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규 교육전문사이트 스터디홀릭 운영자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고교학점제를 현 초등 5학년 학생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2022년부터 시행하겠다는 것일까요?

제 생각은 고교학점제 정책에 대한 책임소재를 차기 정부로 넘기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교학점제는 단독으로 시행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수능 절대평가, 내신 절대평가, 특목고 폐지 등과 동시에 시행되어야 하는데 고교학점제는 물론이고 수능 절대평가, 내신 절대평가, 특목고 폐지 모두 찬반의견이 팽배한 정책이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진행하든 반발이 일어나 지지율 하락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고교학점제를 추진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나온 꼼수가 바로 ‘차기 정부로 책임을 넘기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에 이런 선례가 있었거든요. 수능 영어를 NEAT로 대체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 반대여론에 부딪히자 신중을 기하겠다며 본격시행을 차기 정부로 넘겼고, 차기 정부인 박근혜 대통령은 같은 당 출신의 대통령임에도 불구하고 전임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을 파기해버렸지요.

즉,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대선공약이기 때문에 시행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시행하자니 얽혀있는 문제들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신중을 기한다는 명분 하에 차기 정부로 공을 넘기고 차기 정부에서 분위기를 봐서 실제 시행여부를 결정하는 수순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육부에서 고교학점제의 본격 시행시기를 2022년부터라고 밝혔는데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 바로 2022년 3월 9일이거든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까지이지만 대통령 선거는 임기종료 70일 이후 첫 번째 수요일에 실시되니까요.

따라서 고교학점제의 본격 시행여부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생각됩니다. 만약, 산적한 문제들이 적절한 해결책과 국민적 합의를 이루게 된다면 차기 정부에서 전임정부의 정책을 계승한다며 본격시행을 할 테고, 2022년까지 적절한 해결책과 국민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면 국민의 뜻(심판?)이라며 고교학점제 정책을 폐지해버리겠지요. 만약, 정권이 바뀐다면 적절한 해결책을 찾았다 할지라도 전 정부의 색을 지우기 위해 정책을 뒤엎어버릴 수도 있고요.

즉, 고교학점제는 정책 자체만 놓고봐도 논란의 여지가 너무 클 뿐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도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 시행은 신중히 두고봐야 할 것 같네요. 정책은 내가 만들지만 시행은 차기 정부에서 하게 만들겠다라는 식이니까요. 임기 내에 실적을 내야하는 정치인이 차기 정부로 정책을 넘긴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일입니다.

*이 글은 교육정보 사이트 '스터디홀릭'과 공유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