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호순 서울여대 명예교수

사진=픽사베이

우리네 학교는 사회적 기대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정도로 매우 빈약한 교육력과 부실한 교육성과만을 보여주었고, 학교의 기본 책무인 인성교육마저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이라는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해 국민의 신뢰를 크게 상실한 상태에 처했다.

또한 학생들의 학교생활 만족도 수준은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는 동시에 격심한 경쟁을 거쳐 사회에 진출한다고 해도 또 다른 경쟁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매우 어렵다는 점을 사회생활을 통하여 실감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일반적으로 행복이란 매우 주관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자신만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태도와 가치관(행복관)’을 정립하고 자기 자신에게 적합한 행복을 스스로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성교육도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동안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은 구호에만 그친 경우가 허다했다. 사회에 진출한 개인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하고 그것을 새로운 인성교육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인성교육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개인 고유의 행복관의 정립과 그 실현을 위하여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판단능력의 함양에 초점을 두고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치관과 역량을 길러야 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미래사회의 주역인 청소년들에게는 ‘행복한 마음은 근육과 같아서 자주 사용할수록 더욱 강해진다’,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라는 명언을 바탕으로, 행복은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를 추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것이라는 점을 우선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교육을 통하여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습득’ 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을 진지하게 안내해 줄 사회적 프로그램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행복교육의 비전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찍이 우리와 유사한 경험을 한 선진국의 사례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국민 개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요한 내면적인 기본 틀인 ‘행복관’을 함양할 수 있고 웰빙(Well-Being, 좋은 삶)을 누릴수 있도록 국민을 교육해야 한다는 취지로 행복교육에 집중해 왔다. 즉 행복교육은 대체로 미성숙한 시기에 학교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효과적이라고 모두가 믿었다.

선진국에서는 ‘행복한 사회의 구성원’인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겨 행복교육을 시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당 사회의 미래를 크게 좌우하는 ‘행복한 사회’를 비전으로 하는 행복교육의 내용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논의와 숙고가 필요하다.

이에, 학교 중심의 행복교육은 먼저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만을 중시하던 지식교육 위주의 교육 관행으로부터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모든 교과가 과제수행에 중점을 둬 문제를 해결하는 고차적 사고능력을 길러주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깨달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말하자면 지식을 진학준비의 도구로만 여기는 교과교육 중심의 교육 패턴으로부터 환골탈태하여 학생 각자가 향후 사회에 진출하여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도해 생활에 필요한 삶의 지혜를 습득하도록 하는 학교 교육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그동안 성공해야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식의 ‘先 성공, 後 행복’, 즉 훗날의 성공을 위하여 ‘행복의 유보’가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우선 학교에서부터 행복한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야만 성공을 성취할 수 있다는 ‘先 행복, 後 성공’ 논리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성공이 행복의 열쇠가 아니라 행복이 성공의 열쇠다’라는 알베르트 슈바이처 박사의 발언에도 잘 드러나 있다.

한마디로, 구체적인 성과나 결과와는 별개로 당장 학생 개개인이 학교생활에서 즐겁고 의미 있는 체험을 하며, 자아 성찰에 집중하고 자신의 꿈과 희망을 키워나가며, 자신만의 행복관을 정립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학교성적이나 실적에 급급하기보다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태도를 정립하고 그를 실제 생활에 지혜롭게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하여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인성교육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인생 전반에 걸쳐 사용할 행복관의 정립을 위하여 우리의 전통적인 오복(五福) 중심의 행복관과 서구사회의 긍정심리학에 근거한 웰빙에 관한 연구결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나아가 개인들이 자신의 여건이나 배경, 경험, 잠재력, 희망과 꿈 등을 스스로 파악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자아실현 계획을 수립하고 그를 실천하기 위한 동기, 의지, 추진력, 인내력 등을 길러내는 데 중점을 두는 프로그램들이 요구된다.

그리고 더욱 선진화된 미래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행복도 개인에게만 맡기고 내버려 두기보다는 사전에 준비하고 노력해야만 성취할 수 있도록 하고, 삶에 대한 만족도와 더욱 수준 높은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행복교육을 설계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실패와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을 길러 나가도록 하며, 현실에서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통찰력과 판단력에 기반을 둔, 삶의 지혜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다양한 활동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모든 학생에게 깨달음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관리능력을 습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으로 자아정체감을 정립하고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또한 행복교육은 자아실현을 위한 꿈과 비전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즐겁고 만족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