소된다면 결과의 불평등은 당연하다는 의식은 잘못된 것임을 강조한다.

“오늘의 결과의 불평등은 내일의 기회의 불평등을 초래한다. 교육격차를 줄이려고 교육정책에 의존하는 건 온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결국 부모, 즉 개인 간 재산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그의 주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없을까? 개인적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제적 부를 어느 정도는 축적하였으므로 개인과 문화적 차원에서 검소한 삶 추구, 물질적 풍요보다는 행복한 삶을 우선시하는 문화 풍토 조성, 가족 및 친구들과 더 친밀한 관계 맺기 등의 시도가 필요하다.

네덜란드인들은 우리보다 국민 1인당 소득은 더 높으면서도 아주 검소하게 살고 있다. 우리 아이들과 부모인 우리가 함께 행복 하고자 한다면 네덜란드인들처럼 검소한 삶, 불편한 삶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렇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소비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교육을 해야 한다.

우리의 DNA는 혼자 지내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단계까지 진화하지는 않았다. 개인차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가족, 친인척, 이웃, 친구, 그리고 직장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텔레비전,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기를 비롯한 각종 전자기기와 SNS의 발달로 인해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다 보니 소통 능력, 갈등관리 능력, 타인에 대한 인내력 등이 줄어들게 된다.

그 결과 사람들을 멀리하면 춥고 외로워지고, 가까이 가면 서로에게 찔려 상처를 입고 달아나는 고슴도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기계하고만 지내더라도 더는 외롭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그러한 시대가 오기 전까지는 우리 아이들이 고슴도치가 되지 않도록 교육해야 한다.

친구와 더불어 즐겁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자기들끼리 어울려 놀 기회를 만들어주고, 이에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행복한 아이를 만드는 비결이다.

네덜란드에서 또 하나 배울 것은 우리 아이들을 실내에 가두는 대신 따사로운 햇볕과 초록의 자연에 익숙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시라는 인공의 숲속에서 그리고 실내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 아직 인간은 햇볕을 쬐어야 하고, 자연의 공기를 마셔야 한다.

자연에 노출되지 않은 결과 면역력이 저하되어 각종 알레르기나 피부질환 등에 시달리면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 아이들의 행복도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사회와 개인 차원과 별도로 행복한 아이들이 되게 하려고 학교가 할 수있는 것이 있다.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 기능, 태도 등을 즐겁게 배우도록 선생님과 학교의 교육력을 향상하는 것이다.

학교를 즐거운 놀이터가 아니라 즐거운 배움터가 되게 하고자 할 때 유념할 것은 소외된 가정 아이들의 기초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학교가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주고자 할 때는 소외된 가정 아이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원 프로그램을 꼭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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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배 기자  eduin@edu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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