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부모의 워너비 학교인 서울대학교는 수시모집에서 일반전형과 지역균형선발전형(이하 ‘지균’)으로 나누어 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일반전형은 성적에 상관없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이지요. 반면 지균은 전국에서 학생을 골고루 선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형으로 학교별로 2명까지만 지원할 수 있어요. 그것도 학교장 추천을 받아야만 지원할 수 있지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지균은 각 학교 문과 1등과 이과 1등 학생이 지원하고 있지요.

여기에서 첫 번째 문제 나갑니다.

‘서울대 일반전형과 지균 중 공부를 더 잘 하는 학생이 지원하는 전형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당연히 지균이지요. 일반전형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반면 지균은 각 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해야 지원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서울대에서는 일반전형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지 않고, 전교 1등이 지원하는 지균에만 수능 최저학력을 요구하고 있지요.

참 희안하지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려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일반전형에 적용해야 할 텐데 반대로 지균에 적용하고 있으니까요.

그 이유는 매우 간단합니다. 서울대에서 내신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 상 지균을 운영해야 히기에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지균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 나갑니다.

‘대한민국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힌트를 드리자면 서울대 지균 지원자의 약 40%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을 보고 깜짝 놀라신 분도 계실 거예요. 전교 1등인 서울대 지균 지원자의 약 40%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불합격한다요. 도대체 얼마나 높기에 전교 1등 학생들조차 충족하기 어려운 것일까요?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습니다. 서울대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대부분의 부모가 생각하는 수치보다 훨씬 낮습니다. 2등급 3개 영역에 불과하거든요. 2등급이면 전국 상위 11%니까 전교 1등에게 전국 상위 11%, 그것도 전 과목도 아닌 딱 3과목만 상위 11% 안에 들으라는 것이지요.

전교 1등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1등급 3과목도 아니고 2등급 3과목이라니 너무 쉬워 보이지 않나요?

그런데도 지균 지원자의 약 40%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불합격한다는 것은 지역 및 학교 간에 학력차이가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2018학년도 서울대학교 입시결과를 보면, 서울 서초구의 경우 지균 입학생 배출 고교 비율이 90.9%에 달합니다. 서초구 11개 고등학교 중 10개 학교가 서울대 지균 입학생을 배출했지요.

반면, 서울 성북구 소속 고등학교의 지균 입학생 배출 비율은 15.4%에 불과합니다. 6개 학교 중 1개 학교 꼴로 서울대 지균 입학생을 배출한 것이지요. 소위 말하는 학군차이가 엄청 크게 벌어진 것입니다.

대입 수시모집에서는 내신의 영향력이 막강합니다. 특히, 서울대처럼 논술전형 없이 학생부 전형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에서는 내신 영향력이 정말 엄청나지요. 그렇기에 이론상으로는 내신관리가 쉬운 성북구가 서초구보다 서울대 지균 합격비율이 훨씬 높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서울대학교에 합격하려면 전교 몇 등 안에 들어야 되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지역 및 학교별 학력격차가 워낙 크다 보니 전교 몇 등에 들어야 합격할 수 있을지 대답해드리기 정말 어렵습니다. 반에서 1~2등만 해도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는 학교가 있는 반면, 전교 1등을 해도 서울대에 합격하기 어려운 학교가 많으니까요.

그래서 서울대 합격자가 한 명도 없는 고등학교를 보면 연·고대 합격자 역시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지균을 통해 서울대 합격자를 1명 배출했다고 해도 연·고대는 물론이고 서·성·한까지 훌쩍 건너뛰는 학교도 많고요. 전교권에 들어야 간신히 수시를 통해 중·경·외·시에 합격하는 학교들도 많거든요. 정시로는 중·경·외·시도 어려운 학교들도 많고요.

입시는 전국단위 경쟁입니다. 그리고 대학은 등수가 아니라 실력이 좋은 학생을 선발하려고 합니다. 따라서 입시를 준비할 때는 교내등수뿐만 아니라 전국등수도 함께 검토해보길 바랍니다. 내가 지원할 대학의 기준은 학교 등수인 내신 성적이 아니라, 전국 등수인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니까요.

추신 1.

서울대 선발인원은 3천 명이 조금 넘습니다. 그리고 전국 중학교 수도 3천 개가 넘지요. 이렇게 보면 ‘중학교 때 전교 1등을 하면 서울대에 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전교 1등을 혼자 독식하기 어렵기 때문이지요.

일반적으로 한 학교에서 3~5명의 학생이 전교 1등을 번갈아 하다 보니 ‘내가 전교 1등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중학생은 1만 명이 훌쩍 넘어가거든요. 전교 1등 인원만으로도 서·연·고 정원을 넘어가는 것입니다. 역사학과, 철학과, 한문학과, 농대 등 비인기학과 정원까지 모두 포함해서요.

추신 2.

회원 맘 : 서울대 경영학과나 경제학과에 가려면 전교 몇 등을 해야 하나요?

강명규 : 서울대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는 전교등수가 아니라 전국등수로 물어보셔야 됩니다. 지방의 경우 시에서 1등을 해도 가기 어려운 곳이 서울대 경영학과나 경제학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추신 3.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 중에는 서울대보다 의대, 치대, 한의대를 더 선호하는 학생이 많습니다. ‘전국 의대 다 채우고 서울대 공대 채우기 시작한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치·한의 커트라인이 높지요. 뿐만 아니라 이과에는 카이스트나 포항공대 등 서울대에 필적할만한 우수 대학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문과에서 서울대에 가는 것보다 이과에서 서울대 가는 것이 훨씬 쉽지요.

문과반 위주인 여고보다 이과반 위주인 남고의 서울대 실적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따라서 여학생들은 수학, 과학이 싫다고 무조건 이과를 기피할 것이 아니라 이과도 적극적으로 공략해보기 바랍니다.

 

# 이 글은 강명규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스터디홀릭'과 공유함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