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은희 부모교육연구소장

이름의 의미

2018년은 제 이름으로 된 삼행시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려하지 마세요!
희가 있잖아요.
히히히히^^

꽃에게는 꽃말이라는 게 있지요. 아네모네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장미는 ‘수줍음’, 진달래는 ‘절제’ 등의 꽃말이 그것이죠. 그렇다면 꽃보다 아름다운 여러분의 이름에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이름에는 어떤 말이 숨어있나요?

“선생님, 엄마들은 왜 제 이름을 지어놓고 ‘야!!’라고 불러요? 그럼 이름을 ‘야!!’ 라고 짓지.”

같은 말을 만 번을 하면 그대로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아이들의 이름을 몇 번이나 부를까요? 셀 수 없이 불러대는 내 아이의 이름, 그 이름을 부를 때 마다 이름에 담긴 말의 의미를 기억하며 불러준다면 어떨까요?

제 딸의 이름은 ‘정다인’입니다. ‘많이 어진 사람이 되기를’이라는 속뜻이 있죠. 제 아들의 이름은 ‘정용범’이죠. ‘널리 쓰임 받는 사람이 되기를’이라는 소망을 담아 이름을 지었죠.

우리는 살다 보면 때때로 방향을 잃어버릴 때가 종종 옵니다. 그럴 때 내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세요. 우리 이름에 답이 있습니다. 참고로 제 이름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죠.

은(恩) - 은혜, 고마움, 인정, 사랑
희(喜) - 기쁘다, 즐겁다, 좋아하다

생각보다 많은 아이가 자신의 이름에 담긴 뜻을 잘 모른 채 살아갑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죠. 부모님 이름에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요? 그럼 더 잘됐네요. 내가 살아가고 싶은 모습의 의미를 부여해주면 되니까요.

이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 김춘수 <꽃>

선생님이라는 이름

저는 ‘엄마’라는 명칭 다음으로 좋아하는 명칭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선생님’입니다. 무엇을, 어떻게, 누가 가르칠 것인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굳이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감히 ‘누가’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왜 학교를 떠날까요? 학교 디자인, 교실 구조, 학업 스트레스, 급식 수준 등도 이유가 되지만 저는 그것보다 ‘학교 안에 있는 사람들이 싫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속옷이 너무 화려하고 멋지다고 자랑하고픈 마음에 바지를 입고 그 위에 속옷을 입는 사람이 있을까요?

가르침도 마찬가지입니다. 연결되어야 변화가 일어납니다. 학기 초 기선제압을 할 게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야 합니다. 마음이 연결되고, 채워지고 나면 지식을 채워주는 일은 훨씬 쉬울 겁니다.

한 초등학교 선생님께서 제게 상담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고 있어요. 제가 맡은 반에는 아버님 혼자 학생을 키우시는 가정이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아버님이 술만 드시면 아이를 때려요. 그리고는 죄책감이 드시는지 밤늦게 제게 전화를 하세요.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요.”

그럼 저는 다 들어드리고 다음 날 아침에 전화를 걸어 선생님께서 했던 이야기를 짚어가며 이렇게 해보시라, 저렇게 해보시라 조언을 해줍니다. 그러면서 아이는 절대 때리지 마시라고 꼭 부탁을 드리라고 하죠.

“아이가 학교에 오면 제일 먼저 아이 몸을 살펴요. 그리고 가르쳐요. 아빠에게 맞으면 무조건 옆집 할머니 집으로 도망을 가. 그리고 선생님에게 꼭 전화해라고요. 아이가 처음에는 못하더니 점점 잘 하더군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계속 관심을 두고 지켜보기 위해 정기적으로 가정 방문을 갑니다. 최근에는 아버님도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여 다행이에요. 에휴······.”

깊은 한숨에 들어있는 선생님의 마음. 아픈 아버님은 누군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고, 아픈 아이는 누군가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죠.

여기서 잘하지 못하는 사람은 저기 가서도 잘하지 못합니다. 지금이 아니면 도대체 어디에서, 언제부터 진짜 선생님이, 진짜 부모가 되시렵니까?

어른이라는 이름

우리는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말고 살아가면서 불리는 역할에 대한 이름이 있습니다. 엄마, 아빠, 선생님, 며느리, 딸, 아들, 사위, 사장님, 부장님 등등.

저는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이름을 ‘어른’이라고 규정하고 싶네요. 어른은 얼이 큰 사람, 즉 지혜를 갖추어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어른이라고 큰소리칠 수 있고, 대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어른의 모습을 먼저 갖추고,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른의 역할은 삶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삶을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삶을 힘겨워하는 아이들에게 다그치고, 소리치며 훈계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조용히 그리고 함께 걸어주고, 있어주고, 살아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