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키우는 엄마들을 상담하다 보면 다음과 같은 하소연을 많이 듣게 됩니다.

"아들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요! 도대체 왜 저러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제가 진짜 어떻게 해야 하나요?"

딸은 엄마하고 대화를 많이 합니다. 게다가 엄마도 여학생 시절을 겪어봤기 때문에 딸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지요. 그래서 딸은 자랄수록 엄마와 친구같아 집니다.

하지만 아들은 자랄수록 엄마와 대화가 줄어듭니다. 엄마가 뭘 물어봐도 "몰라, 싫어, 됐어" 등의 영혼없는 대답만 늘어놓을 때가 많지요. 게다가 여자인 엄마는 남학생의 삶을 살아본 적이 없어서 아들의 생활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할 때가 많지요. 도대체 왜 저러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잖아요. 딸은 대화를 하면 뭐라도 해결책이 보이는 것 같은데, 아들과 대화하면 점점 늪에 빠져드는 기분이랄까요.

뭔가 해결해 보려고 대화를 시작한 것인데 이야기할수록 더 답답해져 엄마 혼자 화를 내다 끝날 때도 있지요. 딸이 풀기 어려운 문제라면, 아들은 문제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요.

그러다 아들이 2차 성징까지 보이기 시작하면 심지어 징그러워 보일 때도 있습니다. 보송보송 솜털이 귀여운 병아리는 어디 갔는지 사라졌고, 삐죽삐죽 어설프게 깃털이 솟아난 못생긴 중닭 한 마리가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잖아요.

게다가 아들의 2차 성징은 여자인 엄마로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과정이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울 때도 있지요. 아들의 팬티에서 몽정의 흔적을 발견하면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 아들이 야동을 보거나 자위하는 모습이라도 보게 되면 배신감이 들어 얼굴도 보기 싫어질 때가 있고요.

그래도 아들이 초등학생 때는 엄마보다 키도 작고 덩치도 작아서 귀여운 맛이 있었는데 중학생이 되면서 엄마보다 키가 커지고 덩치도 커지다 보니 한편으로는 듬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서운한 기분도 듭니다. 겁을 줘도 무서워하지 않고, 등짝스매싱을 날려도 아파하지 않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씁쓸한 기분도 들고요.

게다가 입시가 다가올수록 아들한테 이야기하기가 더 조심스러워집니다.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나 싶어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우게 하고 싶지만 물려줄 재산도 마땅치 않다 보니 공부라는 아드님 벼슬 앞에 엄마의 자존감은 한없이 낮아지지요. 그래서 아들 키우다 화병에 걸리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이럴 때 아빠가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좋겠지만 아빠한테 이야기해봤자 도움은커녕 사태만 악화하는 경우도 있고요. (큰아들(?)아, 우리 집에서 네가 제일 문제다! 너는 나한테 장가를 온 거냐, 입양을 온 거냐? 내 아들 키우기도 힘들어 죽겠다. 너도 같이 아이를 낳았으면 제발 협조 좀 하자! -_-^)

# 이 글은 강명규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스터디홀릭'과 공유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