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우리나라는 인구문제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아직은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문제로 나타나는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라며 미온적으로 대하거나 ‘(예를 들어 일본처럼) 오히려 취업률이 높아지고 경제가 살아날 수도 있다’는 등의 낙관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특히 학교 교육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한 것으로 보인다. 즉, 학생 수가 줄면 소인수 학급으로 혹은 통합수업 등의 방법으로 더욱 양질의 수업이 가능하다거나, 4차 산업혁명의 진전으로 지금보다는 출생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등의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예상통계수치와 해외 주요 국가들의 변화 추이 등을 살펴보면 10년, 30년 후에는 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고 이로 인해 여러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확실하며 이미 진행 중이다.

그래서 지금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혜를 모아 추진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나라가 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도, 인식도 충분하지 않다.

아래의 <표 1>을 보면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30년 후에 고령화사회로 진입했지만 고령사회로는 26년 후에, 초고령사회로는 20년 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점점 그 간격이 줄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1년부터 2000년까지 10년간의 장기경제침체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 일컫는다. 이것은 경제활동인구 감소가 장기 경제침체를 유발하는 가능성을 강하게 예시한다.

그리고 일본의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1996년도의 출생률이 1.42이고 우리나라의 2016년 출생률이 1.17인 점을 고려하면(일본과 한국의 통계청 자료 참고), 일본보다 심각한 경제침체가 도래했거나 도래할 가능성이 있고, 국가경제규모 등을 고려하면 일본보다 더 장기간의 경기침체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세계 경제 3위 일본과의 비교는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심각하게 위기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인식을 흐리게 하는 등의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사회제도와 문화 등 유사한 점이 가장 많은 국가로서 일본이 인구감소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일본의 인구감소 현상과 학교 교육 혁신

일본의 문부과학성과 교육청은 인구감소, 즉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거 수십 년 동안 학교통폐합에 중점을 두고 논의 및 검토하였다(Hayo 2017). 이러한 학교통폐합의 배경이 되는 기준에는 학교적정규모와 학교통학거리 그리고 학군이 있었다.

Hayo(2017)는 다음 2가지 유형의 자료를 바탕으로 현재와 같은 학교 통폐합은 인구감소로 발생하는 학교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즉, 실제 통폐합되었던 333개의 초·중학교의 현재 학생 수를 조사한 일본국립교육정책연구소(2014)의 결과(100명 미만이 25.5%, 100명 이상 200명 미만이 30.9%) 현재도 과반수의 학교에서 학생 수가 200명 미만이다.

또한,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의 추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30년에는 과반수의 일본 학교에서 학생 수가 120명 이내로 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적정규모(학생 수, 학급 수 모두)와 적정 통학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학교가 급증하기에, 이러한 논의를 벗어나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Hayo(2017)와 일본국립교육정책연구소(2014) 그리고 문부과학성(2015)의 제안을 종합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교직원 배치와 교육재정제도 관련 법과 제도 개정=학교의 적정규모를 줄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각 지자체 및 학교의 상황과 수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법과 제도의 정비이다.

(2) 인접학교 네트워크 개념 도입=하나의 학교를 기준으로 적정규모와 적정 통학거리를 산정하여 운영하는 것을 벗어나, 해당 지역의 여러 학교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성하여 네트워크 단위에 따른 적정규모와 적정 통학거리 등을 책정하는 것이다. 이에 온라인 교육방송 및 TV 화상회의 등을 포함한 ICT 활용과 원거리 학생을 위한 공동 기숙사 운영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3) 학교시설 복합화=학교시설 복합화는 학교 시설과 지역 내의 공공시설 등을 서로 기능적으로 연계하여 동일 건물내에 평면적·입체적으로 공존·융합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 시설은 공공시설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또 다른 건물에 비해 내진 조치가 견고히 되어 있으며, 최근 학생 수 감소로 여유 교실 등의 공간이 있어 다른 공공시설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지자체는 각 해당 지역 내 공공시설의 현황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공공시설의 개선·통합 및 수명 연장을 도모하여 재정부담을 줄이고, 최적의 배치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시설 복합화를 위해 구체적으로 아래의 5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 학습환경의 고기능·다기능화
⦁ 학생, 유아, 고령자 등 다양한 세대와의 교류
⦁ 배움의 공간을 거점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 강화
⦁ 학교 교육활동을 지탱하는 전문인재 활용
⦁ 효과적·효율적인 시설 정비

위 학교 시설 복합화의 5가지 방안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학습 환경의 고기능·다기능화=교육 내용과 방법 등의 변화에 대응하고, 다양한 학습 내용 및 학습 형태를 도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다른 공공시설 등과 병설, 다른 공공시설 등이 소유하는 고기능의 시설 기능 공유 등의 방법을 활용하여 학교 교육에 활용한다.

② 학생, 유아, 고령자 등 다양한 세대와의 교류=학생이 유아에 대한 배려와 노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기르는 등 풍부한 정서와 도덕심을 배양하도록 유아와 고령자 등의 다양한 세대와 교류하게 하는 것이다. 서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유대감을 느끼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아에게는 학교에 대한 이해와 마음성장의 계기를 제공하고, 노인에게는 보람을 갖게 하고 건강을 증진하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③ 배움의 장소를 거점으로 한 지역 커뮤니티 강화=고립된 학교 시설과 달리 지역 주민이 모여 학습 활동 등을 하며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마을 만들기의 핵심으로서의 위상과 재해시에는 지역 피난처의 역할이 가능하다. 따라서 피난처로의 방재 기능을 확보하고,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하며, 장애인 대책 등을 반영하여 학교 시설의 안전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학교 시설에 어울리는 경관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④ 학교 교육 활동 등을 지원하는 전문성 있는 인재의 활용=지역 주민 및 기타 공공시설의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는 복합 시설로서의 특징을 살려 전문성 있는 인재를 학교 교육 활동 및 시설의 관리 등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습 환경의 질을 높이고, 교원의 과외 활동 등을 지원하는 방법도 검토가 필요하다.

⑤ 효과적·효율적인 시설 정비=최근 어려운 재정 상황을 맞은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지역 내 공공시설의 노후 대책을 추진하면서 이용 수요의 변화 등에 부응하기 위해 최적화를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학교 시설도 더욱 효과적·효율적인 시설 정비의 방법으로 다른 공공시설 등과의 복합화와 제휴에 의한 정비 방법 등을 검토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나오며

수십 년간 인구감소와 학교문제를 연구해 온 Hayo(2017)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인구감소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의 학습을 보장하는 시설과 기회를 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학교교육법 개정이 필요하다.”

먼저 학교에만 국한하지 않고 지역 활성화와 공공시설 통합 관리라는 넓은 관점과 15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 관점을 바탕으로치밀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학교 교육 혁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단순히 여유 교실과 폐교 활용에 대한 법과 제도의 마련만이 아니다. 위의 ‘교직원 배치와 교육재정제도 관련 법과 제도 개정’을 바탕으로 한 ‘학교시설 복합화’를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위 (1)∼(3)의 3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적절히 참고하면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로 인한 학교 교육 문제에 덜 혼랍스럽게 대응할 수 있어 그 피해가 청소년들에게 가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즉, (1) 교직원 배치와 교육재정제도 관련 법과 제도 개정, (2) 인접학교 네트워크 개념 도입, (3) 학교시설 복합화를 참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학교와 공공시설의 더욱 효율적 연계운영을 위하여, 그리고 그 안에서 청소년의 자기 주도적이며 깊이 있는 학습을 지원하기 위하여 ICT(정보통신기술) 활용, 즉 교육 정보화를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 문제를 폭넓고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21세기 인재를 육성하는 미래교육 추진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현재 동경에서 거주하고 있는 집 근처 초등학교 그리고 공민관(‘이끼이끼 플라자’라고 불리고 있음)을 방문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학교와 공민관이 어떻게 연계되어 복합화를 이루고 있는지 느꼈던 점을 소개한다.

- 대부분의 지자체 내에 여러 공민관이 존재하며 공민관에는(지역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성인 등이 모여서 취미 활동과 학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청소년들이 머물고 배우고 운동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학교 체육관의 4분의 1 혹은 8분의 1 정도의 미니 체육관(높이는 체육관과 유사함)이 있어서 배드민턴, 배구, 외발자전거, 탁구 등의 운동을 할 수 있다.

- 초·중학교의 체육관과 운동장 및 수영장 등의 시설은 구청과 연계하여 공개된 사전 예약 시스템 등을 활용해 사용가능하며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저녁 늦게까지 축구·테니스·농구 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공공시설(주민센터, 공민관, 도서관, 학교 등)의 게시판 등을 통해 홍보되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