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왜 그토록 평가에 집착하는가. 혹시 아이들을 가르친 이상 그 결과를 알아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도그마에 빠진 것은 아닌가.

학교에서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물론이고 수시로 시험을 보면서 학업성취를 가늠해보고자 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 하던 기억이 난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를 가르치고 열을 묻는 걸 보고 그게 말이 되는가 하고 물으니 자꾸 시험을 보면 그 추이를 파악해 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듣고 놀란 적도 있다. 시험이 아이들에게 주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시험에 들기를 원치 않는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아이들이라고 다를 리가 없다.

시험이란 말을 달리 표현하면 평가인데 학교는 지나치게 시험과 평가에 집착하고 그런 가운데서 아이들은 주눅이 들고 정직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초등학교 5~6학년만 되어도 많은 학생이 부모에게 자기 성적을 속인다.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기가 두렵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정직하지 못하게 키우는 교육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까.

필자는 외국의 어린이들이 정직하게 자란다는 것을 알고 한없이 부러워한 적이 있다. 우리도 아이들을 정직하게 키우고 싶다면 만사를 제쳐 놓고 시험을 대폭 줄이고 평가를 함부로 하지 않아야 한다.

시험방식 중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 대학입학시험이다. 작게는 해마다 크게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대학입학시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우리나라가 시험과 평가에 중독됐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해 시험 만능과 평가 만능의 결과로 아이들이 겁 많고 옹졸하고 부정직하게 자라고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어떻게 하면 이를 지양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씩씩하고 활기차며 정직하고 미래에 대해 낙관하게 키울 수 있을까.

그건, 초·중등학교에서 가능한 한 시험 횟수를 줄이고 난이도를 낮추고 평가 결과 경시하여 아이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주며 생활 속에 여유를 갖게 해주면 된다.

그리고 대학입학시험제도를 없애고 미국과 같이 대학과 지원자 관계를 사적으로 처리하면 된다.

어려운 주문인가.

잘 알다시피 미국 정부는 어떤 대학이 누구를 선택해 가르치는지 관여하지 않는다. 정부가 대학에 선택지침을 주거나 수능과 같은 고사를 주관하지도 않는다.

물론 대학도 자신의 소신과 철학으로 아이들을 선발하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대학이 아이들을 선택해 가르치는 걸 지극히 사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 이제는 미국 대학에 다녀본 사람도 많으니 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연합해 시험 없는 대학입학방식을 실시하자는 운동을 했으면 한다.

그렇게 시험날짜도 없고 문제지도 없으며 시험장도 없고 합격선도 없어 경쟁률도 모르게 했으면 한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아이들이 시험의 중압에서 벗어나 정직하면서도 창의롭고 자기목적적인 존재이면서도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인간으로 성장하리라고 본다.

대학이 자기의 소신대로 학생을 선택하지 않고 정부가 내려준 지침대로 선발하는 것은 대학답지 못한 처신이고 우리 교육이 풀어야 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