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학교가 대안입니다"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이인규 운영위원장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이하 ‘아름다운학교’)는 지난 2000년부터 ‘아름다운교육賞’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로 제18회를 맞는 이 대회는 그동안 전국 초·중·고 1,400여 개 학교가 지원했고, 350개의 학교를 선정·시상하여 전국의 각급학교를 아름답게 조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해왔다.
에듀인뉴스는 아름다운학교 이인규 운영위원장을 만나 ‘아름다운교육賞’ 대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 · 서정화 에듀인뉴스 편집위원

정리 · 지성배 기자

서정화 |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인규 | 아름다운학교운동본 부는 지난 2000년 5월 참여연대, 경실련, YMCA, 전교조 등 25개 시민 단체가 풀뿌리 교육개혁 운동을 위 해 조직한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에서 아름다운학교운동을 결의하고 2001년 5월 창립하였습니다.

1999년 언론을 통해 교실 붕괴, 학교 붕괴 문제가 드러나며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된 것이 아름다운학교운동 을 결의한 배경입니다. ‘학교가 무너졌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던 이 현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죠.

왜 학교가 무너지고 있는지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보니 초등학교의 경우 ADHD 등의 문제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교실을 돌아다니는 사건 등 이전에 보지 못한 일들이 교실에서 벌어져 선생님을 당황케 하고 있었습니다.

중학교는 학생들이 게임 중독 등으로 밤을 새우는 바람에 수업 시간에 자는 경우가 많아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선생님들의 하소연이 있었죠. 고등학교에서는 학원의 선행학습이 교실 수업을 망가뜨리는 주원인이었죠.

방과 후에 학원에서 미리 학교 교육 내용을 가르치다 보니 교실 수업이 황폐해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언론에서는 교실 붕괴, 학교 붕괴라고 명명하며 주목했습니다.

이 현상을 지켜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모여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아름다운학교운동을 결의했고, 2000년에 학교교육 정상화 실천사례를 발굴하기 위한 ‘제1회 아름다운학교를 찾습니다’ 공모사업을 통해 운동을 시작한 곳이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입니다.

서정화 | 어떤 사업을 해왔습니까?

이인규 | 여전히 아름다운학교의 주 사업은 ‘아름다운학교를 찾습니다’ 공모 사업입니다. 공모의 결과 ‘아름 다운학교賞’을 수여합니다. 이 사업의 목적은 학교 붕괴, 교실 붕괴를 해결한 사례를 발굴하고 그 경험과 지식을 다른 학교와 공유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약 400여 개의 아름다운학교 사례를 발굴하여 시상을 하였으며 150여 회, 6,000여 명이 참여 한 아름다운학교 지도자연수를 진행해 왔습니다.

또한 아름다운학교는 ‘아름다운학교 만들기’ 인성교육프로그램,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개념의 인권교육프로 그램, 금연교육프로그램 등을 개발· 보급하는 등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현장에 확산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는 2017년 4월 12~14일 제주에서 제 91기 아름다운학교만들기 지도자 연수를 개최했다.

서정화 | ‘아름다운교육賞’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나요.

이인규 | 올해로 18회를 맞이하는 ‘아름다운교육賞’은 크게 교수·학습, 공동체, 시설·환경 등 세 분야로 나눠 시상합니다.

교수·학습 분야에서는 ‘내리먹임식교육’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교육’을 실현하고 있는 학교를 찾습니다. 깨달음의 교육은 어떻게 할 수 있을 까요? 그간 시상을 받은 학교 사례를 참고해 보면 학생들에게 많은 활동과 체험을 제공하는 학교가 선정됐습니다.

또한 독서 증진을 획기적으로 이뤄낸 학교도 선정됐죠. 자기 주도적인 경험과 체험을 바탕으로 한 학습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깨달아가는 교실을 만드는 것이 교수· 학습 분야의 성공 사례라 보시면 됩니다.

공동체 분야는 ‘사람중심의 가치’를 중시하는 학교를 찾습니다. 관료 중심의 피라미드 학교 구조가 교실 붕괴, 학교 붕괴의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면 지도자의 획일적인 지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 아닌 학교와 지역사회의 연계, 학교 간의 연계, 학생들 간의 연계 등 주변 환경과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이는 사람중심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입니다. 물질적 욕망, 혹은 계급적 지배 의식으로부터 해방되어 영혼이 자유로워질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동체 분야에서는 물질, 권력의 지배에서 벗어나 영혼의 해방을 이루어낸 공동체를 구성하고 발전시킨 학교를 선정해 왔습니다.

시설·환경 분야는 교육에 빠질 수 없습니다. 저희는 연구를 통해 사막과 같은 운동장, 학교 주변의 철조망, 담벼락 등이 있는 환경에서 공부하는 아이들과 꽃과 나무가 어우러진 생태적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행동이 달라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교육하는 데 있어 주변 환경이 중요하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고 ‘학교 정원화운동’을 실시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고등학 교입니다. 당시 동창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교 담장을 허물고 그 공간에 정원을 조성했습니다.

최근에는 시설환경개념에서 유니버설 디자인(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 개념, 범죄 없는 안전한 학교, 첨단시설로 무장한 스마트 학교 등도 시설환경 부분의 선정 요건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서정화 | 아이들이 공부하기 좋은 환경은 어떤 곳일까요.

이인규 | 학교에 꽃과 나무가 많다고 공부하기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교육하기 좋은 환경과 교육받기 좋은 환경이 잘 어우러진 환경이 좋은 환경이고 아름다운 학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조경을 잘하는 것을 아름다운 학교라고 오인합니다. 꽃과 나무를 많이 심는 것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이를 재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모든 것은 아이들이 공부하기에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학교 교실에도 많은 정보를 부착하기보다는 아이들에게 노이지(Noisy) 정보를 주지 않는 텅 비어있는 공간이 좋은 환경이라 고 생각합니다.

서정화 | 특히 기억에 남는 학교가 있습니까.

이인규 | 많은 사례 중에서도 우선 천안 봉서초등학교가 생각납니다. 2002년 당시 봉서초는 실제로 학교에 정원을 만들어 환경을 가꿨을 뿐만 아니라 각 정원에 인성교육의 가치를 부여하고 학생들의 학습 장소로 활용했습니다.

장소와 덕목을 결합해 교육에 활용한 사례입니다. 또 한 전라도 광주의 상일여고가 생각납니다. 이 학교는 학교 자체를 거대한 미술관화해서 학교의 품격을 높인 기억이 있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해서 선정한 학교도 있었습니다. 학교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데, 김포의 한 학교는 당시 공사장 주변에 위치하여 주변 환경이 좋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학교도 공사 중이어서 어수선한 상황이었습니다.

학교의 한 선생님은 이런 척박한 교육 환경에서도 소외된 아이들을 돌보는 돌봄체계를 완벽히 해내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선생님의 열정을 높이 사 학교를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했습니다. 그랬더니 모 언론에서는 아름다운 학교가 아닌 학교에 상을 줬다며 비난하는 보도를 했습니다.

저는 보도를 한 기자를 직접 데리고 그 학교를 방문해 해당 선생님을 인터뷰하도록 하였습니다. 결국 그 기자는 이 학교가 진정한 아름다운 학교라고 정정 보도를 했습니다. 아름답다는 의미는 결과로서 외면이 아름다운 것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열정도 포함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는 2017년 1월 11~13일 제주에서 제89기 아름다운학교만들기 지도자연수를 개최했다.

서정화 | ‘아름다운학교賞’의 위상이 이전만 못한 것 같습니다.

이인규 | ‘아름다운학교賞’ 대회는 교육부장관賞, 산업통상부장관賞, 환 경부장관賞과 전국 17개 시도교육 감賞을 확보하고 있을 정도로 권위가 높은 교육 시상 대회입니다. 초반에는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중앙지가 직접 사업비까지 후원할 정도로 호응이 굉장히 좋았습니다.

이후에는 성적에 의한 학교 줄세우기 현상이 커지면서 우리 아름다운학교賞 대회에 대한 관심이 점차 줄어들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대회를 만들었던 당시의 철학과 정신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각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좋은 학습의 장을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개최하는 ‘아름다운학교賞’에 응모하는 것을 하나의 운동이라 생각하고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25개의 시민단체가 모여 만들어 낸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학교 시상 대회라는 점에 있어서 함께 지켜주고 발전시켜 주길 부탁드립니다.

서정화 | 참으로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신데요, 위원장님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교육은 어떤 모습인가요?

이인규 | 저희 구호는 ‘아름다운 학교가 대안입니다’ 입니다. 아름다운 학교에 우리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교의 지향점이 아름다운 학교여야 합니다.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아름다운 영혼이 뛰어노는 학교가 필요합니다.

지금 교육부 등은 교육 프로그램을 매뉴얼화 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관리상의 이점이 있어 학교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려 합니다. 정해진 시스템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틀 안에 가두게 됩니다. 자유로운 영혼이 속박되는 것이지요.

시스템 속의 사람이 아닌 사람 그 자체를 신성한 존재로서 인정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신성한 존재가 모여 신성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학교가 우리 학교의 미래상입니다. 이러한 인식이 바탕이 되어야 학교는 물질적 욕망에서 탈출하고, 서열의 관계를 탈피하고, 경쟁으로 인한 갈등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사)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이인규 운영위원장

서정화 | 새 정부의 교육 정책에 건의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이인규 | 이른바 촛불 시민 혁명으로 탄생한 현 정부의 특징은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87 체제(6월 민주항쟁과 6·29 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연장선으로서 민주화를 완성하는 동시에 민주화 운동 중심의 87 체제를 극복하는 것입니다.

87 체제의 연장선에서 새 정부는 혁신학교를 완성해가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교 학점제 도입과 1 : 1 학생성장 맞춤시스템 도입 등의 정책은 진보 단체로 꼽히는 전교조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진보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진보 노선은 그간 아름다운학교가 강조하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학교는 학습이력관리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정책 요구에 부응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새 정부는 학교가 국가 교육 과정을 책임지는 동안 지역사회가 방과 후에 자기 주도적 학습과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을 교육공동 체를 구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학교에서는 지자체에서 어린이·청소년 방과후 활동 통합 지원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개정청원을 통해 아름다운학교공동체를 공고히 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제도가 법제화된다면 지자체, 지역 사회 중심의 돌봄과 학습을 완벽히 구현할 수 있습니다.

새 정부는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 목표를 정하고 학교가 만들어 놓은 교육과정을 스스로 선택하는 학교체제도 만들고자 합니다.

중점학교, 거점학교 방식으로 학교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연계가 어려운 시골 학교에서 K-MOOC(한국형온라인 공개강좌)와 인터넷 강의 등의 플랫폼을 활용해 완벽한 학습지원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번 정부가 교육 정책 만큼은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