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광주교대 총장)

들어가며

저출산 현상이 교육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사회의 우려가 크다. 여기서는 저출산 즉, 미래 학생 수 감소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한발 더 나아가 저출산 현상이 인구변화, 학생 특성 변화, 교육여건 변화, 사회 경제 문화에 미칠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하여 저출산 현상이 교육에 미칠 영향과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고자 한다.

저출산 시대 교육의 초점은 평생교육

출산율 저하가 심각하다고 하니 일부 사람들은 우리나라 총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통계청이 2016년 12월에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수는 2031년 5,300만 명까지 증가하다가 그 이후부터 감소한다. 2065년에는 4,300만 명으로 줄 것인데 그래도 1990년 인구수와 비슷하다.

저출산 시대에 우리 사회가 걱정하는 것은 생산 가능 인구 감소이다. 생산 가능 인구는 2016년 3,763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베이비 붐 세대가 고령인구로 빠져나가는 2020년대부터는 연평균 34만 명씩 감소하고, 2030년대에는 연평균 44만 명씩 감소한다.

고령인구는 2015년 654만 명에서 2025년에 1,000만 명을 넘고, 2065년에는 1,827만 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그리되면 생산가능인구 1백 명당 부양할 인구는 2015년 36.2명(노인 17.5명)에서 2065년 108.7명(노인 88.6명)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인구 급증과 생산 가능 인구 급감 통계는 평균수명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 가능 인구와 고령인구의 전환점을 과거 기준인 65세로 잡고 있는 한계를 보인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고 있는 시점에서는 65세가 넘어도 생산활동이 가능하다.

베이비 붐 세대가 산업현장을 떠나고 인구절벽 세대가 산업현장에 들어서는 시점부터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젊은 인구 부족현상이 심각하게 될 것이다.

이 때에는 65세를 넘더라도 신체적·정신적으로 생산활동이 가능하고, 본인이 원하며, 산업체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 얼마든지 생산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부양 인구 급감으로 인해 실제로도 생산활동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저출산 시대에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은 고령인구가 지속적인 자기 관리를 통해 생존독립성과 생산성 및 생산의욕을 최대한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박남기, 2015.08.21.).

즉, 저출산 시대 교육의 초점은 학교교육과 더불어 평생교육에 맞추어져야 한다. 의료보험비 지출을 낮추는 효과적인 방법이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것이듯이, 저출산으로 인해 야기되는 고령인구 부양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평생교육체제를 통해 근로의욕을 지속하도록 하고, 새로운 직업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저출산 시대, 학교 교육 문제 거꾸로 보기

학령인구(6~21세)는 2015년 892만 명에서 2025년 708만 명으로 향후 10년간 184만 명이 감소할 전망이다. 교육계가 주로 걱정하는 것은 학생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산업 종사자와 기관의 고충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교육의 질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희망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학생 숫자가 많고 국가의 지원은 작아서 일제식 교육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향후 학생 숫자가 크게 줄기 때문에 제4차 산업혁명기에 필요한 개인 맞춤형의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쉬워질 것이다.

그리하면 교육을 통해 모든 아이에게 기계가 할 수 없는 일을 담당할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인구절벽으로 인해 우리사회에도 일본과 같은 고급인력 부족 사태가 곧 몰아닥칠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개인 맞춤형 교육은 필수적이다.

저출산 시대 교육은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 그리고 더욱 근원적으로는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새로운 사회에 생존·적응하며, 나아가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고독한 개인들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성장시키고, 100세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경제교육만이 아니라 건강교육에도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학교는 이러한 미래 사회의 변화를 예측하여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을 길러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교육과정, 교수법, 생활지도를 포함한 학급경영 방법, 진로지도 등 교육의 모습을 바꾸어가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그러한 역량을 기르는 데 적합한 교육내용과 방법, 학교 체제, 교원 역량, 교육정책 등도 모두 중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한 교사 양성체제와 프로그램에 대한 투자와 개혁은 모든 개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고등학교 교육비를 개인이 부담하고, 국가가 대학교육을 감당하기 어려워 80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이 사립대학에 재학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 수가 크게 줄면 국가가 고등교육비까지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육비 예산을 줄여도 될 것이라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교육계가 변화에 적응하며 미래에 적합한 교육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나오며

학교는 사회변화에 적응할 인재를 육성하는 기관의 역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꿈꾸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데 적합한 사회 구성원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미래는 거기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가 만들어간다.

저출산 시대가 가져올 그림자를 예측하여 이를 옅게 하는 데 필요한 사회 시스템을 제시하고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 아름다운 미래 사회에 대한 비전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 그러한 비전에 적합한 역량을 갖춘 사회구성원이 되도록 학생들을 교육하는 것이 학교와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이다.

* 이상의 글은 박남기(2017. 02. 27)의 ‘출산율 제고와 노예 생산’을 토대로 보완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