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명자 충암초등학교 교감

행복한 수업을 어떻게 만들까?

나는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수업을 하는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였다. 담임을 맡았을 때에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한 해 학급 운영을 위한 기본 계획안을 구상한다. 그중에서 ‘수업을 어떻게 할까?’라는 고민은 나에게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작업이었다.

수업이 재미있으면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되고, 주어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다양한 역량을 개발해 간다. 그래서 나는 학습, 생활지도 그리고 진로교육은 별개의 수업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수업 안에서 통합되고 융합되어 이루어져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행복한 수업을 만들어 본 경험

4학년 사회 첫 시간을 맞아 ‘어떻게 하면 행복한 수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준비한 것은 편지 한 통과 함께 3학년 담임 교사에게 이 수업에 잠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얘들아, 3학년 00반 선생님께서 너희들에게 부탁할 것이 있어서 사회 시간에 잠깐 오시겠대. 우리 시간 좀 내 드려도 되지?”

학생들은 “어느 반 선생님이 왜 오시는지”, “작년 우리 담임 선생님이 오시는지” 등을 물으며 좋아했다. 새 학년 시작 즈음이라 작년 담임 선생님이 지금보다 더 편하기 때문에 이왕이면 자기 반 담임 선생님이었던 분이 오시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이러한 술렁거림속에서 편지 한 통을 각각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다. 호기심으로 편지 봉투를 개봉하는 것을 보고 3학년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여러분, 저는 작년도 3학년 00반 담임이었던 000선생님이에요. 고민이 있어서 왔어요. 선생님의 고민을 들어줄거죠? 그럼, 편지를 한 번 펴 볼래요?”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3학년 선생님은 나가셨다. 교실 안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우리에게 부탁을 했다는 것에 대한 흥분과 부탁에 대한 부담감으로 교실 안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잠시 기다려줬다. 지금부터 오고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제 상황에 대한 이해와 문제해결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그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며 활발한 확산적 사고활동을 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목소리가 잦아들 즈음에 수업을 진행했다.

“무슨 부탁이에요?”

“동생들에게 촌락에 대해 알려 달래요. 촌락체험 축제를 열어 달래요. 동생들을 초대해 달래요. 여러분이 해결해 줄 수 있어요?”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부탁을 못 들어줄 것도 같고, 잘 모르겠어요.”

“음, 그래도 작년도 담임 선생님의 부탁인데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망설이는 아이들과 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치는 아이들의 감정이 복잡하게 오고갔다.

“선생님이 좀 도와줄까요?”

“정말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편지를 다시 한번 꼼꼼하게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어 보세요.”

학생들은 중요한 내용에 밑줄을 그으면서 정독을 했다. 뜻을 모르는 낱말이나 문장은 보충 설명해주고, 학생들에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짝꿍과 편지 내용에 대해 서로 질문을 하면서 파악하도록 안내한 후, 문제가 무엇인지 말하는 활동도 하게 하였다.

모든 학생이 문제파악을 하면 이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함께 토의하도록 하였다. 이어서 문제 해결자가 되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계획을 함께 세운 후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익히는 탐색활동을 하게 하였다.

뒤이어 익힌 지식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책을 고안하고 발표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이후 학급 학생들은 약 한 달간 축제 기획자가 ‘촌락체험축제’를 기획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탐구하였고, 축제 당일에는 3학년 학생들을 초대하여 촌락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체험을 통해 재미있게 알려주었다.

생각에 생각을 뛰어넘는 프로그램

<평가활동>

지난 몇 년 간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서 인상적이었던 학생들의 기획은 셰프를 꿈꾸는 학생의 해산물 즉석 요리(올해 그 학생은 6학년이 되었고, 교육청에서 개최한 어린이 요리대회 예선을 통과하여 본선 대회를 준비 중), 각종 촌락의 특산물로 만들어진 산어농김밥(산촌과 어촌 그리고 농촌의 특산물을 모아 만든 김밥), 눌러주어야만 나오는 음료수병을 활용한 젖소 우유 짜기 모형 틀, 튜브안에서 미꾸라지 잡기, 자석을 이용한 낚시 등이었다.

이 기획은 학습자 안에서 교과의 통합과 융합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후배들이 체험을 통해 촌락에 대하여 얼마나 알게 하였는지 모둠별로 평가하는 방식이 다양하고 재미있었다.

다트 판을 이용하는 방법, 모래 안 조개 속에 숨겨놓은 퀴즈 문제를 찾아 해결하게 하는 방법, 스피트 퀴즈, 초성으로 맞추기, 보드게임 등 다양한 방식의 평가가 도입되는 것을 보면서 평가도 재미를 더할 수 있음을 오히려 학생들에게서 배웠다.

문제중심학습(Problem-based Learning)의 교육적 가치

이 수업이 바로 문제중심학습이다. 문제중심학습의 수업은 학생들의 발달수준에 맞고 흥미를 가질만한 문제 상황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는 구성주의의 대표적인 수업모형으로 문제해결자가 된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중에 스스로 배움을 느낀다.

문제중심학습은 캐나다의 한 의과대학에서 학습에 동기유발이 되지 않는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타전공의 대학생은 물론 회사의 신입사원 연수, 그리고 초중등 학생의 교육에도 효과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제중심학습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문제중심학습은 수업 시작 시 실생활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시해 줌으로써 흥미를 유발시킬 뿐만 아니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탐구해 가도록 이끌어가는 교육적 접근이다.

다시 말해서, 지식습득의 목적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전통적 학습법에서 탈피하여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식을 스스로 배우게 하는 것이다.

문제중심학습에서 제시하는 문제의 상황은 성인이 되어 생활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들과 유사한 것으로 학교 교육과 생활현장의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문제중심학습은 학교 교육의 역할을 올바르게 이끌어 갈 수 있는 혁신적인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중심학습의 이론과 실제》를 집필한 조연순 교수는 개정판을 내면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대학 졸업자가 취업하기 어려운 이유는 경제 불황이 첫 번째 이유이고, 대학 졸업자들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이유라고 지적하였다.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을 학생들에게 학교학습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해주지 못하는 학교 교육으로 인해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에 대한 동기유발이 안되는 것으로 꼽았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설계된 교육적 접근이 문제중심학습(Problem-based Learning)이라고 말하면서 교실 현장의 수업이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교육은 이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시대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중심학습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 기술, 문제해결 방안들을 인공지능에 입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를 맞아 인간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에게 발생하는 문제들은 예측가능하지않을 뿐만 아니라 해결책도 알 수 없는 것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여기에 대비하여 문제를 새롭게 발견하고, 파악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시도가 바로 문제중심학습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중심학습을 적용하며 내가 느낀 것

본 교사는 문제중심학습을 사회 한 교과에만 적용해왔다. 모든 교과를 하기에는 문제개발도 부담스럽고 시간적인 면에서 무리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중심학습을 다년간 적용해 본 결과 학생들에게 교과 지식 외에 다양한 역량이 개발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해결자가 된 학생들에게서 지식과 정보를 찾아 처리하는 능력, 모둠원간의 협력, 의사소통 등의 능력이 개발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고차적인 사고활동은 개개인의 잠재능력을 발현하게 하고 창의적인 문제해결능력을 향상시켰다.

지식적인 측면에서도 주도적으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폭 넓게 습득하는 과정에서 지식의 습득과 지식간의 통합 그리고 타 교과나 타 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의 전이와 활용도 자연스럽게 일어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문제중심학습을 적용하면서 교사가 모든 교과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교과와 단원을 고려하여 학생들의 흥미와 눈높이에 맞는 적절한 문제상황을 개발하여 제시해주면 학생들은 문제해결자가 되어 필요한 지식을 스스로 찾아 익힌다.

따라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믿는 것 또한 교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중에 하나로 생각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수업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식의 이해와 축적을 넘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역량 - 문제를 새롭게 발견하고, 파악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 을 개발해주어야 한다.

그 시도 중 하나로 문제중심학습을 교실 현장에서 실천하며 효과를 검증해 본 교사로서 후배교사들에게 적극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