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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교육동향] 독일 엘리트 계층의 산실 '김나지움'
월간교육 | 승인 2017.08.07 10:53
<음악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한 김나지움 졸업식에서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올해 졸업생들 25명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소재로 뮤지컬을 하고 있다.>

I. 들어가며

한국의 인문계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독일의 김나지움(Gymnasium)에 대한 독일인의 사랑과 자부심은 2차 세계대전 후 기성세대와 기존 시스템에 대한 격렬한 사회 비판운동으로 독일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온 소위 ‘68운동’ 1)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1) 1968년 베트남전 반대 운동으로 시작된 독일 대학생 데모는 1970년대 이후 독일 사회 전반에 걸쳐 현저한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독일에서는 당시 이 운동에 영향받은 세대를 ‘68세대’라고 부른다.

독일에서 김나지움은 엘리트 계층의 산실로 여겨져 왔다. 엘리트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학문, 스포츠 분야에서 지도자의 위치를 감당하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모든 사회에는 엘리트 계층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엘리트 계층 자체는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엘리트 계층에로의 진입이 소수의 집단에 의해서만 가능할 때 사회 비판적인 성격을 띠게 되며 사회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게 된다.

영국에서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능력이 되면 이튼(Eton), 차터하우스(Charterhouse),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럭비 스쿨(Rugby School)과 같은 일반 시민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학비가 높은 사립학교에 자녀를 보내며, 학생들은 학교 기숙사에서 장래의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 네트워크는 옥스퍼드(Oxford) , 캠브리지(Cambridge) 대학과 같은 명문 대학에서 이어진다. 그 한 예로 현재 15명의 영국 대법원 법관과 4명의 스코틀랜드 최고 법원의 법관을 합친 19명 중에서 17명이 위의 명문 사립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으며 14명이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대학 출신이다.

프랑스의 상황도 비슷하다. 프랑스 지도층의 80% 이상은 그랑쩨꼴(Grandes ecoles)출신이다. 그랑쩨꼴의 학생 선발은 가능하면 졸업생들의 동질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혹독한 사회적, 문화적인 선별 과정을 거친다. 2006년에 프랑스의 몽테뉴 연구소(Institute Montaigne)에서 발간한 보고서는 상류층의 자녀들이 이 대학에 들어갈 확률은 중류층 가정의 자녀들보다 20배나 높다고 했다.

독일에서도 자녀 교육은 가정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부모가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경우 자녀의 대학 진학률은 23%이며 대학 졸업자 부모의 자녀 대학 진학률은 77%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에는 대부분 사회지도층이 거치는 특정한 엘리트 고등학교나 엘리트 대학은 없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동네에 있는 김나지움 졸업장인 아비투어이면 충분하며 독일의 대학은 평준화되어있다.

그 예로 독일 헌법재판소의 16명 판사는 모두 서로 다른 대학에서 공부했다. 또 현재 16명의 독일 내각 장관들도 모두 다른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단지 본, 라이프치히, 자아브뤼켄 대학에서만 각각 2명의 장관을 배출했다. 이는 독일의 엘리트 계층은 어떤 특별한 소속을 가진 동질 집단에 의한 닫힌 사회가 아닌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또 양극화를 부추기는 현상이 급격히 두드러지는 것을 독일 사회는 매우 우려하고 있다. 독일은 동질의 지도층이 전체 사회를 통제할 때 생기는 심각한 결과를 어두운 나치 역사를 통해서 뼈저리게 배웠기 때문이다.

독일의 김나지움 시스템은 모두에게 열려있는 교육의 보편성과 사회지도층 양성이라는 특수성을 조화롭게 이뤄가는 모델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교육의 양극화로 몸살을 앓는 한국 교육 현장을 고려할 때 독일의 김나지움 시스템을 살펴보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어 보인다.

II. 독일의 김나지움 시스템

독일 교육 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독일 교육 정책의 분권화를 이해해야 한다. 즉 독일의 초, 중, 고, 대학 정책은 전적으로 16개 주 정부의 담당하에 있으며 주 정부가 각각 교육 정책을 세우고 실행해서 주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중요한 윤곽은 16개 주 정부의 교육부 장관이 모이는 상시 기구인 ‘교육부 장관 협의체’에서 만든다. 예를 들어 김나지움의 졸업규정 같은 중요한 사안은 이 기구에서 논의한다.

김나지움 입학 절차

독일은 초등학교가 4년제이므로 초등 4학년 1학기말에 어떤 형태의 상급학교로 진학할지 결정해야 한다.2) 즉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친 만 10세의 학생들은 학교생활을 8년 더 하는 김나지움으로 진학할 것인지, 혹은 5년3), 6년4), 9년5)을 더 다닐 학교로 진학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2) 베를린 지역만 초등학교가 6년제이다.
3) 5년을 더 다니고 졸업하는 하우프트 슐레
4) 6년을 더 다니고 졸업하는 레알 슐레
5) 9년을 더 다니고 졸업하는 게잠트 슐레

상급학교 진학은 자녀의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므로 독일 학부모들의 관심이 매우 높다. 30년간 학교 심리 상담사로 일한 현 함부르크 지역 학교 심리 상담사인 볼프강 롤핑씨는 자녀를 어떤 학교 형태에 보내야 할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김나지움에서 공부하려면 자립심이 많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자녀가 김나지움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평균보다 조금 더 높은 IQ, 적어도 평균 정도의 학습 속도, 그리고 좋은 구두 표현력이 도움 되는 요소입니다.”

이러한 그의 조언은 김나지움에서의 생활을 잘 요약해준다고 볼 수 있다. 즉 김나지움은 학생이 자립적으로 과제를 처리해야 하며 수업 시간의 발표력이 중요하며 학습량이 다른 학교 형태보다는 많아서 학습 속도가 어느 정도 되어야 따라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초등학교의 담임교사는 4학년 1학기 말에 각 학생에게 어느 학교 형태로 진학하면 좋을지 부모에게 알려주며 학부모들은 일반적으로 교사의 의견을 신뢰한다.6)

6) 16개 주 중 대부분의 주에서는 교사가 추천하고 학부모가 그 추천에 동의하는 형태로 상급학교 진학을 결정하지만 튀링엔, 작센, 브레멘 주에서는 교사 추천이 의무이다. 바이에른 주나 바덴 뷔템베르크 주에서는 독일어와 수학 점수가 평균 B는 되어야 하며 성적이 나쁘지만 김나지움에 진학하기 원하는 경우 시험을 치도록 한다.

김나지움 진학 추천을 받은 학생의 학부모는 자녀를 어느 학교로 보낼 것인지 선택한다. 독일에서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학교 중 6% 정도에 불과하므로 대부분 학부모는 학교 선택 시 공립학교를 먼저 생각한다.

초등 4학년 졸업반인 다니엘은 담임교사로부터 지난 1월 중순 김나지움 진학 추천서를 받았다. 다니엘의 부모는 집 주변에 있는 김나지움에 보낼지, 통학거리가 30분 정도 되지만 음악 교육이 중점인 김나지움에 보낼지 많은 고민을 했다. 다니엘을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지인들로부터 여러 학교에 대한 경험을 듣기도 하고, 1월 넷째 주에 여러 김나지움에서 열리는 ‘학교 소개의 밤’ 행사에 참석해서 직접 학교를 좀 더 알아보기도 했다.

다니엘 아버지는 퇴근 후에 선호하는 김나지움의 ‘학교 소개의 밤’ 행사에 참석하여 교장으로부터 자기가 근무하는 김나지움이 어떤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는 학교인지,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 들었다.

2월 첫째 주 상급학교 등록 기간에 다니엘의 부모는 많은 고민 끝에 집에서 멀지만 음악 교육 중점 김나지움을 1순위 후보 학교로 신청했다. 그러나 다니엘의 부모가 1순위로 신청한 학교에 자리를 받을 수 있을지는 4월 중순에 알 수 있다.

입학 신청서가 학생 정원 수보다 많을 경우 학교에서는 서류를 심사하여 집과 학교와의 거리가 가까운 학생이나 형제가 이미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에게 입학 우선권을 준다. 4월이 되어 다니엘은 1순위로 지원한 김나지움에 배정받았으며 여름방학이 끝나고 9월이면 입학한다.

김나지움에서는 첫 2년 동안 관찰 기간을 가지고 2년 후 수업을 따라가기 힘든 학생의 경우 교사와 학부모의 상담을 거쳐 10학년에 졸업하는 레알 슐레로 전학하게 된다. 함부르크 주 교육청은 2016~2017년도에 전체 6학년 학생 중 12%가 김나지움 6학년을 마치고 레알 슐레로 전학했다고 밝혔다.

8년 동안 김나지움을 다닌 학생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뿐만 아니라 자립심과 자기 생각을 조리있게 발표하는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Ⅲ. 함부르크 소재 김나지움 분야

함부르크 같은 대도시에서는 학교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함부르크 소재 김나지움이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를 카테고리에 따라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다.

1) 외국어 교육에 중점을 두는 김나지움(22개 학교):

이 김나지움에서는 7학년부터 몇몇 과목에서 영어로 수업하는 이중언어(Bilingual) 김나지움이 속한다. 영어 이중언어 김나지움의 경우 최고의 영어 수준을 인증하는 증서인 ‘Cambridge Certificate of Proficiency in English(CPE)’ 시험 준비 코스나 김나지움 졸업장 외에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 ‘InternationalBaccalaureate(IB)’도 취득할 수 있다.

이 외에 스페인어, 프랑스어, 터키어, 포르투갈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에 중점을 두는 김나지움이 있다. 외국어에 관심이 많은 학생에게 적절한 김나지움이다.

2) 음악 교육에 중점을 두는 김나지움(16개 학교):

이 김나지움에서는 모든 학생이 한 개의 악기를 다루며 학교 오케스트라나 학교 밴드, 학교 합창단의 활동이 활발하다. 함부르크에서는 음악 교육 중점 김나지움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3) 자연 과학 교육에 중점을 두는 김나지움(9개 학교):

이 김나지움은 MINT 과목(수학, IT, 자연과학, 테크닉)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에게 적당하다. 5학년의 수학 시간이 다른 학교보다 한 시간 더 배정되거나 수학 올림픽 경시대회처럼 자연과학 과목과 관련된 행사에 많이 참석한다.

4) 스포츠에 중점을 두는 김나지움(4개 학교):

여기에 속하는 김나지움은 한 학년에 스포츠 분야에서 특별한 성적을 낸 학생들로만 구성된 학급이 있기도 하고, 다른 학교보다 체육 수업이 두 시간 더 많거나 함부르크의 명문 스포츠클럽팀과 연계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기도 한다.

5) 고대 언어 교육에 중점을 두는 김나지움(7개 학교):

일반적으로 김나지움에서는 영어가 제1외국어이지만 이들 학교에서는 라틴어가 제1외국어이며 영어는 제2외국어에 속한다. 이들 김나지움에서는 고학년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배우며 여러 과목에서 고대 그리스, 로마 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많이 다룬다. 전통적인 것을 사랑하는 상류층 가정 자녀들이 많이 다니는 경향이 있다.

이 외에도 진로에 중점을 두어 기업체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이 많은학교, 건강한 생활 양식을 중점으로 하는 학교, 독특한 수업 방식을 중요시하는 혁신학교 등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모두 함부르크 교육청이 제시한 일반적인 교육 과정 외에 학교가 지향하는 중점 분야를 교육해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이 계발되도록 하고 있다.

<아비투어 증서>

Ⅳ. 김나지움 졸업

8년 동안 학교에 다닌 김나지움 학생들은 12학년 1학기에 ‘아비투어’라는 졸업 시험에 합격해야 졸업장을 받게 된다. 아비투어 성적은 김나지움 11학년(고등학교 2학년)과 12학년(고등학교 3학년)의 내신성적과 12학년 1학기에 치르는 세 과목의 필기시험 그리고 한 과목의 구두시험결과를 합산해서 도출한다.

학생은 자연과학 영역에서 한 과목, 언어영역에서 한 과목, 사회 영역에서 한 과목을 선택해서 시험을 치른다. 매년 2월부터 5월에 걸쳐 이루어지는 아비투어 시험 시간은 한 과목당 5시간이며 주관식으로 낸 두 문제 중에서 한 문제를 선택해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7)

7) 아비투어 독일어 과목의 문제 예:
- 이 글의 저자가 그의 견해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진행하는지 분석하시오.
- 윗글에서 말한 ‘참여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참여 가능성에 대한 저자의 견해에 대해서 논하시오.

한 문제의 답안을 5시간 동안 작성하는 것은 깊은 생각을 하도록 요구하는 시스템이다. 아비투어 시험은 한 과목을 치르고 한 주 쉰 후 다음 과목을 치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므로 학생들은 한 달에 걸쳐 시험을 치른다.

필기시험이 끝나면 1~2개월의 간격을 두고 마지막 구두시험을 치른다. 구두시험은 각 학생이 선택한 주제를 세 명의 담당 과목 교사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고 그에 대해 교사가 질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김나지움 생활의 결과물로서의 졸업장인 아비투어는 독일 어느 지역에서, 어느 김나지움을 나왔던지 같이 취급되며 다른 말로 ‘대학 입학자격증(Der allgemeinen Hochschulreife)’이라고도 불린다.

평준화된 독일의 대학은 도시마다 하나씩 있으며 대학 재정과 정책은 주 정부 담당이고 등록비는 없다. 자신의 능력이 된다면 대학 교육까지 국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셈이다.

김나지움 졸업생 모두가 대학을 진학하지 않지만 이들은 성숙한 민주시민으로서 독일 시민 사회를 구성하는 중산층을 구성하며 이 중 50% 정도는 대학 졸업8)으로 독일 사회의 엘리트 계층을 형성한다.

8) 대학 졸업장 소지자는 전체 국민의 25% 정도이다.

Ⅴ. 나가며

모든 사람에게 교육의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하며 부모의 능력으로 간주하는 재정적인 능력으로 자녀들이 교육의 기회에서 소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독일 교육 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기조이다. 김나지움은 이런 점에서 모두에게 열려있는 교육의 보편성을 충족시키고 있다.

그렇지만 학교마다 중점을 두는 다양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계발할 수 있도록 한다. 자라나는 세대는 8년간의 김나지움 생활을 통해 삶에 있어서 필요한 지식뿐만 아니라 자신의 개성을 찾아내서 발전시키는 것을 배운다.

엘리트 계층이 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독일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엘리트 계층을 이룰 때 그 사회 전체가 풍성해지며 서로에 대한 배려가 있는 사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김나지움 시스템으로 이 점을 실현하고 있다.

 

이 글은 홍혜정 월간교육 교육전문 자유기고가(독일 상주)가 월간교육 8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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