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미래교육연구부 부장

 

글 ·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미래교육연구부 부장

학생들은 행복한가?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문제에 봉착했을 때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하며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자질을 총체적으로 인성(Personality)이라 부른다.

교육부(2016)는 인성의 핵심 가치와 덕목을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 등의 마음가짐이나 사람됨과 관련된 것을 망라하는 개념’으로 정의하였으며, 인성 역량을 ‘핵심 가치와 덕목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실천 또는 실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공감·소통하는 의사소통 능력, 갈등 해결 능력 등이 통합된 능력’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한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인성 교육이 개인의 됨됨이를 넘어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휴머니즘과 사회성 교육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으므로인성은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인생에서의 성공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 되는 핵심 역량인 것이다(김진숙 외 2017).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한 핵심 역량으로 인성을 본다면, 현재 우리나라 아이들은 행복한가? 얼마 전 OECD(2017)는 PISA(국제학업성취도 평가 · Program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2015 학생 설문을 통해 만15세 학생들의 ‘웰빙’을 최초로 분석하고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추진한 배경으로는 학생들의 미래 학습 성과도 중요하지만 현재 학생들의 웰빙에 대한 관심과 교육적 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학생의 웰빙이란 ‘학생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심리적, 인지적, 사회적, 육체적 차원의 기능 및 능력’으로 규정하고 있다(OECD, 2017).

OECD PISA에서 우리나라 만15세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6.4로(0~10 척도, 숫자가 클수록 만족도가 높음) OECD 평균인 7.3에 못 미친다.

학습에 대한 성취동기는 OECD 평균 65%보다 훨씬 높은 80% 이상으로, 학생들이 자신들은 무엇을 하든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대학 학위에 대한 기대로 이어져, 75%이상의 학생들이 대학 학위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적에 대한 불안감도 높게 나타나, 약 75%의 학생들이 낮은 성적을 받을까 걱정(OECD 평균 66%)한다고 응답하였다.

이외에도 OECD에서는 학교 폭력이나 부모의 지원 정도, 체육 활동 등에 대한 설문을 하였는데, 이 모든 결과를 비판적으로 정리해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OECD 다른 나라의 학생들에 비해 학업에 대한 성취동기는 높지만 삶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 그만큼 불안감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성적이 높은 학생들이 오히려 다른 학생들의 놀림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가 논의하는 모든 교육의 방향은 학생들이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추구하고, 이를 위한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가에 맞추어야 한다.

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은 비단 학교의 역할뿐만 아니라 가정·사회 문화의 변화까지를 포함하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교육과정과 연계하는 인성교육 강화를 위한 다양한 인성교육 사례 분석을 통해 학교 교육에서 실천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분석을 위한 사례는 국가의 교육 정책이 아닌 단위 학교와 교육위원회(우리나라로 보면 교육지원청)에서 실천하는 것을 선정하였다.

■ 사례 1

인성교육 틀 마련 및 교육과정과의 연계

: 영국 버밍엄대학 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 School) 1)

1) http://www.universityschool.bham.ac.uk/

버밍엄대학 학교는 영국에서 의무교육을 받는 11세에서 16세 학생들(7~11학년)이 다니는 버밍엄대학 부설 중학교이다. 이 학교의 교육 비전은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향상하여 자신의 잠재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학습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며, 특히 기본 역량으로서 인성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에 초점을 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인성교육 개념 및 목표 설정

버밍엄대학 학교의 인성교육 운영 방안은 부설학교의 특성을 살려 버밍엄대학과 연계되어 있다. 이 학교는 버밍엄대학의 ‘Jubilee Centre for Character and Virtues’ 센터장이기도 하며, 사범대학장이기도 한 제임스 아서(James Arthur) 교수와의 연계를 통해, 교사-학생 간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버밍엄대학 학교에서 정의하는 인성교육이란 ‘덕’이라 불리는 긍정적인 개인의 힘을 개발하기 위한 외면적이고 내면적인 교육활동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여러 상황에서 무엇이 윤리적으로 옳으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옳은지를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버밍엄대학 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영국 민주주의의 가치, 법 적용, 개인의 자유, 상호존중과 타인에 대한 관용을 신장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궁극적으로 올바른 이성(Good Sense)이나 경험에서 나오는 현명함(Practical Wisdom)과 같은 것들을 개발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하여 윤리를 내면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인성교육의 틀 마련

이 학교는 인성교육의 목표를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버밍엄대학의 Jubilee Centre for Character and Virtues 2)에서 만든 독특한 인성교육 틀을 통해 교육과정을 구성하였다.

2) 버밍엄대학의 부속 연구센터로, 인성과 덕과 가치들에 초점을 맞추어 학제 간 연구를 수행. htp://www.jubileecentre.ac.uk/

이 교육과정에서는 도덕(Moral Virtues), 시민의식(Civic Virtues), 행실(Performance Virtues), 지덕(Intellectual Virtues)이라는 네 가지의 덕을 중심으로 동정심, 겸손, 세심함, 창의성, 호기심, 결단력, 회복력과 같은 가치들을 학생들이 습득하고 강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덕들은 교과 외 시간뿐만 아니라 수업에서도 학생들에게 거듭 강조되며,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Communication)을 통해 습득할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네 가지 덕을 통한 최종목표는 바로 개인과 사회의 번영에 있다. 개인의 번영은 인간이 달성해야 할 삶의 목표로, 행복뿐만 아니라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다. [그림 1]은 버밍엄대학 학교에서 채택한 인성교육 틀이다.

교육과정과의 연계를 통한 실천

버밍엄대학 학교의 인성교육은 교과 수업 시간과 교과 외 시간 등을 망라해 종합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교과 수업 시간에도 인성교육의 네 가지 덕과 연계된 학습 목표가 설정된다.

예를 들어, 과학 교과 시간에는 인성교육의 도덕과 관련한 정직함과 협동심을, 지덕과 관련해서는 호기심과 탄력성(Resilience)을 기르는 것이 수업의 목표가 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주기율표를 보며 그 특성과 설계도를 탐구하면서 호기심(지덕)을 기르고, 새로운 원소가 어떻게 발견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정직함과 탄력성(도덕)이 어떻게 과학연구에 있어 필수적인 덕으로 작용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또한 수업 시간 마무리 단계에서는 수업 시간에서 다루어진 호기심, 정직함, 탄력성 등의 가치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도덕 발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과 수업 시간 이외에도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인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학생들은 매주 월요일 아침에 반성(Reflection)의 시간을 가진다. 이 시간을 통해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냈으며, 이번 주는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덕과 연결한 의견을 공유하고 성찰해 본다.

또한 매일 학교생활 종료 10분 동안, 학생들 각자가 수업 시간을 되돌아보며 수업을 통해 무엇을 하였고,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시간에는 학생들이 인지하고 있는 인성교육의 덕과 연결해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특징이다. 성찰 시간을 통해 밝힌 한 학생의 인터뷰를 통해 인성교육에 대한 가치를 내면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 삶에 있어 영속적인 것은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단 한 가지 영원한 것은 인성이며, 인성이 세상을 바로 바라보는 시각의 근원이 된다.”

■ 사례 2

인성교육 목표 설정 및 학교에서의 실천

: 캐나다 더럼지구 교육위원회(Durham District School Board)3)

3) http://ddsb.ca/Students/SafeSchools/Pages/Character-Education.aspx

캐나다 더럼지구 교육위원회(DDSB)는 Uxbridge, Brock, Scugog Townships 등의 농촌 지역과 Ajax, Whitby, Pickering, Oshawa 등의 도시지역의 공교육을 담당하는 위원회이다. 위원회에는 131개의 초·중학교가 속해 있다.

위원회의 교육적 목표는 크게 세 가지로, 먼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웰빙을 향상하고, 두 번째는 지역사회를 구조적으로 연결하며, 마지막으로 학생들의 리더십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인성교육은 학생들의 웰빙과 리더십 등의 목표와 연결되어 있으며, 위원회가 속한 온타리오(Ontario) 주와 캐나다 교육부에서 마련한 인성교육 지침을 따르고 있다.

인성교육 개념 및 목표 설정

더럼지구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온타리오 주와 캐나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인성교육의 개념은 학교와 지역사회의 합의를 통해 모든 인간이 갖기를 바라는 특성을 함양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은 학교를 통해 퍼지며, 사람들 간의 관계와 책임감 있는 시민이 되기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또한 인성 발달을 통해 교육의 수월성과 평등을 추구하는 기반이 된다(The ministry of education Canada, 2008).

구체적으로 인성 발달의 목표를 학생들의 학업성취 향상, 인간관계(Interpersonal)의 발전, 존중, 돌봄, 안전, 수용적인 학교 문화 형성, 행동 문제 감소 등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더럼지구 교육위원회에서 설정한 열 가지 핵심 인성은 <표 1>과 같다.

<표 1> 더럼지구 교육위원회의 열 가지 핵심 인성4)

학교에서의 실천 사례

더럼지구 교육위원회가 상위 기관의 인성교육 개념과 목표를 토대로 설정한 열 가지의 핵심 인성은 관내 지구의 학교 교육과정에서 실천적 사례를 도출하고 있다. 몇 가지 운영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5).

4) http://ddsb.ca/Students/SafeSchools/Documents/Character_Attritibutes.pdf

5)http://ddsb.ca/Students/SafeSchools/Documents/Best_Practices_Character_Education.pdf

 

인성은 체계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발달할 수 있다

앞선 두 가지 사례가 우리나라 교육과정 운영에 주는 시사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먼저, 인성을 하나의 역량으로 규정하고, 역량이 갖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절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실천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지표를 가진 인성교육 틀을 마련하거나(영국 사례), 단위 지구 내에서 적용 가능한 열 가지 핵심 인성을 개념으로 정립해 학교 현장에 제시하고 있다(캐나다 사례).

영국 버밍엄대학 학교는 이를 대학 부속연구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하였으며, 캐나다 더럼지구는 교육부와 주 단위에서 제시한 인성교육의 개념을 지구 단위에서 재구성하였다. 이는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학교 입장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지원 활동이다.

학습 역량은 기본적으로 교육 목표와 연계된 거시적 관점에서 개념을 규정하고 정립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 체계로 보면 총론에 해당한다.

총론과 각론의 세부 요소까지 제안하는 현재의 표준화된 교육과정 체계(Maximum Curriculum)를 벗어나 국가 차원에서 최소한의 교육 목표와 성취 수준을 제공(Minimum Curriculum)하고, 구체적인 목표나 기준은 단위 학교의 상황에 맞게 정립하는 지원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영국과 캐나다의 사례처럼 연구기관이든 지구 단위(교육청 단위)이든 구체적인 역량에 대한 개념이 설정되면 학교는 이를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실천하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영국 버밍엄대학 학교의 경우 교과 수업 시간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교사는 인성교육의 방향과 지표를 숙지하고, 학생활동과의 연계를 고려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과학 교과 수업에서 과학 원리와 과학자에 대한 관심을 호기심과 존경 등의 인성 가치와 연계).

또한 인성 교육의 특성상 프로젝트나 교과 외 시간을 활용한 활동으로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단발적인 캠페인성 활동이 아니라 지속해서 교과 수업 목표를 인성 교육 활동과 연계시키기 위한 교수 전략 설정이 필요하다(10대 노숙 관련 인성교육 프로젝트 활동을 영어 교과 내 관련 내용과 연계, 캐나다).

인성은 개개인의 내면화된 인식과 본성에 가깝다. 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단기적인 몇 가지 활동으로 인성교육 목표가 달성된다고 보는 교육자는 없을 것이다.

영국과 캐나다의 사례가 주는 마지막 시사점은 지속가능성과 학습자가 실천할 수 있는 경험의 제공이다. 영국 버밍엄대학 학교에서 추진하는 매주, 매일 이루어지는 학습 성찰 활동은 지속가능성을, 캐나다 더럼지구 내 인성교육 활동은 경험 중심의 학생 참여 활동에 대한 시사점을 확인하는 사례로써 의미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