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복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선임연구원

I. 한국과 일본의 대학입학시험 개편안 비교

우리나라 교육부는 2017년 8월 10일(목)에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개편 목적은 다음의 3가지로 언급되어 있다. 첫째, 2015개정 교육과정의 목적과 내용 반영(기초 소양 함양과 더불어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학습과 선택과목 활성화), 둘째, 고등학교 교육 내실화(수능 과목과 점수체제, 평가방식 개선), 셋째, 학생과 학부모의 수능 준비 부담 경감이다.

이러한 목적 아래 변경된 주된 내용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필수과목으로 추가하고, 절대평가 대상 과목을 추가 혹은 전체과목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수능 개편 시안에는 과열된 사교육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시급성이 깔려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7년 5월 16일(화)에 ‘대학입학공통테스트 실시 방침’을 발표했다. ‘대학입학 공통테스트’는 우리나라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것으로 개편하는 주된 목적은 3가지 학력요소를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3가지 학력요소는 신학습지도요령(우리나라의 개정 교육과정)에 기재된 것으로 (1) 지식·기능 (2) 사고력·판단력·표현력 (3) 주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며 배우는 학습 태도(주체성, 다양성, 협동성)이다.

이를 평가하기 위해 서술형 문항과 절대평가 방식 등을 도입하고 있다. 즉, 현재의 학교 교육은 지식과 기능 습득이 중심으로 되어 있지만, 앞으로는 지식과 기능 자체보다는 이를 바탕으로 사고, 판단 및 표현하는 능력이 강조되고 또한 불투명하고 복잡하며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주체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학입시 개편 관련 개요를 비교하면 아래 <표 1>과 같다.

일본의 대학입시 개편안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개편 전후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다.

Ⅱ. 일본 대학입학시험의 서술형 문항과 절대평가 도입

우리나라와 일본의 대학입학시험 개편은 정책의 발표 및 적용되는 시기와 등급별 절대평가를 일부 도입하는 등 유사하게 보이는 측면이 있지만 그 배경과 실질적인 평가 방법,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학력의 3요소를 중심으로 대학입학시험을 개편하며 지식과 기능 중심 평가를 극복하고 지식과 기능을 바탕으로 한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 평가에 중점을 두는 점과 국어와 수학 과목에 3개씩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양자는 상호 연결되는 것으로 즉, 학력의 3요소를 평가하기 위해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것이며, 향후 다른 교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을 하고 있다. 그리고 국어와 수학뿐만 아니라 영어에도 서술형 문항이 도입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어와 수학의경우 3개의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고 3개 등급(3, 4, 5)으로 구분하여 평가를 하고, 영어의 경우는 외부의 민간 시험으로 대체가능하고 각 민간 시험 결과를 CEFR(유럽언어공통기준)에 따라 6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이 언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어는 읽고 듣는 것뿐만 아니라 쓰고 말하는 능력도 측정하게 됨에 따라 서술형 평가가 수반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학력의 3요소 측정을 목적으로 하는 서술형 평가를 도입하기 위해 일본 문부과학성은 문헌연구 등을 거친 후 아래의 4가지 실증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2016년도의 서술형 평가 실현 가능성 검증사업의 주요 결과와 과목별 서술평 평가 방법과 내용 등을 정리하면 다음의 <표 4>와 같다. 이러한 검증 결과는 향후 우리나라에서 서술형 평가의 도입 검토를 위해 관계자들에게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Ⅲ. 일본의 대학입학시험 개편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

한국과 일본의 대학입학시험 개편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는 과도한 사교육 제한에, 일본은 향후 필요한 핵심역량(학력의 3요소) 평가에 초점화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쪽 모두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이를 확대하려고 하지만, 그 절대평가의 방법 등이 다른 이유 중 하나가 이러한 초점의 차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더 많고 과도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조규복 20131) 참고), 사교육비 억제 이상으로 ‘핵심역량을 고려’한 절대평가의 방안으로서 ‘서술형 문항 도입’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이 신학습지도요령을 대학입학시험에 반영하기에 2년 정도 여유가 있지만 지체하지 않았던 것은 3가지 학력요소의 평가를 반영하고자 하는 긴급성을 배경으로 하였고, 이와 더불어 지식과 기능을 선택형 문항으로 평가함으로써 발생하는 대학입시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서술형 문항의 도입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향으로의 서술형 평가와 5개 전후 등급으로의 절대평가를 검토하고 일부라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서술평 평가의 도입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역효과로 이어질 우려가 없지 않다. 우선 일본의 선행 정책 사례를 자세히 참고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차례 대규모의 실증연구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 등에서 CBT(Computer Based Testing)와 CAT(Computer Adaptive Testing)가 검토되고 있고 과정과 피드백 중심의 형성평가 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정보화 인프라와 ICT 활용 교육의 노하우를 대학입학시험에 반영하여 CBT와 CAT기반 서술형 문항의 절대평가 추진 방안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CBT와 CAT 기반 서술형 문항의 등급별 절대평가 추진은 외부 민간 영어시험의 활용과 서술형 답안을 포함한 대학입시 기록의 대학 제공 등과 함께 기존의 대학입학시험 평가의 단점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와 대학 교육의 연계 및 개선을 유도하는 교육정책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