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열 현 경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학회 차기회장,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Ⅰ.

해방 이후 우리 교육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늘 시대적 변화에 뒤처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우리 교육의 변화 지체 현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종종 인용되었던 것이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들이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사회 각 부분의 변화 속도 지체를 언급한 이후에는 ‘기업은 100 마일로 달리고 있는데 학교는 10 마일로 달린다’라는 표현이 종종 인용되었다.

분명 교육도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지만, 교육의 발전에 대한 역사적 연구들은 교육의 변화 속도는 교육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더디었음을 밝히고 있다.

교육의 변화와 발전은 ‘이상향’을 향하여 ‘땜질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기업이나 사회의 다른 부문에 비하여 더딘 교육의 변화와 발전은 어찌 보면 극복해야 할 문제라기보다는 교육의 본래적 속성일 수도 있다.

이렇게 교육의 변화와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보니 그것을 깨우치고픈 욕심과 조급증으로 학교 ‘밖’에서는 학교 교육의 변화와 혁신안을 만들고 학교에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강제하고픈 유혹에 빠질수 있다. 지난 2015년 봄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통하여 우리가 경험한 ‘알파고 충격’ 이후 그러한 분위기는 더욱 강해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러한 유혹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지나친 위기의식과 조급증은 학교구성원들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소외시킬 수 있다. 그럴 경우에 학교혁신은 오히려 어려워지고 위기는 심화될 수 있다.

이미 여러 연구들이 교사를 비롯한 교육자들의 반성적인 노력이 학교교육의 혁신을 가능하게 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들 연구들에 의하면 분명 학교장과 교사가 학교교육을 혁신하면서 위기에 대응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교직단체가 우리 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해야 할 일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학교장과 교사들이 교육혁신을 위한 역량과 의지를 가지도록 하는 일이다.

Ⅱ.

우리나라 대표적 교직단체로는 전문직 단체를 표방하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와 전문직 노동단체를 주장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있다. 엄격히 말하면 교총은 교원단체이고 전교조는 교원노조이다.

그리고 이들 조직을 뒷받침하는 법률도 다르다.

<한국교총 홈페이지 메인 화면>

교총은 『교육기본법』에 근거하고 있다면, 전교조는 『교원노조법』에 근거하여 설립되었다. 『교육기본법』은 ‘교원은 상호 협동하여 교육의 진흥과 문화의 창달에 노력하며,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하여 각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에 교원단체를 조직할 수 있다’라고 함으로써 교총과 같은 교원단체 설립을 정당화하고 있다.

1948년 설립된 조선교육연합회에서 출발한 교총은 정관에서 ‘회원 상호간의 강력한 단결을 통하여 교원의 전문적·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과 교권 확립을 기함으로써 교육의 진흥과 문화 창달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교원노조법』은 『국가공무원법』 제66조제1항 및 『사립학교법』 제55조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5조 단서에 따라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사항을 정하고 교원에 적용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교원이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 단위 또는 전국 단위로만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교조 홈페이지 메인 화면>

1989년 5월 설립하여 법외 노조로 존재해 오다가 1999년 7월 합법화된 전교조는 강령에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확립과 교육민주화의 실현’, ‘교직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과 민주적 권리의 획득 및 교육 여건의 개선’, ‘학생들에 대한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에 앞장 서는 것’ 등을 내세우고 있다.

교총은 전교조가 출범하기 전에는 유일한 전문직 교직단체로서 설립 이후 정부와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교육여건의 개선과 교직의 전문성 신장, 교원의 권익 신장 등을 중심으로 교육발전에 노력해 왔다.

그러나 교총은 전교조가 출범하고 교직 여건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교원지위법』의 제정을 통하여 단체교섭·협의권을 부여받은 후에는 이전에 비하여 정부와의 관계가 투쟁적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전교조와의 경쟁으로 인하여 정치적 성격을 종종 표출하였다.

전교조는 출범 후 비록 법외노조로 존재하였지만 학교현장의 부조리를 해소하고 교육의 민주화를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할 수 있다. 전교조는 교원들에 대한 국가의 조합주의적 통제 하에서 성장해 온 태생적 한계를 가졌던 교총과는 달리 정부에 대하여 투쟁적이었고, 그러한 투쟁을 통하여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었다. 물론 전교조의 투쟁방식은 사회로부터 종종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이제 우리 사회는 1990년대 이후 두 번째 문명사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첫 번째 문명사적 전환기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가 진입했던 지식정보화와 세계화였다. 우리는 정보화·세계화라는 전환기에 대비하여 이전의 교육 패러다임과는 전혀 다른 ‘수요자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에 기반을 둔 이른 바 ‘5·31 교육개혁’을 추진하였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에 의한 초연결사회로 대표되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또 하나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1990년대 그랬던 것처럼, 우리는 또 하나의 문명사적 전환기인 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슬기롭게 맞이하기 위하여 ‘5·31 교육개혁’을 넘어서는 교육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Ⅲ.

교육혁신은 학교에서 실천된다. 학교 교육이 변화해야만 기대하는 교육혁신이 이루어지고 교육의 지속 발전이 가능하다.

물론 학교 교육이 혁신되고 변화하려면 교육혁신은 위로부터의 혁신, 아래로부터의 혁신이 어우러져야 하고, 의사결정 구조를 변화시키는 정치적 성격을 띤 혁신들과 그렇지 않은 기술적 성격을 띤 국가수준의 혁신, 지역수준의 혁신 그리고 단위학교 수준 또는 교사 개인 수준의 혁신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함은 당연하다.

학교는 큰 방향은 위로부터 제시받더라도 더 이상 중앙집권적으로 통제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 수준에서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은 학교 구성주체들의 역량이 강화될 때 가능하다. 학교교육의 틀을 바꾸고 여건을 조성한다고 할지라도 교육을 실천하는 것은 학교구성원들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교육개혁과 혁신을 실천하는 주체는 학교장을 비롯한 교육자들이다. 학교장을 비롯한 교육자들이 자발적으로 학교혁신에 나서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학교장과 교사가 없는 학교 개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탁월한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교원들이 항상 연구하고 탐구하는 학습공동체를 학교에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은 개인을 넘어서서 집단적으로 전문적 자본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교총과 전교조는 바로 이 일을 하는 데 중심이 되어야 한다.

우선, 교총과 전교조는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학교장이 되도록 함께 고민하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학교의 혁신을 이루는 데 있어 교장의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분명한 비전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학교구성원들을 학교의 목표 실현에 헌신할 수 있도록 동기화하는 교장의 존재는 학교교육을 혁신으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이다.

학교장의 탁월한 리더십은 학교 교육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에서 시작하여 의사소통을 활발히 하고 정서적 지원을 통하여 학교 구성원들 간 협력을 이끌어내고, 교사들의 전문적 자본을 개발하는 것에서 나타난다.

교총과 전교조는 학교장직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그들의 역량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교사들이 전문성과 헌신성을 높게 유지하도록 하는 데 교총과 전교조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교사는 학교의 교육성과를 결정짓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여러 연구들은 교사의 탁월한 역량이 교육 강국을 만드는 핵심적 요인 중의 하나임을 밝히고 있다. 교사들은 전문적 역량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사는 전통적인 지식의 전달자만이 아니라, 코치로서, 상담자로서, 학습관리자로서, 참여자로서, 지도자로서, 학습자로서, 교과개발자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교사는 예술가처럼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창의적으로 조정하면서 학생들의 몰입을 유도하며, 학생들에 대한 기대를 통하여 학습능력을 일깨워주고 주도성을 키우면서 학생의 학습을 촉진하는 데로 모아 간다. 만약에 교사들 사이에 이러한 전문적 역량의 차이가 존재한다면, 이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교사들의 전문적 역량의 발휘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헌신성과 열성을 강화해야 한다.

교총과 전교조가 모두 교직의 전문성 향상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이 일을 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교총과 전교조는 학부모들이 학교교육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학교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교육의 가치를 중시하고 옆에서 지지와 압력을 보내는 학부모들의 존재와 그들의 학교 교육에 참여는 학교 교육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학부모는 교원들과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들의 교육을 위하여 협력해야 하는 파트너이다.

여러 연구들은 학교교육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고 성과를 올리는 데에는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관심과 신뢰, 참여를 통한 지원활동 등이 있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교원의 존재 이유는 학생을 성장하도록 하고, 교육의 과정에서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고 고양하는 데 있다. 학교장과 교사들이 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전문적 역량을 가져야만 제4차 산업혁명과 같은 거대한 사회적 변화에 직면해서도 교육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점을 떠올린다면, 교직단체가 역점을 두고 수행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다 분명해진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원의 전문적 역량과 리더십을 강화하는 일이다.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로부터 교육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하는 일도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