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선거 때부터 자립형 사립고와 특목고 폐지를 공약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전 경기도 교육감 출신인 김상곤씨를 지명했다.

한편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씨는 외고,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 문제는 서울시 차원을 넘는 것이라며 공을 중앙정부로 넘겼다. 서울과 경기도를 대표하는 진보적 교육감들조차도 자사고와 특목고 처리방침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학부형, 교사, 학생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울지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한편으론 국민통합을 호소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교육문제를 두고 여론이 갈리는 것을 보면서 교육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절감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 사회통합을 기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은 우리나라인데.

필자는 중등교육 평준화 정책 지지자로서 자사고 등 특목고 설치를 반대한 바가 있다. 그리고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이런 문제에 대한 필자의 기준은 일반고 안에 우열반도 두고 특수과목 반도 개설하는 등 커리큘럼을 다양화해서 학생들의 수요에 부응하게 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방법이 시대의 요구에 맞지 않을까 한다.

다수의 학생을 두고 일반고로, 자사고로, 외고로, 과학고로 나누는 것의 정당성을 필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에서 영재와 열등아가 함께 어울리게 하면 안 될까. 이 사회에 대한 이질감을 전혀 느끼지 않고 공부하며 자라게 할 수는 없을까.

필자는 유럽이나 미국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에 대해 아무런 거부가 없다는 것을 알고 부러워한 적이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초·중등학교는 창살 없는 감옥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적어도 밤 10시까지 교실에서 서성이는 아이들을 두고 부를 수 있는 다른 적당한 말이 무엇일지 모르겠다.

그런 학교를 과연 아이들이 좋아할까. 혹시 아이들이 이 사회도 그럴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비관한다면 어쩔 것인가.

적어도 학교 자체를 일반고, 특목고 등으로 이질화·차별화하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사회와 동질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원치 않는 자들은 이런 의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자사고, 특목고의 존치를 주장하는 논의들을 보면서 ‘학교는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소위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잠시 스쳐 가는 곳인가.

긴 인생에 단 한 번 주어지는 꿈과 낭만의 학창시절을 경쟁의 덫으로 옭아매려고 하는 자들은 도대체 어떤 교육관를 가졌는지 궁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