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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교육동향] 일등과 꼴찌가 없는 독일의 성적 평가 시스템
월간교육 | 승인 2017.09.26 09:40

글. 홍혜정 교육전문 자유기고가

I. 글을 들어가며 - 성적 평가권은 ‘고유한’ 교권에 속한다

독일 학교의 성적 평가 시스템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점을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 성적표에 기입되는 성적은 (1) 구두 성적과 필기 시험 성적의 합산이며 (2) 구두 성적은 수업 시간의 자세에 대한 평가라는 점과 (3) 필기 시험 문제는 사지선다와 같은 선택형은 없으며모두 논술형으로 출제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얼핏 독일의 학업 능력에 대한 평가는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로 보일 수 있다.

독일에서 학생에 대한 평가는 교사의 ‘고유한’ 권리로 간주되며 교사는 그 지위를 보장받는 공무원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교사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는 학부모가 평가에 대해서 법적으로 소송할 수 있지만 법정에서도 교사가 준 점수가 합당한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평가 규정이 잘 지켜졌는지를 본다. 그만큼 교사의 평가권이 존중된다.

그러나 성적이 한 학생의 장래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성적 평가는 교사의 여러 업무 가운데서 가장 큰 책임이 따르는, 매우 중요한 업무임을 교사들은 잘 인지하고 있다. 또 교사들이 공정하게 평가하도록 하기 위해 각 주정부 교육청은 매우 구체적인 규정을 정해놓고 있다.1)

1) 독일에서 교육 정책은 전적으로 16개 주 정부 관할 아래 놓여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주관적인 듯한 독일의 평가 시스템이 공정할 수 있도록 어떤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지를 다음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II. 평가 시스템

성적 평가를 보는 관점

독일의 ‘16개 주 교육부 장관 협의체’2)가 만든 성적 평가 규정에서는 평가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평가 점수를 줌으로써 교육 내용에 대한 학생의 성취도를 측정하고, 학교 생활을 평가하여 학부모에게 알려줌으로써 자녀 양육에 있어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3)라고 하고 있다.

2) Verordnung des Kultusministeriums über die Notenbildung(Notenbildungsverordnung, NVO) vom 5. Mai 1983
3) 각 주 정부마다 교육정책이나 방향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독일 교육 전체적으로 중요한 사안은 ‘주 정부 교육부 장관 협의체’에서 논의한다.

즉 평가란 각 학생 개개인이 주어진 교과목의 교육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지를 수치로 환산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독일의 점수에 대한 설명이 잘 보여주고 있다.

구두 성적: 최종 성적에 40%~60% 정도 반영

구두 성적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로 구성된다

1) 수업 시간의 참여도 : 교사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함께 생각하며 수업 진행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 혹은 수업 시간에 주어진 과제를 자립적으로 잘 하였는지, 공동으로 해야 하는 과제에서는 친구들과 잘 협력하였는지 등 수업 태도를 평가한다.

교사는 매 수업 시간 후 각 학생의 수업 태도를 평가하여 메모한 자료를 평가의 근거로 삼는다. 그리고 교사들은 학기 중에 학생들에게 자신의 구두 성적이 현재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줘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더 노력하도록 동기 부여를 한다.

2) 프레젠테이션 태도 : 한 학년에 한 번씩 하게 되는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평가도 구두 성적에 반영된다. 프레젠테이션의 경우 한 주제에 2~3명의 학생이 한 그룹이 되어서 준비하는데 제출한 프레젠테이션의 내용을 담은 결과물과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태도 등 두 가지를 합산하여 점수를 매긴다.

그러나 제출한 결과물은 학부모의 도움이 있을 수 있어 점수에 많이 반영하지는 않는다. 2~3명이 함께 했더라도 평가는 각자 받게 된다.

3) 숙제 검사와 공책을 잘 정리하는 것과 같은 교과목의 지식 외에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태도도 구두 성적에 반영된다.

필기 성적

1) 필기 시험 유형 : 학기 중에 비정기적으로 보는 테스트(Test)와 정기적인 아르바이트(Arbeit) 혹은 클라주어(Klasur)의 성적을 합산하여 필기 성적을 계산한다.

2) 교사의 업무량 중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필기 시험 채점

논술형 답안지를 채점하는 것은 교사들에게 있어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업무이다. 독일에서는 여름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새 학기 시작 후 6주 후에 2주간의 가을 방학이 있어 대부분 가을 방학전에 시험을 치게 된다. 가을 방학이 끝나고 6주 후 쯤 다시 2주간의 성탄 방학에 들어가게 되는데, 성탄 방학 전에 또 한 번의 시험을 친다. 많은 교사는 이 방학을 필기 시험을 채점하는 데 쓴다.

1월에는 성적 산출을 위한 ‘성적 평가 회의’4)로 교사는 매우 바쁘며, 1월 30일에 1학기 성적표를 학생들에게 배부하고 2월 부터 2학기가 시작된다.

4)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3) 성적 평가 회의’를 참조

졸업시험이자 대학 진학 자격시험인 아비투어는 자신의 학교에서 시험을 치며 답안의 채점도 담당 과목 교사가 한다. 주 교육청으로부터 문제지와 함께 모범 답안이 학교로 송부되지만 각 학생당 논술형 답안지 10~15 페이지를 꼼꼼하게 채점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김나지움 졸업반의 아비투어 시험을 채점한 교사들은 채점 후 며칠간의 휴가를 받는다.

아비투어 답안지의 경우 2~3명의 교사가 채점을 한다. 첫 번째 교사가 학생이 쓴 답안을 읽으면서 각 문장이나 단원마다 자신이 주는 점수와 그 이유를 기입하고 마지막에 합산한 점수를 쓴다. 두 번째 채점 교사는 다른 색깔로 같은 방식으로 채점한다.

그리고 신설학교이거나 신임교사가 채점한 경우 혹은 첫 번째 교사와 두 번째 교사의 채점 점수가 3점 이상 차이가 날 경우(예로 12점과 9점일 경우) 교육청은 답안지를 제3의 학교로 보내어 세 번째 교사가 채점하도록 한다. 이처럼 논술형 답안지이지만 공정한 채점을 위한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3) 성적 평가 회의 : 평가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 기구

아비투어 성적뿐만 아니라 학기말 성적표에 기입되는 성적도 두 차례에 걸쳐 체크하도록 한다. 학기말이 되면 한 학년을 가르치는 모든 과목 교사가 모여 ‘성적 평가회의’를 한다. 이 회의에서 모든 담당 과목 교사는 자신이 준 학생들의 성적을 공개하고 성적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 때 예년보다 성적 차이가 큰 학생, 다음 학년으로 진급이 어려운 학생 혹은 과목간에 성적 차이가 많이 나는 학생 등의 경우에는 왜 그러한 성적을 주었는지 해당 과목 교사가 설명한다. 성적에 대해 모든 교사가 동의하면 두 번째로 학년 책임 부장 교사와 교장, 학부모 대표가 모여 성적에 이견이 없는지 회의한다.5)

5) ‘성적 컨퍼런스’라고 불리는 이 성적 평가 회의는 학교 법령에 규정된 기구이며 학생의 성적이 최종적으로 성적표에 기입되기 전에 꼭 거쳐야 하는 ‘성적 평가회의’의 횟수는 각 주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이 회의에서도 성적에 대한 이견이 없으면 최종적으로 성적표에 기재한다. 이 회의는 성적 평가의 투명성을 위한 중요한 기구이다.

4) 성적표에 기재하는 학습 및 학교 생활 태도

성적표에는 성적 외에 학생의 태도에 대한 평가도 기록한다. 독일인들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 온 덕목인 부지런함, 정직, 정리정돈의 요소 외에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꼽히는 덕목들도 학생 태도 평가 항목이다. 즉 일을 자립적으로 알아서 하는 것, 책임감, 남에 대한 배려, 공정함 등이 태도 평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III. 글을 나가며 –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학부모와 사회

독일에서 교사가 되려면 5년 동안 대학 교육을 받은 후 18개월 동안 교육 현장에서 실제 수업을 하며 선배 교사로부터 1 : 1 멘토링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혹독한 교사 양성과정을 통해 전문 교육자로 빚어지며 국가는 교사에 대해서 그 지위를 보장해준다.

대부분의 학부모는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해 교사의 평가를 받아들인다. 교사 또한 자신의 막중한 책임을 잘 인지하고 있으며 그에 상응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전체적인 사회 환경으로 인하여 얼핏 보면 주관적이라고도 보일 수 있는 성적 평가 시스템이 별 문제 없이 잘 작동되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반 4학년 성적표>

■ 선생님은 학생 성적표에 해당 학생의 학교 생활에 대한 글을 편지 형식으로 쓴다. 아래는 선생님이 위 성적표를 받는 다니엘 학생에게 쓴 글을 번역한 것이다.

사랑하는 다니엘에게,
다니엘은 지난 해에도 그랬던 것처럼 올해에도 수업시간에 큰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어. 다니엘은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대화에 활발하게 참여하며 네 생각과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어. 과제를 자립적으로 하며 네게 주어진 과제는 양심적으로 아주 빠르게 해내고 있어. 새로운 과제를 파악할 때는 대부분 옳게 이해하고 있어. 독일어 수업에서는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어. 문법과 맞춤법이 정확하며 실수를 거의 하지 않고 있어. 글을 쓸 때에는 조금 더 자세하게, 더 흥미롭게 쓸 수도 있을 것 같아. 수학 시간에는 계산을 잘 하며 백만단위도 빠르게 계산해. 다른 친구들보다 종종 더 빠른 편이지. 유감스럽게도 너무 빠르게 하려다가 실수를 하지만 시험을 잘 쳤어. 자연 시간에는 네 수업태도가 꾸준하게 좋았어. 영어 시간에는 활발히 발표했으며 많은 단어를 익혔어. 선택 과목인 ‘서커스’에서 열심히 했어.

 

이 글은 홍혜정 교육전문 자유기고가가 월간교육 9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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