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반대' 서울교육청, 내달 <친일인명사전> 중·고교 배포

직년 12월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의 요청으로 조사해본 결과 <친일인명사전>을 비치해 둔 학교는 서울지역 전체 381개 중학교 중 47개교, 서울지역 전체 315개 고등학교 중 64개교였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맞서 서울시교육청이 다음 달 서울시 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을 비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자, <친일인명사전> 편찬기준 및 연구진의 좌편향성 등 내재적 한계를 안고 있는 책자를 공인된 자료로 인식하는 것은 문제라는 반론이 적지 않다.

일부 진보교육감들의 '대안교과서' 개발에 이어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 또 하나의 논란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8일 서울시의회 김문수(새정치민주연합) 교육위원장 측은 다음 달부터 서울 소재 중·고등학교 500여 곳에 친일인명사전 배포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1억7550만원 규모의 친일인명사전 배포사업 내용이 담긴 ‘2015년도 서울시 교육비특별회계 예산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의 경우 나치의 행적 등 잘못된 부분을 다 보여준다”며 “아이들에게 진실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친일인명사전) 비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학교 도서관에 <친일인명사전>을 비치해 교사들이 역사 수업을 할 때 친일파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가르쳐 민족 정통성을 바로 세우자는 취지로 진행하는 사업”이라며 “내년에는 초등학교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12월 서울시교육청이 시의회의 요청으로 조사해본 결과 <친일인명사전>을 비치해 둔 학교는 서울지역 전체 381개 중학교 중 47개교, 서울지역 전체 315개 고등학교 중 64개교였다. 새로 받게되는 학교는 서울지역 전체 중·고등학교 696곳에서 이미 비치한 학교 111곳을 뺀 585곳(84%)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예산안이 통과됐지만 일부 학부모와 보수단체 등의 반발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재판 등으로 1년 가까이 사업추진이 미뤄져왔다. 보수단체들은 당시 반발했다. 친일인명사전을 학교도서관에 비치하거나 학습 참고자료로 활용할 경우,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점과  해당 사전을 발간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좌편향'적이고 '진보성향'으로 분류된다는 논리였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발간 국민보고대회가 열린 지난 2009년 서울 효창동 백범 김구 선생 묘소에 놓인 '친일인명사전' 가운데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항목.

<친일인명사전>은 지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소장 임헌영)가 편찬한 책으로, ‘영화 국제시장’을 통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는 ‘흥남철수작전’의 영웅 김백일 전 육군 1군단장을 비롯해, 김성수 동아일보 설립자,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장지연 황성신문 주필, 무용가 최승희, 작곡가 안익태 등 총 4389명이 친일 인사로 기록돼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밝힌 <친일인명사전> 편찬기준 자료에는 ▲조선인민공화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소집요강(1946) ▲조선민주주의민족전선의 친일파 규정(1946) ▲조선민주주의민족전선의 지방선거 행동강령 중 친일파 규정(1947) ▲조선민주주의민족전선의 미소공위 공동결의 6호 답신안(1947) ▲북조선노동당의 미소공위 공동결의6호 답신안(1947) 등의 비공인 문건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지난 3일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고시 당일 진보교육감들은 적극적으로 '대안교과서' 개발에 나서겠다고 한 목소리를 낸 반면,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낸 이유가 설명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 교육감은 한국사 국정화에 대한 논평에서 “한국사 국정화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관점’은 ‘틀린 관점’이라는 왜곡된 생각을 심어줌으로써 조화로운 사회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들의 교육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한국사 국정화 철회에 대응해 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대안교과서 개발을 언급하고 있지만 법률적 제약이 많아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조 교육감의 이같은 입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교육파괴 행위로 규정하고 강도 높게 비판한  진보진영 교육감들과 달리 '대책을 고민해 보겠다'는 수준에 그친 것이어서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시교육청 주변에서는 “대법원 심리를 앞둔 조 교육감이 보수진영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몸을 낮춘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