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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대입정책포럼] 학부모 토론문 - 공주사대부고 김OO 학부모
지준호 기자 | 승인 2018.02.09 11:20

교육부는 2022학년도부터 적용할 대입제도를 개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2일 1차 대입정책포럼을 시작으로 지난 1월 24일 2차 포럼을 거쳐 지난 2월 8일 3차 포럼을 개최했다. 3차 포럼은 최근 금수저 전형이라 비판받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공정성 강화방안을 주제로 전국 일선 학교의 학생, 학부모, 고교 교사가 학종을 준비하며 느낀 바를 발표했다.

이에 에듀인뉴스에서는 학종에 대한 현장의 의견을 정확하게 알리고 소개하기 위해 발표 원문을 게재한다.

다섯 번째로 공주사대부고 김OO 학부모의 토론문을 소개한다.

■ 저는

저는 공주사대부고 2학년 재학생 학부모입니다.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학생들이 모두 고득점에 많은 수가 몰려 1등급이 없는 경우도 있는, 높은 내신 등급을 내기가 어려운 학교입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대입 전형 제도 하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입 전형의 80%나 차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정시 위주로 대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사교육을 피해

주거지가 서울인 우리 집에서 아이를 공주까지 고등학교를 보낸 데에는 평소 우리나라의 과도한 사교육에 못마땅한 마음이 그 근간이 됐습니다. 우리는 서울, 그 중에서도 중계동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보낸 중계동은 사교육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아이들이 방과 후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에서 보냅니다.

아무리 부모의 신념이 확고하다 해도 사교육에 치중한 교육 환경이 일반적인 중계동에서는 제 결심이 흔들릴 것 같아, 제가 아는 한 우리나라 유일한 자립형 국립고인 공주사대부고를 아이의 고등학교로 정하게 됐습니다.

즉, 공주사대부고로 아이를 보낸 바탕에는 공주사대부고가 현실 대입 전형에 잘 부응하는 교육을 해주리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 대입 현실을 마주하며

아이가 공주사대부고에 입학하고, 공부 태도가 좋은 학우들과 성실한 선생님들이 계시는 공주사대부고의 환경에 한동안 만족했었습니다. 아이 스스로가 책임지고 행하여 나가는 학업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종합전형에 편중된 대입 현실 앞에서 저는 많은 고민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 첫째, 지금의 대입 제도는 정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너무 불리합니다.

큰 아이 때처럼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30%의 비율이라면, 정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아예 그 전형을 준비하지 않고 스스로의 공부 계획과 일정에 맞추어 정시를 준비해나갔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자신이 준비해온 정시라는 싸움에서 승산이 있었습니다.

지금 80%의 비율로 유지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대입 제도에서, 정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20%의 비율이 조금 넘는 아주 좁은 문에 희망을 걸어야 합니다. 대입 제도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전형으로 가장 알맞은 학과와 대학교를 준비할 수 있도록 다양함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고 학생부종합전형에 편중된 대입 제도에서 소외받고 있습니다.

○ 둘째, 학생부종합전형에 치우친 현재의 대입 제도는 아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줍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공부를 열심히 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공평한 대입 전형이라면,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와 같이 외부와 단절되어 과도한 사교육이 대체로 불가하고, 학교수업에 의존한 채 이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 역시도 학교 수업에 충실한 생활을 하는 일이 자신의 대학교 진학과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2년 여 간 아이를 이 학교에 보내면서 제가 느낀 점은, 현재의 대입 제도 하에서는 아이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없고,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학우들과 경쟁만을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공주사대부고는 입학 시에 비슷한 실력의 아이들을 선발하고, 이 아이들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모두 똑같이 열심히 공부를 하여 서로 비슷한 실력을 유지합니다. 이 아이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보이지 못한 채 비슷한 내신 등급을 맴돌게 되고, 오르지 않는 성적 때문에 큰 스트레스와 좌절감을 경험합니다.

내신이 1등급인 학생과 5등급인 학생은 매 중간, 기말고사마다 뒤바뀌기도 합니다. 7등급인 학생이 다음 시험에서 3등급을 받기도 합니다. 비슷하게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는 학교이고, 이 아이들의 내신등급은 이 아이들의 실력 차이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모두가 열심히 경쟁하는 환경에서는, 내가 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없음을 증명해줄 뿐입니다. 아이들은 무의미한 경쟁 속에서 한없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 셋째,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은 고등학생의 수준을 벗어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내신 문제 등의 이유로 아이들은 자신의 학업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소논문이나 보고서와 같은 방법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고등학생 수준에서 논문 하나를 완성하는 일이 언제부터 당연해졌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고등학생 혼자서 논문 하나를 완성하는 일은 불가능할뿐더러 의미도 없습니다. 소논문과 보고서를 작성해보는 일은 스스로 탐구해보는 과정에서 관련 전공 선생님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우는 데 그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 대입 제도는 이 긴밀한 상호작용과 토론을 이미 많은 수의 학생을 담당하고 많은 양의 학교 일과에 치이는 학교 선생님에게 그 책임을 지웁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교사에게 더 많은 부담과 일을 맡김으로써 공교육의 질을 낮출뿐더러,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이러한 교육을 제공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이미 많은 학생들이 부모의 인맥, 학원, 개인교사 등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미 이 점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기숙사 학교 등 이러한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대입 경쟁으로 인해 혼자서 이러한 과정을 헤쳐 나가야 하는 아이들입니다.

특히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기숙사 학교인 공주사대부고에서 아이들이 소논문이나 보고서를 위해 필요한 실험도구, 고품질 자료를 원활하게 구할 수 없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 과외, 학원의 도움을 받는 동안, 이 아이들은 본인의 힘으로 턱없이 부족한 자원과 자료를 어렵게 구하여 소논문과 보고서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종종 이러한 소논문과 보고서는 이미 본인의 학업적 관심과 탐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승산이 없기 때문에 이뤄집니다. 과연 이러한 전형이 아이들이 미래에 하고 싶은 전공 공부나 관심 있는 분야를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의문입니다.

○ 이상적인 대입 전형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대입 전형 제도는 아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선택하고, 그 전형에 따라 자신만의 공부 일정을 계획하여 준비해갈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좌절하지 않고 성취감을 맛보며 성장해나가는 제도입니다.

큰 아이 때만 해도 (11학번), 입학사정관 전형은 학교 성적이 아닌 각각의 아이가 가지는 독특한 역량을 찾아 그 아이의 가능성을 봐주는 전형이었습니다. 특정 과목의 성적이 좋으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묻고, 특정 과목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이 과목을 공부할 시간에 다른 어떤 역량을 키웠는지를 물었습니다.

지금의 학생부종합전형은 아이들이 어떤 공부에 관심을 가지는 지를 묻는 전형이 아닌, 아이들에게 모두 같은 학교생활을 강요하는 전형 같습니다. 학생부종합전형 대입 제도 하에서 아이들은 오히려 정말 하고 싶은 외부 활동도 하지 못한 채 내신 등급과 교내 소논문, 보고서에만 얽매여 모두 같은 방식으로 대입을 준비합니다.

이렇듯 획일화된 교육 정책 하에서 저는 제 아이가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공부에 눈 돌릴 새도 없이, 오르지 않는 내신 등급에 매일 밤을 새면서도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떨어지면 너무 좁은 정시의 문 앞에서 대학교 입시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 일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입학사정관 전형 등 다양한 수시 전형과 정시 전형이 골고루 균형을 맞추었던 이전의 교육정책과 달리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의 대입 제도는 오히려 아이들의 목표를 없애고, 대학만을 향해 나아가는 획일화된 교육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도 그 일에 집중할 수 없고, 모두가 똑같은 내신 준비에 똑같은 보고서를 준비하는 현재의 대입 제도 하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더더욱 꿈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대입 제도 내 전형의 다양화, 그리고 각 전형 비율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저는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준호 기자  casaji97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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