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의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결론을 보지 못하고 1년을 유예해 내년(2018년) 8월 말까지 합의안을 내겠다고 한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회의를 올해 9월 중에 구성하겠다고도 한다.

당국은 수능 절대평가 부분실시와 전면실시 두 가지 안을 두고 전국투어를 했지만 공론만 분분하고 이론만 양산하더니 마침내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가 많은 부분에 성공해도 교육개혁만큼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이번 일로 그런 우려가 현실화하는 듯 해 참으로 난감하다.

1년 연기 발표에 대한 평가는 후한 것 같다. 졸속처리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신중하다던가 뭐라고 하는 것 같다. 제때 할 일을 미뤄서 칭찬받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그렇지만 며칠 지나자마자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수능에 대비한 현 중3과 그렇지 않은 중2 사이의 불균형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 문제는 또 어떤 묘수로 처리할지 두고 볼 일이다.

수능의 절대평가화는 미답의 경지다. 현재의 수능은 말이 수능이지 진실은 학력고사다. 학력고사를 절대평가화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의 모순이 너무 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수능이 아이들의 심신을 괴롭혔다는 걸 의미한다.

수능의 절대평가화는 수능의 무력화를 의미한다.

수능을 무력화하려 하니까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이 쏟아져 나온다. 비교과 과목에서 경쟁이 벌어지고 금수저, 은수저 문제가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수능을 무력화시키면 학종에 풍선효과가 나타난다고 아우성이다.

결국 학종에 신뢰가 없으니 거기에 기대지 말고 현재처럼 수능의 상대평가 방식을 그대로 가져가자는 말이다. ‘수능과 정시가 최고야’ 하는 것은 이를 말함이리라. 아이들의 심신의 피폐함은 별도로 처리하자는 뜻일 것이다.

필자는 학종이 불신받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이유는 수능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수능처럼 수십만 명을 일거에 제압하는 입시기제가 있는데 학종이 무슨 위력이 있을 것인가. 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학종이 진실하게 기록될 수 있을까. 필자는 대학 진학에 학종을 중시하게 되면 함부로 허위로 기재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학종이 정직하게 기록되는 날, 우리교육이 정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그때의 학종이란 아이들의 성장사가 선생님들의 따뜻한 눈빛으로 기록된 것이지 한순간의 실수를 칼같이 기록하는 그런 학종이 아닐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교육이란 것이 무한한 관용을 내포한 것이므로.

교직을 천직으로 선택한 자가 기록한 학종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기대해 본다. 학종은 선생님이 만들어주는 나의 젊은 초상화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