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중전 상명대 전기공학과 학생>

글. 강중전 상명대 전기공학과 학생

나는 어릴 적부터 꿈이 자주 바뀌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꿈이 무엇이니?”라고 물으면, 나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던 직업들을 대부분 말해 보았다. ‘선생님, 변호사, 검사, 경찰, 의사, 간호사, 스튜어디스, 아나운서, 배우, CEO, 조종사, 기자, 요리사’ 등 나에게는 하고 싶은 일, 되고 싶은 것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위와 같은 질문을 받고 나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바로 ‘왜 그 꿈을 가지게 되었어?’이다. 신기하게도 내가 꿈이 바뀌었던 시기는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되었던 시기였다. 의학드라마가 나오는 시기에 내 꿈은 의사, 간호사가 되어 있었고, 항공사 관련 드라마가 나오는 시기에 내 꿈은 스튜어디스, 조종사, 관제사가 되어 있었다.

물론, 한국드라마 속에 나오는 직업은 드라마의 재미요소를 위해 실제 직업의 모습과는 다르게 표현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평균 16시간 방영되는 드라마가 한 아이의 마음에 설레는 꿈을 심어주었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꿈을 찾는 시간

고등학교 3학년이 되고 내 꿈은 오로지 ‘대학 진학’이 되었다. 나는 종일 국어, 영어, 수학 문제집을 푸느라 정신이 없었고, “내꿈은 OO대학교에 가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수능만 바라보며 달려온 수험생활 끝에 상명대학교에 진학하였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꿈과 관련된 학과를 선택하기보다는 성적에 맞춰서 대학교에 진학하였다. 처음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서의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컸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나는 전공수업을 듣고 곧 좌절에 빠졌다. 전기공학과 전공수업은 전기공학도를 키우기 위해 에너지와 전기분야를 공부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나는 그동안 살면서 전기분야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학교 1학년 1학기도 끝나기 전에 나는 휴학을 고민하게 되었고, 다시 잃어버린 내 꿈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현재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과 만족도 조사’를 한 결과를 살펴보면, ‘성적에 맞춰서 학과에 진학하여 흥미없는 전공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이 많이 나온다. 이 글에 공감하는 대학생이 있다면 ‘내가 좋아하고, 나를 가슴뛰게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계속 던져보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은 나는 새로운 길을 찾아갈 용기를 얻었다.

우연한 기회가 만든 새로운 시작

나는 드라마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아침드라마, 평일드라마, 주말드라마까지 챙겨보았고, “밥 먹고 드라마만 보니?”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다. 나에게 힐링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고,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신비한 존재이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수업을 들으러 가던 중 학교 게시판에 붙은 ‘상명대학교 교육방송국 SMBS 수습국원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직접 기획하고 촬영하여 영상을 만드는 교내 방송국이었다. 순간 내 머릿속에 ‘누군가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고, 주저 없이 지원을 하였다.

나는 6개월의 수습국원 기간이 지나 정국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영상을 만들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될 때까지 영상편집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배운 경험이 한 번도 없었기에 ‘편집’이라는 높은 벽을 만나게 되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막막함이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2학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새로운 도전을 하였다.

다른 친구들처럼 여행을 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낼 수 있는 방학생활을 과감히 포기하고 2개월을 편집공부에 전념하기로 다짐했다. 동영상 편집프로그램인 ‘프리미어 CS 6’ 책을 구매하여 독학으로 공부하였으며, 이미지 편집프로그램인 포토샵과 일러스트는 강의를 신청하여 매일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방학이 끝나고 나는 포토샵(GTQ) 1급, 일러스트(GTQi) 1급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영상편집을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무엇인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내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상명대학교 교육방송국은 매년 2학기에 ‘자하방송제’라는 영상제를 개최한다. 드라마, 예능, 뉴스 등 방송국원들이 만든 영상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행사이다. 나는 드라마 총연출을 담당하였다. 드라마 기획, 배우섭외, 촬영, 편집까지 전반적인 부분에 참여하게 되었다.

드라마 상영시간은 30분밖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시간안에 재미와 교훈을 담아내는 것이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수차례 시나리오를 바꾸고 재촬영을 반복하다 보니 일주일 중 3일은 학교 방송국에서 밤을 새워서 기획과 편집을 했다.

“밤새워서 편집하면 힘들지 않아?”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다. 나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더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편집하는 과정이 재밌어. 너무 열정적이게 하다 보니 아침이 되었어.”

방송제 당일 약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내가 제작한 드라마를 보며 웃음과 박수를 주었다. 아직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 같다. 성공적인 방송제를 끝으로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상명대학교 교육방송국 실무국장으로 방송국의 총책임자가 되었다. 그리고 가끔은 외부에서 영상촬영 및 편집제의를 받기도 한다.

우연히 보았던 수습국원 모집 포스터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은 내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당당히 말한다. 나는 ‘드라마 PD’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고 새로운 시작을 할 기회가 생겼다.

새로운 경험과 도전

전기공학과 학생으로 공학의 길이 아닌 방송 분야의 꿈을 키우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해서 다녀야 한다고 자신의 꿈을 찾는 일을 망설이는 인생은 과연 행복할까?

대부분 사람은 전기공학과에서 PD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 이야기를 들으면 다소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방송인의 길을 선택하였고,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당당히 내 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상명대학교에는 언론 관련 학과가 없어서 방송국 취업을 준비하는 정보를 얻기가 매우 어려웠다. 인터넷 검색 또한 한계가 있었다. 나는 실제 방송국을 직접 경험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대외활동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경험한 대외활동은 ‘TV조선 미디어 챌린저’와 ‘채널A 대학생 서포터즈’이다. 두 활동 모두 TV조선, 채널A 방송국 홍보팀과 함께하는 활동으로 주기적으로 방송국 방영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콘텐츠를 제작해야 했다. 콘텐츠 형식은 카드뉴스, 영상, 만화, 포스터 등으로 자유로워서 내 능력을 넓게 펼칠 수 있었다.

또 콘텐츠를 제작하는 서포터즈들과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기 위한 경쟁을 하는 재미도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만한 콘텐츠를 생각해 내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의 분위기와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평소에 내가 관심 있던 분야 외에도 연령별로 주목하는 키워드는 각각 다르기 때문에 기사도 찾아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도 해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특히 드라마와 영화에 관심이 많아 유행하는 드라마 속 캐릭터, 포스터 등을 응용하여 콘텐츠를 만들었다.

방송국 홍보팀에서 서포터즈로 활동을 하다 보면 실제로 방송을 녹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나와 꿈이 비슷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방송인이 되기 위한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자신의 꿈과 관련된 대외활동을 꼭 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대학에서는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들이 분명 꿈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나에 대한 확신

나는 현재 PD가 되기 위해 언론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 생활 동안 전공공부 외에 내가 열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이 또 있다는 게 행복하다. 전공공부와 함께 언론고시에 필요한 한국어, 논술, 작문, 일반상식까지 공부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내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가는 이유는 ‘PD’라는 꿈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열정을 불타오르게 하는 꿈을 찾아보자. 가슴 뛰게 하는 꿈을 찾는 순간 나 자신을 빛나게 하는 새로운 성장의 길이 열릴 것이다. 우리의 20대는 꿈꾸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