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돈희 에듀인뉴스 발행인

공교육제도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교육의 통치구조, 특히 교육자치의 개념을 중심으로 발생한 집단 혹은 조직 간의 갈등과 문제는 오래된 주제이지만 여전히 논의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쟁점으로 남아 있다.

교육의 통치구조와 관련하여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쟁점은 교육자치와 관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멀지 않은 시기, 오는 6월에 실시되는 교육감 선거와 함께 시급히 검토해야 할 문제가 있다.

교육자치 - 단체자치냐, 주민자치냐?

교육자치제도와 관련한 문제와 쟁점은 나라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취하고 있겠지만, 우리의 교육자치제도를 두고 볼 때 갈등의 주된 양상은 ‘단체자치의 개념’과 ‘주민자치의 개념’의 대립으로 볼 수 있다.

즉, 단체자치의 개념은 교육자치란 그 특성에 있어서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가 집단, 즉 교육자 집단의 자치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견해이고, 주민자치의 개념은 교육자치란 학교를 비롯한 교육의 제도적 장치를 운영하는 기본적 권리와 책임이 교육 수요자인 지역구성원에게 있다는 견해이다.

단체자치의 개념은 교육목적의 설정, 교육내용의 구성, 교육방법의 사용 등에 걸쳐 교육의 본질적 가치와 수단적 가치를 분별하고 조직하는 데 요구되는 판단의 능력을 소유한 교육 관련 전문가 집단이 지니는 자치라는 주장이다.

교육의 전문적 활동은 정치, 경제, 종교, 군사 등의 사회적 세력이 행사하는 간섭이나 통제로부터 자유롭거나 중립적인 위치에 있어야 교육의 이념과 가치가 그 본연의 모습으로 실현되기에 전문가 집단의 자치권이 요청된다는 것이다.

반면 주민자치의 개념은 교육의 실질적 수요자는 교육기관에 자녀를 보내고 학교로부터 제도적 교육을 받는 지역의 주민이며, 그 주민의 교육적 필요와 무관한 가치는 별도로 성립하기가 어려우므로 마땅히 교육의 자치에 관한 한 주민이 그 주체라는 주장이다.

물론 교육의 자치개념을 단체자치 혹은 주민자치의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고, 서로 균형 있게 자치에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 오래전부터 자치의 명분, 주도권 혹은 실질적 효율성 등의 문제로 인하여 두 개념의 관련 집단 사이에 표면적으로 혹은 묵시적으로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 현재의 구도로 보면 지방교육자치를 위한 교육행정체제는 일반행정의 자치체제와는 별도로 존재하며, 특히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기본적 이념의 형태로 삼고 있다. 그러므로 그 특징은 일차적으로 단체자치의 개념이 지배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엄격한 교육단체자치, 즉 교육자치를 완전히 지방자치와 분리한 형태를 취하면, 교육기관인 학교를 지역사회에서 마치 고립된 섬처럼 존재케 함으로써 실질적 수요자의 필요와는 동떨어진 교육이 행해질 수가 있다.

그리하여 교육자치를 지방자치와 어떤 관계의 틀 속에서 유지하느냐가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쟁점이 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노력은 대한민국의 건국 초기에서부터 있었고, 1995년 김영삼 정부의 소위 ‘5.31 교육개혁방안’ 이후에 매우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아직도 단체자치의 개념과 주민자치의 개념은 적절한 균형 혹은 절충을 취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문제는 이론적 혹은 관념적 대립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와서 중앙정부의 교육부와 지방교육자치단체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은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지방자치의 단체장은 정당정치의 체제에서 선출되지만, 교육자치의 단체장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에 의해서 선출되지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비공식적인 정치세력, 흔히 보수와 진보로 구분되는 정치세력이 공식적 정치세력과 연계된 상태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사실상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형국이다.

당면한 교육감 선거제도의 문제

금년 6월에 치루는 선거에 대비하여 출마에 뜻을 둔 인사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평소에는 잊어버리고 있다가 때가 찾아오면 생각나는 문제들이 있다.

특히 고쳐야 한다고 느끼는 문제를 두고 잊어버리고 있다가 막상 때가 되면 서둘러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 시간과 관심의 여유가 없어 또 다음으로 미루고야 마는 것들이 있다. 우리 교육계에서는 오랫동안 문제시해오던 교육감 선거제도가 바로 그렇다.

사실상 교육감 선거제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을교육계의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의식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어지럽게 엉킨 것이라 감히 제대로 해결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금년의 선거에서도 크고 근본적인 문제들의 해결을 시도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이다. 그러나 그런 상태에서도 제도의 개선이 아니면 의식의 개선이라도 겨냥할 필요는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문제의 종류와 심각도가 다양하여 의견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렵겠지만,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는 우리 교육을 파국에 몰아넣을 만큼 심각하다고 여겨진다.

첫째, 교육감 출마자가 부담해야 하는 과중한 비용이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에는 작은 선거구를 대표하면서도 공천을 받은 출마자는 소속정당의 경비보조를 받을 수 있다. 광역의 지방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로 소속정당의 공천을 받아 경비와 인력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교육감 출마자는 광역의 행정구역에 출마하지만 정치적 중립의 원칙 때문에 순전히 자비 혹은 제한적 기부금에 의존해야 한다. 득표율이 낮으면 정부 지원의 혜택은 말할 것도 없고 공탁금의 반환도 포기해야 한다. 교육감 출마자는 엄청난 경비를 정당의 보조 없이 자비로 광역의 자치구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경력의 요건을 충족시킨 교육계의 일반적 인사는 출마시에 개인적 파산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서 상당한 정도의 재력을 가진 예외적 극소수의 인사만이 교육감의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제도는 분명히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이다.

둘째,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사실상 무의미한 수준에 있다.

교육감 출마의 요건으로 교육경력 3년 이상, 후보자 등록일 기준으로 해서 과거 1년간 정당 당원이 아닌 자이여야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으로써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된다고 보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사실상 우리의 정치구도는 보수와 진보(혹은 우파와 좌파)로 나누어져있고, 교원들도 물론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지 않은 수가 보수와 진보의 성향으로 나누어진 상태에 있다.

물론 중도에 속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도의 개념도 정파적 중도이지 ‘초정파적, 즉 정파적 사고와는 무관한 순수한 교육적 마음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서도 우파 교육감, 좌파 교육감이라는 식으로 분류가 가능한 정도이다. 그래서 세력에 따라서 후보의 단일화를 성립시키려는 전략적 노력이 실제로 진행되고, 성공하지 못하면 그 진영은 선거에서 실패하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이런 풍토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정치적 중립을 운운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우리의 교육은 자칫 정치적 대결로 인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결과적으로 교육이 정치적 힘의 영향으로 인하여 황폐화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셋째는 투표하는 유권자의 무관심이다.

교육감 선거를 단독으로 진행하면 투표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저조함을 보인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선거와 함께 진행하면 그나마 투표율은 다소 높아지지만, 문제는 교육감에 대한 관심과 참여적 결심에 의한 투표율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정당에 따라 정해진 번호에 맞추어 투표하는 경우의 비율이 매우 높기에, 교육감 후보에 대한 투표가 인물에게 주어진 지지표가 아니라 정당 지지 혹는 정당후보와의 우연적 일치로 인하여 획득한(흔히 '로또식'이라고도 하는) 득표라는 통계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부정확한 선거결과를 가져온다.

그리하여 후보자의 기호순서를 정당의 기호에 연상되지 않도록 보완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기술적으로도 확실한 성과를 보장하지 못하며 선거의 의미를 손상케 한다.

교육감 선거에 관련한 문제가 물론 이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개선하기 위한 규칙 자체도 오는 6월에 실시되는 선거 이전에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하여 우리 교육계가 어떤 관심과 노력을 바쳐야 하는가를 두고 함께 검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마도, 가능한 노력으로 교육감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대국민적 홍보를 강화하는 것, 후보자 선정과정에서 정치적 노선의 이해관계를 초월하거나 엄중한 중립적 운영체제를 규칙으로 정하거나 실천의 의지를 보이는 것, 후보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거나 합법적인 지원수단을 강구하는 것 등을 지금이라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