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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육] "이게 문제야"
월간교육 | 승인 2017.09.27 10:06

글. 염은희 부모교육연구소 소장

욕구 불만

엄마) 너 수업 시간 안 들어가고 농구 했니? 정신이 있니? 없니?
아들) 종소리를 못 들었어.
엄마) 왜 종소리를 못 들어? 넌 그게 문제야.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는 건데?
아들) 나만 못 들은 게 아니라 다른 애들도 못 들었어.
엄마) 똑같은 놈들끼리 모여서 잘했다~ 친구들 죽으면 너도 죽을래?
아들) 그리고 수업 완전 안 들어간 게 아니라 15분 전에 들어갔어!!
엄마) 그게 자랑이야? 수업을 15분 늦게 들어가는 게 자랑이냐고? 너는 도대체 시간
개념이 없어. 나이가 몇 살인데.
아들) 아~~됐어! 또 시작이야.
엄마) 뭘 또 시작이야? 뭘 잘했다고 큰소리야?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오늘도 달리고 또 달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문제의 정의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왜 내가 문제야?’라고 생각합니다. 불쾌하고, 인정할 수 없게 됩니다.

문제는 부적절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자녀의 문제를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식하니까 행동에 대해 지적하고, 비난하고, 훈계하고, 때로는 숨기고, 시간이 지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면 그제서야 전문가를 찾게 되는 거죠.

감기가 초기일 때는 간단한 처방만으로 치료할 수 있지만, 내버려 두면 폐렴이나 다른 합병증이 생겨 자칫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우리의 마음도 똑같습니다. 문제는 숨기거나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만나야 하고, 만나주어야 합니다.

문제가 나에게 있다면(나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 감정이 무거운 상태) 우리는 입으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채워지지 않은 나의 욕구와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죠. 문제가 자녀에게 있다면(자녀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아서 감정이 무거운 상태) 자녀에게 귀로 도움을 줍니다. 채우지 못한 욕구와 감정을 들어주는 것이죠.

아래는 한 엄마가 우울한 마음이 지속하여 전문 상담자를 찾아 대화한 내용입니다.

엄마) 하늘만 봐도 눈물이 나요.
상담자) 하늘을 보지 마세요. 그리고 좀 더 바쁘게 움직이세요. 시간이 많으면 원래 쓸데없는 생각이 나는 거예요.
엄마) 아이들이 엄마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해요.
상담자) 엄마가 평소에 아이들에게 우습게 보인 거죠. 아이들을 엄하게 가르치세요. 어떠신가요?

이는 상담자가 자기 생각을 입으로 가르치는 것입니다. 다른 경우를 보시죠.

엄마) 하늘만 봐도 눈물이 나요.
상담자) 하늘만 봐도 눈물이 나세요? 요즘 마음이 많이 힘드신가 봐요.
엄마) 아이들이 엄마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해요.
상담자) 아이들이 엄마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하시는 거예요?

상담자가 엄마의 이야기를 귀로 듣고 있네요. 우리는 누군가 나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기를 바라지 않으며, 그럴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후자의 예처럼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을 바라죠. 들어주기 기술에서 내 생각과 감정은 ‘제로 상태’여야 합니다. 자녀의 이야기를 빼지도 더하지도 말고 그대로 비춰주는 기술이지요. 이것이 바로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문제를 잘못 진단하면 문제 해결 방법도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엄마와 아들의 대화 내용에서 엄마가 판단한 문제는 종소리를 못들은 정신없는 아들의 모습, 시간 개념이 없는 아들의 모습,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성질을 내는 아들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무엇일까요?

아들의 문제 - 농구를 실컷 하고 싶다.
엄마의 문제 - 아들이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길 원한다.

두 사람의 욕구가 충돌하고 있으니 하나씩 풀어 가면 되겠네요.

아들이 문제(들어주기)
“아들 농구가 그렇게 재밌니? 농구 경기를 하느라 종소리도 못 들을 정도로? 아예 수업을 빠진 것도 아닌데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셔서 억울해?”

이렇게 아들의 마음을 먼저 읽어줍니다.

엄마의 문제(표현하기)
“그런데 엄마는 수업 시간만큼은 선생님에 대한 예의이고, 학생의 기본이라고 생각해. 이런 이야기 들으면 화도 나고, 선생님께 죄송스럽기도 해. 농구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하면 어떨까?”

문제란,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욕구가 채워지면 문제는 당연히 사라지겠죠. 그런데 대한민국 어른들은 멀쩡한 아이들을 문제아이로 만드는 데 선수인 듯합니다.

“인사를 잘 안해요. 그게 문제에요.”, “꼬박꼬박 말대꾸 해요. 그게 문제에요.”, “매일 지각을 해요. 그게 문제에요.”, “손가락을 빨아요. 그게 문제에요.”, “수업 시간에 자꾸 떠들고 장난을 쳐요. 그게 문제에요.”, “꿈이 없어요. 그게 문제에요.”

행동을 가지고 문제 삼으면 문제가 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배고픈 장발장이 빵을 훔쳤습니다. 빵을 훔친 행동이 아니라 배가 고픈 욕구를 채우지 못한 게 문제라는 거에요. 만일 누군가 빵집을 기웃거리는 장발장에게 “배가 고픈 모양이네요. 이거라도 좀 드세요”라며 배고픔을 해결해 주었다면 장발장은 빵을 훔치지 않았겠죠.

갓 태어난 동생을 때리며 동생이 싫다고, 밉다고 없어지면 좋겠다고 소리치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의 문제는 무엇일까요? 동생을 때리고 버릇없는 말을 하는 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동생이 생겨서 충분히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채워지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이런 아이에게 “동생을 때리면 어떡해? 동생을 잘 돌봐야 형인 거지. 그럼 너도 애기할래? 너 자꾸 그러면 알아서 해”라는 훈계나 협박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왜 동생을 때리고 싶어? 동생이 없어지면 좋겠어?”, “동생 때문에 엄마가 많이 놀아주지 못하고, 동생처럼 안아주지 못해서 속상하구나?”라고 말하면 더욱 좋겠지요.

모든 문제는 욕구가 채워지지 않을 때,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욕구와 감정을 무시할 때 생기는 것입니다.

이해가 바탕이 된 행동의 제한이 필요하다

부모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들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도움을 주는 사람입니다. 행동을 고치려고 하지 말고,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죠. 욕구를 알아차리고 감정을 이해받는 것만으로 문제의 반은 이미 해결된답니다.

백화점에 갔는데 마침 너무 갖고 싶던 가방이 걸려 있어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멈췄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왜? 당신 저거 갖고 싶구나?”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런데 어쩌지? 가격이 만만치 않고, 이달 생활비가 빠듯한데, 크리스마스때까지 좀 기다려줄 수 있어?”라고 말합니다.

조금 이해가 되나요? 욕구와 감정은 충분히 이해하되 행동에는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이게 바로 부모의 역할입니다.

“진짜 화났나 보네. 그래서 책상을 밀치고 친구를 때린 거야? 그런데 화가 난다고 책상을 밀치고 친구를 때리면 마음이 시원해질까?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표현하고, 해결하는 더 좋은 방법들을 배우게 됩니다. 이게 바로 의사소통능력입니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욕심에 우리는 답을 먼저 제시합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생각할 시간도 기회도 없습니다.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의 아바타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더 좋은 것을 선택하고 결정할 능력이 충분한 인격체입니다. 부모가 먼저 자신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스스로 도움 주는 것에 능숙해진다면 아이들의 문제에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겠죠?

결국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힘은 지식의 양이나 스펙의 개수, 가지고 태어난 수저의 색깔이 아니라 ‘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입니다. ‘아는 것’이 내가 아니라 ‘하는 것’이 나입니다.

 

이 글은 염은희 부모교육연구소 소장이 월간교육 9월에 기고한 글을 재게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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