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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녀 교육] 아이가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하다
월간교육 | 승인 2017.07.19 17:30

글 · 하정태 학부모

나는...

나에겐 24살 딸과 21살 아들이 있다. 남들이 보면 누구나 칭찬할 만큼 참 잘 자라준 아이들이다. 특별한 방법으로 아이들을 교육했던 것도 아닌데 잘 자라줘서 한없이 아이들에게 고맙다. 이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서 지극히 평범한 아빠로서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해보려 한다.

나는 아이들이 한참 어렸던 2살, 5살 때 대형학원 경영에 실패하며 이혼을 하게 됐다. 아이들이 받은 정신적인 상처가 컸으리라 생각한다.

문제는 또 있었다. 육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던 아빠로서 겪은 시행착오 역시 엄청났다. 그나마 모친과 여동생이 많이 도와줘 어떻게든 키울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 아이들은 내 아이들이 아닌가? 언제까지나 모친과 여동생의 도움을 받을 수만은 없었다.

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아무도 없는 집에서 늘 둘이서만 노는 것이 재미없던 아이들이 집 밖으로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몰라 거리를 배회하던 중에 쌀집 할아버지에게 발견됐다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학원 수업 도중에 급하게 차를 몰아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아이들을 찾으러 간적도 있고, 또 한 번은 아들이 유치원에서 친구의 물건을 가지고 집으로 와서 집과 유치원이 발칵 뒤집힌 일까지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나의 딸은 초등학교 시절에는 영재 소리를 듣다가 사춘기를 겪던 중학생 때는 곤두박질친 성적으로 내 마음을 아프게 한 적도 있었지만, 무사히 잘 극복해 좋은 성적으로 중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은 간호대학에 잘 다니고 있다.

이 딸은 인권변호사를 한다며 2년의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공부보다는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성적은 별로 기대도 안 하고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바랐던 아들도 고등학교에서는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큰 무리 없이 대학에 잘 들어갔고 지금은 강원도 인제에서 씩씩한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있다. 이렇게 잘 자라서 어엿한 성인이 된 아이들이 대견하다.

부모의 속마음

나는 25년간 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그 중 17년간은 돈 없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무료 강습을 하고 있다. 교육 쪽에서만 종사해서 그런지 주위에선 나에게 ‘어떻게 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지’를 자주 물어본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과연 이 질문에 정답이 있을까요?”이다. 부모들은 말로는 건강하게만 자라달라고 한다. 하지만 부모들의 속마음도 과연 그럴까? 아이를 잘 키우고 싶다는 말 속에는 아이를 내 맘대로 키우고 싶다는 부모의 이기적인 마음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듣고 공부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벌고 좋은 직업도 가지길 원하는 건 아닐까? 물론 나도 아빠로서 이런 것들을 기대하기도 했다.

또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보다는 자신의 주위 사람들에게 보일 시선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건 아닐까? 아이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줘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가 된 것은 아닐까? 부모는 아이들 성적보다 높은 수준의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해서 아이들을 아프게 하는 건 아닐까?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평생 돈을 잘 벌고 평생 잘 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누구나 제2의 직업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부모가 행복하고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한 게 지금의 시대다. 그런데 부모들은 과거에 자신이 받았던 교육 방식을 알게 모르게 자식들에게도 강요한다. 우발적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교육의 강요가 자녀들의 인성에 큰 영향을 미쳐 가족의 붕괴와 가족 간의 따로따로 현상을 유발하기도 함을 명심해야 한다.

선 무당이 사람 잡는다

책 한두 권 보고 강연 한두 번 듣고 습득한 자녀 교육에 관한 지식을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라. 프랑스식 교육이 좋다고 뉴스에 나오면 프랑스식으로, 핀란드식 교육이 좋다고 뉴스에 나오면 핀란드식으로 아이들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교육자(부모)도 제대로 모르는 교육 방식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면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얼마나 혼란스럽겠는가? 우리 아이들은 미국 아이도 아니고 프랑스 아이도 아니고 핀란드 아이도 아닌 그냥 지극히 평범한 한국의 아들과 딸이다.

부모들도 많은 공부와 정보가 필요하지만 과연 부모들이 알고 있는 정보 중에 꼭 필요한 것은 얼마나 될까? 그냥 참고할 내용과 꼭 실천해야 할 내용은 구분하자.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녀교육 10가지 방법이나 30가지 방법을 다 따라서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부모도 아이도 모두 신도, 슈퍼맨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중에서 꼭 필요한 몇 가지만 실천해도 아이들은 따뜻하고 착하고 반듯하게 자란다. 이것을 모두 실천한다고 해서 꼭 훌륭한 부모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아이들도 온전한 인격체다. 어리다고 무시하지 말고 지시나 금지 사항을 또박또박 말로 전달하라. 아들과 딸이 어려도 무시하지 말고 끊임없는 대화로 상황을 설명하라. 그럼 언젠가는 진심이 전달된다.

그리고 약속을 꼭 지켜라. 위에서 밝혔던 나의 아들이 유치원에서 친구의 물건을 가지고 온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들이 나에게 솔직하게 말하면 안 때릴 거냐고 묻길래 나는 절대로 안 때린다고 약속했다. 그랬더니 자기가 가져왔다며 잘못했다고 말했다.

나는 두 번 다시 안 그러면 용서하겠다고 말했고 아들의 약속을 받은 후 바로 용서했다. 그 후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누구나 실수는 하지만 두 번 다시 안 하는 게 큰 용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아빠와 한 약속을 지킨 아들이 그래서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라. 그게 과하게 틀린 게 아니라면 인정해 줬으면 한다. 나의 딸은 고3 때 가난해서 법적인 보호를 못 받는 사람을 돕는 돈 못 버는 인권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비록 그 길이 힘들고 어려운 것임을 알고 있더라도 나는 이런 가치를 품고 있는 딸의 꿈을 응원했고 한없이 존경스러워 했다. 부모들은 자식이 항상 비단길을 걸어가길 바라지만 자식의 삶의 가치는 다를 수 있다. 부모의 가치로 아이들의 꿈을 평가해선 안 된다.

부모와 자녀가 모두 행복한 세상

미국에 플로리다뉴칼리지(New College of Florida)라는 평범한 대학이 있다. 하지만 이 대학 학생들의 미국 내에서 로스쿨, MBA, 의학대학원으로의 진학률은 2위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평범한 대학이 높은 진학률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학생에게 끊임없이 선택의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완벽한 부모가 되려는 것보다는 조금은 부족해도 자녀를 늘 존경하고 안아주면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부모가 되라. 우리는 지극히 평범한 부모이자 평범한 학생을 키우는 사람들일 뿐이다.

2016년 대한민국의 학생 수는 660만 명이다. 이 중에서 초 0.5%, 중 0.6%, 고 1.2%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둔다. 이 학생들과 부모가 얼마나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부모와 자녀들 모두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부족한 아빠 밑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건강하고 멋지게 자라준 딸과 아들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글은 하정태 학부모가 월간교육 7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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