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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자율형 사학, 유지할 것인가? 폐지할 것인가?
월간교육 | 승인 2017.07.31 17:42

참석 ·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박부권 동국대 명예교수

오세목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 회장

사회 · 허경철 월간교육 편집위원 / 정리 · 지성배 기자

허경철 | 자율형 사학은 어떻게 태동하였나요.

김혜숙 | 1974년부터 시작된 고교평준화는 우리나라 고교체제의 근간을 바꾼 변혁이었으나 하향 평준 화, 획일성 논란 등의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었죠. 그러다가 1986년 과학고를 필두로 평준화 기본 틀에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90년대에 외국어계열, 국제계열 특목고 가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설립되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사학’에 방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고 ‘특수목적’에 방점이 있었고 공사립이 섞여 있었습니다.

현재의 자율형 사립고 체제는 2002년 민족사관고 등 5개 자립형 사립고가 설립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화두가 되었던 ‘세계화’ 트렌드를 배경으로 국가경쟁력과 교육경쟁력을 정부와 사회가 강조하면서 교육에서도 ‘수월성’ 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인식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고교평준화 체제 30년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하향평준화, 수월성 약화라는 비판이 지속하였던 점, 세계화 시대에 경쟁력 확보가 필수가 된 외부 환경 변화, 2000년대 대학설립준칙주의에 따라 대학 수용 인원이 급증했지만 학령인구가 감소하여 대학입시 경쟁이 약화하리라는 기대, 그리고 사학의 다양한 학교문화를 살리는 체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대 한 일종의 대응이었던 셈이지요.

박부권 | 우리나라에서 자율형 사 학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하나는 소위 ‘고등학교 평준화 제도’라 불리는 ‘고등학교 학군별 추첨배정제도’에 대한 저항입니다.

이 제도에서는 학생은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없고, 학교는 원하는 학생을 선발할 수 없습니다. 일부 고등학교와 학생, 학부모가 거부감을 표하는 제도를 1974년부터 지금까지 43년 동안을 시행해 왔죠.

자사고는 겉으로는 경직된 교육과정과 학교운영을 개선할 수 있는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의 자율을 내세우고 있지만 진짜 이유는 ‘고등학교 학군별 추첨제도’에 대한 저항에서 등장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국가의 교육비를 절약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에 경도된 노동경제학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으로 자율형 사학을 도입하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자율형 사립고 조항을 신설하였습니다. 시행령에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원인건비 및 학교운영비를 지원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동경제 학자들이 주장해 온 것을 법제화한 것이지요.

자율형 사학의 법적 근거는 『초·중등교육법』 제61조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 조항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초·중등학교 교원의 자격, 교육과정, 학년도, 수업연한, 교과서 등이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사회가 변하고 학생이 변해도 거기에 대응하여 학교운영을 다르게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법 조항을 신설한 것입니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적이고 혁신적으로 교육제도를 개선하고 발전시켜 보자는 취지이지요.

이 법에 따라 학교의 지위를 부여받은 학교들이 소위 ‘자립형 사학’이라 불리는 제1기 자율 사학입니다. 포항제철고, 현대 청운고, 민족사관고 등이 있죠.

그 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에서 도입한 것이 ‘자율형 사립학교’입니다.

자립형 사학의 진화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죠. 이 자율형 사학의 법적 근거도 제1기 자율사학과 마찬가지로 『초·중등교육법』 제61조입니다.

법 제61조에 학교 운영의 특례를 신설한 원래의 취지는 일반정규학교의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습부진아, 열린교육 대상자(기초생활수급자 등)들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들을 위한 특례규정이 학업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항제철고, 현대 청운고, 민족사관고 등의 법적 근거로 바뀐 것입니다.

오세목 한국자사고협의회 회장

오세목 | 말씀하신 1974년부터 도입 된 고교평준화 제도는 입시 위주 교육의 폐단을 개선하고, 고등학교 간 학력차를 줄이는 한편, 대도시 집중 현상의 폐단을 없앨 목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명문 고등학교 진입을 위한 입시경쟁의 과열과 그로인한 학생들의 학습 부담감, 인구의 도시집중 등을 막기 위해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었지요.

그러나 초·중학교 9년간의 과정을 통해 이미 학력 격차가 크게 벌어진 학생들을 한 교실에 묶어 둠으로써, 고교교육의 하향평준화, 교육의 질적저하, 경쟁원리 말살, 우수학생들의 학습의욕상실 등이 지속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교육개혁위원회’를 만들어 1995년 5월 31일 이른바 ‘5·31 교육개혁’이라 불리는 교육개혁안을 내놓았습니다.

이 개혁안에서는 ‘고교교육에서 다양화, 특성화를 추구하고,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현행 자사고의 뿌리인 자립형 사립고 제도를 처음으로 제안하였습니다.

이후, 논의가 거듭되다가 김대중 정부 들어 이해찬 초대 교육부 장관은 한 신문사 인터뷰에서 “시장원리를 도입해 교육개혁 이루겠다”, “교육도 경쟁과 시장원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2001년 8월 9일 김대중 정부는 ‘평준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획일성을 보완하기 위해 고교교육의 다양화·특성화를 확대하고, 교육의 수월성 추구를 배려하며, 열악한 교육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정책을 기본방향으로 하여 ‘자립형 사립고’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자율형 사립고’로 명칭을 변경하고 전국적으로 확대돼 현재 46개 자사고가 운영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김혜숙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

 

허경철 | 현재 학생과 사학은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나요?

김혜숙 | 자사고 유형의 학교 체제를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 처지에서 본다면 불과 몇 년 사이에 학교체제가 급하게 변동했거나 또 다른 변동 가능성이 커짐으로써 진학, 진로 준비에 큰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교육백년지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정책이나 제도가 급변하는 것은 사실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것이지만 학생, 학부모에게 가장 큰 어려움을 준다고 볼 수 있겠지요.

사학의 입장에서는, 특히 고교 다양화 300 이후 설립된 자사고의 경우 상당한 투자를 해가며 우수 학생 유치와 함께 새로운 명문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했지만 앞서 언급한 외부 여건 변화로 학생 모집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생기는 상황에 더해 정부 차원에서의 폐지 논란까지 있게 되니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할까요?

자사고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없음을 인식하면서 일반고 전환을 모색하는 학교가 생겨나는 것은 예견된 일이겠지요. 고교 체제를 둘러싼 갈등과 혼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안타깝습니다.

허경철 | 현재 논란의 배경은 무엇 입니까?

김혜숙 | 2009년에 이명박 정부에서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하나로 자율형 사립고 제도를 만들면서 지방에만 있던 자사고를 서울에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빠르게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죠.

2011년부터는 원조 자립형 사립고도 자율형 사립고 범주로 통합하였고 2015년까지 서울지역 25개 포함, 전국 49개 학교로 확대되었습니다. 그 전까지 비교적 조심스럽게 이루어지고 숫자도 많지 않았던 자사고가 급팽창하면서 기존 자사고의 여건과 준비도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 도 일부 포함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봅니다.

또한 지속해서 늘어난 특목고의 정원까지 합치면 자사고, 특목고의 학생 수는 전체의 약 6%, 같은 학 년 학생 수 50만 명을 기준으로 보면 약 3만 명에 달합니다.

서울권 대학의 전체 정원과 맞먹는 수가 되면서 입시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 한다는 비판과 함께 그 정당성에 문제 제기가 시작됐습니다. 6% 정도의 비율이면 평준화 이전의 명문고 체제와 다를 바 없고, 평준화의 기본 틀도 깨질 수 있겠다는 우려도 있었죠.

이러한 우려 속에서 자사고, 외고 폐지를 주장하는 진보 교육감의 대거 등장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 것입니다.

허경철 | 자율형 사학이 우리 교육에 기여한 바는 어떤 것들입니까?

오세목 | 자사고 폐지론자들은 자사고에 고교 서열화를 통한 일반고 황폐화, 사교육 증가의 주범, 특권 학교, 입시 위주 교육 등의 누명을 씌워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실제 자사고를 경영하는 저로서 보면 억울한 점이 한둘이 아닙니다.

우선 자사고는 우리나라 고교교육을 선도해 왔습니다. 정부는 재정 자립이 가능하고 교육 투자에 분명한 의지가 있는 건전 사학 중에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자사고로 지정하였습니다.

그리고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사학 법인 스스로 수백억 원에 이르는 교육투자를 해 다양한 교육과정과 전인교육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왔습니다. 대한민국 내에서 가장 선도적인 교육 모델을 실험하였고, 그것을 일반고에 일반화하는 데에도 앞장 서 왔습니다.

이를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공교육에 투자해온 것입니다. 전국에 있는 46개 자사고는 국민 세금으로 사립고에 지원하는 정부의 ‘재정 결함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고 필요 재원을 학부모와 학교 법인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국가는 매년 약 2천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고 있으며, 이 돈은 일반고의 교육여건 개선과 공교육 활성화에 쓰이고 있습니다. 무상교육으로 황폐해진 교육 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사교육을 줄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폐지론자들은 자사고 입시가 사교육을 부추긴다며 온갖 자의적인 통계를 동원하여 여론몰이하고 있지만, 사실과 매우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광역단위 자사고의 신입생 선발은 ‘깜깜이 전형’이라고 부릅니다. 성적을 전혀 보지 않고 무작위 추첨과 인성면접만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죠. 교육 당국이 자사고에 지원한 모든 학생에게 면접 직후 실시해온 ‘사교육 영향 평가’ 결과를 보면 자사고 입학전형을 위해 사교육을 받는다는 학생은 없습니다.

오히려, 많은 자사고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기숙사를 짓고 학교 내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외부의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학생들의 맞춤형 진로진학이 가능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자사고에 학생을 보낸 학부모들은 사교육을 받을 필요 없이 학교 내에서 진로진학 설계가 가능함을 자사고 선택의 이유라고 말합니다. 이 밖에 지역 균형 발전, 사회적 약자 교육, 외화유출 감소 등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김혜숙 | 자사고는 고교평준화의 근간을 유지하는 가운데 하향평준화와 획일성 논란과 같은 문제에 대응하여 수월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데 나름의 기여를 했습니다. 

또한 학생, 학부모에게 학교선택권이 없는 초등학교, 중학교와 달리 최소한 고교 단계에서 선택권을 가질 수 있게 한 것도 기여입니다.

특목고, 특성화고가 아닌 또 다른 유형의 학교로도 제한적 범위에서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생긴 것은 입학 이후의 동기 유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그 밖에도 학부모가 교육에 투자하도록 해 그에 해당하는 예산이 일반고나 다른 부문에 더 투입된다는 점에서 교육 전체를 돕는 부분이 있고, 시설 개선 등을 위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모델학교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허경철 |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율형 사립고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박부권 | 자립형 사학이 우리 교육에 기여한 바가 있다면 경직된 우리 교육체제에 어느 정도 융통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립형 사립고든 자율형 사립고든 이들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교육과정이 경직되고 있고,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빠지고 있는 것입니다.

자사고뿐만 아니라 영재고, 과학고도 마찬가지입니다. 7월 10일 자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KAIST에서 입학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입학 후의 성적 변화 추 이를 조사해본 결과 1, 2학년까지는 영재고, 과학고, 일반고 순서로 성적이 높았지만 3, 4학년에 가면 일반고, 과학고, 영재고 순으로 성적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재고, 과학고 진학을 목표로 받아온 과도한 사교육이 스스로 깨치는 기쁨과 주도적 학습능력을 앗아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외고와 자사고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혜숙 | 대부분의 자사고가 지나치게 대학입시 중심의 명문고를 지향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대학입시 경쟁이 계속되면서 수월성이 입시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자사고가 받아들이며 수월성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학교가 색다른 교육을 하고 싶어도 대학입시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니 학생, 학부모가 자사고의 교육을 반대하는 것 입니다. 자사고 입장에서는 학생 선발의 자유가 제한된 상태이며 주어진 재원으로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고에서는 자사고가 전기모집을 하기에 상대적으로 열의가 많은 학생을 선점할 수 있어 불공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만큼 자사고가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입시경쟁에 치중한다면 사회적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또 자사고 비중이 지나치게 급히 확대되는 과정에서 귀족학교화, 입시 기관화 한다는 비판을 줄일 수 있는 제동 장치를 갖추지 못했기에 다양한 방식의 제동 장치를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학교가 서울에 위치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대학 입시가 아닌 미래형 인재 양성에 전념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방식 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사고 하면 그 학교를 상징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특화되는 구조일 수도 있습니다. 준비도와 여건이 미흡한 일부 학교들이 포함되어 재단의 재정 기여 수준이 매우 낮아 결과적으로 모델학교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어려운 사례들이 발생한 것도 문제점 중의 하나입니다.

박부권 동국대 명예교수

허경철 | 이런 단점이 있음에도 자율형 사학을 유지·발전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부권 | 현행 추첨으로 배정하고 있는 후기 일반계 고등학교를 경쟁 입시로 전환한 후에도 자사고, 외고, 영재고, 과학고 등이 지금처럼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들의 경쟁력은 그 학교 자체의 교육능력에 있다기보다는 일반계 고등학교를 그들과 경쟁할 수 없도록 발을 묶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자사고, 외고, 영재고, 과학고 등은 성적 상위권 학생들을 놓고 경쟁하는 학교들입니다.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계 고등학교도 어떤 형태로든 이들 상위권 학생들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율형 사학이 성장한다면 그것을 비판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자사고뿐만 아니라, 영재고, 과학고도 그 설립목적과는 달리 인재들을 열매도 맺기 전에 시들게 하고 있다면, 이 학교들 역시 그 필요성을 재고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다가올 사회는 전근대적인 신분사회가 아닙니다.

신분사회에서는 귀족과 평민의 삶의 터전, 생활양식, 꿈 등이 달랐습니다. 그 사회에서 개천에서 난 자는 용이 되는 것을 꿈꿀 수 없었습니다. 천민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제왕의 꿈을 꾼다면 그는 목숨을 내놓아야 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지배층과 평민층을 분리하여 교육하는 것은 아주 당연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사회에서는 부자든, 가난하든, 배운자든, 배우지 못한 자든, 고학력자든 저학력자든, 지위가 높든, 낮든 한 사람은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합니다.

계층과 상관없이 모두가 국가의 주인이죠. 이런 투표에서 사회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전통적인 엘리트가 아니라, 일반대중입니다.

그러므로 민주사회 그리고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일반 대중의 교육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도자도 영재도 이들 대중 속에서 길러지고 그 능력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타고난 우수아들이 떨어지지 않고 온전하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도 이들 또한 대중의 바다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중도 이들의 능력과 지도력이 발하는 광채 속에서 더욱 현명해질 수 있습니다.

김혜숙 |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몇 년 단위로 학교제도가 흔들리는 것은 백해무익합니다. 제도가 생길 때뿐만 아니라 폐지할 때에도 정치적, 이념적 가치만을 기반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보수 정부에서 급히 확대된 정책이 진보 정부에서 폐지된다면 보수 정부가 다시 들어설 경우 언제든 흔들릴 수 있음을 내포하기 때문이지요.

자사고 유지·발전론과 폐지론은 나름의 논거들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현 자사고 체제에 대한 효과나 문제점은 충분히, 제대로 규명된 것이 아닙니다. 자사고의 2배에 달하는 자율형 공립고 역시 아직 객관적 평가가 없습니다. 공교육 강화의 대안으로 나온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도 아직은 알 수 없죠.

돌이켜 보면 지난 2009년 당시 자사고 확대 정책이 나올 때도 기존 자립형 사립고를 평가해 보니 결과가 좋다고 하면서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확대의 논거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역시 가치론적 관점에서의 폐지 주장일 뿐 대안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는 점에서 성급한 폐지론은 경계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환경에서 자사고 체제는 시장 기능에 의해 자체적인 구조조정의 단계를 밟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불가피하며 어쩌면 필요할 수 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자사고 체제는 전체적으로 비중이 줄어들겠지만 수월성 추구와 함께 평준화 제도의 획일성을 타파하는 출구로써 일정한 역할을 할 것 입니다.

종교적 배경의 학교라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인성, 영성 강화에 강점을 가질 것이고 스포츠팀의 전통을 가진 학교라면 그간의 경험을 교육과정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 될 것입니다.

허경철 | 자사고는 5년마다 평가를 통해 재지정을 하는데요. 그 내용과 기준, 방법은 어떠한가요?

오세목 | 우선 자사고 5년 주기 평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자사고의 5년 주기 운영성과 평가는 『초·중등교육법』 제9조 학생·기관·학교평가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12조 평가의 기준 및 제13조 평가의 절차·공개 등의 법령에 근거하여 특목고, 자사고가 도입 취지대로 잘 운영되는가를 지도·감독하기 위하여 도입되었습니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 별로 시행하고 있는 운영 성과 평가는 법령에 근거하여 교육부가 만든 기준안에 따라 학교운영, 교육과정 운영, 교원의 전문성, 재정 및 시설 여건, 학교 만족도, 교육 청 재량평가 등의 6개 영역, 12개 항목, 27개 지표로 특목고 및 자사고의 전반적인 학교운영을 점검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교육 당국은 5년 주기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자사고가 도입 취지대로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점검하여 자사고가 우리나라 고교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정착시켜야 합니다.

도입 배경이 되었던 고교 교육의 다양화 및 특성화, 수월성 교육 보완, 교육재정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목적의 달성을 위해 필요하죠. 이는 고교 간 바람직한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고교 교육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상승·발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박부권 | 5년마다 평가하여 재지정 하도록 한 현재의 제도는 자사고 제도를 임시적인 제도로 만들었습니다. 이들 자사고는 5년마다 평가를 준비하면서 존폐를 염려해야 하고, 평가할 때마다 사회는 사회대로 제도의 필요성을 놓고 갑론을박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제도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이 제도가 가지고 있는 임시성을 제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 학생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영재고, 외고, 자사고의 경쟁에 어떤 형태로든 일반계 고등학교도 동참해야 합니다.

허경철 | 앞으로 고교 체제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혜숙 | 교육체제의 구안과 정책 수립에 있어 형평성과 수월성은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형평성은 교육이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수월성 없인 사회 발전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양자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나름의 균형을 추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단계와 사안에 따라 적정 지점, 즉 Optimal Point를 찾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느 한쪽의 가치를 강하게 추구하여 나머지 다른 쪽을 적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민 기본 공통교육에 해당하는 고등학교까지의 공교육에서는 형평성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평준화 체제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것이 타당성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교육적으로 형평성의 가치가 수월성의 가치보다 비교 우위에서 더 타당하다는 것이지 형평성만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평준화 체제를 견지하는 가운데 자사고, 특목고, 특성화고 제도로 체제적 한계와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이 적절해 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자사고, 특목고와 같이 평준화의 틀 밖에 있는 학교는 숫자와 비율이 적정해야 합니다.

확대하는데 속도 조절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들 학교가 단지 대학입시에서 비교 우위만을 강점으로 갖는 형태로 나타나면 갈등은 다시 촉발될 것이므로 지양해야 합니다. 제도의 획일성에 따른 폐해를 해소하고 일반 학교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역할을 하면서 공존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고교체제는 형평성을 더 중시하면서도 제한적이고도 신중한 방식으로 다양성의 문을 열고 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새롭고 다양한 프로그램, 고유의 학교문화 형성으로 어떤 영역들에서는 모델학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세목 | 고교 체계는 교육 전문가들조차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오랫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그래서 명칭, 용어 등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재정립한 것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76조의3 고등학교의 구분입니다.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의 자율성을 기준으로 일반고등학교, 특수목적고등학교, 특성화고등 학교, 자율고등학교의 4개 체계로 분류하고 있죠.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여 이 근간을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5년 단임 정권이 정치적 진영 논리에 따라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다면 그 혼란의 피해는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허경철 | 바쁘신 와중에도 귀한 시간 내주시고 좋은 말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 글은 월간교육 8월호에 실린 정책좌담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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