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정 동국대학교 불교아동교육학과 교수

 

[에듀인뉴스=지준호 기자] 지난 5월10일 새 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교육의 국가 책임 강화’, ‘외고,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고교학점제 도입’, ‘대입제도 단순화’ 등 큰 변화가 예상되는 다양한 교육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국가교육회의를 설립해 교육부의 일부 기능을 국가교육위원회(가칭)로 이관하는 교육부 개혁 공약도 내건 바 있다.

또한 지난 정권에서 논란이 된 누리과정 예산 문제도 개혁하겠다고 했고, 국정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는 취임 즉시 관련 정책을 폐기하는 조치를 취했다. 에듀인뉴스는 새 정부가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교육정책들에 관한 문제점과 개선점을 전문가를 초청해 진단하고 있다. 이번에는 나정 동국대학교 불교아동교육학과 교수의 '새 정부 영유아 교육의 정책과 과제'를 게재한다.

 

Ⅰ. 들어가며

“양육수당을 늘리겠다. 공립유치원을 더 많이 짓겠다. 사립기관에도 똑같이 지원하겠다.”

지난 대선 기간 저출산을 극복해야 한다는 국가적 화두로 인해 영유아를 둘러싼 정책이 어느 때보다도 이슈였다. 한동안은 아기를 낳아서 키우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해, 또 한동안은 인적자원의 조기개발을 위해 영유아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제는 저출산 문제가 영유아기에 대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영유아 교육과 보육에 대한 높은 관심과 막대한 예산 투입은 저출산 극복은 물론 일하며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여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보수적 관습, 결혼을 미룰 수밖에 없는 취업난과 경제난, 아이들이 살아갈 앞날에 대한 회의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새 정부도 공약을 통해 앞으로 추진하려는 교육 정책을 마련했다. 과거의 교육 정책과 연장선에 있는 정책도 있고, 아주 새롭고 획기적인 정책도 눈에 띈다. 지속해서 추진하려는 정책도, 새롭게 도입하려는 정책도 각기 나름의 당위성이 있다.

그러나 영유아 교육과 관련해서 지난 대선 기간 등장한 정책들은 투표권을 가진 성인,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염두에 둔 것이 대부분이다. 왜 그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주로 부모들의 요구와 편의성 내지는 국가적 차원의 필요성이었고, 아이들에 대한 논의는 앞에 등장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새 정부에서는 영유아 교육 정책을 어떤 관점에서 어떤방향으로 수립하면 좋을지, 또 추진하기를 바라는 과제는 무엇인지 간단하게 제시해보고자 한다.

Ⅱ. 영유아 교육 정책, 어떤 관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수립해야 하는가?

영유아 교육 정책의 방향은 저출산 극복, 부모의 요구와 편의성 그리고 영유아기 아이들의 발달 중에서 무엇을 먼저 고려하여 수립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1. 영유아를 개별적인 인격체로 간주하는 개선된 시각이 정책에 담겨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영유아를 엄마가 일하는 동안 돌봐주어야 하는 어린 아이나, 국가 발전을 위해 조기부터 능력을 개발해야 할 인적자원으로 보아왔다.

또 영유아기를 투자 대비 비용효과가 가장 높은 시기, 이후의 성장발달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거나 준비를 하는 시기로 간주하였다. 영유아를 독자적인 존재가 아닌 수단과 도구적인 존재로 보는 개발주의 시대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기반을 둔 영유아 정책은 복지 정책이나 보육 정책이 우선이 되고, 교육 정책도 조기교육을 강조한 정책이 중시된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여러 문건을 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이 프레임에 갇혀있다.

그러나 영유아는 개별적이고 독자적인 존엄한 생명체로서의 가치를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한다. 이 관점으로 본다면 영유아를 위한 정책은 개별적이고 내면적인 영유아의 성장발달, 즉 교육을 중심으로 복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정책이 되어야 한다.

2. 정치적 판단과 결정이 아니라, 분명한 가치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 정책도 그렇지만 특히 영유아기 정책은 그동안 ‘정치적’ 판단이 결정적인 준거로 작용하였다. 대표적인 예가 누리과정으로 포장한 만 5세 무상교육 정책(이명박 정부 말)과 전체 영유아 대상 무상교육·보육 확대 정책(박근혜 정부 초기)이다.

표면적으로는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육아 부담 경감과 소득에 상관없는 평등한 교육기회 제공을 내세웠다. 그러나 법적 근거나 재원 확보에 대한 탄탄하고 섬세한 준비 없이 정권 말기와 초기에 급하게 추진되다 보니,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청 간에 재정 책임 전가 논란이 극심하였고, 영유아를 둔 부모들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갈팡질팡하며 혼란에 휩싸였다.

아동수당도 저출산 현상과 부모의 육아 부담 경감 차원으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이번 대선 기간에는 아동수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수당을 증액하고 지원대상도 더 넓히겠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지난 정부에서 전체 영유아를 대상으로 무상교육과 보육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려고 할 때, 학자들과 행정가들은 소득을 기준으로 한 ‘선별주의’ 접근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교육기회에 대한 형평성을 추구하는 데에는 보편주의 접근보다 선별주의 접근이 타당하다는 관점이었다.

아동수당의 경우 프랑스 등의 국가는 아이가 출생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모든 가정의 아이에게 같은 금액의 수당을 지원하는 ‘보편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아이의 삶을 일정수준 유지하는 데에는 부모의 소득이 높건 낮건 간에 차이가 없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비용지원 정책을 추진할 경우, 왜 비용을 지원하고, 누구에게 지원하고, 얼마를 지원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관점이 있어야 정책추진 시 설득력이 커진다. 이제는 정치적 판단이나 어떤 주의인가를 따지기보다 영유아의 발달에 어느 입장이 더 가치 있는지가 우선 준거가 되어야 한다.

3. 과학기술의 발전과 연구를 통해 획득한 검증된 지식을 정책에 활용해야 한다.

아동발달 분야에서 유아기 중요성은 이제 영아기의 중요성으로 대체되고 있다. ‘뇌 발달’과 ‘애착’에 대한 축적된 연구 결과 때문이다. 애착은 만 1세경 영아들이 가지는 특별한 정서적 유대감으로 자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양육해주는 일차양육자와의 관계에서 형성된다.

애착은 민감한 양육이 관건인데,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잘 파악하고 정확하게 해석하여 적절하고 신속하게 반응해 줄 때 안정적으로 형성된다. 영아기에 형성되는 애착은 생애 초기 모든 발달을 통합하고 이후의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은 물론 평생의 적응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발달 특성보다도 중요하다.

뇌는 만 1~2세경에 전 영역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한다.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만 2세경에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데, 이때의 시냅스가 인간의 전 생애에 걸쳐 가장 많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이 시기 뇌 발달에는 감각을 이용한 적절한 자극, 잠을 비롯한 충분한 휴식과 영양 등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영유아기 정책결정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스웨덴 등과 같은 대표적인 선진국들은 이미 영아부터 교육적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영아는 가능한 집에서 엄마가 양육하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27.7%, 스웨덴은 47.3%의 3세 미만영아들이 기관을 이용한다(육아정책연구소, 2016).1)

80%가 넘는 여성 취업률에 비추어볼 때 영아의 기관 이용률이 상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출산휴가와 육아 휴직을 연계하여 부모에게 일차양육자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게 하여 안정 애착이 형성되도록 하고, 뇌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다양한 활동은 집에서 가까운 지자체 센터에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검증된 객관적 연구결과로부터 획득한 지식과는 완전히 반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영아를 어린이집에 맡겨야 부모도 어린이집도 더 많은 지원을 받는다. 이 사실은 0세 15.9%, 1세 70.1%, 2세 85.8%가 어린이집에 다닌다는 통계 수치가 잘 말해준다(육아정책연구소, 2016).2)

또 아기를 갖거나 출산휴가를 신청할 때에 눈치를 봐야하는 직장이 여전히 많고, 육아 휴직을 신청하려면 너무나 큰 용단을 내려야 한다. 월급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수당을 감내하거나 경력단절까지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사에 의하면 다양한 육아지원정책 중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정책이 육아 휴직이다(유해미, 김아름, 김진미, 2015).3)

그동안 더 큰 관심과 재정을 투입한 무상교육비나 보육료 지원, 가정양육수당보다도 더 높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지식과 부모들의 요구가 완전히 일치하는 결과이다. 부모들은 어린영아를 누가 어디서 양육하는 것이 가장 좋은 지를 선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검증된 지식은 적극적으로 정책에 활용할 가치가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선진국이다.

  1) 육아정책연구소(2016). 2015 유아교육보육 주요통계. 연구자료 2016-1.

  2) 육아정책연구소(2016). 전게서

  3) 유해미, 김아름, 김진미(2015). 국내 육아지원정책 동향 및 향후과제. 육아정책연구소

4. 과거와 현재의 가치관 및 미래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정책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교육, 학교, 공립에 대한가치가 매우 높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말해주듯이 일찍부터 교육을 하려고 하고, 학교에 보내려고 하고, 가능한 공립에 보내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사회를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적인 문화가 되었다. 그런데 사립학교의 이름이 더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다른 나라들과는 매우 차이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영유아기에도 영향을 미쳐서 선행학습을 위한 유아 사교육이 보편화하였다.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2세와 5세 영유아의 75.7%가 초등학교 취학 전에 사교육을 시작하며, 55.6%는 6가지 이상의 사교육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영유아들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가 매우 심각하고 부모들의 경제적 부담 또한 크다.4)

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부모들의 높은 선호도는 수십 대 일에 달하는 입학경쟁률과 수백 명에 달하는 대기자 수가 잘 말해준다. 지난 대선에서도 공립기관 확충에 대한 문제가 큰 이슈로 등장한 것이 좋은 예이다.

영유아기의 기관 의존도를 나타내는 증거는 2015년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통합 취원율이 0세 15.9%, 1세 70.1%, 2세 85.8%, 3세 89.5%, 4세 90.8%, 5세 91.1%로 나타난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이 비율은 OECD 2013년도 평균인 3세 미만 32.9%, 3~5세 83.2%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육아정책연구소, 2016).5)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사립과 민간의 분담률이 매우 높다. 2015년의 경우 유치원에는 23.6%, 어린이집에는 11.4%의 영유아만이 공립에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영유아 교육·보육을 오랫동안 민간인에게, 시장에 위임한 결과이다. 그사이 영유아 교육·보육을 위임받아왔던 민간인은 단체를 결성하여 실력집단이 되었고 공적 재정의 투입은 증가했다.

정부는 투표권이 있는 부모의 공립 증설 요구와 민간단체의 공립 증설 저지 사이에 끼어 눈치를 보는 형국이 되었다.

그러나 부모들이 요구하는 수준만큼 공립기관을 단기간에 증설하기는 매우 어렵다. 공립 증설과 동시에 공립과 민간기관 간에 가장 큰 차이가 있는 사항인 비용과 행·재정 운영의 신뢰성 격차를 줄여야 한다. 과거와 현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새 판을 짜기는 대단히 어렵다. 과거와 현재의 발판 위에서 미래를 내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나갈 수밖에 없다.

  4) 김은영, 최효미, 최지은, 장미경(2016). 영유아 사교육 실태와 개선 방안-2세와 5세를 중심으로. 육아정책연구소.

  5) 육아정책연구소(2016). 전게서

Ⅲ. 영유아 교육 정책에는 어떤 과제가 포함되어야 하는가?

새 정부는 공약을 이행해야 하고 그 중에는 당장부터 시행해야 하는 정책과제들이 있다. 그러나 시스템 구축 과제는 이해 집단 간 조율이 필요하므로 시간이 걸리고, 소프트웨어 측면은 전달자인 행정가와 교육자들의 생각과 태도에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또 시간이 걸린다.

새 정부가 공약을 명분으로 추진하는 정책 과제도 시간과 재정, 태도 변화에 필요한 시간 등의 문제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에 제시한 방향에 따라, 명분이 아닌 당위성으로 우리 아이들을 위해 몇 가지 과제를 제시해본다.

1. 만 1세까지의 영아는 기관 중심 양육형태를 지양한다.

▶영아는 적어도 생후 1년 동안은 육아 휴직을 받은 부모가 현실적인 수당을 받고 집에서 양육할 수 있도록 한다.

▶부모가 육아 휴직이나 가정양육을 택한 영유아는 육아지원센터 등에서 발달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제공한다.

▶가정양육을 희망하는 부모를 위해서는 기관에 보냈을 때 받을 수 있는 비용에 준하는 비용을 가정 양육수당으로 지급한다.

2017년 봄, 현재 정부가 지원하는 가정양육수당은 0세 20만 원, 1세 15만 원, 3세 이상 유아는 10만 원이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아에게는 0세 41만 8천 원, 1세 35만 8천 원, 2세 30만 4천 원을 지원해주고, 영아를 전담하는 어린이집에도 별도의 지원금을 준 우리나라는 마치 영아는 기관을 통해 양육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 같다.

영아는 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양육하는 것이 아이의 발달, 특히 애착 형성과 뇌 발달에 최선인가를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한다. 다음으로 아이와 함께 확장되는 한 가정의 행복, 그리고 일과 가정을 병행하려는 부모 특히 여성을 고려해야 한다.

유해미 등(2015)에 의하면 부모들은 40만 원 정도의 가정 양육수당을 현금으로 지원해 주길 바라고,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 지급해 주길 바라며, 소득별 차등지원을 원한다. 육아지원정책 중에서 육아 휴직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사실에 비추어보면, 가정 양육수당이 40만 원 정도로 상향조정되면 육아 휴직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육아 휴직 동안 지급되는 수당도 최대 100만 원이 아니라 휴직 전 급여를 고려한 현실적인 수당 수준으로 상향 조정되어야 한다. 양육 수당과 육아 휴직 수당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된다면, 영아기 가정 양육은 늘어날 것이며, 꼭 필요한 영아들만이 기관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정과 기관에서 영아 양육의 질과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2. 개별 영유아의 발달을 최우선 교육 목적으로 삼는다.

▶개별 영유아의 건강한 신체와 내면의 성장발달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이동한다.

▶국가 교육과정 내용을 최소화하고 교육계획안 작성을 간소화하여 발현적 교육과정이 구성될 수 있도록 한다.

▶놀이를 통해 영유아 스스로 더 많은 배움을 창출해 내도록 덜 가르치는 교사 모델을 모토로 삼는다.

앞에서 기술한 것과 같이 3세 이상 유아의 기관 이용률은 90%를 넘어서고, 1세가 70%, 2세도 85% 수준이 넘는다. 통계적으로만 본다면 교육기회를 위한 정책은 이제 더이상 추진할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영유아의 발달을 최적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즉 내용과 방법에 관심을 돌려야 한다.

영유아는 자신의 관심에 따라 활동을 선택하여 집중함으로서 몰입의 기쁨을 맛보고 행복감을 느낄 때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사람으로 발달해 간다.

또 자신의 근접발달지대에서 가장 적절한 상호작용을 해주는 교사를 만날 때 탐구를 확장해 나갈 수 있고 문제해결력도 높아지고 성취감도 맛본다. 이런 발달은 영유아가 놀이 활동에 참여할 때에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또 주어진 교육과정을 교사가 중심이 되어 이끌고 갈 때가 아니라, 교사와 영유아가 함께 구성해 가는 발현적 교육과정을 통해 가장 잘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놀이를 중심으로 영유아들의 일과를 구성하고, 국가적 차원의 교육과정 내용을 최소화하여 발현적 교육과정이 구성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고 있다.

또 우리와 같이 상세한 일일교육계획안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등은 놀이와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영유아의 최적 발달은 물론 상상력이나 창의성 발달까지도 도모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의 영유아 교육과정은, 영유아들의 일과는 어떤가?

이명박 정부 말, 만 5세에 대한 무상교육·보육 정책을 시행하기 위한 명분으로 교육과정과 보육과정을 통합하였다.

내용을 개혁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였으나 작업에 관여한 학자들은 이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교사들이 가르쳐야 할 내용이 더 많아져 교사가 이끌어가는 학습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기관 평가 지표가 교육과정 내용과 연계되면서 교육계획안의 작성이 더욱 강화되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교사의 가르치는 행위가 영유아의 놀이보다 중요하게 된다. 핀란드와 싱가포르에서는 더 배우게 하기 위해 덜 가르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덜 가르치는 수업이 더 나은 수준의 학습자를 키우는 핵심이라는 것이다.6)

영유아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매일 매일 꼼꼼하고 구체적으로 가르칠 내용을 계획하고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더 섬세하게 관찰하고, 아이들의 말을 경청하고, 더 재미있는 교수법을 더 많이 찾아야한다.

  6) Hargreaves, A., Shirley, D.(2012). The global fourth way, 이찬승 홍완기 옮김, 학교교육 제4의 길, 21세기교육연구소.

3. 교육을 중심으로 보호와 양육이 통합된 체제를 구축한다.

▶영아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평생학습사회에 부응하는 교육체제를 구축한다.

▶영유아 교육 기관에 교사 이외에 다양한 학력, 자격의 성인을 배치하여 다양한 눈길과 손길이 아이들에게 미치도록 한다.

1997년 6월, 교육개혁위원회에서는 만 3세 유아부터 유아 학교로 전환하여 공교육체제에 편입하고 무상교육을 제공하는 정책을 발표하였다(교육개혁위원회, 1997).7)

이후의 유아교육과 보육 정책은 무상교육과 보육, 공교육으로의 체제 편입을 위한 유보 통합이 중심이 되어 추진되고 있다.

  7) 교육개혁위원회(1997). ‘유아교육의 공교육체제 확립’,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 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Ⅳ). 

실제로 우리나라 영유아 교육·보육은 가장 강력한 공교육제도인 초등교육과 비교해 볼때, 기회의 무상성(전 연령의 영유아에게 무상교육보육비 제공), 내용의 보편성(0~2세 표준보육과정과 3~5세 누리과정)을 상당 부분 충족하고 있으며 다른 어떤 신진국보다도 앞서 있다.

그러나 공교육의 또 다른 조건인 의무성과 학교 제도로의 편입은 아직 논의 중이며, 세계적으로도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한 두 국가만이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영유아 교육의 공교육체제 확립은 지난 20년 동안 엄청난 진척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는 일하는 여성과 가정 및 저출산 극복을 위한 육아지원정책이 중심이 되고, 유보 통합 정책을 포함한 가시적인 공교육체제로의 편입 노력은 미흡하였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 말에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만 5세 무상교육·보육을 추진하였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전 연령의 영유아에 대한 무상교육·보육 추진, 바우처 카드, 기관 평가 지표, 재무회계 양식 등을 통합하였다.

20년 전에 발표한 유아교육·보육 통합을 위한 노력이 지난 5년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담당부처와 교사 양성 및 자격의 통합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 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을 이루어낸 다른 나라의 경우 교사 통합이 가장 오래 걸렸으며 뉴질랜드는 15년이나 결렸다. 이 말은 통합, 특히 교사 통합이 그만큼 어렵고 긴 시간에 걸쳐 추진해야 할 정책이라는 것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있는 우리가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 공약이 등장하였다. 이런 현상을 킹돈의 정책 흐름 모형에 비추어보면, 유보 통합 정책은 이명박 정부 말부터 지금까지 ‘정책의 창’이 계속 열려있는 것이다. 정책이 실행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증거이다.

그러나 이제 유아 교육과 보육의 통합은 마땅히 ‘영아’가 포함된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 유아 교육·보육의 통합이 아니라, 영유아 교육·보육의 통합을 실행해야 한다.

영유아 교사와 기관은 가르치는 일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대상이 어릴수록 보호가 필요하며, 일하는 부모의 자녀는 양육도 필요하다. 가르치는 행위 중심의 교육은 영유아는 물론 부모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우리 사회에서 영유아와 초등 저학년 대상의 사교육이 확산되는 요인 중의 하나는 학교가 충분히 해주지 못하는 보호와 양육을 대행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학교의 서비스 폭을 넓혀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를 충분히 해주기 위해서는 단일자격의 고학력 교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양한 학력과 자격을 갖춘 성인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연한 접근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4. 민간기관의 운영과 재정의 책무성을 높여서 사회정의를 구현한다.

▶공립기관의 증설과 함께 민간기관의 재정과 운영의 책무성을 공립기관 수준으로 높여 간다.

▶영유아분야 재정지원은 기관지원을 지양하고 영유아 지원으로 통합해 간다.

재정과 관련한 가장 이상적인 정책은 ‘통제 없는 지원’이다. 그러나 우리의 문화와 여건상 당장에 이를 실행하기는 어렵다. 통제가 따르는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민간기관들의 재정 유용 사례를 접할 때마다 더욱 강도 높게 투명성, 책무성, 공공성 제고 요구가 따르는 현실이 관련 정책의 필요성을 잘 말해준다. 이와 관련하여 민간기관은 공적재정의 투입을 수용하고 통제를 받을 것인지, 통제 없고 지원도 없는 시장의 자유로움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2012년부터 무상교육·보육 정책의 실행으로 공적재정을 지원받고 있으므로 현실적으로 는 한 가지 길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기관의 속성을 공립과 유사하게 조율해서 사회 전반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사립 분담률이 높은 대학에 투입하는 재정과 이와 함께 진행하는 평가제도는 민간 분담률이 높은 영유아기관에 시사점이 많다.

자치행정, 교육자치의 실행과 함께 영유아기관에는 무상교육·보육비 지원 이외에도 다양한 통로로 투입되는 재정이 많다. 기관으로 직접, 프로그램에 따라, 교사에게, 영유아 전체에게, 영유아의 개별 특성 등에 따라 재정을 지원한다. 재정 지원이 이렇게 다양해진 이유는 이런저런 정책을 추진하면서 정책에 따라 재정지원을 추가해왔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영유아 교육·보육에 투입하는 재정 총액은 2016년도 기준 5조 2,700억 원 수준으로 OECD 가입국으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부모가 느끼는 체감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교사들은 여전히 낮은 월급을 받으며 근무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재정 지원 기준이 너무나 산만하고 누수가 있기 때문이다. 완전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전까지는 재정지원 기준을 가능한 영유아로, 지급 방식은 바우처로 통합하여 물줄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 큰 물줄기 하나로 통합된 재정은 누수를 줄일 수 있고 체감도 높일 수 있다.

마흔 살도 되지 않은 새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과제가 진보와 보수를 결집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우리도 이제는 교육과 보육, 공립과 민간, 공교육과 사교육의 이분법을 넘어섰으면 한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존중함과 동시에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미래를 위해 개별 영유아의 발달에 가장 가치 있는 정책이 무엇인가에 지혜를 모아야한다. 그래야 개인의 삶, 국가의 미래, 인류의 발전에 희망을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