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순 서울여대 명예교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자녀들이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원하는 상급학교에 진학하면,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게 될 것이며 대체로 원만하게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자 학교교육 자체에 대하여 더욱 불신하게 되고 자녀들의 미래 삶을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자녀들의 행복한 인생을 확신하지 못하게 된 대부분 의 학부모는 정상적인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고 남들처럼 무리를 해서라도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거나 대안학교에 보내는 것이, 또는 최소한 사교육에 의존하며 원하는 학교에 진학시키는 데 매진하는 것이 부모로서 도리를 다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개인이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기에 유리하다고 믿는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일종의 최대 목표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대부분의 중·고교는 입시위주의 교육에 몰입하게 되었고, 그 후로 현재까지 악순환은 지속되고 있다.

그로 인하여 학교에서는 진학에만 초점을 두는 지식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고, 교과지식만 제대로 이해하면 전인교육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달성될 것 이며, 졸업생들은 대체로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교과교육에만 치중하는 아주 소극적인 교육패턴이 형성되어 오늘의 학교문화로 고정되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사회적으로는 자본주의 자유 시장 경제체제 하에서 급속도로 경제발전이 이루어지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실업률과 자살률의 증가와 더불어 사회 전반에 걸친 상호불신과 불평불만이 누적되는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점차 저하되어 왔다.

특히 경제성장과 사회변화를 배경으로 한 국민 의식수준의 변화를 무시하고 지나치게 장기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기피하며 정체된 교육체제를 고수하는 데 급급해 왔기에 선진사회 건설에 적합한 미래지향적인 인재 양성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다수의 학생들에게 학교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폐쇄적인 학교교육을 받아 온 청소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정체성 없는 이기주의적 개인주의 물결에 휘말려 정신적으로 국적없는 인재로 성장하여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인생관(행복관)마저 정립하지 못한 채 학교를 졸업하고 있다.

게다가 상당수의 청소년들은 사회 진출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무조건 기성세대와 사회에 대한 불신감을 갖게 되며 스스로 삶 자체에 대하여 꿈과 비전을 가지고 행복을 추구하기 어려운 실정에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 나아가, 내키지 않는 일이나 힘든 일은 환경이나 기성세대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며 과도한 경쟁의식과 체면의식에서 물질적 풍요와 편안함을 추구하는가 하면, 무조건 타인을 모방하는 삶의 방식에 감염되면서 시행착오를 일삼고 있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 대다수 청소년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인들이 주목할 정도로 한국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가 OECD 회원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에 처하게 된 사실(2017년도 72개국 중 71위)이나, 한국의 어린이 행복지수와 청소년 행복지수가 최하위라는 내용, 그리고 아동청소년들의 삶의 질적 수준이 최하위(2014 년도 OECD; 35개국 중 35위)인 동시에 가장 높은 결핍지수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통하여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열악한 교육여건이나 사회환경에 처한 학생들에게 행복한 학교생활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가 행복한 인생을 설계하고 준비하기에 장애가 되는 다양한 문제가 산재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기에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가 자신들에 비하여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 좋은 세상에 태어나서, 더 많은 학교교육을 받으면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만큼 행복하기는 커녕 보다 더 만족 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행복수준이 더 낮아지는 사회에 살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실에 대해 매우 우려하며 당황스러워 하고 있다.

이에 성인들은 자녀들이 자신들에 비하여 최소한 더 불행해지는 사회에 살지 않도록 보다 더 잘 사는 복지국가를 건설하고 교육여건을 향상시켜야 하는 동시에, 사회문화적으로도 더욱 향상되어야 한다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해야만 한다는 도덕적 책무를 은연중에 공유하게 된 것이다. 이는 최근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반에 드러난 추세다.

우리와 유사한 사회적 현상을 이미 경험하였던 여러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행복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필요성을 강조하였으며, 행복은 교육을 통하여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 동시에, 확대할 수 있고 향상시킬 수도 있다고 믿는 풍토가 조성되고 있다.

20세기 말에 새롭게 등장한 긍정심리학이 행복을 위한 긍정 정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긍정적 태도를 함양시킬 수 있고, 그와 관련하여 긍정 정서를 생활화하면 보다 많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행복에 관하여 다양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어 선진국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동서양을 막론하여 행복전 도사로 활동하고 있는 달라이 라마도 “미래 사회에서는 사랑, 자비, 정의, 용서 등의 내면적 가치인 도덕성을 강조하는 인성교육이 학교교육에서도 강조되어야 한다”고 행복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와 같이 지구촌 사회가 전례 없이 웰빙을 포함한 행복한 삶에 관하여 진지하게 접근하면서, ‘행복을 위한 최선의 기회는 교육이다’라는 표어를 수용하며 행복교육의 필요성에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국사회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경제를 포함하여 사회문화적으로나 교육 수준에 걸맞지 않게 너무도 낮은 국가행복지수(유엔의 세 계행복보고서2017, 156개국 중 56위)는 유난히도 한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한 행복교육이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라는 것을 지적하고, 그에 대응할 만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할 행복한 선진형 복지국가 비전을 정립하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행복교육이 우리 사회에 주어진 시대적 요구라고 인정하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구촌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에 맞는, 수준 높은 국민의식을 제고하는 행복 교육을 하루 속히 시행하여 정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가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며, 국민의 행복수준 향상을 위하여 한국 교육계가 선두에 나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 경청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