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

 

[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지난 5월10일 새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외고,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도입’, ‘대입제도 단순화’ 등 큰 변화가 예상되는 다양한 교육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교육회의를 설립해 교육부의 일부 기능을 국가교육위원회(가칭)로 이관하는 교육부 개혁 공약도 내건 바 있다.

또한 지난 정권에서 논란이 된 누리과정 예산 문제도 개혁하겠다고 했고, 국정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취임 즉시 관련 정책을 폐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에듀인뉴스는 새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정책들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전문가를 초청해 진단하고 있다. 이번에는 김성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의 '새 정부의 국가교육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게재한다.

 

1. 왜 국가교육위원회인가

국가교육위원회에 관한 논의는 제법 오래되었다. 2002년에 교총에서는 일관된 교육 정책의 추진과 집행을 위해, 초당적·초정권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고, 2007년에 대선주자에게 제안한 바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2012년에 김용일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하여 관련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후, 19대 국회에서 이용섭 국회의원이 연구 결과를 상당 부분 참고하여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였다.

경기도교육연구원과 경기도교육청은 4·16 교육체제 보고서를 통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제안하였다. 20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국회의원은 ‘교육기본법 개정(안)’을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국가교육위원회에 관한 요구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해묵은 교육 과제를 교육부가 시원하게 해결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교육부는 관료조직의 속성을 지닌다.

교육부로서는 교육 개혁을 본인들이 주도한 적이 없고, 역대 정권에서 각종 위원회를 만들어서 추진하였으며, 그 요구에 따랐을 뿐이라고 항변을 하겠지만 충분한 변명의 사유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교육부로서도 갑갑할 노릇일 수 밖에 없는 것이 교육은 진공상태에서 만들 수 없고, 각종 이해관계의 충돌 때문에 갈등관계가 항상 표출되기 때문에 관료들이 소신 있게 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청와대의 강력한 의지 표출이나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가 어렵다.

모두가 만족하는 교육 정책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교원이 찬성하면 일반 직원이 반발하고, 학부모가 찬성하면 교원이 반대하고, 학생이 찬성하면 학부모가 반대하기도 한다. 언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거나 이해관계자의 강력한 반발로 현장의 저항이 발생하면 업무를 추진했던 담당자들로서는 곤혹스러워진다.

이러다 보니 중장기적인 정책을 펼치기 어렵고 늘 1년 단위의 살림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적인 문제가 터지면 그제야 부랴부랴 대안을 내놓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된 경우도 많다.

현장에서는 교육부가 정책을 발표해도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지겠지’ 정도의 의미로 축소해서 받아들이는행의 힘이 위축되는 정책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고, 두 번째로는 정책이 전달되는 힘이 여러 기관을 거치는 동안 반감되었음을 의미한다.

청와대와 교육부에서 정책을 기획해도 시·도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을 거쳐 단위학교까지 갔을 때는 정책 가치의 상당한 누수현상이 발생한다. 즉, 껍데기만 남게 된다.

세 번째는 현장의 형식적 대응을 의미한다. 학교에서는 내라니까 계획을 내고, 실행하라니까 실행을 할 뿐이다.

교원들이 진정성과 생명력이 담긴 정책이라고 스스로 느낀 경험도 드물거니와 그것이 있다고 해도 애초의 의도대로 현장에서 의미 있게 실행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교육부를 중심으로 교육 개혁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공감대를 이루었고, 그 고리로서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2. 찬성과 반대 논리 살펴보기

대체로 국가교육위원회에 관해서는 찬성론과 반대론이 함께 논의되고 있다. 찬성론은 첫째, 교육 거버넌스 실행의 관점에서 그 필요성을 강조한다. 관료의, 관료에 의한, 관료를 위한 교육정책 의사결정 시스템에서 탈피하여 시민사회와 학계, 학생·학부모·교원 3주체가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자는 입장이다.

둘째, 교육의 중립성과 지속성을 강조한다. 정책이 정권 교체에 따라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던 했던 적이 한 두 번인가? 일관된 철학과 비전을 실현하는 기구로서, 적어도 10년 이상을 내다보자는 차원에서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셋째, 전문성을 강조한다. 전 국민이 전문가라는 교육 분야에서는 즉각적인 방식의 대안을 내놓을 수 없다. 체계적인 연구와 논의를 바탕으로 공론의 과정을 거쳐 일정한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러나 비판론도 제법 제기된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무슨 위원회를 꾸려서 실효성 있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각종 이해관계 집단의 대표성을 지닌 이들이 참여하게 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실질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대단히 어렵다.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할 때 이해관계에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경우에는 법안 발의를 주저하게 된다.

그러한 경향이 국가교육위원회에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둘째, 의사결정의 비효율성과 옥상옥 구조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각종 요구에 대해 교육 관련 기관의 대응이 지금도 느린데 이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실제로 장관이 바뀌거나 정권이 바뀌면 그 실편인데, 교육부 위에 별도의 의사결정단위를 만들어 놓는 것은 단위학교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교육위원회라는 시어머니가 하나 더 생기는 구조가 된다.

셋째, 명칭부터 전근대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자율과 자치, 분권의 시대는 지역과 단위학교를 중심으로 교육을 이끌어가야 하는데 명칭에 국가가 교육을 주도하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명칭을 ‘미래교육위원회’나 ‘시민사회교육위원회’ 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3.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과 성격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헌법에 근거 조항을 넣거나 별도 법률을 만들 수도 있고, 기존 법률에 설립 조항을 삽입하는 방안이 가능하다. 박홍근 의원은 교육기본법 개정을, 안민석 의원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 법안 제정을 선택했다. 이미 발의한 국가교육위원회 관련 법안에서는 그 필요성으로서 교육의 중립성, 안정성, 일관성, 전문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과 성격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이다. 크게 자문기구, 심의기구, 심의의결기구, 집행기구의 스펙트럼에서 결정해야 한다. 역대 정권에서는 주로 대통령 자문기구로 두었던 사례가 많다. 심의의결기구로 가면 교육부의 기획 기능은 상당히 약화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에 집행을 부여한다면 이는 사실상 교육부 해체와 같은 방안으로 봐야 한다.

과도기적으로 국가교육위원장과 교육부 장관 겸임을 상상해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 해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서 집행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의 기능을 설정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실적으로는 자문기구나 심의기구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헌법」 제97조 ~ 100조는 감사원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가 감사원처럼 독립된 헌법 기구로서 위상을 갖고 일정하게 집행력까지 보장받으면 최선이겠지만 이는 개헌과 맞물려 있는 문제이고, 정치권에서는 교육 문제를 핵심 의제로 채택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가교육위원회가 감사원 정도의 헌법기관으로서 위상을 갖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과 같이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겠으나 이 경우에는 국가교육위원회에 막강한 권한이 부여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학술적·정치적 논의가 필요하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이 독립적 성격을 지닌 법률기관으로서 그 위상을 설정할 수 있는데, 정권에 따라서 그 활동의 질이 일정하게 달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운영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교육 정책은 교육 공약과 맞물려 일정한 철학과 방향을 토대로 기획되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그 조직의 위상을 확보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대통령 자문기구 내지는 심의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가 유력하다. 정권의 입장에서는 공약을 제시했고, 이를 실행해서 일정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런데 초기에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다 보면 많은 개혁 과제를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물론, 대통령 자문기구도 헌법에서 명시하느냐 법률로 명시하느냐에 따라서 그 위상이 달라진다.

헌법상으로는 국가원로자문회의, 국가안전보장회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명시되어 있다. 필요한 경우에 대통령은 자문기구를 둘 수 있다고 헌법에는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헌법에 명시되어야만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하고 있다. 향후 개헌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질 때 국가교육위원회를 헌법상의 기구로 넣을 것인지 아니면 별도의 법안을 제정하거나 교육기본법 등 기존 법안에 일부를 추가할 것인지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역대 정권에서도 대통령 직속의 교육자문기구를 두었는데, 그 이유는 미래 비전 수립뿐만 아니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문제들의 경우에는 연구와 토론을 통해 일정한 합의를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제시한 정책과제에 대해 대통령이 얼마나 집행 의지를 갖고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그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의 경우 헌법상 명시된 대통령 자문기구이지만 정권의 변화에 따라 그 위상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볼 때, 대통령체제에서는 대통령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즉, 대통령제 시스템에서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심의의결기구이냐 대통령 자문기구이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심의했거나 의결한 사항을 교육부가 따르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도 맞물린다.

정권 차원의 활용의지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위원회로 교육부를 통제하기란 현실적으로어려우므로 교육부 무용론과 폐지론에 맞물려 한시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과 교육부 장관을 겸임하고 일정기간 이후에는 교육부의 권한을 교육청으로 넘기자는 과감한 의견도 있다.

위원 구성도 뜨거운 감자다. 위원을 누가,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이미 발의한 국가교육위원회 관련 법안은 국회 추천과 대통령 추천을 모두 명시하였다. 박홍근 의원과 안민석 의원의 법률안은 국회의 영향력이 크다.

이용섭 19대 의원의 발의안은 국회 이외에 대법원 추천, 일정규모 이상의 교원단체라든지 교육감 협의체 추천 등을 명시하여 비교적 다양한 구성을 꾀하였다. 대체로 국가교육 기본계획 수립 또는 중장기 발전방안을 제시하였으며, 조정과 심의, 평가, 재정 등을 아우르고 있다.

4. 이런 국가교육위원회를 바란다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지나친 환상은 금물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그 목적과 방향, 운영 방안, 제도와 방식에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선, 국가교육위원회의 명칭은 분권과 자율, 자치의 시대를 놓고 볼 때 ‘미래교육위원회’ 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교육부의 권한 중 어느 것을 교육청과 단위학교로 위임할 것인가를 모색해야 한다. 지침과 명령, 공문에 의존하면서 상급기관의 눈치만 보는 방식으로는 더는 학교를 살릴 수 없다.

무엇보다 기존의 대통령 직속 교육관련 위원회는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과 함께 힘이 약해졌던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아야 하며, 특히 현장과 괴리된 채 상층부 중심의 위원회로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분권과 자치의 관점에서 그동안의 교육부 사업과 정책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 점검을 토대로 앞으로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도 단기 과제가 있고, 중장기 과제가 있다.

중장기 과제이면서도 단기적으로 피할 수 없는 주제들을 연구하고, 공유하고, 합의하고, 교육부를 견인하는 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를 상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교육위원회의 기조는 학생이어야 한다. 학생 중심의 교육을 펼쳐나가는 데 있어 어떤 것이 유익한지가 판단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현장이 중심이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을 그려야 한다. 미래여야 한다.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더라도 미래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